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과 갤러리의 만남, 능동 협소주택

조회수 2019. 7. 26.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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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 철근콘크리트주택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식당과 갤러리. 하나만 살리기도 어려운 협소한 공간에 소박한 공간 구성과 차분한 분위기로 두 개의 공간을 절묘하게 조합했다. 요리를 즐기는 황선미 씨와 아마추어 사진가 안선영 씨 두 친구의 작품이다.

글 사진 백홍기 기자 | 취재협조 볼드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HOUSE NOTE

DATA 

위치 서울시 광진구 능동

지역/지구 도시지역, 제1종 일반주거지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66.20㎡(20.02평)

건축면적 37.81㎡(11.43평)

건폐율 57.11%

연면적 99.21㎡(30.01평)

  1층 28.83㎡(8.72평)

  2층 28.66㎡(8.66평)

  3층 28.02㎡(8.47평)

  4층 13.70㎡(4.14평)

  다락 12.70㎡(3.84평)

용적률 149.86%

설계기간 2018년 5월~8월

공사기간 2018년 9월~2019년 4월

건축비용 2억 5천만 원 (3.3㎡당 625만 원_다락, 발코니 포함)

설계 볼드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02-3447-7888 www.boldarch.kr

시공 건축주 직영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컬러강판 0.7T

  벽 - 치장벽돌_R701(Brick Art)

  바닥 - 노출 우레탄 방수

내부마감 

   천장 - 페인트, 노출콘크리트

  벽 - 페인트

  바닥 - 원목마루

단열재 

  지붕 - PF보드 130T

  외단열 - PF보드 175T

  바닥 - 압출법 보온판 105T

계단실 

  디딤판 - 현무암 30T

  난간 - 평철난간

창호 윈도어

현관 자체 제작

주요조명 T5, 메가룩스

주방가구 백조싱크, 조은싱크

위생기구 대림바스, VOVO

난방기구 콘덴싱 가스보일러(귀뚜라미)

누구나 새로운 두 번째 삶을 산다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의지할 사람이 있다면, 조금은 힘낼 수 있지 않을까. 건축주 황선미, 안선영 씨가 그랬다. 대학교에서 만난 두 친구가 동업의 의지를 다진 건 20여 년의 세월이 지나서였다.


학교를 졸업 후 황선미 씨는 이탈리아로 떠났다. 그곳에서 실내건축을 전공하고 관련 회사에 취직해 10여년 세월을 보냈다. 이후 국내에 들어와 전시기획사를 운영했다. 비슷한 시기 안선영 씨는 한국에서 오랜 시간 편집기획을 하면서 아마추어 사진가로 활동했다. 그러다 사진 단체전에 참여한 안선영 씨가 친구를 찾으며, 다시 만났다.


“2014년에 ‘다시 서울의 경계에서’라는 단체전을 준비할 때 선미가 한국에 들어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전시에 초대했어요. 사진은 저의 지친 일상의 돌파구였는데, 그 친구도 일에 지쳐 힐링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어요. 서로 힘들 때 만나 의지하면서 더욱 가까워졌죠. 그러다 어느 때쯤인가 같이 새로운 일을 하기로 했어요.”

1층 식당 내부 한편에 귀여운 소품과 판매용 도록을 배치한 아기자기한 전시 안내 데스크
소박한 구성과 차분한 분위기로 연출한 ‘식당 수목금토’ & ‘갤러리 사진적’
부족한 것 없이 갖출 건 다 갖춘 아담한 2층 임대세대. 깔끔한 인테리어와 천장의 노출콘크리트가 이질감 없이 잘 어우러진다.

요리를 좋아하고 남다른 실력을 자랑하는 황선미 씨와 자기만의 사진 세계를 꾸려가는 안선영 씨는 서로 상대의 이야기를 존중하고 귀하게 귀담았다. 두 이야기는 쌓일수록 하나로 뭉쳐지고 단단해졌다. 


황선미 씨의 말이다.

“요리는 배려에요. 먹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만들어야 해요. 몸에 좋은 것을 기분 좋게 먹을 수 있게 하려면, 재료 선택부터 과정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살펴야 하죠. 물론 제가 만들 걸 모든 사람이 좋아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그냥 서로 즐길 수 있는 사람끼리 만나 음식을 통해 먹는 즐거움을 나누는 거죠.”


안선영 씨의 말이다.

“사진을 예술이라고 생각하기 전에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는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는 사진가의 몫이에요. 저는 공감할 수 있는 사진, 울림이 있는 사진을 좋아해요. 기쁨, 슬픔, 고통, 분노. 우리가 살면서 누구나 느끼고 때론 감당해야 하는 것들을 사진을 통해 전하고 싶은 거예요.”

3층 주인세대 현관. 계단참에 슬라이드 문을 설치해 현관문 바깥쪽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게 함으로써 내부 공간을 조금 더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시시각각 빛과 그림자 그려내는 입면


대지는 안쪽에 20여 세대가 거주하는 막다른 길 초입에 있다. 군자역까지는 걸어서 5분, 이보다 가까운 거리에 어린이대공원 북문과 서문과 연결된다. 동네 시장 역할을 하는 대로와 인접해 있어 오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바로 옆에 공영주차장이 있어 밀집 주거지역임에도 주차 걱정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친구(황선미)가 이 근처에서 살고 있었는데, 동네 분위기가 좋았어요. 아파트 단지에서 볼 수 없는 활기찬 기운도 마음에 들었고요. 어린이대공원도 가까워 언제나 돌아볼 수 있다는 점도 괜찮았어요. 그래서 멀리 가지 않고 근처에서 적당한 매물을 찾은 거예요.”


근린생활시설이 있는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건물을 매입한 두 친구는 처음엔 리모델링을 생각했다. 하지만,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임대수익까지 고려한 끝에 신축으로 변경하고 근처에 있는 볼드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의 문을 두드렸다.


대지는 남측과 동측 일부를 제외한 3면에 5층 높이의 신축 빌라가 둘러싸고, 골목 폭이 3m라 대지 일부는 접도요건에 따라 안쪽에 거주하는 이웃들의 보행로로 이용되고 있었다. 적은 예산과 신축에 어려움이 많은 현장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손경민 소장은 적절한 배려의 지점을 찾는 데서 설계를 시작했다.


“우선 5층 높이의 다세대주택 건물이 있는 방향을 제외한 남측과 동측 일부 방향에 채광을 위한 주요 개구부를 냈어요. 근린생활시설이 있는 1층을 골목 진입로로 향하도록 정면에 배치하고, 1층 공간 일부를 건축선에서 후퇴시켜 이웃들이 매일 이용하는 골목길에 병목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편리한 보행로를 확보했습니다. 이 때문에 주거공간이 줄어들지 않도록 2층부터는 캔틸레버 구조로 실내 면적을 확보했어요.”

화장실은 현관 바로 옆에 있다. 흰색의 작은 사각 타일이 깔끔하면서 아기자기한 느낌을 준다.
소파와 책장, 작은 책상을 마련한 거실은 휴식과 업무를 위한 공간이다.

수직으로 쌓아 올린 주택은 캔틸레버 구조를 지지하기 위한 구조 벽체를 최상층부터 1층까지 연결해 날씬하지만, 꿋꿋한 모습의 안정감을 보여준다. 다각형 대지에 맞춘 평면에 의해 입면 역시 크고 작은 여러 개의 면을 형성하면서 시간 흐름에 따라 다양한 빛과 그림자를 그려낸다. 외부로 돌출시킨 계단실은 벽돌 마감재와 상반되는 흰색 드라이비트로 마감해 밝은 표정을 담았다. 여기에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도록 식당 입구 주변에 형광색 페인트로 포인트를 주고 아기자기한 화초를 가꿔 개성 넘치는 파사드를 연출했다.

4층 침실
4층 테라스에는 쉼터 의자와 작은 텃밭을 마련해 소소한 야외 일상을 누릴 수 있다.
역으로 풀어낸 공간 해석

건축제한이 때론 창의력을 불러내 묘수를 끌어내기도 한다. 


“처음부터 모든 걸 알았으면, 여기에 집을 짓지 않았을 거예요. 땅은 좁고, 예산은 부족하고, 이런저런 제한 때문에 식당과 임대세대, 주거 공간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협소주택을 계획할 때 가장 큰 고민 역시 공간 확보다. 대지면적 66.20㎡(20.02평)에 임대세대까지 갖추려면 적어도 4층 건물이 필요했다. 하지만, 일조사선제한 때문에 정북 방향으로 경사를 내면서 4층에는 침대 하나 넣기도 어려울 정도로 면적이 좁아졌다. 손 소장은 9m 높이에서 해답을 찾았다. 침실로 사용할 수 있는 최소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4층을 9m 높이에 맞추고 역으로 층을 풀어낸 것이다. 이 때문에 낮아진 1층 식당 천장 높이를 확보하기 위해 바닥 레벨을 1m 낮추게 된 것이다.


외부 계단은 2층의 아담한 임대세대와 3층 주인세대를 연결한다. 3층부터 다락은 내부에서 연결했다. 가장 면적이 넓은 3층에 거실을 배치하고 작은 책상을 마련해 세련된 사무공간처럼 꾸몄다. 4층은 높은 천장고를 활용해 다락을 만들어 두 건축주만의 아늑한 침실 두 개를 마련했다. 협소하지만, 집 안에서 최소한 외부활동을 할 수 있도록 4층에 야외 테라스를 배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테라스 한편에는 ‘식당 수목금토’에 사용할 친환경 채소를 기르는 작은 텃밭도 마련했다. 협소한 공간에서는 1㎝도 아쉽기 마련이다. 여기에 예산까지 부족하다면, 마감재 선택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마감재를 최대한 줄여 노출콘크리트와 페인트만 사용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깔끔한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었다.

3층부터 다락까지 연결한 오픈형 계단
4층의 높은 천장고를 활용해 작은 침실을 배치한 다락

우리는 오늘도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을 찾는다. 조미료 대신 문화를 솔솔 뿌려 색다른 식도락 여행을 제공하는 ‘식당 수목금토’ & ‘갤러리 사진적’. 이곳이라면, 허기진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풍요로 채워줄 것만 같다.

골목에 식당이 있지만, 밝고 화사한 색 배치와 앙증맞은 화초들로 입구를 꾸며 눈에 띄도록 만들었다.
다양한 입면을 형성한 주택은 시시각각 다채로운 빛과 그림자를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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