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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망을 위해 동향을 택한 프로방스풍 주택

조회수 2019. 12. 12.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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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전원주택

집을 앉힐 때 남향을 선호한다. 아니 선호라기보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쪽에 가깝다.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통하니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제 조건이 있다. 바람의 흐름을 막지 않게 앞뒤로 트여있어야 하고 햇빛을 가려선 안 된다. 그렇다면 단독주택을 지을 땐 남향이 진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여기에 ‘아니오’라고 선뜻 답하는 이가 있다. 바로 평택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잡은 이길선(59)·송현자(58) 건축주 부부다.

글 사진 백홍기 기자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도 평택시 안중읍

지역지구 보전관리지역

건축형태 경량 목조주택

대지면적 616.00㎡(186.34평)

건축면적 116.13㎡(35.13평)

연면적 169.13㎡(51.16평)

  1층 116.13㎡(35.13평),

  2층 53.00㎡(16.03평)

MATERIAL

지붕재 스페니시 오지기와

외장재 스타코

내장재 벽지, 페인트

바닥재 강화마루

난방형태 기름보일러, 벽난로

식수공급 지하수

시공 나무집 짓는 사람들 011-702-9936 / 031-656-9332

건물을 짓다 보면 이웃과 갈등이 빗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조망권과 일조권이다. 시야를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와 햇볕을 쬘 권리를 침해당하면, 생각 보다 큰 스트레스를 받기에 법적 분쟁으로 확산되는 경우도 많다. 햇살 가득한 거실과 창밖 풍경을 기대했다가 자칫 건물 벽만 바라봐야 한다면 그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건축주 부부도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지을 때 잠시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약 60가구가 들어오는 단지에 들어와 가장 먼저 집을 짓게 됐어요. 그런데 남향으로 짓자니 향후 집 앞으로 이웃이 들어오면 조망은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동쪽으로 비어있는 종중(宗中) 땅과 야트막한 동산이 눈에 들어와 과감히 동향으로 수정했어요.”

철 대문과 담을 표시하는 낮은 묘목이 이채롭다. 좌측 주차장은 집 안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창고와 주방으로 연결된다.
1층 평면도
집이 동쪽으로 향해 서쪽의 큰 도로와 맞닿는 뒤쪽에 현관을 배치했다.
거실에서 바라보는 풍경 너무 좋아

이 집은 고정관념을 갖고 보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대문에서 바라보면 집 정면이 아닌 뒷면이 보인다. 집이 동쪽을 향하기 때문에 서쪽의 큰 도로와 맞닿는 뒤쪽에 현관을 배치한 구조다. 현관을 지나 거실에 앉으니 넓은 통 창으로 꽉 찬 풍경이 개방감을 극에 달하게 한다. 보통 거실 창을 야외 데크과 연결하지만 이 집은 오로지 조망을 위해 계획했다.


거실 남쪽은 외부 시선을 차단하고 통풍을 위해 작은 창 두 개만 배치했다. 남으로 들어오는 강한 햇빛이 차단되니 눈부심이 없어 조망하기엔 오히려 더 좋다. 창호 계획은 이렇게 1·2층 모두 동쪽으론 조망을, 서쪽과 남쪽으로 통풍과 채광을 위한 창을 배치했다.

바닥과 가구, 서까래 색을 짙은 브라운으로 통일감을 줬다. 거실 우측으로 손님을 위한 공간이 보인다.

서까래와 창틀, 수납장 등은 짙은 브라운의 삼목을 사용해 통일감을 주고 흰색 페인트로 명도의 균형을 맞춰 무게감을 덜었다. 요소요소 배치한 소품과 가구도 적지 않지만, 브라운 계열로 통일해 혼란스럽지 않다. 거실과 주방 사이에 놓인 벽난로는 보조 난방 역할과 아늑함을 더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되면서, 거실과 주방의 모호한 경계를 구분해준다.


복층으로 계획한 집은 1층을 공용 공간으로 활용하고, 부부를 위한 사적 공간을 2층에 뒀다. 자주 찾는 손님을 위해 거실의 소파와 야외 덱은 넉넉하게 여유를 두고, 현관 옆으로 손님의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1층 방. 적당한 인테리어 소품은 집 안을 풍요롭게 한다.
다용도실은 가스레인지와 개수대, 수납장 등을 비치해 간이 주방으로 사용한다.

2층은 부부 침실과 서재 그리고 이 집의 포인트라 할 수 있는 기도실이 위치한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부러워하는 기도실은 서재에 딸린 발코니 공간을 활용해 만들었다. 이 공간은 기도뿐만 아니라, 명상과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잠시 둘러보았을 뿐인데 이들 부부가 왜 이곳을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꼽았는지 짐작이 갔다.

2층 평면도
2층 기도실은 홍송 루바로 마감해 더욱 아늑한 공간으로 완성했다.
2층 서재.
경험을 통해 완성도 높여

“평택에서 25년을 살았어요.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경기권을 다 돌아다녔어요. 그런데 가까운 곳에 교통도 편리하고 서울과 접근성도 뛰어나면서, 편의시설이 가까운데다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분위기의 장소가 있었죠.”


안중읍 학현리 69번지에 들어선 단지는 현재 남은 구획에 대한 토목공사가 한창이다. 전원주택의 입지조건을 잘 갖춘 덕에 분양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전원주택 단지로는 규모도 제법 커 향후 어떤 마을로 성장할지 기대된다.


대부분 아파트에서 생활하다 처음 집을 짓게 되니 서툴게 마련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허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많은 건축주들이 집을 짓고선 아쉬워하는 이유다. 일각에선 이 때문에 전원주택을 임대해 한 두 해정도 경험하기를 권한다. 물론 경험이 전부는 아니다. 정보 수집과 함께 선행돼야 한다.


이런 면에서 건축주 부부의 집짓기는 성공했다. 부부는 평택에 위치한 한 타운하우스에서 이미 수년간 살아봤기 때문이다. 당시 타운하우스는 평택에 주둔 중인 주한미군의 주거를 위해 지은 단지였다. 단지 일부를 일반인에게 분양하면서 건축주 부부가 살게 된 것이다. 군인을 위한 거주 단지다 보니 여러모로 부족한 게 있었다.

2층 안방. 남쪽에 배치한 창은 시선을 차단하고 통풍과 채광을 위해 3개의 작은 창으로 계획했다.
화장실은 이용이 편리하도록 3개의 공간으로 분리했다. 삼목과 포인트 타일로 개성을 살렸다.

“타운하우스에 사는 동안 전원주택을 계획했어요. 복층 건물의 단독주택이라는 점에선 똑같으니 많은 걸 참고할 수 있었어요. 외형부터 공간 계획, 동선, 주방 시설 등등 살면서 불편했던 부분을 집 지으면서 많이 개선했죠."


건축주가 가장 먼저 고려한 부분은 외부의 소음 문제다. 그래서 입지조건에 조용한 주거 환경을 먼저 고려했다. 그다음으로 외부 활동으로 찾는 손님이 많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넓은 공간 확보였다. 그리고 쾌적한 주방을 원해 간이 주방을 마련하고 가스레인지를 설치했다. 싱크대 동쪽과 아일랜드 식탁엔 각각 인덕션 레인지를 뒀다. 

1층 주방. 식탁과 아일랜드 옆 수납장은 집을 지을 때 현장에서 제작했다.

도자기 공예가 취미인 안주인 송현자 씨는 그가 만든 도자기를 진열할 수납장과 집 안 물건들을 깔끔하게 정리할 넉넉한 공간도 필요했다. 이러한 공간들은 시공사 이상원 대표와 현장에서 의논하며 집 안 곳곳에 수납공간을 제작해 배치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현장에 매일 같이 찾아와 이 대표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 수납장, 간이 주방, 타일 등 하나하나 완성했다.


“지인들이 집을 지을 때 고생한다고 했는데,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시공사를 잘 만난 거 같아요. 요구하는 걸 바로바로 들어주니깐 편하게 의논하면서 즐겁게 집을 지었어요.”

야외 덱은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도록 넓게 계획했다. 바닥은 파벽돌을 이용해 밝고 고전적인 분위기로 꾸몄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순간 참신한 아이디어가 발현되고 혁신의 결과물을 얻는다. 좋은 집이란 것도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에 의문을 품고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얻게 된다. 이들 부부 역시 모두가 선호하는 남쪽을 버리고 동쪽을 바라보았을 때 새로운 공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공간은 자신들만의 경험과 삶으로 오롯하게 채웠다. 그리하여 이 집이 평범한 전원주택이 아닌 그들만의 공간이 될 수 있었다.

이웃과 면하는 쪽엔 자작나무를 심어 시선을 차단했다. 디딤석은 대문에서 현관과 거실로 연결되는 동선을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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