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만드는 양평 벽돌집 32평 설계

조회수 2020. 10. 25.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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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Plan

“땅의 이야기를 듣고 건물을 앉힌다.”


존경하는 선배는 늘 이렇게 얘기했다. 건물이 왜소할 때 항상 걱정이 앞서거나,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건축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입장이라면, 주변 건물과 조화를 고려해 건축하라고 한다. 하지만, 깊은 산속에 무슨 건물이 있겠는가. 우리를 기다려주는 건물은 단 한 채도 없다. 그 옛날 깊은 산속에 집을 지을 때, 주변 건물과 조화를 이루게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이런 경우 ‘내 마음대로 설계한다’는 것도 도를 넘거나 생각 없는 짓일 수 있다.


땅이 말한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선배의 조언이 뼈저리게 뇌리를 맴돈다.


김동희(건축사사무소 KDDH 소장) 02-2051-1677

kddh@kddh.kr www.kddh.co.kr

HOUSE PLAN

건축면적 71.25㎡(21.55평)

연면적 105.05㎡(31.77평)

            1층 71.25㎡(21.55평)

            2층 33.80㎡(10.22평)

공간구성 1층- 방2, 거실, 주방/식당, 화장실, 현관

               2층- 서재, 서고, 화장실, 발코니

사람과 땅과 집

동쪽에서 서쪽으로 차가 주차를 위해 진입하고 남동쪽으로 건물을 배치하는데 무작정 마당이 커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게 만든다. 내 대지에 발을 내딛는 순간 땅의 기운이 건물과 관계를 맺으므로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이 관계를 맺게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건물이 완공됐을 때, 대지와 건물의 관계를 한 번 더 생각한다.


‘대지 내 공지空地를 많이 확보하자’는 의뢰인의 요구를 오히려 유용한 외부 공간의 획득이라고 생각을 전환한다. 순간 대지 내 건물의 배치는 자연스럽게 안착한다. 작은 외부 공간도 유용한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독대가 되든지, 작은 텃밭이 되든지, 휴식을 위한 나무 밑 그늘 공간이 되든지…….


의뢰인과 얘기하는 과정이 길어질수록 서로 가진 장점들이 모여서 한 그루 큰 나무가 완성되는 느낌이다. 서로 신뢰감도 높아지고, 혹시 놓칠 수 있는 집 이야기도 보태지면서 의뢰인과 대지와 건물이 하나가 된다

땅과 집의 관계 맺기

양평 벽돌집은 1층과 2층이 비슷하게 생긴 평면 구조로, 두 가족이 동시에 사용해도 부족하지 않은 공간으로 구성했다. 1층에 거주할 노부부는 자식이 한 번씩 찾아오면 머무를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 부분은 집을 계획할 때 포기할 수 없는 개념으로 작용했다.


1층 거실과 주방 공간에서 밖을 훤히 내다볼 수 있다. 거실에 남서쪽을 향해 시야가 펼쳐지도록 창을 크게 내고, 주방에서도 앞마당에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시원하게 볼 수 있다. 거실과 주방 모두 경치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눈을 호강시키는 공간이다.


대지에 접한 1층에 직관적으로 밖을 보는 열린 공간을 만듦으로써 앞마당의 풍경이 집 안으로 잘 들어온다. 2층은 옥상이 1층의 대지와 관계를 맺는 역할을 대신한다. 1층보다 왜소한 공간들이지만, 옥상 하나만으로 충실하게 전원생활의 풍성함을 즐길 수 있다.

전원주택 짓기는 대지와 집의 관계를 맺어주는 일이다. 대지는 무대가 되고 집은 연기한다. 그리고 사람의 생각은 집을 통해 구현된다. 사람은 땅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지만, 집을 통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땅의 이야기가 집의 배경이 된다. 그리고 사람이 배우처럼 집과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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