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화제작 감독부터 천만 영화 조연까지, 이환

조회수 2021. 5. 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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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출처: <어른들은 몰라요>

웬만한 영화들은 살아남기 힘든 요즘 극장가에서, 개봉 일주일 만에 2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있다. 가출 청소년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그려 화제를 모은 <박화영>의 속편 <어른들은 몰라요>는 길거리에서 만난 세진(이유미)과 주영(안희연)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외된 청소년을 직시한 두 편의 영화로 급부상한 이환 감독은, 사실 연기 활동을 먼저 시작한 배우. 심지어 천만 영화에서도 그를 만날 수 있으니 이환 감독의 배우 출연작과 연출작을 정리했다.


2005년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조연으로서 그의 첫 상업영화는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라고 불렸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수많은 배우들이 각자의 사연을 쏟아내는 영화에서 그가 맡은 인물은 '소매치기'. 비록 이름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배역이지만, 극중 허유정(엄정화)의 가방에 손 대 나두철(황정민)과 다시 연락하게 만든 장본인이며 하선애(서영희)가 가져갈 '몸값'에 손대며 경찰의 잠복을 무용으로 돌린 인물. 서로의 인연이 거미줄처럼 얽힌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나름 한 획을 긋는 캐릭터다. 


2008년
<똥파리>

배우 이환의 대표작. <워낭소리>와 함께 2009년 개봉해 한국 독립영화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똥파리>는 용역 깡패 상훈과 여고생 연희의 만남을 그린다. 이환의 역할은 연희의 동생 영재. 차라리 없으니만 못한 <똥파리>의 가족들답게 폭력적이고 제멋대로인 성격이 그의 눈빛에서 형형하게 살아있다. 연희에게도 필터링 하나 없이 욕설부터 던지고 보는 망나니 같은 인물이다. 초반엔 그저 연희의 환경을 보여주는 캐릭터인가 싶지만 상훈을 만난 이후는 그 누구보다 <똥파리>의 테마를 상징하는 캐릭터임을 알 수 있다.


2012년
<창>

유튜브를 보는 사람에겐 어쩌면 이환의 얼굴보다 목소리가 익숙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영화 유튜버를 통해 재발굴된 연상호 감독의 단편 <창>에 출연했기 때문. 이환이 맡은 역은 병장 정철민으로 극중 화자이자 이야기의 주체이다. 정철민은 분대의 최고참으로 말년 중 홍영수라는 신병을 받게 된다. '빡세게 뛰고 화끈하게 즐긴다'는 정철민과 달리 홍영수는 영특하지도, 그렇다고 열심히도 하지 않는 이등병. 정철민은 홍영수의 교육을 전담하고, 그러다가 홍영수에게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 20여 분의 짧은 단편이지만 정철민이란 캐릭터의 변화가 확연히 드러나는 작품답게 이환 또한 듬직하고 붙임성 좋은 성격과 폭군처럼 욕설을 퍼붓는 순간을 폭넓게 연기한다. 


2015년
<암살>

앞서 말한 천만 영화는 최동훈 감독의 <암살>이다. 이환은 경무국의 대원이자 염석진(이정재)이 항상 대동하는 부하 중 세광 역을 맡았다. 염석진, 명우(허지원)와 함께 황덕삼(최덕문)과 속사포(조진웅)를 빼내고 두 사람을 집결지로 안내한다. 염석진과 돈독한 듯한 모습이 그려지긴 하나,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다시피… 함께 페어로 출연한 허지원은 영화를 닫는 역할까지 수행하지만 이환은 아쉽게도 중후반부에 등장하지 않는다. 


2016년
<밀정>

<암살>에 이어 출연한 영화도 공교롭게도 일제강점기, 그것도 독립운동가를 다룬 영화다. <밀정>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인력거꾼이자 독립투사 박대이. 이번 영화에선 초반부에 이정출(송강호)의 출신을 설명하면서 등장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중 하시모토(엄태구)의 함정에 빠져 사살되면서 이번에도 중도 퇴장한다. 이 장면에서 조우하는 정하담, 엄태구, 이환 모두 독립영화계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배우들이란 점이 의외의 포인트.


연출에 도전한 이유, 이별 때문?

출처: <지랄>

배우 이환이 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건 2011년 단편영화 <지랄>이 '대단한 단편영화제'에 상영되면서부터다. 이 단편 영화는 술에 취한 남자가 전 여친과 걸었던 길을 걷는다는 내용이다. 이환은 연출과 함께 직접 주인공 '이환'을 연기했는데, 이 얘기가 본인의 경험담이기 때문. 이환은 술에 만취한 채 여자친구의 집을 서성거렸고, 그걸 함께 있던 지인이 휴대전화로 찍었다. 다음날 이환은 이 영상을 보고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단편 영화로 만들었다. 흔히들 '내 이야기부터 시작하라'는 수많은 이야기꾼들의 조언처럼 시작한 그의 영화연출기는 2013년 <집>으로 이어졌다. 


<집>과 <박화영>

출처: <집>
출처: <박화영>

<집>은 가출 소년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으로 <박화영>의 전신 같은 작품. 친구들에게 '엄마'라고 불리는 상희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렸다. 이후 20대의 성장영화를 기획하던 이환 감독에게 부산영상위원회가 <집>의 장편화를 제안했고, 명필름의 지원하에 <집>은 장편 <박화영>으로 재탄생했다. 상희는 장편 시나리오로 옮기는 과정에서 '박화영'이 됐고, '상희'를 연기한 배우 김가희가 '박화영'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처음부터 김가희를 캐스팅할 생각이 없던 이환 감독이었지만, 만남을 거듭할수록 김가희에게서 박화영을 발견했다고. 캐스팅이 끝나고, 거진 3개월간의 합숙에서 이환은 배우들과 10대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함께 보면서 <박화영>의 세계를 완성시켰다. 


<어른들은 몰라요>

이환 감독이 차기작으로 꺼낸 <어른들은 몰라요>는 발랄한 제목과 달리 <박화영>의 연장선이다. 전작에도 등장한 세진, 그리고 그를 연기한 이유미가 그대로 돌아왔다. 덜컥 임신한 세진이 동갑내기 주영(안희연)을 만나고 배 속의 아이를 지우려는 일련의 과정은 <박화영> 못지않게 치열하다. 이번 영화도 이환은 배우들과 함께 친밀감을 쌓아 그 감정을 카메라 담는 방법을 택했다. 현장에서 약에 취한 연기를 위해 "1분 동안 머리를 70번 쓸어넘기기", "계속 담배 피기" 등으로 인물들의 기이한 상태를 유도한 디렉팅은 배우다운 세심함이 빛났다. <박화영>처럼 <어른들은 몰라요> 또한 직설적인 화법에 관객들의 반응이 갈리지만,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세계를 직시하려는 이환 감독의 비전은 여전히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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