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풀어 쓴 살림집 배치와 실 구성

조회수 2020. 10. 21.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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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 쓴 일반인을 위한 전원주택 마련법 ③
살림집 배치와 실 구성 요령, 고정관념 벗어나 설계자와 충분한 협의 거쳐야

이전에 언급했듯 설계는 집 배치와 실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간적 여유를 두고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설계는 입주 후 거주자들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기에 설계 단계에서부터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일조권을 중심으로 효율적인 집 배치에 대해 알아보고 거주자 편의를 극대화하는 실 구성은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자.


최규철 BLC하우징 대표


살림집을 계획할 때 설계자와 긴밀한 협조 아래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각 부분의 계획적 요소들에 대한 설계자의 설명을 잘 이해해 자신이 원하는 만족스러운 살림집이 될 수 있도록 끈기 있고 참을성 있게 진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편견과 상식을 주장하기보다 일반적인 계획적 특성을 잘 이해하는 설계자 조언을 잘 받아들여 유연성을 가지고 상이한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조日照와 살림집 배치

배치는 집터 특성에 따라 달라지며 내부 공간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특히 도심에 위치한 경우는 여러 가지 건축 법규에 영향을 받기에 더욱 그러하다. 대지 조건에 부합하는 배치를 해야 하므로 정해진 답이 없지만 아무리 조건이 다른 집터라 할지라도 특히 일조권 확보가 가능한 지를 검토를 해봐야 한다는 게 필자생각이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북향을 선호해 중요한 활동 공간이나 실들을 북쪽을 향하도록 하거나 혹은 피치 못할 이유로 일조권을 확보할 수 없는 배치를 한다면 중요한 요소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고 만다. 일조권 확보 문제로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간간이 언론에 이슈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는 데 그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조는 동, 식물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 요소일 뿐만 아니라 먼지나 습기 등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곰팡이, 진드기 등의 서식을 방지해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에너지원이다. 또한 인간의 심리적 요소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빛은 망막과 대뇌를 자극해 생체바이오 리듬을 자율적으로 조절한다. 어두운 독방에 오랫동안 갇혀 있었던 죄수들이 정신적 신체적 문제를 일으키는 예를 보면 자연 빛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조권 확보를 통해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나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 바람의 방향이나 흐름을 고려한 배치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바람의 순환이 원활하면 건물내 외부환경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주요 실을 배치하는 데 있어 유의할 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현관

현관 위치는 대지에 접한 도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진입로와 가까운 곳에 현관을 놓으면 동선이 간결해져 보행의 편의를 도울 수 있다. 부득이하게 진입로와 반대쪽 혹은 먼 곳에 현관 자리를 잡게 된다면 주택향을 고려하도록 한다.


현관 위치가 북향을 하고 있다면 늘 햇빛을 받지 못하고 진출입을 해야하고 동향을 한다면 오전에 떠오르는 햇빛을 볼 수 있으며 반대로 서향이라면 오후에, 남향이라면 고른 시간에 햇빛을 받을 수 있다. 또 정원도 고려해야 한다. 정원을 가로지르게 되면 동선 주위에 심는 식물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원을 돌아 진입한다면 아무래도 디딤석 등을 추가로 놓아야 하기에 비용부담을 고려하자.


어떤 이는 현관이라는 용어를 가지고 인문학적 개념으로 재해석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한 번쯤 지금의 현관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필자가 살았던 어린 시절 집들은 특별히 현관이라 부를 공간이 없었다. 대문을 열고 집 안으로 진입하면 창문인지 문이지 구분이 안 가는 개구부를 통해 방으로 출입했던 기억이 난다. 신발은 그냥 적당히 높은 널찍한 돌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그래서 밖에서 돌 위에 놓인 신발을 보고서 누가 집 안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적당히 높은 돌 위에 앙증맞은 작은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거나 자신이 기다리던 식구 신발이 있다면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에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비록 불편은 했지만 나름 정취가 있고 이야깃거리가 있었다.


주거 양식과 생활이 바뀌면서 현관에도 많은 변화에 있었다. 먼저 벗어 놓은 신발을 우산과 함께 정리해야 하므로 당연히 신발장이(거울이 붙어 있는)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은 없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현관의 모습이다. 집 크기에 따라 현관과 신발장 크기만 다를 뿐 천편일률적이다.


마치 없어도 될 공간이 억지로 있는 것처럼 자리 잡고 있으니 이야깃거리가 있을 리 만무하다. 현관문이 단열이나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아 좁은 공간에 다시 중문을 설치한다. 안 그래도 좁은 공간은 더욱 좁아지고 환기가 이뤄지지 않아 신발에서 나는 냄새로 유쾌하지 못한 공간이 돼버렸다.


종일 바깥 생활로 오염된 겉옷 정도는 걸어둘 수 있는 공간과 걸터앉아 신발을 신거나 벗을 수 있는(임시로 가방이나 짐을 놓을 수도 있는) 낮은 다용도 가구를 놓자. 한편에 옷매무시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거울, 옷털이 등과 같은 소품을 배려하고 단열이나 방음 성능이 좋은 현관문을 사용함으로써 중문을 없애 좁은 공간에 다소 숨통이 트이도록 하자. 냄새나 습기를 제거하는 환기장치를 하면 더욱 좋겠다.

거실

예비 건축주들을 만나보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공간에 비해 지나치리만치 넓은 거실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취향과 쓰이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막연히 넓은 게, 시원하게 넓은게 좋다는 식이 꽤 있는 편이다. 높이도 꽤 높게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무조건 넓어서 좋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공간과의 균형이 맞지 않기에 그렇다.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 특별히 매일같이 많은 수의 손님들이 방문하지 않는다면 크면 좋다는 식의 막연함보다는 자신의 가족이 함께 담소를 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TV를 볼 수 있는,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겠지만, 적당한 크기면 되지 않을까? 차라리 거실 면적은 줄여 얻은 공간으로 부족한 수납공간 또는 작은 휴식공간을 마련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때때로 애매한 현관 위치로 인해 거실이 복도나 홀 역할을 해 그 크기를 제대로 활용을 못 하는 경우가 있는데 거실도 실내 동선에 방해받지 않는 나름 독립성을 갖출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더불어 집과 거실 규모에 맞지 않는 지나치게 큰 가구나 장식물로 인해 공간의 쓰임새가 낭비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식당

크기에 따라 독립적인 공간이 될 수도 통합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생각에 따라서는 다른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유연성을 갖도록 하자.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며 전망이 좋은 그런 위치를 다른 실들이 양보해 줄 수 있다면 즐거운 식사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가 된다.


식사 공간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차나 커피를 마시는 여유와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 되고 바쁘다는 핑계로 미뤘던 책 읽기에 딱 좋은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이야기꽃을 피우는 대화 장소, 소통의 장소, 반가운 손님을 맞아 다과를 나누는 접견장소가 된다.


이렇게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기에 고정관념은 접어두고 다양성을 고려해 볼 수도 있으리라. 실제 필자가 설계와 시공을 맡았던 어느 집은 지금도 방문하면 거실이 아니라 식당에서 차 마시고 담소를 나누다 오기도 한다.

주방

주방의 기능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정말로 잘 이해하고 적절히, 편리하게 잘 사용하고 있는지 때로 궁금하다. 공간의 해석을 논하기 전에 가사노동의 중심이 되는 곳이기에 기능에 대해 먼저 생각하고 싶다.


조리의 중심이 되는 주방 기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형식적으로 간신히 놓여 있거나 보기에만 크고 화려하게 보이는 그런 주방보다는 주방 가구나 수전류, 개수대 등의 설비류가 내구성과 기능성이 좋아야 할 것이고 조리대는 조리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크기와 규모로 계획돼야 한다.


각종 조리 기구 및 도구들을 종류별로 넣어 놓을 수 있는 수납공간, 통조림이나 포장된 식재료를 넣어 두거나 각종 주방용 전기 기구들과 그릇류를 손쉽게 수납할 수 있는 기능적인 공간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야 한다. 조리대 높이는 주부 키에 맞춰 계획하고 조리 시의 움직임을 고려해 공간을 계획한다. 지나치게 동선이 길거나 폭이 커지면 주부는 조리하는 동안 즐거움이 아니라 노동의 괴로움만 느끼게 될 것이다.


따라서 외형에 투자하는 주방이 아니라 이러한 것들을 꼼꼼히 따져야 쾌적한 주방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한쪽에 주부를 위한 공간이 있어 간단한 메모를 하거나 요리책을 볼 수 있게 배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자연 환기가 잘 이뤄지도록 창 위치를 잡고 햇볕이 잘 들어야 곰팡이 등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아침 햇살을 잘 받는 위치라면 주부들에게 상쾌한 아침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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