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은 한국에만 있다?

조회수 2020. 10. 26. 08: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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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은 한국에만 있다?

옛날 옛적 여성들은 애를 낳고 바로 밭일하러 나갔다며 산후조리원이 꼭 필요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여성이 출산하면 짧게는 삼칠일, 길게는 100일 동안 특별한 몸조리 기간을 가졌다. 이때 산모는 찬바람을 맞아서는 안 되고 몸을 씻는 것도 되도록 자제했다. 또한 한여름에도 내복을 껴입거나 찜질을 하면서 몸의 온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주의해야 했다. 그러나 산모의 건강 회복을 도와주는 산후조리원을 두고는 사람들마다 입장 차이가 있다. 산모의 건강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그렇게 비싼 돈을 주고 갈 필요도 없고, 해외에서는 있지도 않은 기관이라고 주장한다. 정말 다른 나라에는 산후조리원이 없을까?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산후조리원이 생겼을까?

출산은 여성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고통이다. 실제로 뼈와 관절, 인대가 이전 상태로 돌아오는 등 몸의 전반적인 기능이 대부분 회복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적어도 3개월 정도 필요하다. 이에 일반적으로 6~8주 정도의 ‘산욕기’라고 하는 산후조리 기간이 있다. 이 기간은 출산으로 인한 상처가 아물도록, 또 신체 기관이 임신 전의 상태로 회복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산모가 아이를 낳고 나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뼛속이 시리고 온몸이 아프다는 ‘산후풍(産後風)’에 평생 시달릴 수 있다는 이유로 신경 써서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전통이 자리 잡은 우리나라에 산후조리원은 1997년 인천에 처음 생겼다. 이후 2000년대 초, 산후조리원이 보건 전문 인력이 신생아를 관리해 주고 출산한 산모의 건강 관리가 가능한 곳이라고 입소문이 나면서 점차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현재는 전국에 520여 개의 산후조리원이 운영되고 있다.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산모와 신생아를 관리해 줄 사람과 장소가 마땅치 않았는데 산후조리원은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 각광받은 것이다.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다 보면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은 산모가 하루 종일 신생아를 돌봐야 해 회복을 위한 시간을 갖기 어렵고, 설령 다른 가족들이 옆에서 관리해 준다고 할지라도 전문 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산모가 충분한 휴식을 갖기 쉽지 않다. 반면 산후조리원은 신생아와 산모의 건강을 관리해 주는 전문 인력이 상주해있고, 전문적인 시스템을 통한 육아 관련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하며, 산모에게 필요한 영양을 보충해 줄 수 있는 식단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출산을 한 많은 한국 여성들이 산후조리원을 찾고 있다.


다만 2주 동안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데 적게는 15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을 호가하는 비용이 들어 부담스럽다는 입장도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평균 약 25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을 많이 지불해야 하는 곳은 산후 요가, 마사지, 피부 관리 등 산모를 위한 프로그램이 추가적으로 지원된다.


다른 나라 산후조리 문화는?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산모는 산후조리를 어떻게 할까? 일부 아시아 지역과 남미, 아프리카, 이슬람 문화권 등 산후조리 문화가 발견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서구 여성들은 출산 직후 샤워를 하거나 찬 음료를 마시는 데 거부감이 없다. 미국에서는 출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햄버거와 콜라를 먹기도 하고, 분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샤워를 권장한다. 캐나다나 호주도 별도의 산후조리 기간을 두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반면 과테말라는 40일 동안 산후조리 기간을 두고 외출을 하지 않으며 인도네시아도 한 달의 산후조리 기간을 둔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왜 이런 문화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서양인은 근육량 자체가 많고 뼈대, 인대 등 관절의 구조 자체가 아시아인보다 튼튼하기 때문에 임신 중에도 일상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더불어 출산하고 나서도 골반이 늘어난 만큼 예전으로 돌아가는 회복 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신체 구조나 체질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양과 동양의 산후조리 문화가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산후조리 시스템은 차세대 한류?

지난 7월 초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바이오산업 발전 전망을 진단하는 국회 지구촌 보건복지포럼에 참석해 우리나라 산후조리 시스템의 우수성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한국의 산후조리 시스템은 새로운 차세대 한류로 도약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산후조리업협회 김형식 회장은 '산후조리원은 우리나라 산모들의 약 80%가 이용하고 있는 대중화된 시설'이라며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산업'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산후조리원이 너무 체계적으로 잘 돼 있다 보니 해외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4,000개 가까운 산후조리원이 만들어졌고, 한국식 산후조리원도 활발하게 진출 중이다. 일본도 우리나라만큼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산후조리원이 있다. 이외에도 미국, 동남아, 유럽에까지 산후조리원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편, 중국, 일본, 미국 등에서 충분한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외국인 산모는 직접 우리나라를 방문해 한국의 산후조리원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산후조리 출산문화가 전 세계인들이 선호하는 출산문화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산후조리원은 유난일까?

간혹 산후조리원은 유난이라며 비아냥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산후조리원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복지 강국 스웨덴은 남성에게 육아를 위한 휴직 권리를 부여한 최초 국가이며, 1991년 남성이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30일 사용하도록 하는 '육아휴직 남성 할당제'를 도입했다. 현재 남성들은 평균 107일 정도의 육아 휴직을 사용한다. 네덜란드는 건강보험료를 통해 출산 시 산후 도우미를 40시간 이용하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그 이후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핀란드는 9주, 포르투갈은 5주 등 배우자의 출산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굳이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충분히 몸과 마음을 회복할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2008년에 이르러서야 배우자 출산휴가가 신설됐고, 2019년 10월부터 유급 3일(무급 포함 최대 5일)에서 유급 10일로 늘어났다. 여전히 아기를 낳으면 산모 혼자서 짊어져야 할 육아의 무게가 무겁다. 산후조리 걱정 없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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