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처마의 웅장한 멋에 반하다

조회수 2019. 7. 12.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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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 한옥 전원주택

언젠간 한옥에 살리라는 소망을 품던 건축주 김병희 씨가 꿈을 이뤘다. 집터에 자리 잡은 주춧돌 위로 기둥과 지붕이 모양을 갖추자 건축주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한옥에 더욱 깊이 빠졌다.

글 사진 백홍기

HOUSE NOTE

위치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용도지구 계획관리지구

건축구조 전통 한옥

대지면적 628.70㎡(190.51평)

건축면적 145.62㎡(44.12평)

연면적 145.62㎡(44.12평)

건폐율 23.16%

용적률 23.16%

설계 (주)팀텐

시공 우성산업개발(주) 043-285-2301

정면도
좌측면도

은은한 꽃향과 잔잔한 피아노 선율처럼 차분하고 조용한 김병희 씨. 한옥의 정서에 반해 오래전 한옥에 관한 강의도 수없이 들었다고 한다. 한옥 투어를 할 정도로 한옥은 늘 가깝고 친근했다.“근처 한옥마을은 거의 다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이곳을 알게 됐어요. 마을과 주변 환경을 둘러보고 이곳에 터를 잡겠다고 결심했죠.”

현관 옆에서 바라본 주방/식당이다. 건축주가 직접 천연 염료로 물들인 장식천이 나무와 잘 어울린다. 정면에 보이는 뒷문을 열면 근사한 풍경이 나타난다. 왼쪽의 미닫이문은 다용도실이다.
솔향 그윽한 한옥에 꽃향기를 채우다

오창 미래지 한옥마을에 터를 잡은 김병희 씨는 한옥에 산다는 건 축복이라고 한다. 향기롭고, 힐링을 제공하는 공간에서 살다 보니 ‘성격도 느긋해지고 여유가 넘친다’고 전한다. 그러니 아파트에 살던 시절은 답답한 나날이었다. 

“한옥을 지을 때 자주 찾아와 봤어요. 안백순 대목장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작업을 다시 했어요. 하나의 작품을 만들려고 심혈을 기울이는 것에서 진정한 예술가의 모습을 봤어요.”

김병희 씨 역시 하나의 꽃차를 완성하기까지 고단하고 지루한 싸움을 한다. 어쩌면 장인이 집중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 건 아닐까? 

거실처럼 사용하는 대청이다. 우물천장으로 멋을 내 다도와 어울리는 아늑한 공간을 연출했다. 왼쪽의 살짝 들어난 입구를 닫으면 두 개의 공간으로 분리되고 거실은 방문객이 사용한다.
주방 모습

고문헌에 전하는 꽃차는 150여 가지다. 그동안 김병희 씨가 만든 꽃차는 200가지가 넘는다. 지금도 비 온 뒤면 들꽃을 찾아 산에 자주 다닌다. ‘들꽃이 모두 작품처럼 보인다’는 김병희 씨가 최근에 재현한 사군자차, 궁중 미인차, 장수차 등은 한 번 향을 맡으면 잊지 못할 진한 여운이 남는다. 국가 행사에도 자주 초청받아 세계인에게 우리나라 꽃차를 선보여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앞으로 꽃차를 브랜드화해서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 더욱 알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충북의 꽃인 목련을 꽃차로 만들어 충북의 향도 알리려고 합니다.” 

서재 겸 여분의 방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다.
안방과 연결되는 복도
안방은 전통 창살의 붙박이장을 설치해 한옥의 느낌을 살렸다. 창과 붙박이장 문이 서로 마주보며 한옥의 멋을 뽐낸다.
필요에 따라 공간 분할

꿈을 실현한 공간에서 또다시 새로운 꿈을 꾸는 김병희 씨의 집은 그윽한 솔향을 내뿜는 솟을대문과 담 너머 묵직한 팔각지붕을 얹은 한옥이다. 용마루 선은 시원하게 뻗고 추녀는 날개를 편 학의 우아함을 닮았다. 

웅장함과 우아한 멋을 내는 처마가 깊다. 서까래를 보니 부연을 설치한 겹처마다. 부연은 깊은 처마가 처지지 않게 받치는 역할과 멋을 내는 용도로 사용한다. 일반 주택에선 잘 사용하지 않는 고급 건축시공이다. 보통 궁이나 사찰에 주로 사용하는 양식이다. 사찰을 30년 넘게 건축한 안백순 대목장이 한껏 멋을 냈다. 그는 실내 천장도 우물천장으로 만들어 멋과 기품을 담아냈다.

전통 한옥 공법을 적용했지만, 실내는 현대인이 거주하는 데 불편함 없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그 첫째가 현관이다. 전통 한옥은 현관 없이 디딤돌 위에 신발을 벗어둔다. 현대 한옥의 큰 특징은 양옥현관을 한옥 내부로 끌어들여 한겨울에도 신발이 차가워지지 않아 좋다. 현관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주방이 보이고 왼쪽에 안방, 오른쪽에 대청과 사랑방이 있다.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다도실은 넓은 공간을 확보해 여러 사람이 모여도 넉넉하다. 전통 꽃차를 연구하는 김병희 씨가 만든 꽃차들이 벽을 멋지게 장식한다. 이곳에선 건축주가 꽃차 강의를 하고 인문학 강사를 초청해 지인들과 함께 강의를 듣기도 한다.
이 집엔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손님을 위한 방을 마련했다. 방 한 가운데 자리 잡은 김병희 씨의 거문고가 한옥의 정서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한낮의 밝은 빛이 창살을 통과해 꽃을 비추고 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공간을 밝힌다.

이 집의 또 다른 특징은 필요에 따라 두 개의 공간으로 분리하게 설계한 점이다. 현관과 대청을 연결한 입구에 미닫이문을 설치하고 미닫이문으로 공간을 분리하게 했다. 공간만 분리한 게 아니다. 화장실과 현관도 하나씩 더 마련해 방문객이 주인의 거주공간을 거치지 않고 편하게 드나들게 했다. 사랑방에 해당하는 공간은 건축주의 꽃차 강의실이다. 벽엔 각종 꽃차를 진열한 장식장이 벽을 멋스럽게 꾸민다. 사랑방 옆엔 게스트룸도 갖췄다.

김병희 씨는 “사시사철 꽃향으로 가득한 이곳에 한 번 온 손님은 또 찾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시내에서 진행하던 강의도 수강생들 요청에 의해 이곳으로 옮겼다. 음악 하는 제자들도 초청 연주회를 거치고는 자주 드나들며 즐거워한다.

지극히 한국다운 것. 우리의 문화는 한옥에서 나와 ‘한옥을 찾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김병희 씨는 전한다. 그래서 ‘외국인 손님은 꼭 한옥체험을 해보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여건이 되면 한옥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고 호소한다.

겹처마의 멋은 웅장함과 부드러움이다. 부연이 깊은 처마를 받치고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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