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박스> 찬열, "내가 부른 트로트곡 좋아해 주시면 이벤트성으로 활동할 수도"
6년 만에 한국영화 출연이다. 기분이 어떤가.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촬영하게 됐다. 작은 역할만 맡다가 이번에는 내가 주인공인 작품을 하게 되니까 처음에는 걱정도 많고 부담도 컸다. 감독님과 이야기 나누면서 덕분에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더 박스>는 그동안 내가 너무 해보고 싶었던 음악영화다 보니 재미있게 막 날뛰면서 촬영하고 있다. (웃음)
<더 박스>의 지훈은 성격을 빼고는 실제 찬열과 많은 부분 닮았다. 작사 작곡에 능하고 다양한 악기를 다루며 노래 실력도 갖춘 싱어송라이터란 점에서 그렇다. 본인의 경험이 연기에 녹아들었을 수도 있겠다.
성격이 안 맞는 부분이 제일 힘들었다. 정말 나랑 정반대다 보니까. (웃음) 그런데 또 그게 제일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내가 이런 삶을 살아보지 않았지만 지훈의 어떤 모습을 표현했을 때 화면에 비치는 나를 보는 게 낯설지만 신기했다. 촬영 내내 기타가 손에 들려 있어서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았고, 양정웅 감독님, 음악감독님(작곡가 겸 음악 프로듀서인 에코브릿지가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다)과 틈나는 대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도 좋았다.
레퍼런스로 삼은 작품이 있다면.
<어거스트 러쉬>(2007)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더 박스>의 지훈이란 캐릭터도 배움을 통해 시작한 게 아니지만 음악에 대한 천재성을 가지고 있고 혼자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캐릭터라 <어거스트 러쉬>의 주인공이 떠올랐다.
영화 <장수상회>(2014) 이후 드라마 <미씽나인>(2017),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2018) 등 차근차근 연기의 폭을 넓히고 있다. 차기작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더 박스>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
<미씽나인>도 그렇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도 그렇고 많이 뛰어 다니고 다치고 넘어지며 고생하는 역할만 계속하다 보니까 체력적으로 힘든 것 말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 하고 싶었다. <더 박스>가 바로 그런 작품이었다.
촬영의 대부분이 지방 로케다. 기억에 남는 곳이 있나.
이렇게 시간을 내어 지방을 돌아다닌 적이 없어서 다 기억에 남고 재미있었다. 부산에서 가장 오래 머물며 촬영했는데 물론 다른 곳의 바다도 있지만 쉬는 날 여유를 가지고 찾았던 부산의 바다가 색달랐다. 전주가 또 생각나는데 사람들이 왜 음식은 전라도라고 하는지 이번에 알게 됐다. 그냥 아무 백반집에 들어가도 정말 맛있었다. 나는 먹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살기 위해 먹는 편인데 왜 사람들이 맛집을 찾아 다니는지 이번 촬영을 통해 알겠더라.
<더 박스>는 지훈이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끈다. 배우로서의 변곡점이 될 것 같다.
그동안은 그저 ‘무난하게 하자’ 이런 생각이었다. 연기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일상적인 것들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니까 과하면 부자연스러울 것 같아서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조달환 형님과 감독님이 이게 다큐가 아니니까 너무 자연스러운 것에 포커싱 되는 것은 마냥 좋은 것이 아닌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시더라. 그래서 공부도 많이 하고 캐릭터 분석도 많이 해서 조금 더 캐릭터에 달려들어 봤다. 그러면서 연기에 대해 새로운 재미를 찾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