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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국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 부문 우수상 구의 살롱

조회수 2019. 12. 4.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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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성과 대립성의 조화, 구의 살롱Salon Guui

유사성과 대립성의 조화
구의 살롱Salon Guui

구의 살롱은 1980년대 유행한 한국의 주택 건축 형태에 새로운 리모델링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계획된 부분은 남서측 도로 레벨에서 반층 높여진 1층 공간이다. ‘살롱’이라 불리는 1층은 중간 영역으로서 반지하층과 2층 사이, 업무와 주거 프로그램 사이에서 회의, 미팅, 전시, 휴식 및 여가 등 사용자들의 다양한 행위를 담는 건물 내 커다란 ‘응접실’이 된다.

이승택, 임미정(에스티피엠제이 공동대표) | 사진 배지훈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서울 광진구 구의동

용도 근린생활시설+주택

지역/지구 도시지역, 제2종 일반주거지역

건축구조 연와조+철골조

대지면적 121.30㎡(36.70평)

건축면적 65.58㎡(19.84평)

건폐율 54.06%

연면적 195.83㎡(59.24평)

  반지하 73.20㎡(22.14평)

  1층 62.60㎡(18.93평)

  2층 60.03㎡(18.16평)

용적률 101.09%

설계기간 2018년 12월~2019년 2월

공사기간 2019년 1월~5월


설계 에스티피엠제이 이승택, 임미정  

 02-497-1397, www.stpmj.com

MATERIAL 

외부마감 모르타르+벽돌, 스테인리스 스틸 발색 강판

내부마감

  천장 - 노출 + 석고보드 위 벽지 마감

  벽 - 벽돌노출+합판마감+석고보드 위 벽지

  바닥 - 현장 제작 테라조, 노출 콘크리트, 합판마루

창호 시스템창호(이노텍)

현관/문 현장제작, 영림도어, 철문

조명 T5+매입등(공간조명)

주방기구 현장제작

위생기구 퓨로(직수형 양변기)

난방기구 Carrier

기타 가구 Tant Design(테이블), Ton Chair(의자),

 잭슨카멜레온(카우치)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는 1980년대 건설된 주택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2000년대 초반 빌라 형태로 탈바꿈되어 신축 건물이 들어섰지만, 골목마다 예전 모습을 유지한 채 토속적인 풍경을 이루고 있다. 1980년대 부동산 붐으로 생긴 이 건축물들의 외형적 특징은 반지하층의 형성과 각 층별 독립적 접근 동선으로 요약된다. 

1970~80년대 주택법에는 방공호를 위한 지하층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었다. 처음부터 창고(방공호)로 이용될 계획이었으니 땅을 깊게 팔 이유가 없었고 층고가 높을 필요도 없었다. 이에 층고가 낮은 반지하층이 형성됐다. 인구의 증가와 그에 따른 임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 층에 두 세대 이상을 수용하도록 공간이 구획되면서 자연스럽게 층별 독립적 진입이 중요한 요소로 고려됐다. 

1980년대 주택의 형식과 새로운 공간 제안

구의 살롱은 1980년대 유행한 한국의 주택 건축 형태에 새로운 리모델링 가능성을 제시한다. 건물은 반지하층, 주변 도로보다 반 층 높은 1층 그리고 2층으로 구성돼 있고, 각 층으로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개별 동선이 있다. 면적은 총 195㎡(58.99평)로 다섯 세대의 유닛(반지하층 2세대, 1층 1세대, 2층 1세대)으로 나뉘어 사용되던 공간은 건축주가 사용하는 업무시설(반지하, 1층)과 거주시설(2층)로 새롭게 제안된다. 업무시설 중 주요 작업 공간은 반지하층에 위치한다. 북측 담장 사잇길로 바로 출입할 수 있으며 내부에서는 슬래브를 잘라낸 틈으로 1층과 연결된다. 반지하층과 1층을 하나의 업무시설로 사용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구조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계획된 부분은 남서 측 도로 레벨에서 반층 높여진 1층 공간이다. 이 공간은 지정된 용도 없이 비워져 있는 공간적 성격을 갖는다.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공간을 구분했을 때 1층은 반지하층과 연계되는 업무시설의 한 부분이지만, 2층에 사는 건축주 가족이 내려와 머무는 공간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다시 말해 ‘살롱’이라 불리는 1층은 중간 영역으로서 반지하층과 2층 사이, 업무와 주거 프로그램 사이에서 회의, 미팅, 전시, 휴식 및 여가 등 사용자들의 다양한 행위를 담는 건물 내 커다란 ‘응접실’이 된다.

1970~80년대 주택법에는 방공호를 위한 지하층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었다. 이에 층고가 낮은 반지하층이 형성됐다. 구의살롱으로 변신하기 전의 반지하층의 모습.
반지하 사무실의 부공간.
반지하층에 마련한 사무기기와 물품의 준비 공간.
반지하층 사무실의 주공간. 구조 보강을 하고 기존 세대 구획 벽을 철거한 뒤 통합한 모습. 동쪽 벽에는 주택이 세워질 당시의 조적 벽체부터 내부를 확장했을 때의 마감면 등 재료의 켜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반지하 사무실의 부공간과 준비공간을 지나 1층으로 향하는 계단실 전경.
1980년대 화장실과 인프라 스트럭쳐의 높이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마감의 변화.
공간 구성을 위한 보존과 철거의 범위

1980년대 소위 ‘집장사’가 지은 건축물에도 당시의 건축 양식과 언어가 담겨 있다. 이것은 건축가 ‘개인’의 능력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분위기를 직·간접적으로 대변하는 ‘집합체’로서의 보편적 가치로 해석된다. 어떤 가치를 남기고 없애는지는 건축가의 기준과 그에 따른 판단이며 단순히 과거를 지향하는 소비 트렌드로서의 ‘레트로 현상’과는 구분돼야 한다. 구의 살롱은 시대를 대변하는 집합체적 양식(style)으로서의 가치를 기준으로 건축적 요소의 위계를 나누고 있다. 이에 따라 층별 독립적 진입 구조, 외부의 건축적 요소들, 1층의 벽과 바닥에 존재하는 축조방식이나 디테일, 지하 화장실의 흔적, 지금은 사용되지 않지만 건물 시스템으로서 존재하는 여러 배관들은 모두 당시를 유추하고 환기하는데 도움을 주는 ‘집합체적 양식’으로 고려돼 보존되었다. 다만 내부 공간을 나누고 있던 다수의 벽들이나 1층 바닥의 일부와 지붕층 물탱크실의 바닥 등은 현재 공간의 목적과 기능에 부합하기 위해 철거됐다.


반지하층의 두 세대가 사용하던 화장실은 1970~80년대의 상황을 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양식적 가치를 갖는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보면 도로변 가까이에 단을 두고 높여 사람이 설 수 없을 정도로 천장고가 낮은 화장실이 등장하는데, 이곳의 화장실도 이와 매우 유사한 형식을 보이고 있었다. 제도적 이유로 형성된 반지하라는 유형적 특징과 당시 급증한 수도권 인구와 임대 공간의 수요는 이 창고 공간을 주거 공간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고 이에 따라 계획되지 않았던 화장실과 주방 공간 등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촉발했다. 도로에 묻혀있던 하수관에 쉽게 인입할 수 있도록 이미 결정돼 있던 정화조의 위치와 높이는 후에 생겨난 화장실의 위치와 높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화장실 바닥의 높이는 정화조의 높이보다 낮을 수 없었고 배관 경사에 따른 높이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화조와 최대한 가까운 위치에 배치돼야 했다. 이러한 단서들을 종합해보면 도로 쪽에 가까이 위치하고 바닥이 높은 반지하층 화장실의 구조가 당시의 사회적 상황과 연관돼 이해된다. 다만 이 프로젝트에서는 반지하층과 1층이 단일 프로그램을 수용할 예정이어서 화장실을 1층에 두기로 하고 지하 화장실 공간은 철거했다. 화장실 바닥의 흙을 기초까지 제거하고 높이를 확보한 뒤 1층으로 올라가는 수직 동선을 배치했고 기존 화장실 바닥 높이의 흔적 및 배관의 위치는 남겨두었다.

1층의 비워진 ‘응접실’. 1층 슬래브와 내부 마감을 철거하는 과장에서 30년된 주택에 숨겨져있던 흥미로운 흔적들을 마주하게 됐다.
기존에 벽감으로 활용되던 개구부를 내부 프레임으로 변환.
내부 프레임 디테일.
‘응접실’에서 남쪽 도로를 향해 바라본 모습.
‘응접실’의 출입구를 들어서면 보이는 기존 마감들의 중첩된 레이어.
내부의 위상과 그 변화

이 프로젝트는 30년 된 주택에 숨겨져 있던 마감면과 그 변화의 역사를 세밀히 드러낸다. 1층 슬래브와 내부 마감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주택의 공간 확장과 그 방식에 관련된 흥미로운 흔적들을 마주하게 됐다. 1층 동쪽 벽에는 주택이 세워질 당시의 조적 벽체부터 이후 불법으로 내부를 확장했을 때의 마감면 등 재료의 켜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외부 공간이었을 테라스(기단)를 내부화하면서 대리석 기단 위에 바로 쌓아 올린 조적벽은 대리석, 몰탈, 벽돌의 물성에 대한 고려 없이 진행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주변 벽체들과 미세하게 다른 질감을 보이는 확장된 적벽돌과 그 사이에 층을 형성하고 있는 대리석은 몇 년의 시간 차를 드러내며 축조 순서를 가늠케 했다. 또한 외부로 난 창이 불법 확장으로 내부화되자 이를 막아 벽감으로 활용한 흔적도 발견됐다. 이처럼 이 주택은 일반적이지 않은 구축 방식이나 재료 사용을 보여주고 있었고 이들을 유지하여 새로운 사용자가 서로 다른 시간대의 마감과 축조 방식을 경험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응접실’에서 출입구와 주방 및 화장실 등의 부속 공간을 바라본 모습.

1층 동쪽 벽과 접하는 다른 벽에서는 라왕합판으로 된 장식적 몰딩 마감과 벽지의 면이 혼재된 구성이 있었고, 이를 인지할 수 있도록 마감만 철거한 뒤 벽돌과 미장면의 양식을 전시하듯 보존했다. 북쪽에 주방으로 활용되던 공간의 마감 이면에는 당시 주방 레이아웃(옵션)에 대한 스케치가 분필로 그려져 있었는데, 이 역시 1980년대 평범한 건축가의 고민의 흔적으로 남겨두었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옥상의 오래된 물탱크실은 바닥을 절개해 2층 현관이 빛이 드는 복층 공간이 되도록 하고 과거 물탱크와 연결됐던 배관들은 그 당시 건물의 시스템을 보여주는 일종의 양식으로서 박제하듯 정면에 두었다. 


새로운 마감을 건축적 요소로 활용하는 시도는 1층 바닥에서 나타난다. 1970~80년대 공공건물 및 아파트 바닥 면에 사용되던 테라조는 900㎜ 간격의 황동 줄 눈 사이에 시멘트와 돌을 넣고 갈아내는 마감 방식인데 구의 살롱 프로젝트에서는 이 테라조를 선과 면의 스케일로 재해석했다. 블랙 콘크리트와 진 회색 골재를 채운 150㎜의 황동 신주 그리드로 표현되는 1층 바닥 면은 그 그리드의 비례와 골재 단면 크기의 비율을 1970~80년대와 다르게 해 왜곡된 바닥 면적과 그에 따른 공간 인지를 경험하게 한다. 

2층 현관에 보존된 오래된 물탱크실 배관 라인.
물탱크실 바닥을 절개해 만든 복층 구성의 현관과 천창.
완성된 2층 주거부분의 거실.
외부의 위상과 그 변화

외부 공간, 요소의 유형 및 마감은 구의동의 토속적 문맥에 반응하도록 기존 상태로 최대한 보존됐다. 내부 공간 구성의 변화에 따라 창호 크기가 조금 달라졌을 뿐, 한국식 베이 윈도우의 유형, 30년 된 적벽돌, 지붕층을 형성하는 처마 구조와 기와, 1층 계단부의 디테일, 저층부 기단 형태의 콘크리트 및 대리석 마감 등은 1980년대를 대변하는 보편적 건축 양식으로서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했다. 창호를 단열 성능이 강화된 제품으로 교체하고 건물 벽돌과 색깔이 비슷한 모르타르를 기존 모르타르 마감 위에 덧붙여 볼륨의 단일화를 추구하며 수명이 다한 계단과 발코니의 난간을 발색된 스테인리스스틸 패널로 감싸 요소화하는 등 새로운 마감에서의 변화를 최소화했다. 구의 살롱이 다수의 유사성과 소수의 대립성의 조화를 통해 1980년대 건물들 사이에서 미묘한 차이를 갖는 풍경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

낙후된 계단의 핸드레일을 대체한 스테인리스 스틸 발색 강판 마감.
기존의 벽돌과 유사한 색상의 모르타르 오버레이.
남측 전경. 내부 공간 구성의 변화에 따라 창고의 크기가 조금 달라졌을 뿐 1980년대를 대변하는 보편적 건축 양식의 가치는 유지하도록 했다.
계단과 발코니의 난간을 발색된 스테인리스 패널로 감싸 새로운 분위기로 태어났다.
스테인리스 패널 개단으로 변신하기 전 2층 계단.(좌) / 구의 살롱으로 탈바꿈하기 전의 모습(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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