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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은 왜, 기밀해야 하나

조회수 2020. 8. 26.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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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 제로에너지 하우스

단열보다 기밀이 우선

단열을 아무리 두껍게 해도 건물에 틈새바람이 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기밀한 주택이 훨씬 좋다는 것을 2가지 예를 들어서 살펴보자.


A씨는 평소에 추위를 많이 탄다. 그래서 지금 짓는 단독주택을 설계할 때부터 단열만큼은 최대한 잘 하겠다는 생각에 50㎝ 두께로 단열했다. 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주변의 비아냥도 들었지만, 평생 살 주택이란 생각에 주택을 볼 때마다 뿌듯한 마음뿐이었다. 드디어 주택을 완공하고 입주하고 … 혹독히 추운 겨울이 왔다. 따뜻한 이 주택에서 보낼 생각을 하니 그동안의 몸 고생, 마음고생이 모두 아름다운 추억일 뿐이었다. 잠시 환기하고 하루를 돌이키며 잠을 청했는데, 자다가 너무 추워서 깼다. ‘분명 난방을 켜고 잤는데, 왜 이렇게 춥지’하고 살펴보았더니, 아뿔싸 깜박하고 자기 전에 잠깐 환기하려고 열어 놓은 거실 창문을 닫지 않은 것이다. 창을 열어 놓으면, 그 두꺼운 단열재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체험한 순간이다.

대강당 내벽의 온도가 외기와 같다.

다음 사례는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다. 어느 날, 모 종교시설에서 전화가 왔다. “건물이 너무 추워서 신자들의 수가 겨울만 되면 급감한다”는 내용이다. 현장에 가서 상태를 보니 아래 열화상 사진과 같았다. 갔을 때의 외기 온도가 영상 5℃였는데, 대강당 내벽의 온도가 외기와 똑같았다. 신자들이 종일 외부에 있는 것 같았으니, 추위에 떨 수밖에 없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 마감재를 뜯어보니, 창틀과 구조체 사이의 공간이 텅 비어 있어 외기가 실내 마감재 뒷공간으로 그냥 들어 온 것이 원인이었다. 물론, 단열은 잘 되어 있는 건물이다.


창틀과 구조체 사이의 틈새 바람이 2가지 사례로 다 설명될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그 두꺼운 단열재는 틈새바람이 있는 상태에선 다 소용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므로 단열보다 기밀을 우선적으로 신경 써야 따뜻한 주택이 된다.

대강당 내벽의 온도가 외기와 같다.
숨 쉬는 집에서 ‘숨’의 의미는?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숨 쉬는 주택에서 ‘숨’의 의미는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해석은 꿈보다 해몽이기는 하지만, 분명 틈새바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틈새바람을 제외하고 무엇이 ‘숨’일까. 곰곰이 생각해도 그 정체를 알 수 없다. 아마도 ‘조습 기능’이 여기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즉, 습기가 많을 때 벽체가 습기를 흡수했다가 건조해지면 내뿜는 기능이 이 표현에 가장 가까운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 콘크리트 건물은 숨을 쉴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럼 목조주택은 숨을 쉴까. 그렇게 생각되기 쉬우나, 그 역시 아니다. 지난 호에 밝힌 바와 같이 목구조에서 구조체 내부로 들어가는 다량의 수분은 하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흔히 ‘나무가 썩는다’라고 표현한다). 그러므로 목구조라고 해서 조습 기능이 거저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어떻게 짓는가’에 달려 있다.


이 ‘숨’이 틈새바람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건물이 기밀해야 하는 이유는 더운 공기, 차가운 공기가 외벽의 틈새로 드나드는 것이 냉난방에 치명적이라는 것을 떠나서, 구조체 내부의 결로 현상을 유발해 그 건물의 수명을 급격히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건물은 기본적으로 기밀해야 한다.

창틀과 구조체 사이의 틈새 바람
일반 주택에 틈새바람이 그렇게 많은가?

그렇다. 실제로 일반 주택엔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틈새가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러한 틈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이 틈새로 드나드는 공기의 양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에너지 손실로 따지면 통상 창문 전체를 통해 손실되는 에너지와 맞먹는다.


주택의 각종 누기 부분 (사)한국패시브건축협회의 시험 값과 각종 논문에 의하면, 일반 주택의 틈새바람은 매시간 주택 전체 체적의 40~60%에 육박한다. 즉, 주택의 절반 크기에 해당하는 바람이 매시간 드나든다는 뜻이다(평균 0.5회/h @n2.5). 외부에 바람이 세다면 실내에서 그 바람기를 느낄 정도인 주택도 많다. 이것은 곧바로 차음 성능과 직결되므로, 도로의 소음이 잘 들리는 주택은 그만큼 틈새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청정기 시장이 뜨거운데, 창문을 모두 닫고 아무리 오랜 시간 공기청정기를 돌려도 미세먼지는 ‘0’이 되지 않을뿐더러, 안정적 수치가 도달해도 소음 때문에 공기청정기를 잠시 꺼두면 이내 그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그 주택에 틈새바람이 존재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즉, 틈새를 통해 끊임없이 미세먼지가 들어오고 있는 셈이다.

주택의 각종 누기 부분
적당히 기밀한 집이 건강에 좋다?

이처럼 이야기하는 회사를 보았다. 이 말은 ‘적당히 건강한 것이 건강한 것이다’라는 말과 같다. (말이야, 소야!) 즉, 적당한 틈새바람이 있어서 결로도 적당히 생기고, 곰팡이도 적당히 피고, 누수도 적당히 되는 그런 집!!! 아마도 삶에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이 ‘중용’이듯이, 이 ‘적당한’이란 말처럼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러면 기밀이 완벽한 주택은 있을까. 불행히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완전히 기밀한 주택은 지을 수도 없고, 실현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일부러 주택을 ‘적당히’ 틈새를 주어가면서 만든다는 것은 더 말도 안 된다. 즉, 틈새는 의도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과연, 이 ‘적당함’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까. 아마도 ‘기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적당한 기밀’이 아닐까 한다.

‘정밀 시공’을 어떻게 증명하는가?

“혼을 담아 시공합니다.”, “인생 시공입니다.”, “내 집처럼 짓습니다.”, “명품 건물에 정성만을 담았습니다.” 


언어의 성찬이다. 정성을 다해 지은 주택을 어떻게 증명하고 있는가. 결국, 살아 보기 전엔 알 도리가 없다. 살면서 후회한들 이미 잔금까지 모두 지급한 지 한참 지났을 뿐이다. 잔금을 주기 전에 정말 말처럼 ‘정밀하게 시공했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있다면. 잔금을 주는 건축주도 이 돈을 청구하는 시공사도 서로 떳떳할 것이다. 지금은 ‘도면’ 또는 계약된 ‘모양’을 갖추면 완공됐다고 할 수밖에 없다.


틈새바람 시험의 원리 그럼 이것을 증명할 방법은 없을까. 다행스럽게도 그 방법이 있고,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됐다. 다만, 우리나라에 이제야 보급되기 시작했을 뿐이다. ‘기밀성능 시험[Blower Door Test]’이 그것이다.


이 시험은 외벽으로 드나드는 틈새바람의 양을 정량적으로 잴 수 있는 기기를 사용해서, 그 주택의 시공 정밀도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기기가 비싸서 그렇지 시험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시험 순서는 다음과 같다 .

틈새바람 시험의 원리

1.주택의 모든 창과 문을 닫고,

2.후드/화장실 환풍구도 밀봉하고 나서

3.현관문에 이 기기를 붙이고 정해진 크기로 실내의 공기를 뽑아낸다(태풍 초기바람 정도의 힘으로 뽑아낸다).

4.그러면 주택의 각종 틈새로 외부의 공기가 들어오게 되고,

5.센서를 이용해서 매시간 실내로 들어온 공기의 양을 측정한다.

6.그리고 인체에 무해한 연기를 이용해서 바람이 들어오는 곳을 찾는다.

들어온 공기의 양이 많은 주택은 그만큼 틈새가 많다는 뜻이므로, 정밀하지 못하게 시공한 주택이란 의미가 된다.

기밀성능 시험

이 결과는 정확한 숫자로 기록돼 인쇄되며, 현장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즉, 시험자가 결과를 조작할 수 없는 시스템이기에 그만큼 신뢰도가 높다. 또한, 건축주가 시험 과정을 참관하면서 그 결과를 눈으로 바로 확인하고, 연기시험을 통해서 주택의 누기漏氣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에 보수공사도 그만큼 확실히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 시공의 정성됨을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내는 시대가 점차 저물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시험은 일반 주택도 협회에 의뢰하면 정해진 시험비를 받고 진행한다. 아마 본전을 뽑고도 한참 남을 것이다. 물론, 시공사와의 계약서에 ‘이 시험을 통과해야 잔금을 치른다’는 문구를 넣으면 더욱 확실하다.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면, 아마 없던 혼까지 담을 것이며, 이 시험을 통과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게 될 것이다.

기밀성능 시험 결과지
건물이 기밀해지면 숨쉬기 어려워지나?

“패시브하우스는 열리는 창을 없애는 등 주택을 일부러 밀봉하게 한 후에, 너무 답답해서 기계 환기장치를 통해 숨을 쉴 수밖에 없는 주택”이란 말을 들었다. 자연 환기는 패시브하우스도 매우 중요한 고려 요소이므로, 열리는 창을 적극적으로 넣는다. 오히려 일반 주택보다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점은 이 창문을 닫았을 때 매우 기밀하다는 것뿐이다. 즉, “내가 필요로 할 때 환기를 충분히 할 수 있게 하고, 필요하지 않을 때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 주택”이란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틈새바람을 좋은 바람이라고 생각하는 건축주는 없을 테니까…….


환기장치는 그저 보조 장치일 뿐이다. 다만, 패시브하우스에 들어가는 장치는 성능이 워낙 좋아서 밖에 미세먼지 자욱한 날 굳이 창문을 열지 않아도 환기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 이 환기와 틈새바람과의 관계는 다음 파트(8월 27일 업로드)에 구체적인 내용이 실릴 예정이다.


주택이 기밀해지면 수많은 장점이 생긴다.

첫 번째, 의도한 만큼 환기시킬 수 있다. 알게 모르게 들어오는 바람이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주택이 조용해진다. 외부의 소음이 차단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 각종 틈새로 인한 하자가 없어진다.

아마도 유일한 단점은 미리 계획하고, 실행하고, 시험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실행 방법을 알아보자.

목구조 기밀·방습층 시공의 예
목구조 창문과 배관 주변 기밀시공의 예
건식구조에서 기밀층의 선시공 부분
목구조·경량 스틸하우스의 기밀

건식 구조는 벽체가 기밀하지 못하다. 그래서 이를 위한 조치를 하는데, 지난 호에 모든 건식 구조체는 다량의 실내 습기가 구조체 내부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방습층’이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 층을 빼면 안 되기에 목구조나, 경량 스틸하우스는 이 ‘방습층’을 ‘기밀층’으로 사용한다. 그래야 공사비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구조체를 만들 때, 내·외벽이 만나는 부분과 2층 바닥이 외벽과 만나는 부분은 미리 기밀층이 선시공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주택을 전체적으로 틈새 없이 기밀하게 시공할 수 있다. 미리 시공된 작은 조각에 기밀층을 전용 테이프로 이어주게 된다.


건식구조에서 기밀층의 선시공 부분 나머지 사항은 콘크리트 구조와 같다. 다만, 최근 수성 연질폼을 목구조에 사용하면서, 이것이 기밀층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데, 엄밀히 틀린 말이다. 하지만, 수성 연질폼은 단열 역할을 하며, 글라스울 등 다른 단열재보다 주택을 더 기밀하게 해줄 뿐이지, 하자를 막거나 틈새바람을 차단하는 ‘기밀층’ 역할을 할 수는 없다. 즉, 단열재는 단열재에 맡기고, 기밀층은 기밀 자재에 양보하는 것이 옳다. 특히, 습기 투과가 자유로운 연질폼에 기밀·방습층이 없다면, 장기적으로 생길 수 있는 구조체 내부의 하자를 막을 방법이 없다.

개구부 주변의 기밀 테이프 시공
배관 주변 기밀시공의 예
콘크리트 구조의 기밀

콘크리트 구조는 벽체 자체가 기밀하기에 건식구조보다 기밀한 주택을 만드는 데 훨씬 수월하다. 이로 인해 기밀 시공비도 비교가 되지 않게 저렴하다. 그저 개구부와 배관 주변을 전용 테이프로 마감하면 되기 때문이다.

전선 공배관의 기밀

모든 전선은 공배관 속을 통과하기 때문에, 이 공배관 속으로 외부 공기가 많이 들어올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역시 처리해야 하는데, 최근 전용 자재가 생산되면서 무척 편해졌다.


주택은 외부에서 건축물로 연결되는 배전반의 기밀만 처리하면 되고, 아래 사진과 같이 전선과 공배관 사이를 메워주는 전용 자재를 사용하면 된다.


이 자재를 사용했을 때와 뺐을 때의 배관 주변 공기의 흐름을 비교한 것이다. 이야기한 바와 같이 상상을 넘게 많은 외부 공기가 이 배관을 통해서 들어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관이 추운 이유는 자주 들락날락하는 것도 있지만, 현관을 닫아 놓아도 이곳을 통해서 들어오는 외부 공기 탓이기도 하다.

후회하면 늦는다. 그것도 많이 늦는다. 기밀공사는 단열공사보다 더 효과가 크다. 이 효과는 단순히 에너지비용 절감을 떠나서 주택의 수명과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다. 또한, 살아 본 다음 이를 보완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보통 단열공사를 이야기할 때, “늦기 전에 단열을 잘 하라”고 한다. 기밀은 단열보다 더하다. 그래서 처음부터 계획이 수립돼야 하고 공사비에 반영돼야 한다. 다행인 것은 단열공사비에 비해 기밀공사비는 매우 적으면서 그 효과는 더 크다. 그래서 해외의 앞선 국가에서 기밀성능 시험을 필수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기밀을 신경 쓰지 않으면, 나중에 내·외장재를 모두 들어내지 않는 이상 돌이킬 방법이 전혀 없다. 그래서 지금 해야만 한다. 후회할 때는 이미 너무나도 늦은 것이다.

최정만 (사)한국패시브건축협회 회장 02-474-6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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