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쾌적한 집, 패시브하우스 바로 알기

조회수 2019. 2. 18. 09: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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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하우스 ②
THEME 02
건강하고 쾌적한 집, 패시브하우스 바로 알기


패시브하우스가 무엇인지 누군가 물어오면 한마디로 ‘결로와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 건강하고 쾌적한 집’이라고 말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된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알레르기로 고생하고 있다. 그 한편에선 집 내부의 결로로 인해 발생한 곰팡이가 실내 공기를 오염시켜 많은 사람이 아토피 등 여러 가지 피부질환 및 알레르기로 일상에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때문에 패시브하우스는 결로와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 온도와 습도를 맞춰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이 되도록 짓는 집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1988년경 독일에서 시작된 패시브하우스(독일에서 하우스는 건물을 뜻함)에 대해 아직도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사람도 있겠지만, 들어본 사람들 중에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잘못 인식하는 부분이 적잖다. 그래서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한 대표적인 질문 몇 가지에 대해 답해 보겠다.


오명신(자림이앤씨 건축사사무소 부장) 02-6082-0404 www.zarim.kr

연재순서

①제로에너지 하우스 전제 조건은 패시브하우스

②건강하고 쾌적한 집, 패시브하우스 바로 알기

③저에너지 스틸하우스 구현을 위한 가이드라인

④ 제로에너지 하우스를 위한 패시브 구성 요소와 액티브 설비(2월 23일 업로드 예정)

# 오해 1 _ 에너지가 적게 드는 집이 주목적?

패시브하우스가 에너지 적게 드는 집은 맞지만 주목적은 아니다. 패시브하우스는 단위 면적당 난방으로 사용되는 에너지가 연간 1.5~5ℓ로, 일반 단독주택(9~17ℓ)과 비교해 에너지 비용이 절약되는 것은 사실이다. 결로와 곰팡이가 생성되지 않는 온·습도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설치하는 두꺼운 단열재와 낮은 열 관류율(물리적으로 숫자가 낮을수록 높은 성능을 나타내는 것임) 때문에 자연스럽게 난방 에너지가 적게 드는 집이 됐다. 하지만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패시브하우스는 단열재만 두껍게 붙이면 되는 집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패시브 건축물이란 자연 열의 재이용, 차양을 이용한 일사 차단 등의 수단을 통해 최소한의 설비에 의존하면서도 적절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고,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신선한 공기를 알맞은 온도로 공급함으로써 재실자가 열적, 공기질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건물을 말한다.”_한국 패시브 건축협회(PHIKO).


이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 열과 최소한의 설비를 이용하는 등의 이유로 에너지가 절감되긴 하지만, 이것은 패시브하우스를 통해 얻게 되는 혜택 중 한 가지일 뿐이다. 즉 에너지 절약이 패시브하우스의 주된 목적이 아니다. 그리고 단열재만 두껍게 붙인다고 패시브하우스가 되지도 않는다. 패시브하우스는 쾌적이 가장 큰 목적이다.  

# 오해 2 _ 환기장치에 의존해 개폐 창문이 필요 없는 밀봉된 집?

한마디로 틀린 말이다. 환기장치를 설치하는 것도, 기밀한 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자연 환기가 가능한 창문은 패시브하우스에서도 일반 집과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하다.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에선 창문을 열어 외부의 공기를 마시며 환기도 시키고 좋은 경치를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성능 좋은 환기장치가 설치됐더라도 말이다. 이러한 오해로 인해 환기장치만 믿고 개폐 창문 없는 건물을 만들었다는 사례를 전해 듣기도 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위한 건물에서 사람을 배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봐야 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이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해 실내 공기질이 나빠진다. 따라서 적절하게 환기시켜야 쾌적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바닥 난방을 하는 오래전에 지은 집이나 전통 한옥에서 틈을 통해 들어오는 외풍을 경험했을 것이다. 겨울철 바닥은 뜨끈뜨끈 한데 이불 밖으로 드러난 코는 시렸던 것 말이다. 집을 허술하게 지으면 이곳저곳 틈이 많아 창문을 굳이 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환기가 이뤄지기에 공기의 질만큼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건설 기술이 점점 좋아지면서 이 같은 틈이 감소한 지금의 집은 일부러 환기시키지 않으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할 수준으로 양호한 실내 공기질 확보가 어렵다. 이 때문에 일반 집도 환기장치가 필요하게 됐다.


법적으로도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엔 환기장치를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환기장치의 올바른 사용법을 모르고 대부분 전기 요금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인식해 아예 사용조차 안 한다. 사용하지 않는 환기장치는 고스란히 고철 덩어리로 유지관리도 어려운 천장에 매달려 있게 됐다.


패시브하우스는 필요한 곳에 개폐 창문을 두고, 기밀하게 시공함으로써 외풍이 없으며, 틈을 통한 에너지 손실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틈을 통해 들어오는 습기도 차단해 곰팡이 생성을 방지한다. 또한, 환기장치를 설치함으로써 지속적인 대류와 환기가 이뤄지도록 하여 요즘같이 미세먼지 문제로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기 어려울 때에도 쾌적한 공기의 질 확보가 가능토록 한 집이다.

# 오해 3 _ 창문 크기 작아야 하는 집?

아니다. 물론 벽보다 창문의 단열 성능이 떨어지므로, 크기와 개수를 최소화하고 특히 북측에 창문을 내지 않으면 그만큼 결로 우려가 줄어들고 열 손실을 막을 수는 있다. 하지만 집이라는 곳이 결로 문제와 에너지 손실이 없다고 해서 그냥 좋은 집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곳엔 창문을 적절히 내고, 좋은 경치를 내다보도록 그게 어느 향이든지 창문을 내도 된다. 특히 남측의 큰 창호는 겨울철 일사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에너지원이므로 제작과 설치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크기에 제한을 두지 않아도 된다. 단, 기밀과 단열 성능을 만족하는 창호를 설치하고, 여름철 냉방 부하를 줄이기 위해 적절한 차양이나 외부 전동 블라인드를 설치하면 된다.

# 오해 4 _ 단순한 박스 형태여야 하므로 아름답고 보기 좋은 집은 어렵다?

아니다. 디자인에 한계가 없고 형태에도 제한이 없다. 단, 비용이 좀 더 들 뿐이다. 단순한 형태, 특히 동일한 면적 대비 체적의 비율(AV 값)을 낮추면 외피 면적이 줄어들어 열 손실이 최소화되고 공사비도 절감될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도 창문 크기와 함께 언급했듯이 집은 열 손실을 줄이고 공사비만 절감한다고 마냥 좋은 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비용 증가의 가능성만 인지하고 받아들인다면 예산을 고려해 원하는 형태의 모든 디자인이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 오해 5 _ 외장 재료가 자유롭지 못하다?

아니다. 이 또한 비용만 좀 더 들 뿐이다. 패시브하우스의 외부에 석재와 같이 무거운 재료를 붙이고자 한다면 두꺼운 단열재를 사이에 두고 걸어야 한다. 이에 따른 철물이 그만큼의 힘을 버티도록 강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철물에 의해 단열재에 구멍이 뚫리고 훼손돼 단열 성능이 확보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열교를 최소화하기 위해 열교 차단 패스나 Fastener를 사용해야 한다.


벽돌 마감도 가능한데, 쌓는 치장벽돌 방식 또한 벽돌을 안정적으로 쌓기 위해 단열재를 훼손하며 곳곳에 철물이 사용되므로 열교 차단 철물이든지 아니면 벽돌 타일을 사용해야 한다. 단, 외장 전용으로 강도와 흡수율을 갖고 후면에 요철이 있는 벽돌 타일이어야 한다. 천연 목재 마감도 가능한데, 특히 건물의 구조가 목구조일 경우 별도의 철제 구조물 없이 천연 목재 외장 마감이 좀 더 용이하다. 그리고 국내에선 아직 선보인 적 없지만, 최근 유럽에선 외장 마감으로 화이버 시멘트 보드가 사용되는데, 저렴한 제품에서 고급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패시브하우스가 되기 위해선 ‘오해 1’의 다이어그램에 나와 있듯이, 높은 단열 기준뿐만 아니라 고기밀, 고성능 창호, 열회수 환기장치 및 열교 없는 디테일 등 여러 가지 기준을 만족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시공 후엔 반드시 테스트를 거쳐야만 비로소 패시브하우스가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건축 비용 또한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기준도 더하고 싶다.


최근엔 상당한 지식과 높은 안목을 지닌 건축주가 많아져서 예전과 같지 않게 설계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집을 지을 때 설계에 대해 비중을 크게 두지 않고 시공업체에 맡기고는 ‘잘 지었으니 좋은 집이다’라는 업자의 말을 그냥 믿고 그 집에서 살다가 여러 가지 하자로 고생하는 경우가 아직도 상당하다.


특히 미관이 수려해 건축상을 받은 건물조차도 비싼 마감재와 공사비를 들여지었음에도 단열 및 열 손실에 대한 고려가 제대로 되지 못해 거주자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결국 컨설팅을 받고 단열을 보강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다.

전자제품이나 자동차를 살 때도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 및 연비 등을 따져 구매한다. 그런데 일생에 한두 번 지을까 말까 하는 집을 사양 검증에 대한 아무런 근거 없이 외관만 보고, 또 업자의 말만 듣고 짓는 것이 나중에 얼마나 후회하게 되는 일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아무쪼록 이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또한 앞으로 제대로 된 설계와 시공이 이뤄지고, 기능도 뛰어나지만 미관도 뛰어나고 더욱 다양한 디자인의 패시브하우스가 활성화되길 바란다.

※ 패시브하우스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한국 패시브 건축협회 홈페이지(http://www.phiko.kr)를 통해서 좀 더 자세하고 많은 내용을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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