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CG 재활용? 데이빗 핀처 <파이트 클럽> 비하인드

조회수 2021. 2. 19.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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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이지연 기자

1999년 10월 데이빗 핀처의 <파이트 클럽>이 개봉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매그놀리아>가 개봉했다. 당시 앤더슨이 <파이트 클럽>의 장면을 문제 삼아 핀처를 사납게 비난한 일이 있었다. 얼마 전 <맹크>로 돌아온 핀처가 한 인터뷰에서 이 일을 언급해 다시 화두에 올랐는데. 무슨 일이었을까. 그때 그 에피소드를 상기하는 김에, <파이트 클럽>에 관한 비하인드 이야기를 다시 꺼내 본다.

* <파이트 클럽>의 스포일러가 포함됐다.


___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는 나레이터(에드워드 노튼)의 사고 과정을 담는다. 화면은 뇌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감각기관부터 피부 바깥까지 타고 올라온다. 처음부터 이렇게 타이틀을 짠 것은 아니었다. 철컥하고 총알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리면 타일러 더든(브래드 피트)이 나레이터의 입에 총구를 겨누고 있는 장면이 바로 보이는 것이 원래의 계획이었는데, 핀처가 새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CG가 필요한 새로운 버전의 타이틀을 만들려면 75만 달러(한화 약 8억 원)가 넘는 비용이 더 필요했다. 타이틀 제작 예산은 본편 제작 예산과 별개로 편성되어 있었는데. 제작사는 가편집본을 보고 나서 영화가 괜찮으면 그때 결정하겠다고 했고, 영화를 보고는 기꺼이 예산을 할애했다.

___ 프로듀서 로스 그레이슨 벨은 타일러 역에 러셀 크로우를 캐스팅하려 했었다. 동료 프로듀서 아트 린슨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브래드 피트가 적격이라고 생각했고, (다행히도) 결국 피트가 타일러를 연기했다.

___ 프로듀서들은 나레이터 역에 맷 데이먼과 숀 펜을 고려했다. 핀처는 <래리 플린트>(1996)에서의 연기를 인상 깊게 보고 에드워드 노튼을 낙점했다. 당시 노튼은 제작 준비 중인 또 다른 세 영화의 최중 주연 후보이기도 했는데. 세 영화는 <리플리>(1999), <맨 온 더 문>(1999)과 <런어웨이>(2003)다. 노튼은 짐 캐리와 <맨 온 더 문>의 앤디 카우프 역을 두고 짐 캐리와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으나, 유니버설 픽쳐스에서 티켓 파워가 센 짐 캐리를 꼽았고, <리플리>의 주연은 맷 데이먼이 맡았다. <런어웨이>는 제작이 미뤄져 나중에 존 쿠삭 캐스팅되었다.

___ 노튼은 출연료로 250만 달러(한화 약 28억 원)를 받았고, 피트는 노튼의 약 7배인 1750만 달러(한화 약 196억 원)를 받았다.

___ 말라 싱어(헬레나 본햄 카터) 역에도 많은 배우가 후보로 언급됐었다. 위노나 라이더, 르네 젤위거, 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 사라 미셸 겔러 등이 거론됐다. 끝에는 헬레나 본햄 카터와 리즈 위더스푼으로 후보가 좁혀졌는데. 핀처는 위더스푼이 어려 본햄 카터를 캐스팅하기를 원했으나, 스튜디오는 당시 스타 파워가 더 컸던 위더스푼을 원했다. 위더스푼이 영화가 너무 어둡다며 제안을 거절해, 결국 본햄 카터가 말라를 연기했다.

___ 본햄 카터는 말라 역을 소화하는 데 주디 갈랜드의 말년 연기를 참고했다. 본햄 카터가 감정 잡는 것을 돕기 위해 핀처는 현장에서 그를 주디라고 불렀다고.

___ 핀처에 따르면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에 적어도 한 개의 스타벅스 컵이 등장한다. 소비주의의 상징으로써 사용된 것이다. 영화 초반에는 이런 대사도 나온다. “불면증에 시달리면 현실도 꿈같고 모든 것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모두 복사본의 복사본의 복사본으로 보인다. 심우주 탐험을 계속하게 되면 모든 것에 기업 이름이 붙을 것이다. ‘IBM 항성 천구’ ‘마이크로소프트 은하계’ ‘스타벅스 행성’.” 스타벅스는 영화에서 자사 컵을 이용하는 것에 개의치 않았으나, 한 장면에서는 브랜드가 쓰이지 않기를 바랐다. 구형의 철 조형물이 카페를 부수는 장면이다. 그 결과 ‘그라티피코 커피’(Gratifico Coffee)라는 허구의 카페가 무너졌다.

___ 타일러가 영화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 네 번 번쩍이듯 등장한다. 1/24초, 단 한 장의 프레임이 비춰지는 동안만 보이기에 타일러를 보지 못하고 지나쳤을 관객도 있을 것.

___ 핀처는 제작사 20세기 폭스의 오프닝 로고 영상 사이에 타일러가 1/24초 간 번쩍 나타나기를 바랐으나 스튜디오의 법무팀이 이를 거부했다. 이후 감독은 리젠시 엔터프라이즈 로고 영상에 타일러 프레임을 포함하려 했으나 제작사 대표가 역시 이를 거부했다.

___ 나레이터가 원래 살던 아파트의 레이아웃은 핀처가 LA로 처음 이사했을 때 실제 지내던 아파트의 것을 모델로 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그 집에 사는 동안 항상 그곳을 부숴버리고 싶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___ 나레이터가 출장 중 묵은 호텔에서 웰컴 비디오를 보는데, 피트가 화면 속 호텔 직원 중 한 명으로 등장한다.

___ 폴 토마스 앤더슨은 2000년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파이트 클럽>을 비난했다. 극 중 나레이터가 병이 걸리지도 않았는데 고환암 환자를 격려하는 모임에 참여하는 장면을 보고, 핀처가 암 환자를 모독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는데. “<파이트 클럽> 상영 전에 <매그놀리아> 트레일러가 나오길래 영화를 30분쯤 봤다. 영화를 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냥 못 본 척 넘어가려 했다. 그런데 참을 수가 없더라. 데이빗 핀처가 그가 농담거리로나 삼던 고환암에 걸렸으면 좋겠다.” 앤더슨은 이후 해당 발언에 대해 자신이 바보 같았다며 사과했다. 그는 1997년 아버지를 암으로 떠나보냈고, <매그놀리아>에 그와 아버지의 각별한 관계를 필(필립 세이모어 호프만)과 얼(제이슨 로바즈)의 관계에 반영한 바 있다. 지난 1월 15일, <맹크>로 돌아온 핀처는 ‘롤링 스톤’과의 인터뷰에서 그때 그 일을 언급했다. 그는 암 환자를 조롱하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밝히며, 소중한 사람을 암으로 잃고 감정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을 앤더슨을 이해한다고 했다.

___ 피트와 노튼은 실제로 비누 만드는 법을 배웠다. 둘은 수제 비누를 판매하는 회사에서 비누 만들기 수업을 들었다. 권투, 태권도 등 기초 격투 수업도 들었다. 

___ 피트는 타일러 역을 위해 앞니를 깎았다. 촬영이 끝나고 치과에 가 원상 복귀시켰다.

___ 본햄 카터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왼손으로 화장해줄 것을 요청했다. 배우가 느끼기를 말라는 화장을 잘하는 그런 사람이 아닐 것 같았다고.

___ 타일러와 나레이터가 처음 만났을 때 입은 의상은, 노튼의 전작 <래리 플린트>에서 알란 아이삭맨(에드워드 노튼)과 래리 플린트(우디 해럴슨)가 입은 의상과 닮았다.

___ 아파트 폭발 후 타일러와 나레이터가 바에서 소비주의에 대해 대화를 하는 장면은 총 38번의 테이크에 걸쳐 촬영되었다. 핀처는 두 배우에게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즉흥 연기를 하도록 했다. 감독은 두 개의 카메라로 두 배우를 따로 담았고, 영화에 들어간 최종 장면은 여러 컷이 편집되어 합쳐진 것이다.

___ 로버트 밥(미트 로프)의 가짜 가슴살과 허리 군살 수트는 새 모이를 이용해 만들었다. 바지 위로 축 늘어지는 살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수트 무게가 50kg에 달했다고. 파이트 클럽 규칙 제6조는 싸울 때 ‘상의와 신발은 벗는다’지만 밥은 나레이터와 싸울 때 상의를 벗지 않았다. 수트 때문이다.

___ 말라의 전화번호는 555-0134. <메멘토>(2000) 테디 갬멜(조 판토리아노)의 번호와 같다. 이는 <꼬마 스파이 해리>(1996)의 홍콩 레스토랑, <썸원 라이크 유>(2001) 에디 앨든(휴 잭맨)의 번호와도 같다.

___ 나레이터의 상사 리처드 체슬러(자크 그레니어)의 명함에서 자동차 회사의 우편번호는 198090이다. 타일러의 명함에서 비누 회사의 우편번호는 19808…이다. (나레이터의 엄지가 가려 뒷자리는 확인할 수 없다.) 체슬러의 명함에서 이메일 도메인은 텔넥스(Telnex)다. 아파트가 불에 탄 후 나레이터가 타일러에게 전화할 때 이용한 공중전화 회사의 이름도 텔넥스다.

___ 나레이터가 직장에서 일본 단시 양식의 시를 써서 동료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장면에서, 리스트에 있는 이름은 제작진의 이름이다.

___ 타일러가 나레이터의 손등을 잿물에 지지자, 나레이터는 고통 치유 명상을 위해 나만의 동굴에 들어간다. 이 장면에서 나온 나레이터 입김 CG의 일부는 <타이타닉>(1997) 잭 도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것을 재활용한 것이다.

___ 나레이터가 말라를 버스에 태우며 도시를 떠나라고 설득하는 장면에서, <파이트 클럽> 배우들의 출연작이 적힌 영화관 간판이 보인다. 피트의 <티벳에서의 7년>(Seven Years In Tibet)(1997), 그리고 노튼의 <래리 플린트>(The People Vs. Larry Flynt)(1996), 본햄 카터의 <도브>(The Wings Of The Dove)(1997)가 아주 멀리 보인다.

___ 마지막 CG 폭파 장면의 신용카드 회사 본사 건물은 모두 제작사 폭스의 소유다. 실제 신용카드 회사 건물을 폭파했을 때 혹여 생길 법적 문제를 우려한 설정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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