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느닷없이 키스를 퍼붓기 시작한 연인들 🔥

조회수 2021. 1. 11. 2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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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대놓고 키스한 썰
2010년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들은 당황했습니다. 작품은 온데 간데 없고 전시장 정중앙에 한 남녀가 진하게 키스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죠

바닥에 눕기도 하고 다시 일어서기도 하며 여러 자세를 바꿔가며 정열적으로 키스하는 남녀..! 무려 한 시간 가량 이어진 애정행각에 관객들은 혼돈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를 막지 않았죠. 더군다나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1시간이 지나자 키스하는 남녀 사이로 또 새로운 남녀가 등장했죠. 그리곤 옆 커플과 똑같이 키스를 이어갔습니다

먼저 키스하던 남녀는 1분 후 자리를 떠나고 새로운 남녀는 다시 한 시간 가량 키스를 진행했습니다. 미술관이 개장한 시간 내내 이 끊임없는 키스는 계속됐는데요
각 시간마다 키스를 나누는 사람만 바뀌었죠 . 이것은 다름아닌 ‘작품’이었습니다. 영국의 예술가 티노 세갈의 <키스>였죠. 이 작품은 19세기 이후의 현대미술사에서 남녀의 키스를 담은 작품 중 ‘포즈’만을 추린 결과물입니다
제프쿤스의 <Made in Heaven> 연작 오귀스트 로댕의 <키스> 등 다양한 미술작품이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됐습니다 티노 세갈은 이 각각의 포즈를 회화나 조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오직 '행위'로만 표현했는데요

때문에 작품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이를 ‘퍼포먼스 아트’로 바라봅니다. 하지만 <키스>는 기존의 퍼포먼스 아트와 달랐죠. 대부분의 퍼포먼스 아트는 작가 스스로 작품의 재료가 됩니다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거나 관객이 자신의 옷을 찢게 하거나 자신의 몸을 붓처럼 활용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 작품엔 작가가 직접 등장하지 않습니다
작품 속 사람들은 모두 세갈이 고용한 사람들이죠. 세갈은 그들을 ‘해석자'라고 불렀는데요. 각각 해석자들은 세갈이 만든 퍼포먼스의 메뉴얼을 따라 연출된 상황을 구현합니다

해석자들의 음성부터 언어, 움직임, 자세 심지어 관객과의 교류까지 모두 메뉴얼에 있었죠. 세갈은 본인이 직접 퍼포먼스를 펼친 게 아니라 이 상황을 ‘연출’만 했습니다

실제로 해석자를 뽑기 위한 오디션을 보기도 하고 이들의 동작을 훈련시키기도 했는데요. 작품은 해석자들의 행위로 보여졌지만 작가가 개입한 것은 이 상황을 ‘연출’한 것 뿐이었습니다
때문에 세갈은 본인의 작품을 퍼포먼스 아트가 아닌 ‘연출된 상황’이라고 말했죠. 퍼포먼스 아트와의 차이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기존의 퍼포먼스는 영상이나 사진으로 기록해
저작권을 인정하거나 판매하기도 하는데요

퍼포먼스 그 자체를 판매할 순 없다보니 영상, 사진, 때로는 퍼포먼스 후 남은 잔여물을 작품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티노 세갈은 이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실시간으로 행위에 의해 이뤄지는 작품들은 특정 공간에서 특정 시간에만 이뤄진다는 특수성을 갖추고 있는데요 기록으로 남는 영상, 사진, 잔여물을 작품으로 여기고 사고파는 것은 그 특수성을 잃는 것이었기 때문이죠
영상이나 사진은 퍼포먼스를 재현한 것일 뿐 진짜 작품이라 볼 순 없었습니다. 때문에 티노 세갈은 순수한 작품 그 자체를 꿈꿨습니다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않고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는 작품품. ‘완전한 무형’이지만 관객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 작품을 꿈꿨죠. <키스>는 이러한 티노 세갈의 고민이 담겨진 작품입니다
티노 세갈은 완전한 무형을 위해 우선 자신이 연출한 상황에서 어떤 잔여물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사진과 영상을 비롯한 모든 기록을 제한하기도 했죠. 현재 기록으로 남겨진 사진이나 영상은 모두 작가가 바란 것이 아니었습니다

세갈은 자신의 작업이 4차원 시공간 속 특별한 순간과 공간에서 벌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2차원으로 남길 수는 없다고 말했죠

때문에 남겨진 사진과 영상 등 자료는 모두 관객과 기자가 몰래 촬영한 것들인데요. 작가의 시선에선 이 남겨진 기록물들은 작품이 아닌 셈이죠
티노 세갈은 온전히 경험과 기억으로만 전해지는 작품을 꿈꿨습니다. 오로지 참여자와 관람자가 현장에서 경험하고 이에 대한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죠. 작품을 완전히 비물질화하려한 것인데요

신기한 사실은 이 완전한 무형의 작품도 거래가 됐다는 것입니다. 어떤 기록물도 없는 ‘무형의 작품’을 사고 판다는 게 조금은 생소할 수도 있는데요. 이 티노세갈의 ‘연출된 상황’은 오로지 입에서 입으로만 거래됩니다

작가는 그 어떤 종류의 물질적 변화도 거부했기 때문에 모든 작품을 면대면으로만 전달하고 기억으로만 저장했죠. 다시말해 서로의 기억을 사고파는 셈입니다. 가격은 8만 5천에서 14만 5천 달러! 한화로 약 1억을 오갑니다

거래가 성사될 때는 구매자와 작가 사이 이를 보증하는 공증인이 함께합니다

인간의 표현방식을 활용해 연출된 실제 상황이 오롯이 인간에 의해서만 전수되고 보존되는 것인데요. 그렇기에 작품은 매뉴얼이 있음에도 매번 달라집니다. 각각의 작품은 개별적이고 고유한 특성을 갖죠

티노 세갈의 이런 색다른 시도는 이전에는 잘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을 던집니다. 실체가 없어도 작품이 될 수 있는가? 또 반대로 이 작품은 정말로 완전한 무형인가? 그리고 기억은 사고 팔 수 있는가? 세갈의 작품은 과연 예술로 여겨질 수 있을까요?
이 책, ‘발상의 전환'의 한 챕터는 이러한 티노 세갈의 사례와 그가 던진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이곳에선 이 <키스> 작품 뿐만 아니라 티노 세갈의 여러 실험적인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덕분에 그의 더 깊은 예술세계를 탐험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32명의 현대미술작가 이야기가 담겨있는데요

모두 티노 세갈처럼 우리가 이전에는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을 던지는 작가들이죠. 예술의 힘은 작품을 통해 세상에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도 하는데요
때로는 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또 때로는 기존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세상에 질문을 던지며 세상의 지평을 넓혀나가는 것이 예술가의 책무라고도 하죠

사람들에게 색다른 질문을 던지기 위해선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기도 한데요. 이 책 속 예술가들의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질문들을 마주하다보면 저 또한 새로운 고민과 영감이 생겨나더라고요

우리에게 새로운 고민을 던져주는 현대예술가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이 책 꼭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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