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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치가 달라지는 단층 한옥

조회수 2020. 4. 17.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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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한옥 전원주택

한가한 일요일 강화도의 한옥을 찾았다. 집에 조금 일찍 도착하니 아무도 없었다. 약속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동네 곳곳을 제 집처럼 돌아다니던 강아지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시간이 가까워질 때쯤 두 대의 차가 들어오더니 그 안을 가득 채웠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내렸는데, 그 수가 꽤 됐다. 모두 유쾌하게 웃던 사람들 속에서 누가 건축주일까 하고 기웃거리는 찰라, 환하게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네 오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강화도 한옥의 건축주 김응석 씨였다.

글 이철승 기자 사진 백홍기 기자   

HOUSE NOTE

위치 인천 강화군 길상면 길직리  

건축형태 단층 한옥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대지면적 661.00㎡(199.95평)

건축면적 116.00㎡(35.09평)

연면적 116.00㎡(35.09평)

설계  미르건축사사무소  

시공 금송건축 032-937-9355           

     www.ksbuilder.co.kr

거실에서도 한 눈에 바라볼수 있는 조망권

건축주가 살고 일하는 곳은 일산이다. 은퇴하면 이곳 강화에서 살고 싶은 바람이지만 아직까진 주말이 되어서나 올 수 있다. 주말에 와서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일요일 밤이 되어도 일산의 아파트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때가 자주 있다고 한다. 그러면 그냥 강화에서 머물다 출근하는 날들도 많다고 한다. 강화에서 일산까지 한 시간 거리다. 수도권 사람들의 출퇴근 시간과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이번 주도 금요일 저녁에 일찌감치 강화도로 왔다는 건축주 부부는 곳곳에서 온 지인들과 마침 강화도를 둘러보고 오는 길이었다. 그런 때 집을 취재하겠다고 왔으니 모처럼 지인들과 보내는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같은 사람들이 지난 주에도 지지난 주에도 왔었다고 하는 말에 약간이나마 위안을 받았다. 예전에는 서울 외곽의 식당에서 모여 식사를 하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곤 했다.


늘 마땅히 모이는 구심점도, 더 머물 곳도 마땅치 않아 상점에서 상점으로만 쫓기듯 옮겨 다니다 헤어지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강화도 한옥에 모여서 밥을 지어먹고 차를 내어 마시고 동네를 쉬엄쉬엄 돌기만 해도 휴식이란 말을 절감한다. 무엇보다 눈치보일만큼 흥겨운 모임 자리 때문에 상점들만 오가다 지치는 사람이 없어져 주말이면 자연스레 이곳으로 모이게 되었다고 한다. 

가로로 길게 낸 창은 조망과 함께 집 안이 답답하지 않게 보이는 역할을 한다.
보를 따라 설치한 조명은 한옥의 멋을 해치지 않으면서 실내를 밝혀준다.
유년시절의 그리움

건축주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삶을 생각해보았다고 했다. 지금 사는 일산만 해도 공원이 잘 갖춰져 있고 편의시설들이 가까워 큰 불만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아파트 18층에 사는 그는 문 열면 딛을 수 있는 흙이 그리웠다. 야외활동을 즐기고 운동을 열심히 하려고 해도 심리적 거리감 때문인지 하루 열심히 걸어도 1천보를 넘기기 어려웠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전원주택을 본격적으로 알아보다가 건축박람회를 통해 지금의 집을 지은 금송건축을 만났다.

직사각형의 공간에 거실과 주방을 배치해 집 안에 들어서면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조리대 앞에 넓은 창을 내 충분한 빛과 조망을 확보했다.

효자골이라 불리는 강화도의 길직리에 한옥단지마을이었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한옥을 보자마자 김응석씨는 할아버지의 집이 생각났다고 한다. 황토벽에 몸을 기대고 한지를 매만지면서 자란 유년기였다. 방만 나서면 넓은 앞마당이 있었고 뒷마당으로 이어진 길로 나가면 바로 산이고 자연이었다. 아무리 요즘 한옥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해도 그 모두를 바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한옥만이라고 해도 그는 크게 탐이 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부지를 방문한 그는 그 모든 걸 다 가지는 것이 결코 꿈만은 아니라는 걸 목격했다.

현재는 손님들이 묵어 갈수 있게 아늑하게 작은방 두개를 나란히 배영했다. (차후 이사와서 살때는 두아이의 방이 될 예정
안방은 따로 돌출을 시켜 독립적 사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창을 2면으로 내 채광과 조망이 좋도록 계획했다.
동쪽 주방 바깥 벽체에 설치한 지열 난방 시스템.
건강한 황토에 실용적인 지열시스템까지

실내에 들어가면 높은 천장과 그 끝에 보이는 상량보가 시원한 공간감을 준다. 또한 대들보와 마룻보를 포함한 굵직한 보와 기둥들이 주택의 무게감을 더하고 안정감을 준다. 특히 널찍한 거실이 인상적이었데, 주말에만 사용하는 집의 특성을 감안해서 방의 크기를 줄이고 거실을 넓게 해달라고 건축주가 따로 요청했다고 한다. 도면의 외형과 크기를 바꿀 수는 없었지만 실내만은 자유롭게 건축주의 요구에 맞추어 다시 설계가 가능했다고 한다. 이 또한 기둥 사이를 자유롭게 막거나 열 수 있는 한옥의 장점이다.


한옥의 제 맛은 보이는 곳에서만 머물지는 않았다. 벽면에도 대나무를 촘촘히 대고 황토로 채운 후 한지를 발랐다. 황토는 바닥에도 깔려서 차가운 콘크리트가 아닌 건강한 흙에 몸을 뉘일 수 있게 했다. 모두가  건강을 최우선에 두었던 전통적인 방법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추운 겨울을 걱정하는 한옥이기에 단열과 난방에 더욱 신경을 썼다. 벽과 천장에 부직포와 단열재를 넣고 목재가 이어지는 틈에도 모두 액체 스티로폼으로 바람길을 막았다. 더구나 설치 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가스나 기름에 비해 난방비를 상당히 줄일 수 있는 지열보일러를 설치했다. 입주하자마자 겨울을 맞이했던 건축주에 따르면 많아도 한 달에 15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경사진 대지라 토목 공사비는 더 들었지만, 마당보다 집터 레벨이 높아져 시야는 좋아졌다.
한옥의 미와 장점을 최대한 살린

김응석 씨의 집은 울창한 나무들로 채워진 낮은 임야를 바로 뒤에 두고 있다. 머지않은 곳에 저수지도 있으니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터이다. 또한 살짝 높은 언덕에 위치해 효자골을 굽어 내려 볼 수 있어 탁 트인 개방감도 느낄 수 있다. 집 안에만 있어도 동쪽 낮은 언덕 위에 해 뜨는 것을 볼 수 있다. 안방에서 시작된 일출은 마니산을 지나는 해를 작은 방에서 따라가다가 부엌으로 나오면 서쪽으로 해가 넘어가는 것이 보인다. 물론 강화도 한옥에 머물면서 집 안에만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늘도 산을 돌았다는 건축주는 5천보를 채웠다고 했다. 

돌계단은 담과 조화를 이뤄 전체적으로 균형감 있게 보인다.

한옥을 동경하는 이들은 많지만 한옥에 살고 싶은 이들이 그만큼 많은 것은 아니다. 우선 한옥은 항상 비싸다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리고 생활하기 불편하다. 또는 춥다. 라는 꼬리까지 붙어 다닌다. 사람들의 그러한 고민을 잘 알았는지 길직리 한옥마을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았다. 단지 단위로 한옥을 지으면서 건축비를 절감하고 단지 내 한옥들이 모두 다른 도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기둥이나 보 등을 규격화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는 시공 기간과 인력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고, 또 다시 건축비 절감으로 이어졌다.

정면과 측면의 넓은 공간은 빨래를 널고 텃밭을 가꾸는 등 생활의 편의 공간으로 이용된다

하지만 건축비 절감만을 위해 한옥의 미와 장점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 낮은 곳에서부터 다가오며 올려다보게 돼있는 한옥은 항상 그 처마선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일본보다 유연하고 중국보다 절제된 선이다. 서까래를 하나씩 건너고 유려한 처마 선을 따라가다 보면 맨 위 망와에서 잠시 머물다 그 위 하늘로까지 자연스럽게 시선이 흐른다. 길직리 한옥에서도 그러한 한옥의 자부심을 잇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보인다. 기단에다 기둥을 세우고 상량문을 쓴 상량보까지 하여 5량의 한옥을 높게 올렸다. 지붕은 홑처마에서 절제했다가 끝에 가면 팔작지붕으로 장식미를 더했고 박공에 무늬를 낸 벽돌들까지 빼놓지 않았다.

후면은 흙을 깔고 탁자에 둘러 앉자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수 있는 미니 정원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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