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와 함께 보면 좋을 노동 인권을 다룬 영화 5편

조회수 2021. 2. 7.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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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하루하루. 힘들게 밥을 벌어먹는 사람들이 있다. 내 눈앞에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어딘가 분명 있다. 그들이 힘든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다. 안정된 삶. 그들에게는 어렵다. 유다인, 오정세 주연의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보면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와 함께 보면 좋을 노동 인권에 대한 영화를 소개한다. 본격 노동 현장을 다룬 영화, 다큐멘터리가 많지만 여기서는 비교적 최근의 극영화 형식의 작품들만 다뤘다.


<방가?방가!>(2010)
<방가?방가!>는 웃기는 코미디영화다. 김인권이 연기한 방가는 번번이 취업에 실패한다. 아마도 외모 차별을 당한 게 아닌가 싶다. 결국 그는 취직을 하기 위해 부탄 사람 행세를 한다. 한국인이지만 외국인 노동자의 삶을 살게 됐다. 어떤 현실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까. <방가?방가!>는 신나게 웃을 수 있지만 씁쓸함을 담은 작품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방가?방가!>가 개봉한 지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옛말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지만 지금,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삶은 어떨까.

관람 포인트/ 김인권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다.

<카트>(2014)
대형마트는 직원들을 쉽게 해고할 수 있는 직장처럼 여겨진다. 직원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부지영 감독의 <카트>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 염정아가 연기한 선희는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었는데 해고당할 처지에 놓인다. 선회와 함께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들은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했다. 노조 설립은 순탄하지 않다. 회사에서 노조 설립을 하지 못하게 여러 공작을 벌인다. <카트>는 비정규직의 현실을 담은 상업영화다. 2019년에 극장에서 상영했던 <파업전야>(1990)와 같은 영화가 경찰의 눈을 피해 비밀리에 노동자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전해지던 시절과는 격세지감이다. 그럼에도. <카트> 속 21세기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벼랑 끝에 있다.

관람 포인트/ 마트 노동자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만화 <송곳>을 함께 보면 좋다.

<10분>(2014)
취준생이라는 말은 참 무겁게 느껴진다. 지금처럼 명절을 앞둔 시기에는 더 그렇다. 좋은 직장이든 안 좋은 직장이든 출근이라는 걸 하기 위한 청년들의 노력은 그 끝을 알기 어렵다. 이용승 감독의 <10분>에 취업이라는 문턱에 있는 청년 호찬의 삶도 다른 취준생과 다르지 않다. 호찬은 방송국 PD가 되고 싶었지만 그 좁은 문을 통과하기 쉽지 않았다. 우선 공공기관에서 인턴을 하기로 했다. 물론 이 일도 쉽지 않다. 인턴이지만 호찬은 최선을 다했다. 그러다가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만났다. 그는 안정된 직장에 취업했을까. <10분>을 취준생에게 추천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힘들게 취업에 성공했을 때 만나게 될 현실이 녹록지 않음을 알게 되는 영화이기도 해서다. 회사라는 곳을 즐거운 마음으로 다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특히 <10분> 속 저 부장(김종구) 같은 사람이 상사라면?

관람포인트/ 영화의 제목이 영화에서 어떤 의미인지 염두에 두면서 관람하시길.

<내일을 위한 시간>(2015)
벨기에를 대표하는 다르덴 형제 감독의 <내일을 위한 시간>은 복잡한 영화다. 영화 속 주인공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의 사연부터 들어보자. 산드라는 복직을 앞두고 있다. 회사에서 한 통의 전화가 온 뒤 그의 삶은 흔들린다. 동료들이 산드라의 복직과 보너스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할지 투표를 했다. 동료들의 선택은 보너스였다. 회사의 농간에 놀아났다고 봐야겠다. 산드라는 꼼짝없이 직장을 잃을 것인가. 그에게 한 가닥 빛이 보인다. 투표가 공정하지 못해 재투표를 하게 됐다. 산드라는 동료들을 찾아나선다. 그가 만난 동료들의 사연은 더 기가 막힌다. <내일을 위한 시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노동자들의 상황을 풀어가는 영화다. 엃힌 실타래를 푸는 사람은 산드라다. 그의 선택을 보고 나면 생각이 많아질 것이다.

관람 포인트/ <내일을 위한 시간>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는 다르덴 형제의 대표작 <로제타>(1999)다. 로제타와 산드라는 닮았다.

<미안해요, 리키>(2019)
켄 로치 감독은 노동자, 빈민의 삶을 영화로 만드는 거장이다. <빵과 장미>(2000)가 대표적인 영화다. 사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비롯해 그의 모든 영화가 노동 계급의 삶을 다룬다. <미안해요, 리키>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속 리키(크리스 히친)는 택배회사에 취직했다. 이제 부지런히 택배 일만 하면 가족들과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을까. 아니. 우선 택배를 운송할 차부터 사야 한다. 중고차지만 그에겐 큰돈을 내야지 이 일을 할 수 있다. 그는 노동자가 아니라 일종의 개인사업자다. 그렇게 리키는 온갖 부조리한 현실과 만났다. 리키의 삶은 국내 택배 노동자와 데칼코마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을 말하자면 <미안해요, 리키>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거장이 주는 위안의 메시지다.

관람 포인트/ <나, 다니엘 블레이크>, <빵과 장미>,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등 켄 로치 감독의 대표작을 이번 기회에 다시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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