<충무공 탄신 472주년 특집> 이순신의 거북선과 우리군이 개발한 이순신급 구축함(KD-Ⅱ)

조회수 2017. 4. 28. 15: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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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에 대한 고찰


거북선은 조선 태종대에 등장한다. 14세기에 극성을 부린 왜구와의 전투를 위해 고안한 전함이다. 거북처럼 상판에 장갑을 씌워 왜구가 그들의 장기인 보딩(boarding) 전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었는지, 그 뒤로 실전에 사용되지 못하다가 임진왜란 때에 다시 등장해서 조선 수군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런데 거북선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는 세계 최초의 철갑선이었다는 주장이 부각되거나 거북선이 무적의 전함이어서 탱크처럼 왜군 함대 속을 누비고 다녔다는 식으로 거북선 자체의 능력이 강조되어 왔다. 그 바람에 거북선이 지닌 진정한 전사적인, 국방사적인 의미가 간과되어 왔다. 조선 수군사에서 커다란 딜레마가 왜군을 상대하는 전술체제였다. 고려 말에 왜구의 침공에 시달리던 고려는 왜구를 제어하려면 그들이 육지에 오르기 전 해상에서 요격해서 파괴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이 소위 해방론이었고, 이 해방론이 조선이 육군과 수군이라는 이군 체제를 채택하게 하는 근거가 되었다.

거북선의 모습. 세계 해전사상 가장 유니크하고 강력한 함으로 기억된다.

이렇게 해서 고려 말부터 수군의 전력강화와 화포와 거북선의 개발과 같은 신무기와 신형 함선, 신형 전술의 개발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고민이 발생했다. 첫째는 수군의 전술체제를 왜구라는 소규모 해적들의 경비와 소탕에 초점을 맞출 것이냐, 언젠가는 벌어질 수 있는 일본과의 전면전을 대상으로 할 것이냐는 고민이었다. 한마디로 수군을 해경이나 연안을 순시하는 경비함대 수준으로 육성할 것이냐 전면전을 감당할 수 있는 전투함대로 육성할 것이냐는 고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조선은 국방비의 부담을 감수하고 후자를 선택했다.


 하지만 여기서 두 번째 문제가 발생했다. 조선의 함선과 전술에 능동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왜군은 단병접전에 강하고, 그들의 배는 기동성이 좋고, 조류나 파도에 대한 적응력이 좋았다. 조선군의 해상전술은 항상 그들과 거리를 두고 싸우며, 그들이 배를 부딪쳐 선상으로 뛰어들기 전에 격멸하는 것이었다. 활과 화포를 이용한 전술은 이런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전술은 지나치게 수동적이며, 함선이 적보다 크고, 함대와 병력이 적보다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약점이 있었다. 돌격해 오는 왜선을 진형에 가두고, 십자포화로 제압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에서 그랬듯이 일본이 대형함선을 건조하고, 조선군보다도 많은 대병력과 함대를 끌고 쳐들어온다면 대적하기가 상당히 곤란해진다. 더 큰 문제는 전술적 응용력의 결여이다. 왜선과 충돌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회피해야 한다는 전술적 핸디캡은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술을 크게 제한하였다.

출처: 아오키 화랑 소장
판옥선에 왜군의 함선이 붙은 모습. 일본수군의 전형적인 전술이다.

한나라의 국방력, 일군의 전술능력과 전투력에서 중요한 것이 자기완결성이다. 강력한 요새를 구축했다고 해도, 병력이 부족해서 한쪽 구간을 비워둔다면 그 요새는 쉽게 함락되고 말 것이다. 싸울 때에 한쪽 팔을 사용할 수 없다거나 최강의 방어력을 지녔지만 공격력이 없다면 그 방어력도 올바로 사용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실전과 전술에서 중요한 것이 지형과 전투 상황에 맞춰 최적의 효율을 창출하는 적응력과 응용력이다. 그러나 이런 결정적인 제한이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경직된 전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객관적 전력이 뛰어나거나 압도적인 전력을 갖춘 군대라고 할지라도 전술적으로 경직된 군대는 성공을 거두기 힘들다는 것은 이미 세계 전쟁사에서 충분히 검증된 사실이다.

판옥선. 사실상 임진왜란의 주력 함선이었다.

조선 수군이 이런 전술적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 함대 속으로 파고들고, 적선과의 충돌을 회피하지 않는 공세적 전투능력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야 적을 흔들고 조선 함대의 전술을 다양하고 예측불가능하게 운용함으로써 조선군의 본래적인 장기인 장병화력과 진형전투도 진가를 발휘할 수 있었다. 바로 이런 목적으로 개발된 전함이 거북선이다. 그리고 이것이 임진왜란에서 발휘된 거북선의 진정한 가치였다. 거북선이 주로 ‘돌격선’으로 불리는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물론 조선군의 주력 전함이었던 판옥선도 이런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다. 그러나 판옥선은 거북선에 비해 왜군의 보딩 전술에 대한 방호능력이 떨어졌다. 조선군에게는 왜군의 단병접전 능력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했다. 조선군에게는 전술적 자신감을 부여하고 왜군에게는 공포감을 선사할 가시적인 전함이 필요했다. 최근에는 거북선의 수가 많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북선의 전술적 역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은 거북선의 가치를 개별적인 전투능력으로 국한해서 평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진왜란에서 조선 수군은 거북선만을 돌격선으로 운용한 것은 아니다. 판옥선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판옥선의 돌격에 거북선이 자신감을 부여하며 이것은 실제 전투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이었다. 육전에서도 적진에 돌격하는 역할은 주로 기병이 담당하지만 전체 기병의 돌격을 이끌고, 공격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소수의 정예 돌격기병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순신 함의 SM-2 발사장면

대양해군의 첫 걸음 이순신함(KD-Ⅱ)


1990년대, 강력한 해군력 창설의 요망이 날로 커져가자 해군은 5,000톤급 이상의 최신형 구축함을 한국 해군의 주력함으로 하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 결실이 KD-Ⅱ, 이순신급 구축함이다. 원래 이순신이라는 함명은 차후 항공모함이 건조될 경우 붙이려 했지만, 본격적인 대양함대의 시작이라는 의미로 KD-Ⅱ에 명명하게 되었다. 이순신급 구축함은 1990년대 초반에 등장한 최신의 건함이론을 모두 적용한 의미심장한 전투함으로, 당시 한국해군은 주변국(특히 일본)에 비해 늦어진 대형함의 건조를 만회하기 위해 KD-Ⅰ에서 얻어진 노하우를 바탕으로 3가지의 혁신적인 시스템을 장착하게 된다.

첫째, 세계적 수준의 다층망 방공시스템으로써 수직발사 시스템(VLS)을 이용한 사정거리 167km의 SM-2 장거리 함대방공미사일, 사정거리 10km의 RAM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 그리고 CIWS 근접대공시스템을 배열함으로써 초음속 대함미사일에 대한 요격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신개념의 방공시스템이 그것이다. 특히 기존의 전투함들이 자신만을 지키기에도 급급했던 반면, SM-2 미사일의 장착으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자신뿐만 아니라 함대 전체에 대한 방공망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스텔스가 적용되고 연돌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이순신 함.

두 번째는 함체 건조에 있어서 스텔스성을 적극 도입했다는 점이다. 선체를 최대한 단순화 하고, 약 10도의 경사를 선체에 적용했으며 콤팩트 마스트 기술을 도입했다. 비록 국내의 스텔스기술 기반이 취약해 영국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이 기술덕분으로 기존의 5,000톤급 구축함과 비교해볼 때 거의 90%에 가까운 레이더 반사면적 감소에 성공했다. 또한 캐나다 주력 전투함인 ‘헬리팩스급’에서 입증된 적외선 차단 시스템을 도입해 연돌 및 기타 기관부에서 배출되는 적외선 양을 95%까지 감소시키는데 성공하였다.

62 구경장 122mm 함포의 발사모습

세 번째로는 데미지 컨트롤 시스템을 적극 도입, 만에 하나 선체가 피격 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하였고, 이로 인해 함의 생존성이 크게 강화되었다. 특히 화생방 경보장치의 도입으로 오염물질이 함내에 침입하지 못 하도록 여압시스템을 적용하였다.

우리 힘으로 개발한 해성 대함 미사일

이 밖에 이순신 함에 탑재된 120mm 함포는 기존의 45구경에서 62구경장으로 포신길이가 늘어나 사정거리가 두 배 이상 늘어났고, 사거리 연장탄을 쓸 경우 사정거리는 무려 100km에 이른다. 더욱이 이순신 함에는 사거리 150km급의 국산 SSM700K ‘해성’대함미사일을 탑재했다는 점은 무척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순신 함에는 곧 사정거리 1,500km의 한국형 순항미사일 ‘현무3-C’형이 탑재될 예정이다. 이로써 이순신 함은 대공방어는 물론, 상륙지원, 해역제압, 그리고 제한적이지만 전략공격까지 가능한 다기능 첨단 함으로써 우리 해군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 할 것이다.

이순신 함은 대양해군으로 향한 우리 해군의 강력한 의지를 상징한다.

일부에서는 KD-Ⅱ에 장착된 MW08 3차원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짧다는 의견도 있지만, MW08의 사거리가 닿지 않는 범위는 SPS-49 2차원레이더와 STIR-24 일루미네이터(사격통제 레이더)의 조합으로 요격이 가능하니 아쉬운 점이 있어도 큰 문제는 아닌 듯하다. 이순신급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총 6척이 취역함으로써 일단은 사업이 종결되었다. 원래의 취역일정보다 1년 정도 앞당겨 모두 건조됨으로써 당시 해군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 군이 개발하는 많은 병기에 대해 ‘한국형’이라는 명칭이 붙는다. 그것은 단순히 우리 능력으로 생산한 국산무기라거나 한국의 지형이나 재정능력에 맞추었다는 의미에 중점을 두어서는 안 된다. 한국형의 진정한 의미는 우리의 국방과 전술능력에 완결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완결성이 미래의 국제정세,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맞추어 발전해 나가야 한다. 


거북선과 이순신급 구축함의 역사적 공통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울러 전략적 특성으로 볼 때 거북선과 이순신함에는 중요한 차이점 또한 존재한다. 거북선은 무겁고 바닥이 평평한 평저선 이었으므로 원양항해 능력이 없었다. 반면 오늘날 우리 해군의 캐치프레이즈는 대양해군이며, 이순신함은 대양해군으로서의 진입을 위한 첫걸음이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상당히 의미심장한 차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더욱 중요한 역사적 소통 점이자 계승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은 대외정책에 소극적인 국가였고 고립성 자체가 조선을 유지하는 중요한 전략적 특성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무역 국가이다. 또한 세계 최대의 강대국에 둘러 쌓여있고, 세계화가 진행되어 가는 21세기에 대양해군은 국방을 위한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이순신함과 대양해군은 전략적 의미로 보면 거북선의 등장이 조선함대의 소극적이고 제한된 전술능력을 개선하고 해상방어능력의 완결성을 부여한 것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글, 사진 : 이세환 군사전문기자>

<글 : 임용한  한국역사고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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