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풀어 쓴 살림집의 형태와 에너지 효율

조회수 2020. 10. 23.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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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 쓴 일반인을 위한 전원주택 마련법 ⑤

아름답고 에너지 적게 쓰는 집을 짓자

근래 건축계에서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건축 기법들이 세미나 등을 통해 소개되고 실제로 시공되기도 한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우리가 건물을 계획할 때 조금만 관심을 갖고 접근하면 그리고 꼼꼼하게 시공을 하면 지금보다는 훨씬 성능이 좋은 건물을 만들 수 있다. 

최규철<BLC하우징 대표>

살림집은 어떤 형태여야 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예쁜 집, 멋있는 집, 그림 같은 집 등등, 듣기 좋은 말은 거의 다 사용하는 것 같다. 필자는 그런 집의 기준이 어떤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그런 집이 있기나 한 건지! 한편 어떤 이들은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다 제 눈의 안경이다. "딱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어떻게 세상이 온통 작품으로만 채워질 수 있겠는가?

어느 스님이 쓴 글이 생각난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자연은 자기를 닮으라 하지 않는다. 유독 인간만이 자기를 닮으라 한다."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꾸밈이 없는 있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강요하지 않고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생활하는 건축물을 보자. 사람들은 한껏 멋을 부린 집을 동경하고 그런 곳에 살기를 원한다. 자연과 이웃을'무시'하고'자랑'하듯 솟구친 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 때문일 것이다.

곤파스로 경험한 기후 변화의 심각성

살림집을 말할 때 형태의 틀에 갇힌 미학적인 부분을 논하고 싶지 않다. 그보다 기능적인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실제 우리는 주위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여러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 대체 에너지 개발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다. 여러 전문가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2010년에 있었던 일이다. 경기도 화성에서 지인의 집을 설계하고 건축을 하는 중에 태풍 곤파스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 공포감은 대단했다. 강한 바람을 이기지 못한 나무들이 뚝뚝 부러져 나가고 변압기가 터지고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다음 날 아침 곤파스가 다녀간 마을을 둘러봤다. 웬만한 나무들은 강풍을 견디지 못해 부러져 쓰러져 있었고 벽체가 날아가 공장 앞뒤가 훤해진 건물들도 제법 보였다. 그 지역만 그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전기가 끊긴 채로 3일을 보내야 했다. 마을 노인 말씀이 70평생 처음 겪은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상기후로 자연재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건물에 쓰이는 에너지 소비량은 30% 가까이되며 그중 난방으로 소비되는 에너지가 무려 80%에 육박한다. 냉난방에 지출되는 가계비용 또한 적지 않다. 이런 이유에서 근래 건축계에서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건축 기법들이 세미나 등을 통해 소개되고 실제로 시공되기도 한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물을 만드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쉬운 일이다. 냉장고를 생각해보자. 음식을 꺼내기 위해 문을 여닫는 일이 없다면, 냉장고 문 주위를 좀 더 단열에 효율적인 디테일로 바꾸거나 기계 설비를 위해 에너지가 손실되는 부위의 단열 성능을 높인다면(실험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냉각기는 거의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살림집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방법이든 건물 외피와 내피를 단열성이 높은 재료로 감싸 외기와 열 교환이 이뤄지는 것을 차단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고효율 에너지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기술들이 구사돼야 한다.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장비를 놓는 등에 필요한 비용 증가도 감수해야 한다. 누구나 에너지 고효율 주택을 짓기를 원하지만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면'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다.

목재는 금속에 비해
40배 가까이 단열 성능 우수해

에너지를 적게 쓰는 살림집을 만들기 위해 좀 생각을 해봐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살림집을 구성하는 콘크리트, 벽돌, 유리, 철, 나무 등 다양한 재료가 있다. 각 재료는 저마다 지닌 특성과 단열 성능이 있는데 이를 잘 이해하고 적절히 사용한다면 좀 더 효율적일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두께로 비교해 보면 단열 성능이 목재> 유리> 콘크리트, 벽돌> 금속 순으로 목재가 가장 우수하다. 목재는 유리의 1.5배, 콘크리트나 벽돌의 6배, 금속에 비해 무려 40배 가까이 단열 성능이 높다.


이런 재료의 특성을 파악해 구조체를 선택하고 건축 계획 시부터 충분한 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향을 고려해 배치하고 여름에는 일사를 차단하는 차양을 설치하며 외기에 면한 창이나 문을 단열 성능이 높은 창과 문으로 시공한다면 성능이 개선된 살림집을 기대해볼 수 있다.


서두에 언급한 일반인들이 예쁜 집, 멋있는 집 하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큰 창을 가진 노출 콘크리트주택을 보자.


이 건물에서 여름과 겨울을 쾌적하게 지내려면 그리고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건물로 만들려면 상당한 기술과 자금이 있어야 한다. 단열 성능이 좋은 창문(창문틀 포함)이나 외기에 면한 벽체나 지붕에서 단열재를 끊이지 않게 설치해 단열 성능을 높여야 하는데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실내외 온도 차가 심하면 결로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단열재 설치 시 끊김이 발생하면 그곳에는 열교 현상이 일어나 바로 결로가 생긴다. 결로가 발생하면 단열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체에 해로운 곰팡이가 서식하게 돼 생활환경이 급속도로 나빠지게 된다.


지난겨울 일이다. 어느 그럴듯한 커피숍에서 후배들을 만날 일이 있었다. 창가 자리에 앉게 됐는데 벽면 전체가 여름에는 접어서 한쪽으로 밀어 외부와 연결되도록 만든 창호였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아주 근사해보였지만 창틈으로 찬 외기가 들어오는데 도저히 앉아 있을 수 없을 지경이어서 자리를 옮겨야만 했다. 주의 깊게 살펴보니 난방기가 끊임없이 작동되고 있었다. 그뿐이랴. 예쁘게 보이려고 단열(?) 성능이 떨어지는 옷을 입은 여성들을 위한 무릎 덮게까지 준비돼 있었다. 아무리 난방기를 틀어도 내부가 쉽게 따듯해지지 않는 모양이다.


우리나라는 모든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에너지소비가 늘어나면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해 내야 하는데 그 방법이라는 게 수자원도 풍부하지 않으니 별 수 없이 위험을 감수하고 효율성이 높은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건물을 계획할 때 조금만 관심을 갖고 접근하면 그리고 꼼꼼하게 시공을 하면 지금보다는 훨씬 성능이 좋은 건물을 만들 수 있다.

어떻게 글을 쓰다 보니 온통 아름다움은 포기하고 무조건 고단열, 저에너지 건물을 지어야 하는 것처럼 돼버렸다. 무조건 에너지 소비를 적게하는 건물만을 만들자는 게 아니다, 건축의 인문학적인 이야기나 보이는 것만으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왕이면 재료 특성을 잘 파악해 아름답고 에너지도 적게 쓰는 그런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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