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손으로 빚은 주말부부의 황토집

조회수 2019. 10. 22.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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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주말주택

가족의 땀방울로 완성한 주택이 있다. 가족이 다 같이 황토벽에 콩기름을 발랐고, 석축을 쌓았으며, 텃밭을 일궜다. 집을 지으며 몸은 고됐지만,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가족. 그 가족은 함께 집을 세워가며 다시 한 번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글 사진 김경한 기자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도 여주시 상거동

대지면적 664.42㎡(201.34평)

건축면적 66.03㎡(20.01평)

연면적 66.03㎡(20.01평)

           단층 66.03㎡(20.01평)

건폐율 9.94%

용적률 9.94%

건축구조 황토주택

용도 자연녹지지역

설계기간 2015년 7월 ~ 2015년 8월

공사기간 2015년 10월 ~ 2015년 12월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너와 기와

  외벽 - 황토 벽돌

내부마감 

  벽 - 타일, 황토벽돌 줄눈메지 마감

  천장 - 서까래 한옥식 구조

  바닥 - 데코타일

  창호 - LG 시스템 창호

단열재 

  지붕 - 황토

  외벽 - 황토벽돌

  내벽 - 황토벽돌

설계 도시건축사사무소 031-886-0361

시공 인토문화연구소 031-886-7806 www.intocom.kr

부부는 주택을 구상할 때부터 주말주택으로 계획했다. 어차피 남편은 대구, 아내는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주말에만 만날 수 있었다.

적당한 전원주택 부지를 찾다 보니 풍수지리상으로 양주와 여주가 좋다는 말을 들었다. 양주는 서울보다 북쪽에 위치해 있어 주말에 남편이 오기엔 너무 먼 거리였다. 그에 비해 여주는 서울의 남쪽에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과도 1~2시간 거리에 있었다. 더군다나 여주에는 아내의 고향 친구가 살고 있었다. 친구는 흔쾌히 부지를 알아봤고, 10년간 방치됐던 빈집을 소개했다.

거실은 정남향의 햇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동서로 길게 뺐다. 친구 남편이 시공한 거실 창도 그것에 맞게 커다란 시스템 창호로 배치했다.
시행착오 끝에 발견한 ‘황금 벽돌’

집은 수리만 하면 금세 완공될 것 같았다. 부부는 한 시공업자를 선정해 수리를 맡겼다. 그런데 시공업자는 집이 너무 낡아서 새로 지어야 한다고 했다. 시공업자에게 그러라고 했다. 전원주택인 만큼 이왕이면 친환경적인 황토주택을 짓기로 했다. 철거하고 집을 짓는데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지붕을 잇는데도 열흘 이상 걸렸다. 시공업자가 차일피일 공사를 미루며 늑장을 부렸기 때문이다. 부부는 더는 참지 못했다.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니며 다른 업체를 알아보다가 현 시공사를 발견했어요. 이곳은 100년 된 전통 방식으로 황토주택을 짓는 업체였어요. 황토를 24시간 숙성시킨 후 직접 손으로 두들겨 황토 벽돌을 제작하고 수개월의 자연 건조로 완성한다고 하더군요. 튼튼해 보였고 무엇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방은 거실과 일체형으로 구성했다. 부부가 주말주택 용도로 사용하므로 단순한 구조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건축주 가족은 몸에 황토가 묻지 않도록 벽면에 콩기름을 발랐다. 키가 큰 첫째 아들이 높은 곳을, 나머지 가족이 아랫부분을 바르며 업무 분담을 하니 금세 끝났다.

최근에는 황토의 접착제로 시멘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토문화연구소는 유기농 볏짚을 사용했다. 부부는 망설임 없이 공사를 의뢰했다. 벽면은 황토 벽돌로 쌓을 뿐만 아니라, 지붕은 국산 굴참나무로 만든 너와 지붕을 얹었다. 모든 재료가 친환경적이어서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1월 말에 입주하고 나니 바로 몸에 표시가 났다. 주중에 업무에 시달리다가도 여기에만 오면 몸이 개운하고 숨 쉴 때마다 상쾌함이 느껴졌다. 주방에는 후드가 없어도 요리를 하고 나면 음식 냄새가 나지 않았다. 부부에게는 마치 누런 황토 벽돌이 황금 벽돌처럼 여겨졌다.

침실은 채광을 좋게 하려고 두 면으로 창을 냈다. 부부가 주말주택 용도로 사용하므로 가구는 많지 않다.
가족의 손길을 담은 공간

“이곳은 친환경 황토주택이라는 점 외에도, 우리 가족의 유대감을 높였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공간입니다. 집을 지을 때 우리 가족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곳이거든요.”


황토주택은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황토 벽면은 사람 몸에 쉽게 황토를 묻힌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콩기름을 벽면에 발라줘야 한다. 부부는 콩기름을 직접 바르기로 했다. 처음엔 콩기름이라고 하니 가게에서 흔히 파는 식용유를 말하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직접 제조할 필요가 있었다. 


부부는 콩을 사서 가는 수고도 마다치 않았다. 서울에는 콩을 갈아주는 곳이 없어 여주의 방앗간을 찾아갔다. 콩을 갈고 들기름을 섞은 후, 붓으로 정성스럽게 벽면을 칠했다. 키가 큰 첫째 아들이 벽면 위를 담당했고, 나머지 식구가 아랫부분을 담당했다.

지붕은 순수 국산 굴참나무로 만든 너와 기와를 얹었다. 100년 전통의 방식 그대로 얹어 멋스러우면서도 자연과 잘 조화된 모습이다.
데크는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대화를 나누거나 고기 파티를 하기에 적합할 정도로 넓게 시공했다. 시공은 목수에게 맡겼으나, 오일 스테인은 부부가 직접 발랐다.

주택 곳곳의 석축을 쌓는 일도 가족이 함께했다. 그런데 온 가족이 매달려도 한쪽 벽면을 쌓는 일에만 한 나절이 걸렸다. 하지만 포크레인을 동원하니 제법 넓은 곳의 석축을 쌓는 일이 한 시간 만에 끝났다. 가족은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가족이 함께 손때를 묻혀가며 집을 완성해 간다는 게 뿌듯했다.


텃밭을 일굴 때도 두 아들의 도움을 받았다. 텃밭이나 화단을 가꾸는 일은 부부가 주말마다 이곳에 와서 한다. 부부는 식물에 물을 주는 수돗가 바닥도 손수 만들었다. 이를 위해 생전 처음 모래와 물, 석회석을 섞는 일도 해봤다.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만은 즐거웠다.

화단에는 수국, 과꽃, 백일홍, 패랭이, 채송화 등 30여 종의 꽃들이 피어 있다. 아내는 올여름 불볕더위를 잘 버틸 수 있도록 꽃들에 매일같이 물을 주며 정성스레 가꿨다.
마당 디딤돌은 남편이 직접 깔았다. 부부는 주말마다 맨발로 디딤돌을 거닐며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진다.

아내는 “가족의 손때가 묻은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그 어디에 있을 때보다 즐겁고 평온하다”고 말했다. 온전한 휴식을 위한 주말주택 개념으로 TV와 인터넷을 설치하지 않았는데도 매번 올 때마다 설레는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다.


“남편은 이곳에만 오면 아예 맨발로 마당을 걸어요. 직접 깐 디딤돌을 산책로 삼아 한 바퀴 돌며 한 주의 시간을 정리하고 새로운 기운을 얻는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때로는 남편과 함께 산책로를 거닐며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지곤 하지요.”


부부가 집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떴을 때는 모든 일이 낯설고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부부가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무엇보다 온 가족이 함께 집의 틈새를 메워가니, 그 어떤 저택보다 소중한 보금자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마당 중앙에 자리 잡은 대장 소나무가 집 안의 운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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