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경미・신원호가 선택한 배우, 심달기의 첫 장편 영화 <더스트맨>

조회수 2021. 4. 10.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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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이지연 기자
<더스트맨>

모아(심달기)는 꿈을 의심하는 미대생이다. 내가 뭘 원하는지, 뭘 그리고 싶은지, 뭘 표현하고 싶은지, 애초에 그림이 그리고 싶었던 건 맞는지,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았던 건 아닌지 고민하는 청춘이다. 어느 날 그는 먼지 위에 진솔한 그림을 그리는 홈리스 태산(우지현)을 마주한다. 모아가 가진 물감도, 그 어떤 그럴듯한 재료도 없이 그림에 언어를 담는 태산. 삶과 죽음에서 죽음 쪽을 향하고 있던 태산을 돌려세운 데 모아가 큰 역할을 한 건 사실이지만, 말그대로의 생사만 생사던가. 겉으로는 밝지만 창작자로서 갈길을 잃어 정신적으로 활기를 잃어가던 모아에게 영감이 되어준 건 태산도 마찬가지였다.


이경미(<보건교사 안은영>), 신원호(<슬기로운 의사생활>), 전고운(<페르소나-키스가 죄>) 감독이 찾는 얼굴. 심달기의 첫 장편 영화 <더스트맨>이 4월 7일 개봉한다. 그와 나눈 <더스트맨>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추진하는 글로벌 홍보 프로젝트에서 한국 대표 배우 200인으로 선정됐다. 축하한다.

그러게 말이다. 나도 많이 놀랐다. 왜 내가 거기 있지? (웃음) 경쟁에 뒤처지지 않아야 할 텐데.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 영어를 잘 못해서.


<더스트맨>은 심달기의 첫 주연 장편 영화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더스트맨>을 촬영한 게 2018년이다.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촬영을 했다. 사실 내가 출연한 첫 장편영화가 개봉한다는 것보다, 드디어 <더스트맨>이 개봉한다는 데 감회가 더 깊은 것 같다. 이렇게 긴 호흡으로 스태프분들, 동료 배우들, 감독님과 함께 있던 적이 없었다. <더스트맨> 촬영하면서 현장에서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태도로 지내야 적당한지, 이런 것들을 배웠다.

<더스트맨>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더스트 아트, 홈리스. <더스트맨>의 소재는 상업 영화에서 보기 힘들고 독립 영화에서도 보기 힘들지만,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인물의 속성을 다룬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도, 지금까지 내가 맡았던 인물은 반항적인 청소년 역이 대부분이었는데. 모아는 처음 연기한 성인 캐릭터이기도 했고 밝고 명랑한 인물이라서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김나경 감독에 따르면 태산이 아닌 모아가 주인공인 시나리오도 있었다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나.

모아가 자기 작품 활동에 있어서 고뇌하고 싸우는 내용이었다. 그 시나리오에서의 모아와, 지금 개봉한 <더스트맨>에서의 모아는 성격 자체가 많이 다르다. 그런데, 한편으로 <더스트맨> 속 모아가 실제로는 영화에서 보여진 것과 완전히 다른 사람 같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지금의 모아를 보면, 감정적으로 격하게 행동하는 것이 상상이 안 되지 않는가. 오히려 그럴수록 감추고 있는 게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모아는 태산에게 크게 영감을 줬다. 심달기에게 태산의 모아 같은 사람이 있었나.

나는 타인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가만히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그게 누구든 일단 사람이 좀 특이하다 싶으면, 혹은 내 상식선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면 흥미가 간다. 캐릭터를 만들어갈 때에도 관찰했던 것들을 떠올리게 되더라.

작품 하며 만났던 배우 중에도 그렇게 흥미로웠던 사람이 있었나.

오경화 언니(<보건교사 안은영> 오경화 역)도 재밌는 사람이고. 박혜은 언니(<보건교사 안은영> 성아라 역)도 재밌는 사람이고. 그냥 다 이상한 것 같다. (웃음) 권영찬 오빠(<보건교사 안은영> 이지형 역)도 이상한 사람이다.

심달기가 보기에 심달기는 어떤 것 같나.

그중에서는 제일 안 이상한 사람이다!

우지현 배우가 상대 역이라는 얘기를 듣고 혹했다고. 인상 깊게 본 작품이 있었던건가.

단편영화 <동아>(2018)에 함께 출연했던 이태경 배우님(미란 역)이 우지현 배우님과 친해서 궁금했다. 당시 우지현 배우님의 작품을 봤던 건 아닌데, 주변에서 하도 얘기를 많이 들었어서 대체 어떤 분일까 궁금했다. 리딩 날 뵙고 그때부터 호흡이 잘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실제 겪은 우지현 배우는 어땠나.

생각보다 많이 장난스러우셨다. 웃긴 분이다. 세심하게 잘 챙겨주시기도 하고. 솔직하시고. 촬영하면서 불편한 게 없었다.


강추위 속에서 촬영했다고 들었다.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나는 더운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추위를 정말 많이 탄다. 가뜩이나 추웠던 2018년 겨울에 밖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핫팩을 어떻게 붙여야 제일 따뜻한지 알게 됐다. (웃음) 태산과 모아가 차에서 말다툼을 하다가, 모아가 길 한가운데 내리고 태산은 떠나버리는 장면이 있다. 스태프 모두가 차 안에 있었는데. 내가 휴대폰도 없이 혼자 내려서 잠깐 낙오된 적이 있다. 그때가 스무 살이었다. 늦은 새벽이었고. 물론 몇 분 뒤 베이스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다.

심달기 인스타그램 스토리(@dalki612), <님포매니악> 스텔란 스카스가드

<동아> 동아부터, <보건교사 안은영> 완수, <더스트맨> 모아, 그리고 <최선의 삶> 아람까지. 다양한 학생의 얼굴을 대변해왔다. 심달기의 고교 시절은 어땠나.

천방지축이었다. 조용히 하라는 주의를 많이 들었다. 항상 하이 텐션이었다.

그러잖아도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실제 성격 요약 짤이 아닐까 싶었던 사진을 한 장 봤다. (위의 스토리 사진을 보여주며) 옛날 사진인 듯한데. 그때의 심달기는 이런 느낌이었을까.

아. (웃음x10) (박수) 옛날 사진은 아니다. 최근인데 어렸을 때 사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사진을 보고 되게 감당안되는 사촌 동생 같다고들 하더라. 진짜 만나면 큰일 날 것 같은 사촌 동생. (웃음) 그런데 나는 저 얼굴이 <님포매니악>의 스텔란 스카스가드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스카스가드 배우가 영화에서 보여준 사악한 얼굴이 이 사진에 담겨있는 것 같다. 나도 좋아하는 사진이다. 사실 저게 영상을 캡처한 건데 영상이 더 웃기다.

영상은 올릴 생각이 없나.

머리 때문에 영상을 올릴 수가 없었다. 스포일러가 되면 안 돼서. 지금도 헤어스프레이를 잔뜩 뿌리고 왔다. 내년쯤 영상을 올려보겠다.


학생 신분을 벗어난 연기를 하게 된다면, 어떤 캐릭터를 만나고 싶은가.

그전에 내가 가진 특이점을 재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그 특성이 주로 애스러움과 관련한 것이었다. 그런 모습을 요구하시기도 했고, 그렇게 작품에서 많이 쓰였다. 그래서 전에는 그 특성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더 캐릭터의 나이대처럼 보일까 고민했다면, 성인 연기는 또 다른 특이점을 요구할 테니까.


고등학교 때 영화를 했던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필름 메이커스에 등록해서 연기를 시작했다고.

김. 원. 호. 선생님. (웃음)

혹시 그분을 안 만났으면 지금 심달기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까.

2017년, 2018년까지만 해도 나는 영화과 입시를 하고 있었다. 그냥 영화산업 종사자가 되고 싶었다. 연출을 전공하면 영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다.

이제 연출엔 관심이 없다고.

맞다. 연출은 아예 다른 영역인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동아>
<보건교사 안은영>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보건교사 안은영> <슬기로운 의사생활>. 최근 화제작이란 화제작에 다 출연했다. 감독들이 심달기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말할 때 종종 데뷔작 <동아>를 언급한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영향을 크게 미치는 작품인 듯한데. <동아>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도 궁금해진다.

(권예지 감독님이) 내 얼굴이 궁금해서 불렀다고 하셨다. 오디션 때 대본을 읽어보고, 수정해서 또 읽어보고 했는데. 내가 동아에 비해 텐션이 너무 높고 밝아서 걱정을 많이 하셨다. 나도 촬영을 하면서 동아 캐릭터에 완전히 스며들지는 못했었다. 스며든 것처럼 보일 수는 있겠지만 내 머리로 완벽하게 이해를 하진 못했다. <동아>가 공개되고, 나도 동아를 제삼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게 되어서야 동아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는데. 촬영 때보다 찍고 나서 동아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사실 그때 내가 하이 텐션 모드였던 것도 어떤 어두운 기운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일종의 방법이었는데, 동아는 내게 그 어두운 부분을 직면하게 해줬다.


<배심원들> 소라의 눈물, <보건교사 안은영> 완수의 눈물, 그리고 <슬기로운 의사생활> 찬형 엄마의 오열. 팬들이 심달기 배우를 보고 ‘참 잘 운다’고 하더라. 감정을 터뜨리는 연기를 할 땐 어떤 생각을 하나.

전엔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감정에 잘 이입하지 못했다. 그래서 눈물 연기를 할 때 개인적인 일을 떠올렸었다. 지금은 인물로서 느끼고 연기하게 됐다. 연기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내게 눈물 연기가 생소했을 때에는, 우는 것도 분출의 한 방법이기 때문에 울면서 해소되는 게 많았는데. 지금은 좀 달라졌다. 몸을 써서 싸우는 연기를 할 때 더 풀리는 게 많은 것 같다.

액션 연기가 하고 싶다고 한 걸 봤다.

맞다.

<더스트맨>에서 태산이 십여 년 만에 음악을 듣는 장면이 있다. 태산처럼 십 년 정도 음악을 못 들었다고 치자. 첫 번째로 듣고 싶은 곡은.

어… 음. <파이트 클럽> 엔딩 곡! 픽시스의 ‘Where Is My Mind?’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릭 앤 모티> 시즌2 파이널에 나오는 음악, ‘Hurt’도 좋다.

작품 사운드트랙을 많이 듣나 보다.

그렇다. 아무래도 서사가 있다 보니까. 감정의 폭과 깊이가 다른 거니까.

그러잖아도 다른 인터뷰에서 <파이트 클럽>이 인생 영화라고 말한 걸 봤다. 타일러 더든(브래드 피트) vs. 나레이터(에드워드 노튼).

나는 브래트 피트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트 클럽>에서는 타일러보다는 나레이터지.


최근 집 꾸미기에 재미를 붙였다고 들었는데. 아직 유효한 취미인가.

요즘은 봄이 되어서 농작물을 키우고 있다. 아침에 밥을 잘 못 먹어서 빵으로 대신하는데,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채소를 키운다. 루꼴라나 바질 같은건 집 앞 마트에서 구하기 어렵지 않은가. 그래서 직접 씨앗을 심었다. 그리고 억만장자의 모닝 루틴도 해보고 있다.

그건 뭔가.

아침 습관이다. 억만장자의 모닝 루틴이 총 10단계가 있는데. 나는 그걸 다 하지는 못하고 네 가지만 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10분간 명상하기, 3분간 쉬지 않고 격한 운동하기, 이불 정리하기, 영양제 먹기.

본인이 뭐든 직접 만들고 직접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연기는 물론 다 같이 하는 일이지만, 그 외의 것들은 내가 혼자 하는 걸 좋아한다. 내가 해야 직성이 풀리고 그런 게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팬분들을 뵐 기회가 꽤 많다. GV를 하면 항상 와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항상 편지를 써서 와주시는 분도 있고. <동아> 때부터 와주시는 분도 있고. 내가 부산에서 배우전을 했을 때 서울에서 부산까지 와주셨던 분들도 많고. 그 고마움을 요새 새삼 많이 느낀다. 이걸 통해 고마움이 전달됐으면 좋겠다.

사진 제공 • 트리플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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