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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빛깔을 닮은 집, 이천 상가주택

조회수 2019. 12. 16.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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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상가주택

청명했던 가을바람 소리와 함께 사무실의 전화벨이 울렸다. 건축주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천시 백사면 에서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살아온 건축주가 자신의 소박한 꿈을 늘어놨다. 20년간 방치해 오래전부터 동내 주차장처럼사용하던 땅에 자신이 간직해온 예쁜 건물을 짓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땅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쌓여 있었다. 동네 토박이인 건축주는 안정적인 터전을 원한다며, 상가 중심의 주택 을 주문했다. 주변 상권과 교통, 환경을 분석한 결과, 상가보다 원룸 임대 수요가 많았다.

건축주의 요구와 지역 특성에 맞게 상가와 원룸 그리고 건축주의 주거공간을 적절히 담아 내기로 결정했다. 이름도 지었다. ‘자연의 빛깔을 닮은 집’이라고. 지역 환경과 이웃 주민과 한데 어우러져 지역의 아이콘이 되라는 마음을담아.

글 사진 박현우 

건축정보

위치 경기 이천시 백사면 모전리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자연취락지구

대지면적 269㎡(81.37평)

건축면적 150.58㎡(45.55평)

연면적 248.60㎡(75.20평)

주용도 단독(다가구)주택 4가구, 근린생활시설 2

설계건축사사무소케이디디에이치(KDDH) 02-2051-1677

 www.kddh.co.kr

건축가 김동희, 박현우

가상 시공 설계는 건축주의 이해를 돕고 건축물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자연을 담아낸 건물

건축주의 땅은 이천시 백사면의 지방국도인 이여로에서 모전리 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에 외딴 섬처럼 위치하지만, 지역 주민의 왕래가 빈번한 길목에 있다. 그곳에 서서 맞은편을 바라보면 드넓은 논 위에 길게 늘어진 구릉지가 겹치면서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모전리에 오래전부터 하나둘씩 건물이 들어서면서 작은 동네를 형성한 것도 아름다운 풍경에 이끌려 이뤄진 것은 아닌지 잠시 상념에 빠졌다.


작은 시골마을 길목에 들어선 건물은 최대한 땅에 접하는 부분을 최소화했다. 과거 이 땅이 주민을 배려했듯이 건물이 탄생하면서 생겨난 공간 또한 그러하길 바라는 마음과 이것이 도시의 맥락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건물 구조는 주변 상권 분석을 통해 적정한 임대 면적의 상가와 장방형의 원룸으로 계획했다. 특히, 원룸은 확장형 발코니 면적을 최대한 확보함으로써 전용면적 약 23㎡(7평) 최상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평면적으로 짜임새있는 동선 및 내부 공간은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쾌적성과 편의성을 최대한 고려해 조화로운 생활이 이뤄지도록 했다.


각각의 원룸은 주방 시설과 침실을 분리해 쾌적함을 제공하고, 내부는 건물의 빛깔과 어울리는 파스텔 톤으로 화사한 공간을 연출했다. 여러 개의 건물을 조합한 것처럼 다양한 형태를 띠는 건축물 구조의 장점을 살려 원룸에 테라스까지 제공함으로써 임대성을 극대화했다. 3층엔 건축주를 위한 하늘마당을 선사했다. 건축주는 건물을 짓는 내내 이 공간은 자신을 위한 선물이라며 너무나 행복해 했다. “건축주의 행복은 우리에겐 또 다른 큰 행복이다”며 답하고 스스로 보람된 일을 하는 것에 자부심을 되새겼다.


건물의 색채는 건축주와 미팅을 위해 이천을 오가며 느껴왔던 마을 주변의 아름다운 빛깔을 담았다. ‘사람들에게 산뜻한 느낌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건축주도 적극 찬성하며 반겼다. 캔버스에 스케치하듯 나무와 노을의 색채를 계획했다. 땅에 접한 저층부는 열처리 목재에 오일스테인으로 칠해 나무 빛깔을 표현했고, 대로변초입에서 보이는 부분은 푸른 잎의 연두색 패널로 처리해 한 그루의 나무가 있는 느낌으로 했다. 그리고 후면 2층 구조물은 따스한 노을의 느낌을 담아냈다.

1층 상가. 전면을 창으로 만들어 마음을 향한 열린 공간으로 했다.
내부의 창은 큰 통창으로 쾌적한 채광과 조망을 제공하고, 블랙& 화이트의 조합으로 깔끔하게 했다.
원룸. 짜임새 있는 평면 계획을 통해 별도의 주방 및 세탁실을 뒀다. 외부 건물의 색채 콘셉트를 내부에도 적용해 따뜻하면서 산뜻한 공간을 연출했다.
건축주 공간, 거실. 거실에서 활동이 많은 건축주의 성향을 고려해 일반 적인 80㎡(24평) 구조보다 거실 공간을 넓게 했다.
현관문과 3층부터 건축주의 공간으로 만들어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도 다락방을 오르듯이 편안한 느낌의 친근한 목재 소재로 마감했다.
건축주 전용 마당. 주거 공간(3층) 레벨에서 바로 접근이 가능한 건축주만의 공간이다.
더 이상 하자보수는 없다

스페이스 프로그램은 공간에 관한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건축물의 용도에 따른 공간 면적들을 도표로 작성한 것이다. 건축주에게 공간 활용을 어떻게 생각하고, 앞으로 이용 계획에 관해서 의논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토대로 구성한 건축물은 상가와 원룸, 건축주의 공간이 공존하고, 3~4개의 매스 조합은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어 삼면이 도로에 접한 아일랜드형 대지 위에 앉힌 건물은 위치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시공 초기부터 완공에 이르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건축주의 신뢰를 더욱 깊게 한 것은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설계다. BIM은 다차원 가상공간에서 기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을 가상의 모델을 보며 관리하는 것이다. 또한 건축에 사 용되는 모든 부재의 정보까지 담고 있어 건축주의 이해를 돕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이용되는 BIM설계는 3차원 가상 시공을 통해 공간을 이루는 요소들의 간섭을 사전에 체크하고, 설계의 오류를 직관적으로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나아가 건물 의 물량을 파악하고 시공의 공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이용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건축과 구조 부분을 BIM설계로 제작한 시공 전 모델을 직접 확인하면서 진행한 덕에 건축주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형성 됐다. 또한 BIM설계는 공사를 시작 하기 전에 시공자가 건물에 대한 기술적 이해도를 높이는 데 이용되고,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자주 활용됨으로써 좋은 품질의 건물이 완성되는 데 일조했다.

자연과 마을 속으로

건축주의 소박한 꿈을 실현하고자 한자리에 뭉친 우리를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지역 건축 업계 사람이 아닌 서울에 연고지를 뒀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마을 한 가운데 적막했던 땅이 정리 되고 이색적인 건물 형태가 드러나면서 호기심을 보이는 이들이 늘었다. 가림막이 걷혀지고 거친 외벽에 색색의 옷까지 입혀지자, 사람들의 시선은 더욱 달라졌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하나이면서 마치 두 개와 같은 외형 때문에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건물인지, 내부는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때로는 이천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칠 때면 꼭 내부를 들여다보곤 했다. 이러한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건축주는 즐거워했고, 그런 일이 있을 때면 전화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역 주민도 그동안 보았던 상가주택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으로 인식하면서 건축주가 굳이 서울에 있는 전문가들과 작업하려 했는지 이해하게 됐다. 사실 이것은 서울의 도시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역할이다. 건축 전문가로서 발전적인 사고를 가진다면 누구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도로 입구에서 바라본 정면 모습. / 정면을 옆에서 바라본 모습.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자연의 빛깔을 닮은 집'이 앞으로 좋은 인연으로 사람을 맺어주는 매개체와 같이 좋은 방향으로 쓰임새 있는 모두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


자연의 빛깔을 담은 이 공간에서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풍요와 따사로움이 충만해지길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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