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 부자의 삶 버리고 모국 품으로, 파주 주택

조회수 2020. 6. 30. 17: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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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목조주택

부자의 삶을 포기한 사람이 있다. 타국에서 가난하게 자란 김인준(48) 씨는 성인이 되어 수시로 전세 비행기를 사용할 정도로 돈에 관한한 남부럽지 않은 삶을 누렸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40일 만에 깨어났다. 삶에 중요한 게 뭔가를 생각하게 됐고, 돈 보다는 편안한 삶을 택해 모국으로 돌아왔다. 현재 그는 파주에 전원주택을 짓고 가족과 함께 여유롭게 보내고 있다.

백홍기 기자 | 사진 이남선 작가 | 취재협조 단감건축사사무소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도 파주시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건축구조 중목구조

대지면적 230.00㎡(69.57평)

건축면적 84.15㎡(25.45평)

건폐율 36.59%

연면적 126.89㎡(38.38평)

 지하 72.20㎡(21.84평)

 1층 66.55㎡(20.13평)

 2층 60.34㎡(18.25평)

용적률 85.57%

설계기간 2019년 7월~8월

공사기간 2019년 9월~12월

설계 단감건축사사무소 02-6217-8756

 www.edangam.com

시공 ㈜단감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컬러강판

  벽 - 모노벽돌타일

  데크 - 방킬라이

내부마감 

  천장 - 실크벽지

  벽 - 실크벽지

  바닥 - 강마루(노바)

단열재 

  지붕 - 글라스울 R37(에코베트)

  외벽 - 글라스울 R16(에코베트)

  내벽 - 글라스울 R16(에코베트)

 중단열 - 글라스울 R19(에코베트)

 계단실 디딤판 - 오크집성판

 난간 - 평철난간

창호 시스템창호(살라만더)

현관 단열 현관문(살라만더)

주요조명 LED 매입조명(예술조명)

주방가구 리빙플러스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바스디포)

난방기구 콘덴싱보일러(경동나비엔)

건축주 김인준 씨는 세 살 때 부모 따라 브라질로 이민 갔다. 그곳에서 가난과 차별을 이겨내며 상파울루 대학교를 졸업해 변호사가 됐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통해 그는 상류층 사회에 진입했다. 삶은 화려했지만,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는 건강에 적신호를 울렸다. 


“5년만 더 일했으면 자녀들까지 평생 호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었어요. 그런데, 한 프로젝트를 마친 다음 날 제 생일 파티를 하던 중에, 기절해서 한 달 뒤에 깨어났어요. 그사이 생사를 넘나들며 수술까지 받았어요. 아내와 아이들을 보고 그저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사업을 정리하자는 의견에 아내도 선뜻 동의했다. 많은 걸 포기해야 했고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들이 특권처럼 멀어졌지만, 몸과 마음은 편했다. 그러다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할 나이에 접어들어 교육을 위해 미국 이민을 계획했다.


“이민 계획이 2년 앞당겨졌어요. 브라질에서 강도가 대낮에 아내와 아이들이 탄 차에 총격을 가한 사건이 일어났어요. 다행히 방탄차량을 이용한 덕에 무사했지만, 아내와 아이의 트라우마가 심했어요. 그래서 바로 미국으로 이민 갔죠. 거기서 5년 정도 살다가 한국에 오게 된 거예요.”

지하주차장과 주출입구 현관 두 곳으로 수납을 분산했다. 주출입구 현관에는 편의성을 고려해 벤치형 하부장을 제작했다. 벽면에는 옷 수납장을 만들어 간편하게 외투를 보관하게 했다.
거실 오픈천장에 중목구조 노출보 디자인을 가미해 따스한 느낌을 연출했다. 계단실이 노출되지 않게 거실 옆에 배치하고 포인트 벽으로 감쌌다. 포인트 벽에는 대형 TV와 포인트 타일을 매치해 도시 분위기를 연출했다.
거실 바닥 비얀코 대리석 느낌을 주방 벽까지 연장하고 컬러 톤을 흰색으로 통일해 깔끔하다. 시크한 공간에 원목 식탁을 배치해 따뜻함을 녹여냈다.
깊이 각인돼있던 한국인 정서

건축주 부모님은 오랜 이민 생활을 청산하고 조국에서 여생을 보내길 희망했다. 부모님 요구에 집을 알아보러 한국에 온 김인준 씨는 오래전 여행 차 방문했던 때와 감정이 사뭇 달랐다고 한다.


“브라질과 미국에 살 때는 한국이 참 멀게 느껴졌어요. 브라질에서 자라면서 차별을 당할 때 정체성 혼란을 겪었죠. 인격, 행동, 능력, 업적과 무관하게 인종, 민족, 국가 차별은 끊임없이 따라다녔어요. 그러다 부모님 때문에 한국을 천천히 둘러보며 이곳이 ‘우리나라다’라는 생각을 하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어요. 그때 문득 한국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과 가까운 플로리다에서의 삶은 풍요롭고 여유로웠다. 지역에서 늘 우등생을 차지하던 큰아들은 기쁨이었다. 사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아내가 귀국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인 이유다. 설득이 쉽지 않았지만, 결국 고국으로 돌아가자는 남편 의견에 동의하고 2017년 여름 가족이 모두 귀국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좋은 점이 또 있어요. 언제 어디나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현실입니다. 브라질과 미국은 지역에 따라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상황이 일어납니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익숙해서 잘 느끼지 못하지만, 진정한 자유로움을 누리며 산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몰라요.”

초등학생 딸은 부모 시야에 있도록 방을 1층에 배치하고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예쁘게 꾸몄다.
안방은 애초 계획보다 면적이 넓지 않아 드레스룸을 포기하고 붙박이장을 제작했다. 붙박이장은 환기 기능이 있는 펀칭 도어를 적용했다. 맞은편 벽에 계획에 없던 대형 TV를 두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침대 헤드를 창가에 배치한 부분을 아쉬워했다.
욕실은 선과 면, 원형 조합으로 세련된 멋을 냈다. 샤워 후 숲의 향기를 느끼도록 천장에 편백 루버를 적용했다.
아파트는 답답해서 정말 싫어요.

김인준 씨는 한국에 아파트만 있는 줄 알았다.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적었던 탓에 귀국 후 부동산 소개로 자연스럽게 아파트에 거주한 것이다. 1년간 아파트에 살면서 그는 처음으로 주거 공간이란 곳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내 집 내 공간에서 행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게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는 말도 하기 싫었고요. 자유롭게 행동하고 자연을 곁에 두고 생활하던 삶에 익숙해서 그런지 아파트에서 사는 게 힘들었어요. 그러다 부동산을 통해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실행에 옮겼어요.”


위치는 부모님이 거주하는 파주로 정했다. 하루빨리 아파트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풍경이 나름 괜찮다’라는 아내 말을 듣고 계약을 서둘렀다. 서두른 탓에 예상보다 대지가 작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건 실수였다.


“우리 가족이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해 개인별로 도로와 산악전용 자전거를 1대씩 가지고 있어요. 총 자전거 10대와 차를 주차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주차장을 크게 만들 수 없어 밖에다 주차하고 있어요. 안방도 드레스룸을 만들지 못한 게 좀 아쉬워요. 기회 되면 넓은 땅을 마련해 다시 집을 짓고 싶어요.”

계단실에서 본 2층 복도. 거실 상부에 낸 넓은 창으로 들어온 빛이 복도를 은은하게 밝혀준다.
2층에 배치한 두 아들의 방은 같은 크기로 구성하고 별도 드레스룸도 마련했다. 방과 방 사이에 공용 욕실을 배치해 동선이 부딪히지 않도록 했다. 인테리어는 흰 바탕에 파란색을 가미해 편안하고 시원하다.
시원한 공간감 우선한 실내계획

디자인과 공간계획은 아내와 단감건축이 합을 이루며 차근차근 구성해갔다. 입면은 단지 초입이라 간결한 외형으로 편안한 첫인상을 주도록 계획했다. 대지는 경사지에 한 면이 짧은 사각형이라 주택 배치가 쉽지 않았다. 우선 주차장을 비롯해 자전거 거치와 정비, 창고, 개인 작업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경사지를 활용한 지하주차장을 마련하고 안쪽에 필요 공간을 확보했다. 그 위에 모던한 형태와 무채색을 강조한 단순한 2층을 건물을 얹었다. 건물 정면 거실 부분에 포인트로 적용한 목재 소재는 사람들의 시선을 건물로 이끌면서 따뜻한 느낌을 준다.


실내 공간 핵심 키워드는 열린 공간이다. 답답한 공간을 싫어해 가능하면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고 외부로 향하는 시선은 시원하게 넓혔다. 주요 실인 거실과 주방-식당은 일체형으로 구성하고 거실 쪽 천장을 오픈해 시야가 열린 공간감을 형성한다. 주방은 거실과 같이 흰색으로 통일해 시각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사이에 원목 식탁과 커다란 원형 펜던트 조명을 설치해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거실 천장에 중목의 중후함을 절묘하게 녹여낸 노출보 디자인과 거실 상부에 넓게 설치한 창이 계단실을 이용할 때 심심함을 달래준다. 

도로와 산악 라이딩을 함께 즐기는 건축주 가족은 용도에 맞춰 자전거 10대를 보유하고 있다. 벽에 거치한 자전거는 양방향으로 부드럽게 넘길 수 있다.
농구를 좋아하는 큰아들을 위해 건물 측면 작은 마당을 농구장으로 만들었다.
마당은 가족의 또 다른 휴식공간이다.

생활의 편리함도 중요하게 다뤘다. 현관에 신발 수납장 하나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벤치형 하부장을 제작해 편하게 앉아 신을 신고 벗게 한 것과 벽 뒤에 외투를 걸어둘 옷걸이 장식장을 설치한 부분이다. 또한, 파티문화에 익숙한 삶에 맞춰 손님의 편의성을 고려해 현관 옆에 손님용 화장실(guest bathroom)을 배치했다. 이것 말고도 소소한 생활 아이디어가 곳곳에 담겨있다. 특히, 자전거를 세워 벽에 거치해 책장을 넘기듯 하나씩 넘겨보도록 제작한 건 최고의 아이디어로 꼽는다. 


김인준 씨는 행복은 과거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현재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도 무겁고 진한 삶의 여정을 거쳐 왔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행복의 근거 이유는 아내와 세 명의 자녀로 귀결된다. 그가 지금까지 든든하게 버텨 온 이유기도 하다.

대문에서 들어오면 계단을 올라 골목으로 이어진다. 현무암과 석재타일로 마감해 시원한 느낌이 든다.
단순한 형태로 설계한 입면은 무채색으로 무게감을 주고, 정면에 포인트로 목재를 사용해 파사드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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