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대부분 크록스를 신는 이유

조회수 2021. 4. 15. 09: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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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록스의 탄생부터 지비츠까지

의학 드라마의 팬이라면, 의사들이 멋진 가운 아래에 파란 수술복을 입고 있는 장면이 익숙할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들이 어떤 신발을 신고 있는지도 보았는가?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뉴하트>도, 모든 의사들의 패션은 크록스로 완성된다. 그렇다. 크록스는 의사들의 필수품이자 병원에 막 입성한 인턴의 준비물이다. 왜 슬리퍼도, 슬립온도 아닌 하필 크록스일까? 크록스의 A부터 Z까지 속속들이 살펴보자.


물이 잘 빠지는 신발이 필요하다면

크록스의 앞에 퐁퐁 뚫린 구멍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이 질문의 해답은 2002년 미국의 어느 해변에 있다. 세 명의 청년은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던 중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물이 잘 빠지는 신발이 있다면 누구나 좋아하지 않을까?” 질문은 사업 아이템이 되었고, 청년들의 생각처럼 사람들의 사랑을 얻었다. 그리고 이제 크록스는 현재 우리가 ‘크록스’ 하면 떠올리는 유명한 샌들을 포함해 슬립온, 스니커즈, 골프화 등 다양한 종류의 샌들을 만드는 신발 회사가 되었다. 물이 잘 빠지는 건 의심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가볍고 푹신푹신한 착화감

크록스를 한 번이라도 신어본 사람은 그 가벼운 무게감을 기억할 수밖에 없다. 투박하고 커다란 모양과는 달리 맨발로 걷는 듯 편안함이 인상적인 샌들, 크록스. 대체 뭘로 만들어진 걸까? 창업자들은 크록스를 만들기 위해 폴리우레탄계 합성수지의 일종인 특수 소재를 찾아냈다. 그리고 이 소재를 개발한 회사를 인수하고 소재에 ‘크록스라이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오직 크록스를 위한, 크록스에 의한, 크록스의 소재 크록스라이트는 체온에 따라 소재가 유연해지기 때문에 발 모양에 맞게 변한다. 압축되어 있기 때문에 체중의 압력을 잘 버텨 피로함을 줄여주고, 초경량 소재라 무게가 0.17㎏밖에 나가지 않는다. 편하지 않으면 이상한 신발이 아닌가.


송송 뚫린 구멍으로 느끼는 쾌적함

그렇다면 의사들은 단지 편하기 때문에 크록스를 신을까? 여기서 우리는 크록스 앞에 뚫린 구멍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크록스의 창업자들은 흘러들어 온 물을 잘 빼기 위해 구멍을 뚫었지만, 그 구멍으로 드나드는 것은 물뿐만이 아니다. 여름철 찜통 같은 신발 속의 온도를 생각해보라. 열기와 습도는 오랜 시간 신발을 신고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무좀과 습진을 유발한다. 크록스가 우연히 얻은 통풍 기능은 의사뿐만 아니라 방송국 관계자 등 다양한 직업군이 크록스를 즐겨 찾는 까닭이 되었다.

소중한 발가락 보호하기

크록스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한 언론인은 ‘유치원생과 미치광이나 좋아할만한 신발’이라고 혹평했다. 확실히 크록스의 모양은 우스꽝스러운 데가 있다. 특히 짱구머리처럼 툭 튀어나온 신발코에서는 장난기가 느껴진다. 그런데 이 크록스 신발코가 발가락의 안전을 지켜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가볍지만 단단한 소재가 발가락 주변부를 폭넓게 감싸주기 때문에, 아주 무거운 물건이 아닌 이상 간단히 튕겨낸다. 가볍지만 위험한 메스와 수술 도구를 다루는 의사들에게는 이보다 안전하면서도 편안한 신발이 없는 것이다.


슬리퍼보다 멋지잖아

크록스를 만나기 전, 우리에게는 편안하면서도 저렴하기까지 한 국민 실내화가 있었다. 바로 삼선 슬리퍼다. 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은 이 삼선 슬리퍼를 몇 가지 이유 때문에 꺼려한다. 뚫린 앞코로 비죽 튀어나오는 발가락 부분이 신경 쓰이고, 저렴하고 대중적인 이미지 탓에 예의가 없어 보인다는 인상이 강한 탓이다. 크록스에는 앞에서 언급한 삼선 슬리퍼의 단점이 없다. 발가락이 보이지도 않고, 발꿈치에 샌들 역할을 하는 끈이 달려있어 슬리퍼나 질질 끌고 다닌다는 눈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무래도 구멍이 신경 쓰인다고? 그럼 지비츠로 막아버리면 된다.


지비츠로 개성을 표현하자

크록스의 구멍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귀여운 지비츠로 커스텀해보는 건 어떨까. 지비츠는 사실 크록스 창업자들의 아이디어는 아니다. 2005년, 한 평범한 주부가 아이의 크록스 구멍에 단추나 나비 매듭을 장난삼아 끼워보았다. 그리고 여기서 새로운 사업이 탄생했다. 주부는 사업가가 되었고 크록스용 액세서리 생산업체 ‘지비츠’를 설립했다. 이미 크록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크록스를 신지 않는 사람도 지비츠의 귀여운 매력을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지비츠의 폭발적인 인기에 놀란 크록스가 이 작은 회사를 인수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탁이 편하다

더러워진 신발을 씻는 건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이다. 바깥에서 이물질이 묻거나 비, 음료수 따위에 푹 젖은 신발은 집에서 제대로 세탁하기 어렵다. 겨우 빨아서 말려보면 원하는 만큼 깨끗해지지 않거나 모양이 변하는 일도 있다. 크록스는 세탁의 부담에서 완벽히 자유로운 신발이다. 소재 특유의 매끄럽고 방수성의 재질 덕분에 물에 잘 헹구었다가 물기를 제거하면 끝이다. 비가 오는 날 외출해야 한다면 크록스를 꺼내자. 단, 젖은 길에서 미끄러지기 쉬우니 조금 주의할 필요는 있다.


다양한 색 중에서 골라보자

가죽이나 천에 밑창을 꿰매야 하는 신발들과 달리, 크록스는 정해진 틀 안에 재료를 채우고 냉각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다시 말하면, 크록스의 틀 안에 넣는 재료의 색깔에 따라 무한한 컬러의 크록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 덕분에 크록스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갯빛을 비롯해 수십 종의 컬러를 판매하고 있다. 물론 하얀색, 검은색, 남색 등 무난한 무채색 계열의 색상이 인기가 많긴 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선택지가 없는 것과 선택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의 크록스 하나쯤 장만해보는 건 어떨까.


어린이들도 좋아해요

그렇다면 크록스가 가장 많이 보이는 장소는 병원일까? 학교와 놀이터에서도 크록스의 물결을 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장점들 덕분에, 크록스는 편안하면서도 안전한 신발이라는 이미지가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편안하면서도 안전한 신발이 필요한 사람은? 바로 어린이와 학생들이다. 크록스라이트보다 25% 가볍고 40% 더 부드러운 신소재 ‘라이트라이드(LiteRide)’로 만든 신발이 등장한 것 또한 학부모들의 마음을 쏙 빼놓았다. 이제 복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삼선 슬리퍼를 볼 수 없는 건 슬프지만, 수십 쌍의 크록스가 우르르 걸어가는 것도 꽤 귀여운 광경이다.


슬리퍼도 되고 샌들도 되는 신발?

크록스는 슬리퍼일까, 샌들일까? 확실하게 답을 내릴 수 없는 건 크록스 발뒤꿈치에 달린 단단한 끈 때문이다. 크록스를 신은 사람은 이 끈을 완전히 뒤로 젖혀 슬리퍼로 만들 수도 있고, 살짝 끌어올려 샌들로 만들 수도 있다. 또 아예 발등 앞으로 밀어버릴 수도 있다. 슬리퍼로 신을지, 샌들로 신을지는 신는 사람 마음인 셈이다. 그래서 크록스는 슬리퍼란 말인가, 샌들이란 말인가? 그렇다, 크록스는 그냥 크록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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