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감성에 형태를 입힌 광주 주택 '우주재'

조회수 2019. 8. 28.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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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철근콘크리트주택

집이라는 공간을 접할 때 마다 흥미로운 것은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한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과 그 사람을 탐구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 또한 한 가족의 소소한 이야기들과 그들의 생활방식, 그리고 삶을 대하는 태도 등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며 설계가 되었다. ‘우주재’라는 이름은 건축주가 지은 이름이다.  

안광일·박솔하(백에이어소시에이츠 공동대표)

사진 제공 백에이어소시에이츠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537.00㎡(162.44평)

건축면적 165.00㎡(49.91평)

건폐율 30.72%

연면적 165.00㎡(49.91평)

용적률 30.72%

설계기간 2015년 12월~2016년 1월

공사기간 2016년 7월~2017년 2월

건축비용 4억 원(3.3㎡ 당 750만 원)

설계 및 시공 100A associates 02-919-9135 www.100a-associates.com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미장방수 위 우레탄 도막방수

  벽 - 시멘트벽돌 위 지정 컬러

  데크 - 천연 방부목 멀바우(나이테)

내부마감

  천장 - 친환경 수성 도장(삼화페인트)

  벽 - 친환경 수성 도장(민속한지, 삼화페인트)

  바닥 - 수입타일(VISTA), 이건마루

단열재

  지붕 - 경질우레탄폼 150mm 발포

  내단열 - 경질우레탄폼 150mm 발포

창호 43mm 시스템창호(이플러스 윈도우)

현관 시스템도어(이플러스 윈도우)

조명 원목(월넛) 제작 펜던트 조명

주방기구 현장 제작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건축주 부부는 모두 시골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결혼과 함께 서울로 상경한 후 30여년을 줄곧 아파트에서 생활했다. 도심 속 아파트 생활이 편리한 만큼 갑갑한 마음도 커져갔고 정년이 다가오면서 인생2막은 다시 자연과 함께 살아야겠다고 했다.  


건축주와 자녀들이 일을 하기에는 도심과 가까워야 했기에 경기도로 한정을 하고 숲이 가까이 있고 마을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는 곳을 찾아 집터를 보러 다녔다. 우연히 분당과 인접한 경기도 광주에 있는 땅을 만났다. 3월 즈음, 아직 쌀쌀하고 새싹이 돋기 전 앙상한 나무 가지만 있는 숲의 모습이었지만, 숲을 마주하고 있는 땅은 맑은 공기와 볕이 잘 들어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몇 차례 땅을 다시 마주할 때도 첫 인상과 마찬가지로 한결같은 분위기에 주저 없이 결정했다고 한다.

공간 디자인 방향성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첫 인상의 공간으로 군더더기 없는 여백의 공간이다.
빛이 잘 드는 중정과 서재가 연결된 복도
비움 그리고 자연

건축주 가족은 모두 꽃과 나무를 좋아해 작은 정원을 가꿀 수 있는 전원주택 생활에 대한 꿈이 늘 있었기에 뜻을 모아 우리를 찾아왔다. 사과 한 봉지를 들고 찾아온 건축주는 소녀처럼 수줍어하는 모습이었다. 우리를 찾아오기 전에 이미 우리가 작업했던 공간들을 알고 있었고 직접 보았다고 했다. 건축주가 요구한 사항은 간단명료했다. 

“모든 공간에서 자연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대청마루를 모티브로 한 공간이다. 중정은 실내에서 자연의 빛과 계절의 변화를 사유하기 위해 고안됐다. 절제된 여백의 공간에 오롯이 빛과 사계절을 담아내는 공간이다.
필요한 면적만 가지고 기획된 공간이기 때문에 자칫 좁게 느껴질 수 있다. 대신 양 옆으로 테라스를 배치해 공간의 확장감을 극대화했다. 한 쪽으로는 자연이 보이고 다른 한 쪽으로는 프라이빗 한 테라스가 자리한다.

건축주 요구를 설계에 반영하기 위해서 적잖은 고민이 필요했다. 주택단지 안에 네모반듯한 대지 환경(주택을 남향으로 앉힐 수밖에 없는)을 고려했을 때 어려운 부분이었다. 모든 공간에서 자연을 가까이 하도록 숲을 조망하기 위해서는 남향이 아닌 동향을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축주가 이 대지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숲이었기 때문에 주택을 동향으로 배치하고 남향 빛을 실내로 들일 수 있도록 중정을 두었다. 이 또한 낮과 밤의 변화, 계절 변화를 내부로 끌어들임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자연을 가까이 하는 셈이다.

침실엔 큰 창을 통해 자연을 담았다. 빛과 사계절의 변화만으로도 충만한 공간이다. 잠자는 시간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침대 하나, 몇 개의 소가구가 들어갈 정도의 작은 공간이다.
입지 조건과 주택 배치

주택을 배치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 한 것은 단연 마당과 숲이었다. 주택을 최대한 숲에 가까이 배치해 정원과 숲 사이에 주택이 있도록 했다. 마당과 숲이 이 공간의 여백이라고 생각했다. 건축주 가족 구성원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공간을 주어지게 하되 여백의 공간을 사유하게 함으로써 내부와 외부의 차이를 동질화하며 그 경계가 지워지기를 바랐다. 



건축주의 세 자녀 중 디자인을 전공한 첫째와 둘째, 두 자매가 일과 공부를 하는 공간이다. 자연을 담는 여백의 공간이며, 생각을 비우는 비움의 공간이고, 다채로운 빛과 계절의 변화를 통해서 영감을 얻는 사고의 공간이다.
방은 하나지만 둘로 분리된다. 문을 열었을 땐 하나의 공간이 되고 공간과 공간이 연속돼 확장성을 갖는다.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 단정하게 정리한 욕실

입면 디자인은 낮고 긴 형태,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만큼의 크기로 숲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형태를 갖고자 했다. 단독주택단지 특성상 프라이버시를 갖기 힘든 주변 환경을 고려해 주택 정면에 좁고 긴 창을 내고, 옛 흙담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평면은 건축주 라이프스타일과 동선을 고려해 공간 구석구석 모자람 없이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따로 또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공간 분리와 소통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공간별 특징은 ‘여백의 미’를 강조했다. 계절에 따라 혹은 시간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하는 자연과 빛과 그림자의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식사 공간과 나란히 연결된 테라스다. 외부이지만 프라이빗하게 사용할 수 있는 내부와 연결된 곳으로 공간에 확장감을 부여한다.
벽돌 사이의 흘러내리는 메지밥은 한국의 흙담을 연상케 한다.

건축주 가족으로부터 종종 연락을 받는다. 겨울에는 눈 소복이 쌓인 마당에 만들어둔 눈사람 사진을, 봄에는 손수 키워낸 활짝 핀 꽃 사진을 찍어 보내주시기도 한다. 어느 날에는 중정에 보름달이 그림처럼 들어와 달빛을 가득 담은 집 안의 분위기를 설레는 목소리로 전달해 주셨다. 우리가 설계하면서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공간의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느끼고 이야기 해주시는 건축주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다.

마을과 마주하는 면은 프라이버시를 위해 닫아주되, 산을 바라보고 있는 면은 크게 열어 풍경을 담아 공간마다 자연이 함께하도록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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