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 치료를 위해 지은 황토집

조회수 2019. 9. 6.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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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황토 전원주택

좋은 터를 잡는다는 건 어찌 보면 집을 지을 때 가장 기본에 속한다. 김창웅(65)·박양순(56) 씨 부부는 비록 불리한 입지 조건에 터를 잡았지만 이를 잘 극복해 그 누구보다 만족스러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부부의 끊임없는 대화와 공간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글과 사진 김경한

취재협조 초원황토주택 

HOUSE NOTE

DATA  

위 치 인천시 강화군 불은면 오두리

용도지구 계획관리지역

건축구조 황토벽돌, 중량목구조

대지면적 397.00㎡(120.30평)

건축면적 131.98㎡(39.99평)

연 면 적 197.77㎡(59.93평)

  1층 85.95㎡(26.05평)

  2층 111.82㎡(33.88평)

건 폐 율 33.24%

용 적 률 49.82%

설계기간 2015년 12월 ~ 2016년 1월

공사기간 2016년 4월 ~ 2016년 7월

건축비용 3억 2천만 원(3.3㎡당 533만 원)

토목공사 배면, 옹벽, 바닥 1m 성토

토목비용 1천만 원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이화 S형 기와

  외벽 - 전벽돌(하부), 황토(상부)

  데크 - 방부목

내부마감 

  천장 - 홍송 루버

  내벽 - 편백 루버(하부), 황토(상부)

  바닥 - 강화마루 민속한지

단 열 재 

  지붕 - 난연 2등급 샌드위치 패널 225T

  외단열 - 열반사 단열재 45T

  내단열 - 압축보드 105T + 125T

계 단 실 

  디딤판 - 현무암 대리석

  난간 - 방부목

창 호 영림 발코니바 240

현 관 더 베스트 원목도어

조 명 그랜드조명 LED

주방가구 나래주방기구(원목)

위생기구 대림

난방기구 지열보일러

 설계

강화 미건건축사사무소 010-6253-7204

 시공

초원황토주택 031-987-7322

악조건을 극복해 최고의 전망을 얻다

부부는 인천 검단에서 7년 동안 단독주택을 짓고 살아왔다. 하지만 아내가 천식을 앓고 있어서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 갈 필요가 있었다. 인천 서구에 위치한 남편의 직장으로 출퇴근도 가능해야 했기에 강화도로 터를 잡았다.  

바닷가에 자리 잡는 주택의 문제점 중 하나는 해풍이다. 해풍으로 인해 단열과 결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부부가 선택한 부지 앞에는 자연 방풍림이 있어 그 점들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이어붙인 석재 데크를 깔아 자연의 멋을 살리면서도 실용성을 높였다.

터를 잡고 보니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원래 부지 옆에 폐가가 자리 잡고 있었지만 부부는 그 폐가도 사들이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행정기관에 알아보니 그곳이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이 돼 있어 매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부부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공기 좋고 전망 또한 탁월한 곳을 놓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폐가 쪽으로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기초 지반을 1m 높였다. 마침 집터의 일부 땅도 갯벌이 있던 곳이라 생땅이 나올 때까지 깊게 파고 말뚝을 박았다. 이처럼 기초공사를 튼튼히 하며 지반도 높이니 부부가 살기에 크게 무리가 없는 곳이 됐다. 2층 테라스에서는 평화롭게 파도치는 바닷가도 바라볼 수 있어 최고의 전망이 펼쳐진다.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부부는 1층 거실에 긴 테이블을 놓고 주말마다 식구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한다.
주방은 모임 장소인 거실을 크게 내주며 공간을 줄였다. 그 대신 싱크대를 거실 쪽으로 배치해 아내가 요리하며 거실 쪽 사람들과 대화를 이어가기 쉽게 했다.
벽이 숨을 쉬는 친환경 주택

“검단에 살 때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항상 코가 막혔어요. 주변 환경의 탓도 있었지만 집 자체의 구조적 문제도 컸죠. 그 집은 철근콘크리트주택이었는데, 처음 입주할 때부터 페인트 냄새 때문에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한 달 간 문을 열고 환기해도 마찬가지였죠.” 

부부는 강화도로 이사 올 때 집 구조부터 바꾸기로 했다. 아내의 호흡기 질환도 개선할 수 있는 주택으로 벽 자체가 숨을 쉰다는 황토주택을 짓기로 했다. 

계단의 폭을 줄이고 대신 복도 공간을 넓혔다. 아이들은 이 공간에서 함께 놀고 어울리며,별도로 설치된 TV를 통해 만화 영화도 본다. 손주들이 계단에 올라가 다치는 일이 없도록 계단에는 문을 설치했다.
안방은 남쪽과 동쪽에 창호를 내 충분히 햇볕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시공은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현 시공업체에 맡겼다. 이 회사는 황토에 짚을 썰어 넣고 직접 다져서 황토벽돌을 만든다. 모든 직원이 황토 주택 시공에 특화된 전문가여서 집을 지을 때 부부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체계적이고 완벽하게 집을 완성했다. 이사 첫날 집 안에 들어오자마자 은은하게 퍼지는 황토 향기가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아내는 코가 안 막힌다며 신기해할 정도였다. 왜 진작 황토로 빚은 집을 생각 못 했을까 후회될 정도였다. 

지인들이 오면 아파트 생활에 지친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도록 복도 옆에 구들방을 배치했다.
사람 사는 정을 반영한 공간

부부는 바닷가에 집을 짓다 보니 단열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기본적인 단열재 시공 외에도 지열 보일러 설치로 항상 집 안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게 했다. 그 덕분에 지난해 여름에는 에어컨을 한 번도 틀지 않았고, 올겨울에는 두꺼운 이불을 펴본 적도 없다. 

부부의 주생활 공간인 2층도 거실을 넓혀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하게 했다.
아내가 특별히 요구한 사진방이다. 옛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사진들을 가득 진열해 삶의 여유를 찾고 있다.
2층 테라스에서는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바닷가가 보인다. 이곳에서 방문객들은 차나 술을 마시며 전원 속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시공사에서는 보일러를 집 안에 넣으려고 했어요. 우리 생각은 달랐죠. 아침마다 찾아오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며 귀를 즐겁게 하는 나뭇잎의 나부끼는 소리도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보일러실을 밖으로 뺐어요. 몇 달을 살아보니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참 다행이다 싶어요.”

아내는 17년간 홍어 전문점을 운영했을 정도로 음식 솜씨가 뛰어나다. 인천의 한 요리경연 대회에서는 대상을 받은 적도 있다. 지금은 비록 건강 문제로 음식점을 접었지만, 그녀는 그 솜씨를 발휘해 사람들에게 요리해 주길 좋아한다. 실제로 주말마다 시댁이나 친정 식구들을 초대해 음식을 해주며 삶의 소소한 대화를 이어간다.

싱크대를 거실 쪽으로 뺀 점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 처음에는 건축사사무소에서 설계가 까다롭다는 이유로 이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그렇더라도 아내는 이걸 양보할 수 없었다. 결국 싱크대가 거실을 바라보게 설치했고, 요리하면서도 거실에 머무는 식구와 마주 보며 대화하는 게 가능해졌다. 

2층에는 보조 주방 격인 와인 바를 설치했다. 아내는 이곳에서 직접 인삼주를 담가 지인들에게 나눠준다.
아내의 손재주를 엿볼 수 있는 장식품들이다. 장미 모양으로 깎은 인삼과 세계 각지를 다니며 모은 수석이 인상적이다.

부부 모두 사람 만나길 좋아한다. 더 많은 사람이 집 안에 머물 수 있도록 1층 거실을 크게 확장하고 긴 식탁을 배치해 한 번에 10명 이상이 모여 앉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다. 2층에는 보조 주방 격인 와인 바를 만들고 그곳에 직접 담은 인삼주를 보관하고 있으며, 창고에는 각종 효소를 항아리에 넣어 발효하고 있다. 인삼주와 효소는 손님이 왔을 때 각각 귀한 약주와 천연 조미료로 활용한다.

부부는 구들방을 만들어 아파트 생활에 지친 방문객들이 뜨끈한 아랫목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부모와 함께 오는 아이들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계단 면적을 최대한 줄이는 대신 복도 공간을 넓혀 아이들의 휴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함께 어울리며 따로 설치된 TV를 통해 만화 영화도 실컷 볼 수 있다. 

남편은 아내의 건강 회복을 위해 집 앞 공터에 손수 바위를 옮기고 나무를 심어 연못을 만들어 선물했다.

남편은 아내의 건강 회복을 위해 강화도에 황토주택을 지어줬다. 아내는 그 마음을 이어받아 식구들에게 맛깔스러운 음식을 대접하며 사람 사는 정을 나눈다. 전원생활이란 좋은 부지와 멋지게 지은 집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의 마음으로 완성하는 것임을 부부는 삶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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