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 주인공 친구에서 '영국 연기의 미래'가 된 이 배우
1월 둘째 주, 넷플릭스와 국내 극장가를 함께 찾아온 배우가 있다. <그녀의 조각들> <미스터 존스>에 출연한 영국 배우, 바네사 커비가 그 주인공이다. 넷플릭스를 지금의 위치에 있게 만든 시리즈 중 하나, <더 크라운>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의 동생, 마거릿을 연기하며 전 세계에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한 바네사 커비는 이후로도 상업 영화와 인디 영화, 스크린과 연극 무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서 제 역량을 뽐내왔다. 2021년 ‘영국 연기의 미래’로 불리는 이 배우에 대한 이모저모를 정리해봤다.
영화광 아버지, 연극광 초등학생
바네사 커비는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접했다. 영화광이었던 아버지의 조기 교육 덕분. 바네사 커비는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는 정말 많은 영화를 봤다. 덕분에 아버지와 함께 6살 때부터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같은, 그 나이에 부적절한 영화(<미드나잇 익스프레스>는 R등급 영화다)들을 보곤 했다”는 일화를 밝힌 바 있다.
영화와 함께 그녀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밖에 없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연극. 가족들과 함께 연극 보기를 즐겼던 바네사 커비는 같은 인터뷰를 통해 “11살 때까진 연극을 보는 게 무척 지루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연극과 사랑에 빠졌다”고 밝혔다. 초등학생 때부터 “극적인 순간을 보낼 때 가장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여러 극적인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는 배우가 그녀의 천직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영국 최고의 배우 학교 거절,
연극 무대를 휘어잡다
브리스톨 올드 빅 연극 학교의 입학을 거절당한 바네사 커비는 영국의 명문으로 불리는 엑시터대학교에 입학했다. 졸업 후 다시 연기 트레이닝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던 그녀의 앞에 곧 인생을 바꿀 사람이 나타나게 되는데, 연극 감독 데이비드 태커가 그 주인공.
에이전시의 연결로 데이비드 태커 감독과 만난 바네사 커비는 20분으로 예정되어 있던 만남을 3시간의 오디션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바네사 커비의 연기에 반한 데이비드 태커는 생 신인인 그녀에게 아서 밀러의 <모두가 나의 아들>, 헨리크 입센의 <유령>,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등 유명 연극의 역할을 맡겼다. 당시 영국의 최고 연기 학교인 런던 아카데미 오브 뮤직 앤드 드라마틱 아트에 입학 제의를 받았던 바네사 커비는 그를 거절하고 데이비드 태커의 손을 잡길 택했다.
데이비드 태커와 세 편의 연극을 함께한 그녀는 연극계의 라이징 스타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후로 유명 연극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았고, 평단의 극찬까지 휩쓸었다.
<더 크라운>의 마거릿이
<어바웃 타임>의 조애나?
바네사 커비가 할리우드 중심에 들어서기 시작한 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크라운>에 출연하고서부터다. 프린세스 마거릿 윈저 역을 통해 “같은 세대의 배우 중 가장 뛰어나다”는 찬사를 받은 바네사 커비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고, 에미상을 비롯한 수많은 시상식의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그녀는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시리즈에 합류하며 제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톰 크루즈의 파트너로 활약한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액션 스타로 도약한 <분노의 질주: 홉스&쇼>는 바네사 커비의 색다른 매력을 알린 영화들이다.
위에 언급한 굵직굵직한 영화들이 바네사 커비 필모그래피 속 흥행작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바네사 커비는 무대에 오름과 동시에 카메라 앞에 서며 수많은 영화/드라마 속 다양한 역할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2010년 데뷔 이후 현재까지 약 28편의 영화/드라마에 출연한 다작왕. 국내 관객에게 친숙한 작품에서도 활약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샤이아 라보프의 주연작 <찰리 컨트리맨>에선 비행기 승무원으로 짧게 등장했고, <어바웃 타임>에선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의 유쾌한 친구 조애나를 연기했다. <주피터 어센딩>에선 주피터(밀라 쿠니스)의 친구 캐서린을, <미 비포 유>에선 윌(샘 클라플린)의 전 연인 앨리시아 역으로 출연했다.
영국 연기의 미래,
바네사 커비의 최근 행보
2020년은 바네사 커비의 배우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해다. 바네사 커비는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그녀의 조각들>을 통해 볼피컵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녀의 조각들>에서 바네사 커비는 집에서 자연 분만 출산 중 한순간의 사고로 아이를 잃은 엄마 마사를 연기했다. 가족도 남편도 함께할 수 없는 슬픔의 나락에 선 여성의 산산조각 난 마음, 그 틈을 비집고 자란 공허함을 밀도 높게 담아낸 바네사 커비의 연기에 많은 빚을 진 작품이다.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엔 바네사 커비의 또 다른 주연작, <더 월드 투 컴>도 이름을 올렸다. 19세기 중반 미국 동부의 해안을 배경으로 한 작품. 딸을 잃은 슬픔에 젖은 아비가일(캐서린 워터스턴)이 이웃 탈리(바네사 커비)를 만나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탈리의 위로로 유대감을 형성한 두 사람은 호감 이상의 감정을 느끼고, 갑갑한 일상에 갇힌 아비가일과 탈리는 서로의 탈출구가 되어준다. <노마드 랜드>와 함께 유력한 작품상 후보로 꼽혔던 <더 월드 투 컴>은 그 해의 퀴어사자상을 수상했다. 올해 2월 북미 개봉 예정으로 국내 공개 일정은 미정이다.
평단으로부터 영국 연기의 미래라는 찬사를 받은 바네사 커비는 빈틈없는 차기작 일정으로 팬들을 설레게 만드는 배우이기도 하다. 현재 촬영하고 있는 작품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고난과 역경의 촬영을 이어가고 있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7편과 8편. 전편에서와 같이 화이트 위도우로 등장한다.
첫 장편 영화로 2012년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오른 아담 리온 감독의 신작 <이탈리안 스터디즈>에도 출연했다. 현재 후반 작업 중. 세바스찬 스탠, 마리옹 꼬띠아르, 마크 라이런스, 조엘 에저튼 등 할리우드 대형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출 <더 브루탈리스트>는 1947년 미국으로 이민 간 한 건축가의 30년 세월을 조명한 영화다. 나탈리 포트만 주연 <복스 룩스>로 주목을 받았던 1988년생의 젊은 감독, 브레이디 코벳의 신작으로 현재 사전 제작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