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 자체인 복층 통나무주택

조회수 2019. 9. 12.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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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전원주택

울산시 중구 우정혁신도시 인근 마을에 들어선 119.34㎡(36.16평) 복층 통나무주택. 소나무가 우거진 야트막한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보기 드물게 도시의 빌딩 숲과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 공존한다. 이 마을은 나지막한 산에 기대어 남향으로 제법 넓게 펼쳐진 과수원, 그리고 이를 가로지르는 성안천이 바라보이는 풍수상 배산임수 형국이다.

몇 년 전에 개발제한구역 내 취락지구로 지정받아서인지 마을엔 고옥古屋이 주류를 이루고 현대주택은 다섯 채 남짓하다. 그중 한 채인 통나무주택은 예전부터 그 자리를 지켜온 듯 개발의 물결에서 빗겨 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다. 모름지기 순수 통나무(68㎜)로 벽체를 쌓아올린 건축 구조이기에 자연 친화적인 데에다 정서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좌측면의 한옥형 툇마루와 우측면의 현대식 덱과 테라스도 여기에 보조를 맞춘다.

 

글과 사진 윤홍로

HOUSE STORY

DATA  

위치 울산시 중구 성안동

지역지구 개발제한구역/취락지구

대지면적 495.00㎡(150.00평)

연 면 적 119.34㎡(36.16평)

  1층 84.6㎡(25.59평)

  2층 22.5㎡(6.80평),

  데크 9㎡(2.72평)

  보일러실 3.24㎡(0.98평)

건축형태 복층 통나무주택

MATERIAL

외 벽 재 68㎜ 사각 통나무

내 벽 재 68㎜ 사각 통나무

지 붕 재 아스팔트 슁글

창 호 재 시스템 창호

천 장 재 루버

바 닥 재 강화마루

난방형태 기름보일러

설계 및 시공

㈜정일품송 043-647-1161 www.kbshome.co.kr

현재 은퇴를 2, 3년 앞둔 울산 통나무주택 건축주 부부가 고옥이 딸린 대지를 마련한 것은 20년 전이다.

“그때엔 시골 마을에 좋은 집이 한 채 있다고 해서 샀어요. 그 후 10년 정도 비워놓았다가 아이들 할아버지가 들어와 사시다 몇 년 전에 돌아가셨죠. 애초 집 지을 생각은 없었는데 보는 사람마다 남향으로 터가 너무 좋다고 해서 은퇴 후 전원에서 생활하고자 지난해 통나무주택을 지은 거예요.”

나무는 콘크리트, 철 등 여타 구조체에 비해 열전도율(W/m·k)이 매우 낮다. 이 주택은 두께 68㎜ 사각 통나무로 벽체를 짰기에, 그 자체가 단열재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좌) 거실과 툇마루 사이에 넓은 창을 달아 계절별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우) 통나무주택은 그 자체가 인테리어, 익스테리어 마감재이다.
주방/식당 내벽을 이용해 계단실을 부분적으로 오픈했다.

건축주는 통나무주택 전문 설계·시공사인 ㈜정일품송(대표 강석찬)을 전원주택박람회에서 만난 뒤 통나무주택의 매력에 푹 빠진다.


“3년 전 이 회사에서 전원주택박람회에 전시한 통나무주택을 보면서 왠지 정이 가고 따듯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때 여타 건축구조와 단열 성능, 유지 관리 등을 비교하면서 통나무주택만한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지난 겨울엔 제천의 공장을 방문해 생산설비를 둘러보고 내려오면서 이 회사가 설계·시공한 울산의 통나무 펜션에서 1박 2일 머물렀는데, 당시 몇 년 만에 불어닥친 강추위에도 외풍 하나 없이 온기가 감돌아 깜짝 놀랐어요. 북유럽 추운 지역 국가들이 왜 통나무주택을 짓고 사는지 그때 알았죠. 우리는 지난해 11월에 통나무주택을 지었는데 올 겨울을 적은 난방비로 따듯하고 쾌적하게 지내고 있어요. 겨울에 따듯한 집이 여름엔 시원하다는데, 우리 집이 그래요.”

시공사 대표는 울산 통나무주택 건축주와의 만남을 이렇게 회상한다.

“건축주가 지난겨울 공장을 방문했을 때, 당시 회사는 10여 년을 추진해온 통나무, 목조, 시스템 황토 한옥을 통합해 제조할 수 있는 만능 복합 제조 라인을 완성하느라 수주엔 커다란 관심이 없었어요. 연구개발에 집중하면서 관습적으로 해오던 20여 년의 공법들을 새로운 시스템으로 구축하고자 조직을 다시 짜는 중이었으니까요. 한마디로 다 버렸다고나 할까요. 알고 있는 모든 것과 해오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다시 구축할 정도로요. 그 후 지난해 초여름 울산 건축주가 전화와 메일로 상담해왔어요. 66.0㎡(20.0평) 작은 집을 짓고 싶은데 자동화 생산 라인을 완료했는지, 지금은 건축할 수 있는지 하는 내용이었죠. 또다시 망설이다가 현장을 답사하고 두 번째 미팅에서 계약서를 작성한 뒤 직접 계획안을 만들기 시작했죠.”

주방/식당. 동선을 줄이고자 거실과 안방 가까이 배치했다.
(좌) 좌측 후면에 배치한 작은 방 (우) 우측 전면에 배치한 안방. 동측과 서측으로 창을 내 화사하다.
통나무주택에선 계단실 등 구조부가 인테리어 요소로 작용한다.

첫 만남에서 건축까지 적잖은 기간이 걸렸음에도 건축주가 통나무주택만을 고집한 이유는 통나무주택이 지닌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건축주는 ‘지난겨울 이 회사가 설계·시공한 울산 통나무 펜션에서 1박 2일 머문 뒤 통나무집 마니아가 됐다’고 말할 정도이다.

통나무주택과 한옥형 툇마루의 어울림

통나무주택을 짓기 전엔 대지 경계를 따라 다 쓰러져가는 낮은 담장이 둘러싸고, 그 안에 시골의 전형적인 고옥과 헛간, 화장실 등이 자리했다. 495.0㎡(150.0평) 대지는 좌향이 남향이고 동서로 긴 장방형이며, 서쪽은 마을 길에, 북쪽은 인접한 대지에, 동쪽과 남쪽은 밭과 과수원에 접한 형태이다. 

야트막한 산자락 대지라 집터에 안정감을 주면서 전망을 확보하려면 2m 정도 성토가 불가피했다. 그 후 프라이버시를 위해 도로에서 일정 거리를 두면서 앞마당을 확보하고자 집터를 북쪽과 동쪽으로 붙여 배치하고, 줄기초(60㎝)와 되메우기, 매트 기초(20㎝) 뒤에 68㎜ 사각 통나무로 벽체를 올렸다.

2층 서재. 원룸으로 시원스럽게 계획했으며, 1층 안방 위에 테라스를 설치해 기능성을 높였다.

1층 평면은 거실을 중심으로 좌측엔 포치형 현관, 화장실, 작은 방을, 우측엔 안방, 주방/식당, 다용도실을 배치한 구조이다. 2층 평면은 원룸으로 서재 하나만 드린 단출한 구조이며, 1층 안방 앞 기능성을 강조한 눈썹 처마 위에 테라스를 설치한 점이 눈에 띈다. 입식 공간인 거실에선 단층임에도 박공형 천장고가 높아 개방감이 들고, 여타 좌식 공간에선 평천장 또는 경사 천장이라 안정감이 든다. 주방/식당의 좌측 벽면을 활용한 ‘ㄷ’자형 계단실은 부분적인 개방과 폐쇄 기법으로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울산 통나무주택의 특징은 한옥의 툇마루와 현대주택의 덱, 테라스가 공존한다는 점이다. 툇마루는 이 회사에서 자동화 생산 라인을 갖추고 처음 시도한 것이다. 툇마루는 거실 창호의 개폐를 통해 계절에 따라서 독립 공간과 확장 공간으로 기능한다. 또한, 거실로 들이치는 눈비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여름철엔 실내로 유입되는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겨울철엔 실내로 따듯한 햇살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툇마루와 덱은 입면 디자인을 돋보이게 하면서 거실과 마당, 텃밭으로 이어지는 동선의 효율을 한층 끌어올린 구조이다.

거실 앞 툇마루. 통나무주택에서 보기 드문 구조이다.
거실, 툇마루, 덱이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건축주는 상주용 전원주택은 사회적·경제적 기능을 하는 모도시母都市에서 너무 멀면 안 된다고 말한다.

“주위에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겨울엔 다들 원룸을 얻어 도시로 나와요. 경치에 반해 막상 전원생활을 시작했지만, 겨울철엔 눈으로 고립될 때가 잦고 출퇴근에만 두 시간 남짓 걸리기에 불편하기 때문이에요. 우리 부부는 은퇴를 2, 3년 남겨놓았는데 둘 다 이곳에서 직장까지 20분밖에 안 걸려요. 아이들이 사는 도시의 아파트에서 가깝고 그곳의 기간시설과 편의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느니 아이들과 지인들이 드나들기에도 장을 보기에도 편리하지요.”

(좌) 포치 현관 (우) 2층 테라스에서 내려다본 마당. 도로에서 간섭을 피하면서 마당을 확보한 배치가 돋보인다.

한편, 아내는 도시의 아파트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처음엔 겁이 났다고 말한다.


“대도시 인근에 자리한 마을임에도 처음엔 눈만 돌리면 바깥이고 너무 낯설어 겁이 났어요. 오죽하면 혼자 들어오지 못해 신랑하고 퇴근 시간을 맞췄으니까요. 이젠 익숙해져서 그런지 어둠까지 정이 가요.”

울산 통나무주택 앞엔 매화나무와 배나무 과수원이 펼쳐져 있다. 건축주는 겨울도 나름대로 멋이 있지만, 꽃으로 하얗게 뒤덮이는 새로운 계절을 기대한다. 마당에 울타리 삼아 묘목을 심고, 텃밭에 채소를 가꾸면서 본격적으로 전원생활의 참맛을 즐기고픈 마음에서이다.


대지 좌측 도로에서 바라본 모습. 경사지를 성토해 집터에 위계를 부여하면서 조망권을 확보했다.
좌측 단층은 전통 가옥을, 우측 복층은 현대주택을 절충한 통나무주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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