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식구의 꿈이 담긴 집

조회수 2018. 10. 23.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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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전원주택

1999년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4곳에서 시작된 ‘슬로우시티(Slowcity)’ 운동은 2009년 16개국이 가입하면서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슬로우시티 운동은 자연과 전통문화를 보호하는 옛 농경시대 정신을 바탕으로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며 인류의 발전을 도모하는 국제운동이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로 가입해 전국 농촌에서 슬로우시티 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삶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스스로 느림의 삶을 선택해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가는 가족이 있어 찾았다.


글·사진 백홍기 기자 

건축정보

위치 청도군 각북면 지슬리

지역지구 보존관리지역

건축형태 스틸하우스

대지면적 330.00㎡(99.82평)

건축면적 49.00㎡(14.82평)

연면적 99.00㎡(29.94평)

  1층 49.00㎡(14.82평)

  2층 49.00㎡(14.82평)

지붕재 아스팔트 싱글

외장재 스타코, 삼목 목제 사이딩

내장재 실크벽지

바닥재 LG PVC 장판

난방형태 기름보일러 / 벽난로

식수공급 상수도

창호재 LG 창호, 미국식 시스템 창호

설계 주원건축사 사무소

시공 우리건축 www.urihouse.kr 010-4020-0114

건축주 남정환(44)·도현아(34) 부부의 인연은 산(山)이 맺어주었다. 이들 부부의 삶을 논할 때 산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그러다 아이를 출산하고는 육아 때문에 산과 멀어지게 됐다. 도심 아파트에서 사는 동안 둘째를 낳고, 아이가 커가며 아토피를 앓게 되자 부부는 새로운 환경을 모색하게 됐다.


전원생활이 바로 그 해결책이었다. 전원생활은 남정환 씨가 오래전부터 동경하는 삶이었다. 하지만, 자녀교육 때문에 당장 시작하기엔 엄두가 나지 않았고, 아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생활한 뒤, 이후 주말 주택으로 이용할 심산이었다. 그러나 시골의 고즈넉함이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아 계획을 수정하기에 이른다.


“마을과 가까운 곳에 중·고등학교가 있고 교육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더라고요. 또, 살다 보니 여기서 일까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3~4년 준비기간을 거쳐 향후 공방이나 농부의 삶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거실은 직사각형의 막힘없는 넓은 공간으로 계획했다. 싱크대와 식탁이 주방 공간임을 보여준다.
주방 맞은편 거실. 좌측이 현관이고, 우측은 덱으로 연결되는 창이다.
자연을 품고 사는 삶

전원생활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알아보는 게 집터이다. 풍수지리학적 명당도 중요하지만, 젊은 부부에겐 이보다 더 중요한 입지 조건이 필요했다. 둘째 아이 때문에 환경이 좋아야 하는 게 우선이고 그 다음으로 조용함과 출퇴근 편의성을 들었다.


“팔공산 산자락에 토지 매물이 있었어요. 이곳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한적하고 청정지역이면서 직장과도 가까워 여기에 터를 잡았죠. 올해 입주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상상했던 전원생활보다 더 좋아요. 아이들도 좋아하고.”


마을 뒤로 산이 있고 앞으로 개울이 흐르며, 완만한 비탈을 이루고 있는 집터는 풍수로 따져 보아도 어디 하나 나무랄 곳이 없다. 이처럼 자연의 혜택을 받은 별밭마을은 원주민 마을과 근접한 곳에 새롭게 조성하고 있는 아담한 전원마을단지다. 지주 형식으로 분양된 16필지의 대지는 크기도 다양하다. 조용하고 한적하면서 시골의 정감과 이웃까지 겸비하게 되니 전원생활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퍼져 분양을 수월하게 마친 셈이다.

집성목을 이용해 건축주가 직접 만든 만든 싱크대는 이질감이 없고, 거실을 따뜻한 느낌이 들게 한다.
입체 무늬의 실크벽지는 계단실을 더욱 다채로운 공간으로 보이게 한다.
작지만 효율적 공간, 필요한건 직접 만들어

건축주의 집은 연면적 99㎡(29.94평)로 소형 주택이다. 1층과 2층은 동일한 49㎡(14.82평)이다. 큰 평수를 선호하는 국내 정서상 5식구가 살아야 하기엔 좁은 공간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생활에 큰 불편은 없다. 그런 면에서 사각형의 모던 스타일로 지은 이 집은 군더더기가 없다.


주거 공간은 1층을 공용 공간, 2층을 침실과 놀이방으로 나눈 구조다. 큰애와 둘째는 주로 마당에서 뛰어놀고 막내는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때인지라 대부분 1층에서 함께 생활한다. 이처럼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시간을 고려해 주방과 거실 사이에 장해물을 없애고 꺾이는 부분이 없도록 넓게 설계했다. 활동성이 높은 아이들이 생활하기에 좋고 한 눈에 아이들을 살펴보기 쉽도록 계획한 것이다. 

안방. 우측의 가구는 건축주 남정환 씨가 만든 작품.
2층 아이방과 놀이방

집을 찬찬히 둘러 보니 현관과 싱크대, 몇몇 가구가 예사롭지 않다. 이는 남정환 씨가 DIY를 배워 직접 제작해서다. 특히, 독특한 디자인의 싱크대는 아내를 위해 개성과 효율성을 생각해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만듦새는 여느 전문가의 손길이 부럽지 않다. 집 한 편에 작은 공방을 만들어 필요한 도구 및 장비까지 갖춘 그는 실제로 거의 수준급의 실력을 자랑한다.


액자로 꾸민 계단실 벽은 입체감 있는 벽지와 가족사진이 조화를 이뤄 작은 갤러리 공간처럼 보인다. 2층에 다다르면 기억 저편으로 익숙한 벽이 눈에 띈다. 복도 벽에다 만든 칠판이다. 벽지에 칠판 페인트를 칠해 아이들이 마음껏 낙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여기저기 낙서하는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했다. 이 때문에 다른 모든 벽이 깨끗하다. 2층 공간은 칠판 옆으로 아이들 놀이방과 침실, 맞은편에 안방을 들인 구조다.


건축주와 함께 둘러본 이 집은 보통 아이가 생기면 집이 커야 한다는 인식을 넘어서, 주거 공간이란 크기가 아닌 공간 활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집 좌측면에 마련한 작업실
건축주 남정환 씨가 만든 작품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건축주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으로 태어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것’을 실제로 ‘하는’ 순간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 순간들이 그토록 소중하고 귀하다는 사실을. 그런 면에서 대단치 않아 보이는 그의 소박한 꿈과 삶은 그 어떤 삶보다 아름답고 소중해 보인다. 하고 싶은 일들과 이루고 싶은 꿈들이 들풀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피어 있고 아무렇지도 않게 꼬박꼬박 이루어가는 삶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원하는 삶은 아닐는지.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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