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함께 지은 집

조회수 2019. 2. 15.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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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도심 전원주택

전문가란 그 분야에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사람을 말한다. 비전문가가 전문 분야의 일을 할 땐 전문가의 경험과 지식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비전문가가 전문 분야에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반영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문성 비전문성을 넘어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전문 영역에 도전하는 사람이다. 광주광역시 장덕동에 단독주택을 지은 류현중·박진영 부부가 그렇다. 입주 3년차인 부부는 스스로 배워가며 집을 지었다. 전문가 못지않은 솜씨로 모던스타일의 집을 완성한 그들의 집을 둘러본다.

글·사진 백홍기 기자


건축정보

위치 광주광역시 광산구 장덕동

지역지구 제1종 전용주거지역 / 지구단위계획구역

건축형태 복층 경량 목조주택

대지면적 321.90㎡(97.37평)

건축면적 122.82㎡(37.15평)

연면적 230.94㎡(69.86평)

  1층 122.82㎡(37.15평)

  2층 108.12㎡(32.70평)

건폐율 38.15%

용적률 71.74%

지붕재 징크

외장재 스타코 플렉스, 징크, 방킬라이

내장재 석고보드, 벽지 마감

바닥재 강마루

창호재 LG 하우시스 삼중유리

설계 및 시공 건축주/ (주)나사모 1899-1408 http://blog.naver.com/nasamo7000

요즘 편의성과 복합적인 기능에 역점을 둔 아파트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서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연령층이 낮아지는 추세다. 여기에 개인의 삶과 못지않게 공동의 삶이 중요시되는 아파트의 특성상 이웃 간의 불화 문제도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층간 소음이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일수록 층간 소음 문제에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 층간 소음 문제에 고심하던 건축주도 고급 브랜드 아파트로 이사해보았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여기에 아이들은 뛰어놀아야 한다는 생각까지 더해지면서 전원생활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싹텄다.

세로 패넬의 징크로 운동감을 살렸다. 2층 가족실엔 베란다를 내어 새로운 휴식공간을 마련했다.
함께 만들고 같이 누리는 공간

도심 내에 들어선 단독주택단지에 앉힌 집은 기계설계 전문가인 건축주 류현중 씨가 직접 설계하고, 아내 박진영 씨가 실내를 꾸몄다. 집 구조는 단열을 생각해 목조주택을 선택했다. 공간 구성은 각 실을 독립적으로 분리한 구조다. 1층은 방과 거실을 주방하고 분리했다. 그 사이엔 조리할 때 발생하는 냄새와 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중문을 달았다. 주방은 아내의 의견을 따라 싱크대를 ㄱ자 형태로 하고, 조리 공간은 식탁을 마주보도록 계획했다. 그러서인가 ‘가장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가 어디인지’라는 질문에 박진영 씨는 망설이지 않고 주방을 꼽았다.


“싱크대를 직접 선택 한 것도 이유지만, 무엇보다 틀에 박힌 주방 구조를 벗어난 게 좋아요. 조리할 때 보통 벽을 보면서 하는데, 우리 주방은 서로 마주보는 구조에요.”

실내 벽체 마감은 오염이 잘 되지 않아 관리가 쉬운 디자인 월로 마감했다. 입주한지 3년이 됐어도 새집 같은 분위기이다.
아일랜드 식탁에 매립형 가스레인지를 두었다. ㄷ자 형태의 디자인과 직사각형의 더블스퀘어 아일랜드 후드로 주방을 독특하면서 산뜻하게 꾸몄다.

주방이란 꾸미기에 따라 소외감이 드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가족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도 된다. 이 집을 계획한 건축주는 가족공동체라는 틀에서 공간을 기획했기 때문에 주방에서도 서로 마주보며 함께 준비하고 어우러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거실은 오픈 천장으로 공간감을 살리면서, 거실의 열기가 빠져나기지 않도록 2층 난간에 창문을 달았다. 거실의 픽스창은 세로로 긴 네 개의 창으로 설계해 디자인적 요소를 살리면서 빛이 고르게 퍼지도록 했다. 거실은 공용 공간이면서 아이들을 위한 작은 독서실 역할을 하도록 TV를 치우고 책장을 들였다.


“배선과 배관 등 세밀한 부분까지 설계하는 것을 짧은 시간에 배우기는 어렵지만, 기본 평면도와 배면도, 외형 정도는 기계설계를 해서 그런지 어렵지 않게 익혔어요. 외형과 실내 구조, 마감재까지 선택했죠. 창호는 단열 때문에 비용을 좀 더 들여 고급형으로 계획했어요.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효율성을 먼저 따졌어요.”

거실에 위치한 창고 출입문 우측으로 세면대와 좌측엔 화장실을 두었다. 세면대는 손 씻기 편하도록 개방된 구조로 하고, 타일과 펜던트 조명으로 분위기를 살렸다.
1층 놀이방

원래 안방은 1층에 계획했지만, 부모 품을 벗어나지 못한 작은 아이 때문에 2층 서재를 안방으로 꾸미고 아이와 함께 잔다. 그렇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1층은 식사와 놀이 공간이 되었고, 2층은 침실과 가족실을 둔 휴식 공간으로 나뉘게 됐다.


건축주 부부는 소품까지 하나하나 직접 챙겨가며 완성한 집에서 아이들은 추억을 만들고, 가족의 삶을 완성해가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비록 전문가의 눈에는 부족해 보일지 모르지만, 집에 대한 가족들의 애착은 더 없이 크다고 한다.

서재로 계획했다가 안방으로 사용하고 있는 2층 침실
2층 서재
자유로움, 마음의 안식처

최근 전원주택의 수요가 늘면서 지자체 차원에서 도심형 전원주택단지를 개발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광주 광산구 내에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대규모 단독주택단지가 들어선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전원생활을 바라지만, 시골생활의 불편함과 외로움 때문에 도심형 전원주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건축주 부부도 도심의 문화와 전원의 삶을 누리기 위해 이곳에 터를 잡았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아도 층간 소음에 대한 걱정이 사라져 마음이 편안해요. 늘 긴장상태였던 집이 이젠 안락한 휴식 공간이 되어 휴일에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어요.”

2층 가족실
아이 방은 벽지와 조명을 이용해 재미를 담았다. 우측의 옷장은 엄마가 직접 만들어 아이에게 선물했다.

건축주 가족의 삶은 짧은 여행조차 계획하기 힘들었던 각박한 삶에서, 마당을 가꾸고 이웃과 소통하는 여유 있는 삶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 여유의 중심엔 일상이 휴가 같은 넉넉하고 아늑한 집이 자리 잡고 있다.


쉼이 필요한 이들에게 ‘정성이 가득한 집’은 주거 공간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잠시의 여유도 찾기 어려운 현대인에게 편리함과 기능에만 충실한 집은 더 이상 만족스러운 주거 공간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공간은 다소 불편하고 손이 가더라도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는 진정한 쉼터는 아닐는지…

도심형 전원주택단지는 도시의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마당을 가꾸고 이웃과 소통하는 전원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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