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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은 거뜬, 핀란드 기술자가 지은 통나무주택

조회수 2018. 5. 25.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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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들어서 주거문화는 큰 발전을 해왔다. 하지만 콘크리트와 페인트는 두통, 천식, 피부염 등 각종 유해물질을 배출해 이른바 새집증후군을 유발하기도 한다. 편리함은 얻었지만 건강에 해로운 각종 화학물질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편리함을 포기하고 보다 친환경적인 건축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특히, 단독주택을 지을 때 건축주가 목구조, 황토 등 친환경 주택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태안 만리포에 위치한 통나무주택은 친환경 주택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겐 건강한 주택으로 손꼽히는 집이다. 더욱이 눈길을 사로잡는 건 국내에선 유일하게 핀란드 현지인 기술자들이 직접 지은 핀란드 주택이라는 점이다.


글 사진 백홍기 기자

건축정보

위치 충남 태안군 소원면(만리포)

건축형태 통나무주택

대지면적 859.50㎡(260평)

건축면적

  건물 115.70㎡(35평)

  데크 99.17㎡(30평)

지붕재 홍송

내·외장재 홍송 통나무 목재

난방형태 전기보일러

시공 핀란드 현지 시공 업자(문의 helen.choi@fibox.co.kr)

건축가 Vesa Jetsonen

목조주택은 크게 경량목구조, 기둥·보(중량)목구조, 통나무구조, 전통 한옥 목구조로 나뉜다. 이 가운데 통나무주택은 목재의 성질을 최대한 살린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목재의 장점을 들라면 내진성이 뛰어난 것과 습도조절, 높은 단열성능을 말한다. 하지만 목조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사람에게 유익하다는 점이다.


나무마다 차이를 보이지만 피톤치드를 방출해 인간의 면역력을 높여준다. 심리적으로나 생리적으로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것 또한 나무의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벽체 틈새는 바늘조차 들어갈 틈 없이 밀착이 잘 돼 방수와 단열성능이 뛰어나다.
자연과 어울리는 주택

꽃물결이 한차례 지나간 5월 만리포 해안에 위치한 통나무주택을 찾았다. 백사장을 따라 해안 도로를 달리다 보면 왼편으로 낮은 구릉산 중턱에 위치한 집이 보인다. 아래서 바라보니 넓은 덱 너머로 지붕만이 살짝 보인다. 앞뒤로 산과 바다가 집을 둘러싸 외부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가려준다.


집은 나무 계단을 따라 덱 하부를 통과해야 온전히 보인다. 산비탈을 깍지 않고 자연 형태로 놔두고 덱을 마당처럼 넓게 꾸몄다. 덱은 10여 명이 함께 어울려도 넉넉해 보인다. 집은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힐링 캠프를 연상케 한다.

아담한 주방은 식탁과 덱으로 이어진 동선으로 완성해 외부 활동과 식자재를 옮기기에 수월하다.

짙은 갈색의 통나무집은 핀란드 스타일이지만, 국내에 지어진 여타 핀란드 주택과는 다른 느낌이다. 현지인 건축 전문가로 꾸려진 기술자들이 직접 지었기 때문이다. 이 집을 계획한 건축주는 17년 전 사업을 위해 한국으로 건너온 핀란드인이다.


그가 직접 북 핀란드의 ‘라플란드’ 지역의 목재를 들여오고, 현지인 건축가를 초빙한 것이다. 라플란드는 ‘산타클로스 마을’로 유명하다. 이름에 걸맞게 풍부한 침엽수림을 자랑하며, 오로라를 목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통나무 주택은 내부 마감이 필요 없다는 게 장점이다. 또한, 나무 향이 그득한 방은 휴양림에서 휴식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 그윽한 나무향은 화장실조차 상쾌한 공간으로 만든다.

핀란드는 캐나다에 이어 두 번째 목재 수출국답게 목재의 질도 높고 가공 기술도 뛰어나다. 그렇게 가공된 목재로 지어진 이 집은 2003년에 준공됐지만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다. 족히 100년은 충분히 넘기고도 남을만하다. 핀란드의 향수를 담아 지은 덕에 건축주는 집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래서 본국으로 귀국을 앞두고 있는 건축주는 가장 기억에 남을 추억의 공간이라고 전한다.   

주방은 조리기구, 싱크대, 수납공간, 세탁기의 높이를 맞춰 조리 공간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공간을 최소화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 빛을 분산하고 따뜻한 색감을 반사해 식당이 아늑해 보인다. 거실 창을 통해 만리포 해안이 보인다.
계단실. 디딤판과 난간 모두 홍송 원목을 사용했다. / 은은한 소나무 향이 가득한 사우나실, 입구에 넓은 샤워부스를 두 개 두었다
자연과 건강을 담아

지붕재부터 벽체, 덱까지 소나무를 사용한 집은 무게감 있어 보인다. 반면 집 안은 실내를 감도는 나무 향과 목재 특유의 질감과 색감으로 편안하고 아늑하다.


현관에서 시작된 동선은 침실과 화장실, 사우나, 거실, 주방으로 이어진다. 덱에서의 활동성을 고려해 주방과 연결된 창은 가벼운 여닫이창으로 계획했다. 정면에서 보면 입구가 두 개인 것처럼 보인다.

2층 가족실과 수면실 / 2층에 마련한 사무공간(방)

방은 1층에 2개가 있고, 2층은 사무실로 쓰이는 방 1개와 가족실, 수면실이 있다. 2층은 천장 마룻대를 기준으로 한쪽에 가리개를 설치해 임시 창고로 이용한다. 집은 외형뿐만 아니라 창호, 손잡이, 주방, 화장실 등 핀란드 건축 양식으로 완성해 그 나라의 주택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국립공원인 만리포 해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창은 밀폐성이 뛰어나 가벼우면서도 단열성능이 좋다.

한국과 핀란드 주거문화에서 가장 큰 차이점을 들라면 사우나 시설이다. 이 집의 화룡정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핀란드에서 시작된 사우나는 약 2000년을 이어온 핀란드의 전통문화다. 핀란드의 사우나 방식은 몸을 데운 후 실외 호수나 바다 등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근 뒤에 다시 따뜻한 실내로 들어와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그렇게 자연을 벗 삼아 즐거운 밤을 보낸다.


사우나는 단순히 땀을 흘리며 피로를 푸는 공간만이 아니다. 사랑방이 한겨울 담소를 나누던 공간으로 이용된 우리의 옛 모습처럼, 사우나는 친근함을 나누는 중요한 사교 공간의 역할도 한다. 한겨울 땀 흘리며 차가운 맥주를 나눠 마시며 소소한 일상을 주고받는 자리라면 누구라도 거절하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즐거움이 이 집에 녹아있다.


또한, 단열이 뛰어난 덕에 사우나 실의 더운 열기뿐만 아니라 한여름 뜨거운 기운과 겨울철 냉기마저 차단해 늘 쾌적한 실내를 유지한다.

외부와 연결되는 통로는 덱을 통과해야 하는 특이한 구조다. 주변에 주택이 없어 별장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대지가 높아 자연적으로 사생활까지 보호된다.

화려한 생활을 바라고 전원생활을 계획하는 사람은 없다. 자연을 벗 삼고, 소박함에서 멋을 찾으며, 일상에서 건강을 지키려는 생활이 대다수 사람들이 추구하는 전원의 삶이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고, 무르면서도 단단하며,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나무는 그 존재만으로도 인간에게 위안을 준다.


굳이 건강이라는 목적을 두지 않아도 나무로부터 받는 너그러운 위안만으로도 그 가치는 소중하다. 자연 속에서, 흙 위에 단단히 올라선 나무, 그리고 그 안에 거주하는 삶은 콘크리트와 플라스틱으로 방어벽을 친 도시의 삶보다는 더 넉넉하고 평온하진 않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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