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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의 집 이야기 2편 '건축사(2)'

Dwelling & Archit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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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의 집 이야기 2편 '건축사(2)'

Dwelling and Architecture

글 양성필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아키제주 대표)  


01_ 건축사 2

저는 건축사를 ‘좋은 집을 짓기 위해 전문지식을 가지고 도와주는 사람’으로 이해해 주기를 바랍니다. 대가를 받고 일을 하는데 ‘도와주는 사람이라니요?’라고 되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건축사는 대가를 받고 의뢰인을 대신해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의뢰인이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좋은 집을 설계하는 것도 건축사의 일이기보다 의뢰인 본인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건축사는 의뢰인이 판단을 잘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이런저런 제안을 합니다. 왜냐하면, 건축사가 설계하고 있는 집은 건축사가 살 집이 아니라 의뢰인이 살 집이기 때문입니다. 설혹 건축사가 그것을 자기 작품인 양 세상에 소개하여도, 그 집의 소유와 사용의 주체는 의뢰인인 것이 분명하지요. 그런데 그 주체를 배제하고 마음대로 설계하는 것이 건축설계는 아닙니다. 건축사가 설계하는 집은 의뢰인을 배려해야만 하는 것이기에 도와주는 업무가 맞지요. 이런 경우 보통 대리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됩니다. 건축사는 좋은 집을 설계하기 위한 건축주의 대리인입니다.

건축사뿐 아니라 모든 전문직종의 종사자들은 그 전문직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으면 제대로 자신의 일을 해낼 수가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물건을 파는 상인은 눈앞에서 그 물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지만, 건축디자인을 생산하고 파는 건축사는 그가 적극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지 아니면 마지못해 그것을 업무적으로 처리하는지에 따라서 나중에 내놓게 되는 그 결과물의 질은 상당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법정에서 자신을 변호해주어야 하는 변호인이 계약에 의해 마지못해 법정에 서서 일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변호인을 선임한 당사자는 얼마나 불안할까요. 설계 대리인인 건축사는 의뢰인이 원하는 좋은 집을 그려주고 생각하는 도구입니다. 생각하는 도구의 특징은 의견을 존중해주어야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이죠.

건축사와 의뢰인 간의 신뢰와 존중은 좋은 집을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입니다. 어떤 집을 원하시나요? 전망이 좋은 집, 따뜻한 분위기의 집, 조용히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집, 거실에서 하늘이 보이는 집, 공사비가 적은 집, 에너지 소비가 적은 집 등등 어떤 점이 고민인가요? 물론 인터넷을 통해 이러한 고민에 대해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가 너무 많을 때는 또 그것을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요. 건축사는 이러한 선택을 신중하고 현명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좋은 주택 샘플을 들고 왔을 때, 건축사가 그 집이 의뢰인이 원하는 집으로 손색이 없는지 판단해주고 수긍하는 것도 건축사의 업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건축사가 인터넷 자료를 보고 수긍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립니다. 뭐든지 물어만 보면 다 가르쳐 줄 것 같은 인터넷 정보에도 답변을 들을 수 없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저는 집을 지으려는 분들에게 그 점 때문에 인터넷 정보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접으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마치 아이스크림 맛과 같은 것은 인터넷 정보로 알 수 없습니다. 사진으로 아이스크림의 형태는 알려줄 수 있지만, 그 맛을 전해주는 방법을 인터넷은 모릅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는 ‘정말 맛있어요! 입에서 살살 녹아요!’ 하는 글들이 그 아이스크림 맛을 전해주지는 않습니다. 먹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아이스크림의 맛. 그것을 인터넷으로는 아직 확인할 수 없습니다.

많은 분이 인터넷을 통해 얻은 사진 자료가 그 집을 알려주는 모든 정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집이라는 것은 매우 복잡해서 사진과 평면으로는 알 수 없는 내용이 매우 많습니다. 마치 아이스크림의 맛처럼 말이지요. 집은 결코 사진을 찍기 위한 배경으로 짓는 것이 아닙니다.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하고 아름다울 것 같은 집들의 모습은 수많은 연출이 있고 마치 아름다운 신혼처럼 준공 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아름다운 시절의 사진을 담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좋은 것은 너무나 많이 유포되는 반면 부정적인 것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집은 개인적 삶의 보금자리이며, 그것은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보편적인 정보로는 얻을 수 없습니다. 물론 보편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평면이나 형태라는 것이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생각이나 취미나 체격이나 가족 구성 등이 다 다르듯이, 그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집이라는 것이 같을 수는 없지요. 종종 제가 설계했는데도 정작 저는 마음에 안 드는 데 의뢰인은 매우 만족스러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와 의뢰인의 취향과 추구하는 바가 다른 것이지요. 막상 그 집을 준공 후에 찾아가 보면 그때서야 의뢰인이 원했던 게 무엇이었는지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건축사라고 해서 자기가 그린 모든 공간을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의뢰인이 가지고 있는 개성과 취향을 다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다만 귀를 기울이고 이해해 보려고 매번 노력할 따름입니다.

좋은 집이 갖추어야 할 안락함, 편안함, 즐거움 그런 것들을 인터넷에 떠도는 예쁜 집의 사진으로 확인하고 옮겨 놓을 수 있을까요. 저는 아무리 좋은 래시피를 구한다고 해도 손맛과 입맛이 제각기 다른 이유로 집집마다 다른 맛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집을 지어서 내다 팔려는 게 아니라, 본인과 가족이 살 집을 원하신다면, 이제 컴퓨터에게 좋은 집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지 말고 건축사에게 도움을 청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스스로 설계하겠다고 다짐하시기 바랍니다. 의뢰인이 스스로 설계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그것을 건축사가 도와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건축사의 집 이야기'기사는 연재 시리즈로 매주 토요일에 업로드 됩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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