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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온 인생학교 교장, 그녀가 깨달은 것

조회수 2021. 1. 16.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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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간판 아나운서였던 손미나는 과감히 휴직을 내고 스페인으로 훌쩍 떠났다. 스페인에서 석사과정을 밟은 뒤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스페인에서 경험했던 일들을 엮어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출간했다. 책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40만 부가 팔렸다. 그녀는 얼마 되지 않아 KBS를 퇴사하고 다시 여행을 떠났다. 무려 7년 동안.


이후에도 손미나는 여행작가, 소설가, 허핑턴포스트 편집인, 강연가, 인생학교 서울 교장 등 의미있는 일들을 해나갔다. 현재는 구독자 10만 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 '손미나-Mina Sohn'를 운영중이다. 사람들에게 외국어의 중요성과 공부방법을 전파하고 있다.


아무리 의미있는 일도 경제적인 부분이 뒷받침이 안 되면 지속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손미나처럼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벽에 부딪힌다. 오랜 기간 동안 프리랜서, 사업가로 살아온 그녀를 만나 물었다. 자유로운 삶, 의미있는 일들을 어떻게 지속해올 수 있었는지.



아나운서를 휴직하고 스페인에 유학을 가셨어요. 회사에서 지원을 받았나요?


아니에요. 그때는 제가 저축을 했던 걸 가지고 가서 석사과정을 밟았어요. 회사에서는 스페인으로 유학을 가는 케이스가 처음이라 저에게 지원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았어요. 


만약 영어권 나라를 선택했다면 지원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저는 스페인을 가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냥 저축한 거 가지고 갔어요. 부모님이 “나중에 시집도 가야 하고 여러 가지 비상금도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할 거냐” 라고 걱정하긴 하셨는데 “그냥 제가 또 벌죠” 라고 했어요.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잖아요. 서른 살로 다시 돌아올 수가 없거든요. 많은 분들이 오해하실 수 있는데 저는 돈이 넉넉해서 떠난 게 아니에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니까, 이걸 붙잡겠다는 의지가 있었어요. 


사실은 있는 것 안에서 쓸 줄 알면 돈이 많이 필요 없어요. 그리고 사람이 진짜 급하면 하게 되어 있거든요. 어떻게든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 방법이 찾아져요.


내 젊음, 지금 이 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더 방점을 두는 사람이에요. 모두가 그렇게 하셔야 한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에요. 저는 그런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또 벌죠, 뭐’ 이러고 한국에 돌아와서 또 열심히 일했죠.

스페인을 다녀와서 쓴 <스페인, 너는 자유다>가 40만 부 넘게 팔렸어요. 예상한 결과였나요?


정말 예상 못했어요. 스페인에서 유학하고 돌아오니까 책을 내자는 제안을 많이 받았어요. “표지에다가 얼굴을 넣자”, “제목을 손미나의 스페인~~로 짓자” 이런 제안도 하셨는데 다 거절하고, 제가 역으로 제안했어요. “표지에서 제 얼굴을 빼고, 제목에서 제 이름을 뺍시다.” 라고요. 그리고 끝까지 모든 교정과 감수는 제가 보는 게 조건이었어요. 글이 아무리 부족하더라도요.


출판사에서는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기절했죠. “그럼 어떻게 책을 파냐?” 라고 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상관없습니다. 좋은 책을 내는 게 우선입니다” 라고 말하는 출판사와 책을 냈어요. 그래서 책이 잘 팔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냥 일기 쓰듯이 스페인에서의 기록을 적었어요.


퇴사를 결심했을 때 심정은 어땠나요.


통장에 있는 돈을 깨서 쓰는 건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보다 어려웠던 건 제가 그때 9시 뉴스도 진행하고 있었고 유명한 프로그램들의 MC였는데, 그걸 내려놓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까지 왔던 것을 다시 밟아야 되면 어떻게 할까?’, ‘여태까지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지면 어떻게 하지?’ 갖고 있는 것에 대한 상실이 두려웠죠.


3년간 파리에서 사는 등 해외에 있던 기간이 7년이에요. 인세로만 생활하셨던 건가요?


전업 작가처럼 살긴 했지만, 정말 훌륭한 작가님들하고 비교했다면 저는 사실 멀티테스커에 가까웠죠. 에세이를 주로 쓰긴했지만,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다른 활동들을 했어요.


한국 기업들이 유럽에 브랜드를 런칭하거나 프로모션을 할 때, 저와 콜라보를 했어요. 저는 유럽에서 리서치하고, 공부해서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자료를 글로 만들어서 드렸죠. 


이외에도 잡지에 글을 기고하기도 했어요. 한국의 방송사에서 저를 촬영하기 위해서 오시기도 했어요. 해외의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다양한 경제 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출처: 유튜브 채널 'The School of life Seoul 인생학교 서울'

2014년에는 한국에 돌아와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편집인, 손앤컴 대표가 됐어요.


허핑턴포스트는 당시 미국에서 이제 막 런칭한 지 8-9년 정도 됐을 때였어요. 한국에 런칭을 준비하던 팀에서 연락이 왔어요. ‘아리아나 허핑턴 대표가 저와 꼭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고 의지를 피력했기 때문에 반드시 해주셔야한다’ 고요.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거기서 제가 했던 역할은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를 새롭게 런칭하는 일이었어요. 편집부 후배들과 앉아서 회의해서 아이템 정하고, 회사가 나아갈 비전과 방향을 정했죠. 이외에도 ‘어떻게 하면 더 대중들에게 좋은 뉴스를 효과적으로 잘 전달할 것인가?’ 에 대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다양한 활동들을 했죠.


손미나앤 컴퍼니는, 제가 해외 생활을 다 마치고 돌아왔을 때 한국이 진짜 많이 발전했는데 이상하게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없었어요.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확실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계속 사람이 헷갈릴 수 있거든요. 


‘내 행복은 뭐지?’, ‘내가 생각하는 성공은 뭐지?’, ‘내가 생각하는 돈의 의미는 뭐지?’ 이런 것에 대한 확실한 기준이 없으면 계속 다른 사람의 기준에 휘둘릴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인생 학교, 여행 프로젝트 등을 운영하기 위해서 손미나앤 컴퍼니를 만들게 됐어요.


인생학교 서울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만두신 이유가 있을까요?


2008년도에 어떤 잡지사의 인터뷰때문에 런던에 가서 알랭 드 보통을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알랭을 만나서 인터뷰를 했는데 굉장히 수다스럽고,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람이었어요. 얘기가 잘 통했고, 대화 끝에 알랭이 “내가 이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앞으로 종종 의견을 묻고 싶으니까 이메일 주소를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 때 연락처 교환을 하고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알랭은 계속 한국에 인생학교를 런칭하고 싶어 했죠. 마침 제가 한국에 돌아와 살게 됐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같이 하게 됐어요.


그만둔 계기는 사실 제가 인생학교를 하면서 다른 분들의 고민 얘기를 되게 많이 들었어요.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보람을 얻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소진이 많이 되는 일이기도 했어요. 


저는 인생학교의 상징적인 역할도 하면서, 비즈니스까지 같이 해야 했어요. 대외적인 인터뷰도 제가 해야 되고, 설명회도 제가 해야 되고, 강의도 제가 해야 되고,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찾아오면 다 저와 이야기하고 싶어서 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나중에는 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번아웃 증세가 조금씩 오기 시작하면서 고민하고 있을 무렵, 교통사고가 났어요. 


교통사고가 크게 나면서 ‘인생이 언제든 끝날 수 있는데 내가 너무 지나치게 자신을 혹사하면서 현재를 계속 뒤로 희생시키고 있었구나. 그냥 나의 현재의 행복을 못 본 척하면서 지나가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새로운 주인을 다시 찾았죠.

출처: 유튜브 채널 '손미나-Mina Sohn'

요즘에도 유튜브, 클래스101, 강연, 책 등 엄청 바빠 보이세요.


맞아요. 바쁘긴 한데 확실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이래서 중요하구나를 다시 한번 느끼고 있어요. 작년에 유튜브를 시작하고 나서 ‘내가 진짜 외국어 공부를 좋아하는구나’를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다른 어떤 일을 할 때보다 즐거움이 느껴지니까 그나마 조금 나은 것 같긴 해요. 그리고 일이 많은 대신에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에 대해 노하우가 생겼어요.


많은 분들이 시간이 없다고 하잖아요. 사실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요. 너무 많죠. 어플, 뉴스, 이메일, 문자, 카톡, 유튜브, SNS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죠.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보기 시작해서 자기 전까지 보잖아요.


저는 핸드폰을 쓰는 시간을 정해놓고 하려고 노력해요. 물론 업무가 바쁠 때는 못 지킬 때도 있지만(웃음). 일이 바쁠수록 전체적인 틀을 먼저 짜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해요.


유튜브를 보니 최근에는 외국어 교육을 메인 콘텐츠로 잡으신 것 같더라고요. 


네. 제가 하면서 재미도 있고, 실제로 많은 분들이 가장 도움을 많이 받으시는 것 같아요. 인생을 살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첫 번째 발판이 외국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출처: 유튜브 채널 '머먹고사니', 인터뷰 중

오랜 기간동안 프리랜서, 사업가로 활동하셨어요. 금전적으로 힘들었던 적은 한 번도 없으셨나요?


당연히 있죠. 금전적인 문제는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스페인으로 유학을 갔다 왔을 때도 통장이 다 비어있었기 때문에 돌아와서 다시 또 일을 했어요.


확실히 나에게는 별로 필요 없다고 하는 것들을 제외하고 나면 살만해요. 예를 들면 저는 보통 여자들이 좋아하는 옷이나 가방 이런 거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어요. 


그런 것들이 제 마음을 그렇게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지 않거든요. 어디서 사은품으로 주는 에코백이 제일 좋아요. 효율적이고, 환경에 좋고, 세탁기에 돌리면 되고, 훔쳐 가도 아무 문제없고요.


물론 제 행복을 위해 꼭 써야 하는 돈도 있어요. 예를 들어 아무리 비싸도 라임은 꼭 사서 매일 하나씩 먹어야 돼요. 책은 진짜 돈 아끼지 않고 사서 보고요.


정리하자면, 돈은 물론 중요합니다. 현실적으로 없으면 불편한 건 맞아요. 불이익을 당할 확률도 커지죠. 아파서 병원에 가야 되는데 돈이 없다면 억울하잖아요. 그런데 정말 기본적인 걸 제외하고는 사실 다 내 마음에서 좇고 있는 허상인 것 같아요. 없어도 되는데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나 생각해요.


진짜 위기가 찾아왔을 때는 0에서 다시 출발하는 마음으로 내 일에 집중하다 보면 좋은 기회들이 생기고 돈은 다시 생기고 그런 것 같아요. 돈은 내가 쫓는다고 해서 많아지는 것 같지도 않고... 모르겠어요. 사람마다 다를 텐데 최소한 돈을 제 인생의 목표로 삼고 살고 싶진 않아요.


진짜 인생에서 추구하고 싶은 것은 뭔가요.


저는 언어 욕심이 많아서 언어를 계속 배울 생각이에요. 올해는 포르투갈어, 그리스어, 중국어를 배우고요, 내년에는 독일어, 까딸란어, 러시아어를 배우고 싶어요. 


어쨌든 언어를 계속 배우고 싶고요. 언어를 많이 배우는 건 저의 노후 대책이기도 해요. 노후 대책이라는 게 굶어 죽지도 않아야 겠지만, 또 하나는 정말 내가 열정을 가지고 무슨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진짜 그만한 노후 대책이 없는 것 같거든요.


할 게 없고, 기다려지는 일이 없고, 희망이 없어지면 그때는 진짜 슬퍼지는 거죠. 저는 제가 계속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외국어를 배워서 아이들한테 가르쳐주고 싶어요. 환경이 좋지 않은 친구들에게 외국어 교육을 해주고 싶어요.





손미나 작가의 인터뷰 원본을 보고 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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