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집

조회수 2019. 2. 22.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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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전원주택

과거와 현재의 중첩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보성 가내마을. 마을 깊은 안쪽엔 서재필 선생의 생가가 있다. 그리고 생가와 거슬리지 않게 조화를 이루는 집이 있으니 건축주 김수자 교수의 집이다.


글 사진 백홍기 기자

HOUSE NOTE

DATA

위치 전남 보성군 문덕면 용암리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용도 계획관리지역

대지면적 1,599.00㎡(484.54평)

연면적 전체 263.20㎡(79.75평-고택 포함 면적)

건축면적 본채 159.99㎡(48.48평)

             본채 1층 91.69㎡(27.78평)

             본채 2층 68.30㎡(20.69평)

             고택 103.21㎡(31.27평)

건폐율 13.92% / 용적율 16.46%

설계기간 2015년 4월~4월

공사기간 2015년 5월~6월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리얼징크

  외벽 - 적삼목

내부마감

  거실 - 레드파인

  바닥 - 엔틱 강마루

단열재

  외벽 - 하이테크 6㎜

  내벽 - 인슐레이션 R19

주방기구 한샘

설계 및 시공 도도건축  

보성이라는 지역적 특성에 걸맞게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거실.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다. 외부와 연결되고 외부의 풍경을 안으로 끌어들여 야외에서 차를 마시는 듯한 느낌을 준다.

건축은 균형이라 말한다. 사람, 자연, 재료, 환경과의 균형을 바탕에 두기 때문이다.


형태는 그다음이다. 형태가 균형을 앞서면 이질적이고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균형의 시작은 땅의 기운을 살피는 것에서 출발한다. 바람길을 읽고 햇빛을 관찰한다. 산세와 주변 건물도 살핀다. 시공사 박영제 대표는 균형점을 찾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대지를 살피러 왔다.


“땅을 알아야 건축이 나옵니다. 건축은 자연과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자연과 부딪히지 않아 편안하고 좋은 집이 나오죠. 그리고 이 집은 고택과의 균형도 고민해야 했습니다. 신축 주택이 크고 화려하면 기존 고택이 묻히죠. 고택을 살리고 이 집도 살리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현관 벽과 천장, 바닥을 목재로 마감해 외부에서 받은 집의 느낌은 실내에 들어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풍경과 산책의 여유를 담아

불교에서는 하나의 인연이 닿기 위해 억겁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억겁의 세월은 은유적 표현이다. 그만큼 인연이란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하면 되겠다. 명당으로 풀이되는 이 집터를 건축주가 얻게 된 것도 깊은 인연이 닿은 것으로 보인다.


“지인이 좋은 집이 있다고 소개해줬죠. 빈집이라 허술했지만 조선 시대 한옥의 기품이 전해졌어요. 남편은 시골에 집을 얻는 것을 격하게 반대했어요. 그렇게 마음을 접고서도 늘 생각이 났어요. 1년 뒤에 혹시나 해서 찾았는데 그대로 있었죠. 바로 매입하고 주말마다 남편 몰래 내려와 수리했어요. 원형을 갖추고 남편에게 보여줬더니 흡족해했어요.”

고풍스러운 식탁은 고택에서 나온 자재를 사용해 만들었다. 주방의 타일이 나무와 잘 어울려 분위기를 한층 더 아늑하게 꾸며준다.

이곳엔 고택 두 채가 나란히 있었다. 상태가 안 좋은 안쪽의 고택을 허물고 올해 신축했다. 원형을 찾아 그동안 사용해온 고택 본채는 게스트룸으로 사용한다. 집을 짓게 되면 많을 것을 담고 싶어 한다. 그에 비해 김 교수의 주문은 간결하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 창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햇빛이 들고 별을 볼 수 있는 천창과 야외에 족욕할 수 있는 공간을 주문했죠. 나머진 박 사장에게 맡겼어요. 예전에 박 사장이 지은 집을 보고 어떻게 집을 짓던 믿음이 갔죠.”

주방에서 안방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ㄱ자로 꺾어 안방으로 향하는 시선을 차단한다. 짙은 색의 바닥재는 무게감을 주어 안정감이 들게 하고 동선을 유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동선과 형태는 설계사의 몫으로 남겼다. 동선은 손님이 많은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부터 분리했다. 분리된 공간은 현관에서 거실, 2층 안방과 외부 족욕실을 거쳐 다시 현관으로 귀결되는 하나의 동선으로 완성했다.


동선은 편안함을 바탕에 두고 계획한다. 몸으로 느끼는 이동의 편안함, 눈과 마음으로 느끼는 형태의 편안함이다. 시야를 차단하기 위한 적당한 굴곡, 높지도 낮지도 않은 레벨, 자연스러운 공간의 연속, 고즈넉한 뒷마당을 통하는 동선에선 가벼이 산책하는 여유가 느껴진다. 

넓은 안방은 레벨차를 두어 침실 공간을 분리했다. 안방에서 연결되는 족욕실은 안방 창을 통해서도 연결된다.
스테인드글라스로 은은한 빛이 들어오는 기도실은 게스트룸 한편에 자리한다.

산책의 여유는 적재적소에 배치한 창으로 인해 더욱 커진다. 시선이 머무는 곳에 창을 설치해 고택의

처연함을 담고, 대나무숲을 지나는 바람을 느끼게 하고, 아름다운 가내마을에 담긴 세월을 감상하게 한다. 창은 장소와 풍경에 따라 위치와 높이, 폭을 결정해 풍경이 전하는 느낌이 흩어지지 않게 했다.


“풍경을 볼 수 있게 창이 크고 많으면 무조건 좋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집에 들어오고 나서야 진정으로 좋은 창이란 무언지 알게 됐죠. 풍경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내야 한다는 걸.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까다로운 작업인지 새삼 느꼈어요.”

게스트룸은 풍경에 맞춰 창의 높이와 위치 형태를 다르게 했다.
욕실은 넓은 창에 의해 밝고 시야가 확 트여 답답하지 않다. 부족한 조도는 천창을 통해 확보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좋은 집

삼다도의 제주도처럼 이 마을도 돌, 바람, 햇빛이 풍족한 마을이다. 넘칠 듯 풍족하지만 버려진 건 없다. 담을 건 담고 흐르는 건 자연히 흘러가게 길을 내줬다.


집은 온통 나무로 지어졌다. 목조주택이라 당연하다 생각하겠지만, 보통 마감재는 관리가 쉽거나 장식적인 요소를 생각해 다른 자재를 사용한다. 이 집은 목재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목재 표면에 칠도 하지 않았다. 칠을 하면 목재의 성질을 죽인다는 것이다.

창의 모양은 밖의 풍경에 의해 결정했다. 창 하나하나가 액자와 같다.
건축하기 전부터 자리 잡고 있는 나무는 베지 않고 자리를 피해 집을 앉혔다. 나무는 햇빛이 강할 때 차양 역할을 한다

기초공사할 때 나온 돌은 모아서 축대를 쌓았다. 현관을 막아선 나무는 베지 않고 자리를 양보했다. 대나무숲은 족욕실을 감싸는 커튼처럼 활용했다. 집은 재료의 성질을 존중하고 자연과 사람, 집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완성했다.


제2의 심장이라 불리는 발에 관한 전문가인 김수자 교수는 국내 제1호 발 관리사이기도 하다. 가장 낮은 자세에서 사람들의 고단한 몸과 마음을 치유해서인지 김 교수는 무엇보다 힐링으로 가득한 집을 원했다.


긴 시간을 돌고 돌아 꿈에 그리던 집을 얻으니 행복은 바람처럼 시원하게 실려 왔다. 멀지 않은 시점에 이곳에서 또 다른 삶을 계획하고 있는 김 교수는 가내마을에 새로운 활력까지 불어넣고 있다.

바람이 센 지역 특성을 고려해 바람길을 내면서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계획했다.
집 뒤편은 이색적인 분위기의 새로운 공간이다.
본채와 고택의 건축 배치도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고택을 수리해 손님이 머무는 게스트룸으로 이용한다. 한옥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해 이 집을 찾는 이들에게 특별한 체험 공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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