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밭에 살으리랏다 서귀포 농가, 의귀하루

조회수 2020. 12. 14.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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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목조주택

무더웠던 어느 여름 날, 도심에서 벗어나 제주 올레길에서 마주친 젊은 남녀. 그 하루는 둘을 인연의 끈으로 엮어 한 가정을 이루게 했다. 그리고 몇년 뒤 둘은 인연이 시작됐던 제주로 귀농해 살 집 ‘의귀하루’를 지었다. 

진행&구성 이수민 기자 | 글 김창균(유타건축사사무소 소장) | 사진 김용순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용도 단독주택, 게스트하우스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426.20㎡(117.67평) 

건축면적 389㎡(62.79평, 게스트하우스 포함) 

건폐율 26.94% 

연면적 140.85㎡(42.61평) 

    1층 101.85㎡(30.81평) 

    2층 39.00㎡(11.80평) 

   다락 10.89㎡(3.29평) 

용적률 36.21% 

건축비 2억 8800만 원

(3.3㎡ 당 630만 원/ 토목비용, 부가세 포함)

설계 유타건축사사무소

02-556-6903 www.utaa.co.kr 

시공 레아하우징 010-2908-8101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알루미늄 징크

                - 그래뉼 + 청고벽돌 

             바닥 - 제주 디딤석 

내부마감 천장 - 합지도배 + 도장

              - 합지도배 

            바닥 - 구정강마루(오크뉴클래식) 

계단실 디딤판 - 38T 라디에타파인 

            난간 - 원형파이프 + 백색도장 

단열재지붕 - R32 글라스울 

       외단열 - T70 비드법 보온판 2종 1호 

       내단열 - R21 + R11 글라스울 

창호 로이3중 시스템창(레하우) 

현관 기밀도어(살라만더) 

조명 이케아 + 루미조명 

주방기구 맞춤가구 

위생기구 대림바스, 아메리칸 스탠다드 

난방기구 콘덴싱 가스보일러(귀뚜라미)

▷의귀하루는 귤 농장에 둘러싸여 있다.
귀농과 게스트하우스

두 남녀가 제주도 여행길에서 만나 가정을 이뤘다. 서울의 삶이 팍팍해질 무렵, 부부는 서울을 뒤로한 채 제주에서의 새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서울살이에 지친 까닭에 귀농하여 자연 속에서 삶을 꾸리길 바랐고, 귤 농장과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계획했다. 그리고 집 이름은 돌아와 몸을 의지할 곳이란 뜻으로 ‘의귀하루’라고 지었다.

설계 전 고민은 ‘제주도에서 귤 농장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한 가정에 어울리는 집은 어떤 것일까’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큰 틀이 될 세 가지를 정했다. 첫째, 귤 밭과 잘 어우러지는 건물일 것. 둘째, 게스트하우스와 주인집 각각의 사생활이 독립된 공간일 것. 마지막으로 주인집과 게스트하우스가 적절한 관계를 유지할 것. 우리는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설계를 시작했다. 

▷건축주 부부가 사용하는 주택의 주방과 거실. 실내로 들어오는 귤 밭 풍경이 싱그럽기까지 하다.
▷건축주 가족이 사용하는 공용공간. 주방, 식당 겸 거실, 건식 세면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주택의 2층으로 오르는 계단.
귤 밭과 조화를 이루는 건물

귤 밭을 따라 걷다보면, 귤 밭 위로 떠있는 듯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귤 밭을 향해 열려 있으면서 뒤로는 마당을 품은 집이 보인다. 수평적으로 펼쳐진 집은 최대한 귤 밭과 소통하며 위압감을 주지 않고 녹아들어 귤 밭과 잘 어우러진다.

집은 멀리서 보면 마치 하나의 건물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개의 공간으로 분리돼 있다. 귤 밭을 경작하는 건축주 가족의 주거공간과 게스트하우스는 사이마당을 두고 배치했다. 게스트하우스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사이마당으로 자유로이 오갈 수 있도록 동선을 계획했다.

사이마당에 이르면 건물 사이로 귤 밭이 시야 가득 펼쳐진다. 사이마당은 주인집과 게스트하우스 손님이 함께 공유하는 장소다. 위계 없이 주어진 이 사이마당은 소음을 차단하고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적절한 유대감이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주인집 부부와 이 집에 머무는 손님은 사이마당을 통해 우연히 마주칠 수 있지만, 사이마당으로 적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 머무는 동안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계단 가벽에도 작은 선반을 만들어 쓰임새를 높였다.
▷부부 침실. 가로로 긴 창이 귤 밭 풍경을 담아낸다.
▷건축주 가족이 사용하는 주택과 게스트하우스 사이 마당의 데크.
▷게스트하우스 옥상 데크.
대지와의 관계

건물은 도로보다 낮은 대지에 위치한다. 보통 이런 경우 건물을 대지경계에서 이격해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곳은 건물이 주변과 동 떨어진 느낌을 줄 수 있었다. 우리는 대지경계를 따라 길게 위치한 ‘옹벽’으로 이 부분을 해결했다. ‘옹벽’은 건물의 일부처럼 보이며, 대지와 연계성을 주고 옹벽과 건물 사이에 포근한 위요감을 조성한다. 그리고 건축물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창고와 사이마당을 만든다.

귤 밭과의 소통

건물의 주 입면인 남쪽은 귤 밭을 향해 열려 있다. 큼지막한 창을 통해 들어오는 귤 밭은 주인의 삶의 터전이자, 평화로움이다. 실내는 아이보리빛 속살에 밝은 갈색의 나이테가 멋스러운 나무와 화이트의 조화로 차분한 느낌을 주고, 창 안으로 들어오는 초록 이파리와 싱그러운 귤색은 싱싱하고 맑은 향기가 나는 기분까지 들게 한다. 떠 있는 듯한 2층은 가족의 침실이다. 2층은 1층 공간과 다른 축으로 계획한 덕분에 다른 풍경을 창에 담는다. 그 덕에 자연스럽게 주인집으로 향하는 시선을 차폐하고, 가운데에 배치한 테라스는 게스트하우스로 향하는 시선을 차단한다.

▷게스트하우스의 실내 모습. 거실 창으로 귤 밭 풍경이 보인다.
▷게스트하우스의 ‘-’자형 주방.
▷툇마루처럼 만든 윈도우 시트. 단을 높여 계획한 것이 특징이다.
▷게스트하우스 욕실.
▷게스트하우스의 거실 창에 서서 계단실과 주방을 바라본 모습. 2층에는 오픈된 공간과 옥상 테라스로 통하는 입구가 있다.
한 달 살고 싶은 곳

늦잠을 자고 일어나 침실 문을 연다. 침실 문은 여닫이라 두 쪽을 모두 양끝으로 활짝 열면 확장된 거실로 변신한다. 거실과 침실에는 단차가 있어 그곳에 앉아 어제 읽다 덮어놓은 책 하나 집어 읽는다. 거실의 큰 창문 앞에 앉아 책을 읽으면 귤 밭의 싱그러움을 느낀다. 다락에 올라 테라스로 나가면 눈앞에 귤 밭이 펼쳐진다. 이렇게 한 달, 귤 밭 옆에 살으리랏다!

▷의귀하루 건축주 부부는 귤 농장도 함께 운영한다.
▷돌담에 둘러싸여 있는 의귀하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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