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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의 정석! 최고의 케미를 보여주는 남성 듀오는?

조회수 2021. 5. 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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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김명재 객원 기자

한 명은 외롭다. 세 명은 의심스럽다. 두 명은 서로를 신뢰하거나, 배척하거나. 둘 중 하나다. 관계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서로가 없으면 말이 되지 않기에 두 명은 가장 완전한 숫자다. 대중이 '듀오'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 아닐까. 버디무비라는 장르가 따로 있을 만큼, 듀오의 합작은 보는 이의 쾌감을 불러일으키고, 듀오의 분열은 강렬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오늘은 최고의 케미를 보여주는 남성 듀오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두 사람을 한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강하는 비주얼 케미 듀오부터 번쩍이는 액션 케미 듀오까지. 내 마음속 최고의 남성 듀오가 리스트에 없다면 댓글로 알려주시길!


웃음 케미 <뜨거운 녀석들>

니콜라스 엔젤(사이먼 페그) X 대니 버터만(닉 프로스트)

<뜨거운 녀석들>(2007)

버디캅 패러디 영화인 <뜨거운 녀석들>은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피와 아이스크림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영화는 80년대 할리우드의 경찰 액션영화를 패러디했는데, 그저 그런 시시껄렁한 패러디 물이 아니다. 버디캅 영화의 코드를 비틀어 액션과 코미디로 버무렸는데, 그게 기가 막힌다.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의 케미를 보며 낄낄거리고 영화를 끄고 나면 영화가 남긴 메시지도 남는다. 통렬하나, 노골적이진 않게 ‘평온한 일상에 숨은 악’이라는 메시지를 영화에 집약해 놓았다. 클리셰를 비트는 데서 에너지를 얻은 <뜨거운 녀석들>은 결국 ‘패러디 영화는 저급하다’는 인식마저 비틀었다.

유능한 경찰 니콜라스 엔젤(사이먼 페그)는 ‘너무’ 유능하다는 이유로 시골 마을 샌드포드로 좌천이 된다. 아무리 황당한 일이 주변에서 발생해도 약간 찌푸린 얼굴로 무표정을 유지하는 엔젤의 태도는 영화의 분위기와 불협화음을 이루는데, 거기서 유머가 시작된다. 게다가 파트너는 순박하지만 어딘가 덜떨어진 듯한 대니 버터만(닉 프로스트)이다. 어거지로 묶인 두 사람의 케미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우정으로 발전한다. 물론, 그런 장면들 모두 패러디로 연출되며, 영화는 친절하게도 어떤 영화를 패러디했는지까지 알려준다. 자칫 붕 뜨기 쉬운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에드가 라이트는 짧은 쇼트의 탁월한 연출력과 특유의 리듬감으로 각각의 시퀀스들을 긴밀하게 연결해 준다. 이런 연출은 ‘카트라이더’의 드리프트 + 부스터 조합을 떠올리게 한다.


정석 케미 <내일을 향해 쏴라>

부치 캐시디(폴 뉴먼) X 더 선댄스 키드(로버트 레드포드)

<내일을 향해 쏴라>(1970)

버디무비의 교과서와 같은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는 미국 서부시대 유명 강도단인 와일드 번치의 리더, 부치 캐시디(폴 뉴먼)와 더 선댄스 키드(로버트 레드포드) 그리고 더 선댄스 키드의 애인 엣타 플레이스(캐서린 로스)의 모험담을 그린 작품이다.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는 선악 대결구도였던 전형적인 서부 영화의 틀에서 벗어나 주인공의 전기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굉장히 새롭다. 게다가 항상 정의의 편에서 무게를 잡던 서부의 사나이 캐릭터가 아닌, 유머를 아는 범죄자라는 점이 영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영화 속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의 케미는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눈이 부시다.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는 각기 상반된 매력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부각시켰는데, 폴 뉴먼이 연기한 부치 캐시디는 유쾌함 축을, 로버트 레드포드가 맡은 더 선댄스 키드는 무게감 축을 맡았다. 두 캐릭터 모두 영화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여러 형태로 변주되어 왔다. 부치 캐시디는 시종일관 말을 해대지만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오리지널이며, 더 선댄스 키드는 무뚝뚝하고 몸이 먼저 움직이는 남성성이 강조된 캐릭터로 두 캐릭터 유형의 조합은 버디 영화의 정석이 되었다.


반짝이는 액션 케미 <분노의 질주: 홉스&쇼>

루크 홉스(드웨인 존슨) X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뎀)

<분노의 질주: 홉스&쇼>(2019)

너른 도로를 미친 듯이 달리는 쾌감, 아마 꽉꽉 막힌 출퇴근길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갈망했을 상황이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막힘이 없다. 언제나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달려 나가는 남자들이 그곳에 존재한다. 사랑하는 이들을 내 손으로 힘껏 지켜내고, 패배로 인해 내가 가진 것들을 빼앗기지 않는 것, 본인이 직접 가장 강하고 빠른 차가 되는 것, ‘분노의 질주’를 하는 이유다. ‘분노의 질주’ 여러 시리즈 중 <분노의 질주: 홉스 앤 쇼>는 액션하면 빠지지 않는 배우 드웨인 존슨과 제이슨 스타뎀이 투톱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직선적이고 강렬한 남성미가 이토록 도드라지는 듀오가 있을까. 할리우드 최강이라고 해도 좋을 두 배우가 콤비로 뭉친 것부터 이미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다만, 액션 연출에 있어 다소 진부한 감이 없지 않기 때문에 화려하고 새로운 액션을 기대했던 팬이라면 약간의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오히려 기대치 않았던 드웨인 존슨과 제이슨 스타뎀의 투닥거리는 말장난이 영화의 재미를 잡아준다. 주연 배우의 명성과 달리 ‘구강 액션’이 더 돋보인 작품.


비주얼 케미 <서복>

민기헌(공유) X 서복(박보검)

<서복>(2021)

이번에 개봉한 <서복>은 공유와 박보검을 한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걸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다. 뇌종양 교모세포종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와 영생을 살아가야 하는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은 삶과 죽음이라는, 인생의 대척점에 놓인 캐릭터다. 전혀 접점이 없는 두 사람이지만, 기헌이 치료를 받는 조건으로 서복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임무를 맡으며, 그들은 서로를 알아간다.

기헌과 서복은 모두 각자의 고민을 갖고 있다. 기헌의 곁에는 죽음의 냄새가 짙게 깔려 있다. 그는 곧 맞닥뜨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떨쳐내기 위해 모든 걸 건다. 반면 서복은 영생을 살기에 그런 기헌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영생에 갇혀 보이지 않는 삶의 의미, 자아의 존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SF철학 영화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두 사람의 케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의 기댈 곳이 되어주며 각자가 지닌 고민을 넘어설 수 있도록 지탱해 준다. 유쾌하게 주고받는 티키타카보다는, 서로의 어깨를 쓰다듬는 관계성이 더 돋보인다.


운명의 케미 <공작>

흑금성(황정민) X 리명운(이성민)

<공작>(2018)

호연지기. 도의에 근거를 두고 굽히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바르고 큰 마음을 의미하는 맹자의 가르침이 스파이 영화의 중심이 될 줄은 결코 알지 못했다. <공작>은 할리우드의 문법에서 벗어나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스파이 영화를 완성시켰다. <공작>은 스파이라는 소재를 액션이 아닌 말로 풀어냈다. 스파이는 그 기반이 정치에 있다. 다른 진영에 있는 이들의 정보를 캐내고, 근간을 흔들기 위해 존재하는 이들인 만큼 그 누구보다 말에 능해야 한다. <공작>은 스파이의 본질을 제대로 파고들어 이전까지 본 적 없는 한국식 스파이 영화를 내보였다.

남한의 스파이 흑금성(황정민)과 북한의 간부 리명운(이성민)이 서로를 떠보는 장면은 그 어떤 무기도 나오지 않으나 긴장감이 극으로 향한다. 첩보 장면을 다룰 때 빠질 수 없는 상대에 대한 신뢰를 테스트하는 장면이 <공작>에서도 등장하는데, 마치 창과 방패와도 같다. 리명운이 정확하게 맹점을 찌르면, 흑금성은 너스레를 떤다. 그렇게 잘 마무리가 되나 싶다가, 다시 공격이 시작된다. 황정민과 이성민은 이런 두 캐릭터의 합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특히 결말부를 향해 가며, 두 사람이 체제라는 사회적 장벽을 넘어 휴머니즘을 선택하는 장면에선 그 합이 완전히 하나됨을 볼 수 있다. 호연지기로 묶인 두 사람의 감정적 교류는 영화의 마침표를 유려하게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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