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에는 왜 특유의 비 냄새가 날까?

조회수 2020. 10. 19. 08: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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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올 때 나는 냄새의 정체는?

개인 취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사람이 꽤 많다. '투둑투둑' 창문을 두드리는 비 오는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 땅에서 이끼 낀 바위에서 나는 듯한 냄새가 나는데, 이러한 청량하고도 산뜻한 자연의 냄새가 좋다고 이야기한다. 뭔가 흙냄새 혹은 풀냄새 같기도 한 비 냄새, 그 정체는 무엇일까?


비 냄새는 흙냄새?

19세기 자료에도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사람들은 비 냄새에 관해 관심이 많았지만, 놀랍게도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로는 비 자체에는 냄새가 없지만, 비가 내리면서 향기 나는 화합물이 특유의 비 냄새를 만들어낸 다는 것이다. 1964년 국제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비 특유의 냄새를 '페트리코(petrichor)'라고 칭했다. 페트리코는 고대 그리스어로 바위를 의미하는 '페트라(petra)'와 신화 속 신들이 흘린 피를 뜻하는 '이코(ichor)'의 합성어다. 바위 틈, 혹은 흙에 있던 식물성 기름 등으로 구성된 화합물이 페트리코 향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중 페트리코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하는 것으로 미생물 집단인 '방선균류(actinobacteria)'를 꼽는다. 방선균류는 죽거나 부패한 유기물질이 단순한 화합물로 분해해, 식물이나 다른 유기체에 영양소가 되도록 돕는다. 이 활동의 부산물로 '지오스민(Geosmin)'이라는 유기화합물이 만들어지는데 비가 오면 느껴지는 축축한 흙냄새 혹은 비 냄새의 원인이 되는 천연물질이다. 알코올의 한 종류인 지오스민은 물방울이 땅을 적시면 공기로 뿜어져나가고, 비가 내린 후에 지오스민의 농도는 훨씬 더 높아진다. 인간은 진화 과정을 거치며 아주 옅은 농도의 지오스민도 알아차릴 수 있는 민감한 후각을 갖게 됐다. 이에 지오스민은 향수의 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비 냄새는 에어로졸 때문?

그러나 흙이나 바위 속에 있는 냄새 성분이 우리에게 전달되는 과정 자체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다가, 2015년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켈런 뷰이 교수와 정영수 박사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빗방울이 떨어질 때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그 원인 중 하나를 알게 됐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페트리코는 빗방울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거품이 터져 생기는 미세한 방울인 에어로졸(airosol)이 빗방울 표면을 벗어나 대기 중으로 터져 나와 퍼지면서 나는 냄새라고 밝혔다.

에어로졸은 크기가 매우 작고, 자연 속의 미생물을 옮기며 환경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특히 사람 호흡기로 쉽게 흡수될 수 있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감염 원인으로 등장하는 등 각종 질병 감염에도 영향력을 끼친다. 이 연구는 빗방울에 의해 지표면에서 일어나는 에어로졸 생성을 처음으로 직접 관찰했다는 점으로 주목받았다. 지금까지 대기 중에 있는 에어로졸은 대체로 바다 표면에서 거품이 터지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설명됐다. 한편 연구진은 모든 비 냄새를 빗방울의 에어로졸 현상만으로 다 설명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비 냄새에 대한 좀 더 명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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