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레즈비언과 한물 간 브로드웨이 스타가 만나면?

조회수 2020. 12. 2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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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출처: <더 프롬>

수많은 명배우, 명감독들과 다양한 소재의 작품으로 오리지널 시리즈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넷플릭스가 또 다른 장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메릴 스트립, 니콜 키드먼, 제임스 코든과 키건 마이클 키 등 할리우드의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더 프롬>은 넷플릭스가 제작한 첫 번째 뮤지컬 영화다. 화려한 볼거리와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로 보는 이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전하는 넷플릭스의 연말 영화 <더 프롬>을 더 세세히 뜯어보자.


원작은 뮤지컬 <더 프롬>

미국 하이틴 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가 있다. 10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가장 큰 행사인 졸업 파티, 프롬이다. 대부분의 하이틴 영화 속에서 프롬은 사랑에 빠진 주인공들이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하는 장소로 등장한다.

출처: <더 프롬>

제목 자체가 ‘프롬’인 <더 프롬>의 주인공 에마(조 엘런 펠먼)의 소망 역시 간단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프롬에서 춤을 추는 것. 보수적인 학부모회에서 걸고넘어지는 문제가 있다면 그녀가 사랑에 빠진 상대가 동성이라는 점이다. 에마가 동성 연인과 프롬에 참석하는 것을 반대하는 학부모회는 ‘모두에게 공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앞세워 그 해 프롬을 개최하지 않겠다 결정하고, 에마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신세가 된다.

출처: <더 프롬>

한편 뉴욕 브로드웨이의 베테랑 배우 디디(메릴 스트립)와 배리(제임스 코든)는 새로 올린 공연에 쏟아지는 악평으로 충격을 받는다. 그들은 한물간 배우 트렌트(앤드루 래널스), 만년 코러스인 앤지(니콜 키드먼)과 재기를 꿈꾸며 사회 이슈에 앞장서는 모습을 통해 이미지 세탁을 하고자 한다. 그때 그들의 눈에 포착된 이가 있었으니, 억울하게 프롬에 참석하지 못하는 레즈비언 여학생 에마의 사연. 이들은 무작정 에마를 돕기 위해 인디애나주로 떠난다.

출처: 뮤지컬 <더 프롬>

여자친구와 프롬에 가지 못하게 된 인디애나의 소녀와 그녀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출동한 브로드웨이 스타들의 좌충우돌 정의 구현을 담은 <더 프롬>은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뮤지컬 <더 프롬>은 2016년 애틀랜타에서 초연된 후 2018년 브로드웨이에 진출했고, 2019년 토니상의 뮤지컬 작품상을 비롯해 7개 부문의 후보에 오르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알고 보면 실화라고?

출처: <더 프롬>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뮤지컬이 많은 화제를 모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더 프롬> 속 일이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프롬>은 2010년 미국 미시시피주의 고등학교에서 프롬 참석을 거부당한 여학생의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여자친구와 함께 프롬에 참석하고, 턱시도를 입을 계획이었던 콘스탄스 맥밀런. 그러나 학교 이사회는 그녀의 참석을 금지했고, 맥밀런은 그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학교 이사회는 그 해 프롬을 완전히 취소하기로 결정했고, 맥밀런과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은 “이사회의 결정은 위헌이며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맥밀런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결국 맥밀런이 참가할 예정이었던 프롬은 개최되지 않았다.


뮤지컬의 각본가 채드 베글린은 뉴스의 헤드라인을 통해 맥밀런과 같은 이들의 사연을 여러 번 접했고 그로부터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동성 커플이 프롬에서 금지당하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일이 지금도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이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연출자 라이언 머피는 누구?

출처: <더 프롬>

그 의견에 힘을 더해 <더 프롬>을 스크린에 옮기겠다는 이가 나타났으니. <글리>의 대성공을 통해 뮤지컬 드라마 열풍을 일으킨 할리우드 최고의 프로듀서 라이언 머피가 <더 프롬>의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2018년 넷플릭스에서 새로운 시리즈 및 영화를 독점 제작하는 계약을 맺은 라이언 머피는 이미 빌리 포터에게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안긴 뮤지컬 드라마 <포즈>, 십 대들의 쫀득한 정치 드라마 <더 폴리티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빌런 래치드를 각색한 시리즈 <래치드> 등을 선보여 수많은 넷플릭스 유저들을 만족시킨 바 있다.

성소수자들의 아이콘으로도 유명한 라이언 머피는 <더 프롬>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통해 “나 역시 인디애나의 게이로 자랐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더 프롬>을 영화화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더 프롬>을 “자신이 아웃사이더처럼 느껴지는, 그리고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기를 원하는 관객을 위한 작품”으로 소개하며 “어려운 시기에 <더 프롬>이 희망과 공동체 의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그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 올해 크리스마스의 가장 큰 소망”이라고 밝혔다.

<더 프롬>의 배경이 인디애나인 이유?

출처: <더 프롬>

<더 프롬>의 배경이 인디애나의 고등학교인 데엔 뚜렷한 이유가 있다. 성소수자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왔던 미국의 전 부통령, 마이크 펜스의 고향이 인디애나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더 프롬>을 쓴 채드 베글린은 지난 2018년 마이크 펜스 측에게 “여러분을 생각하며 <더 프롬>의 배경을 인디애나로 설정했다” “직접 브로드웨이로 뮤지컬을 보러 와달라”는 내용의 초대장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채드 베글린은 “실제로 <더 프롬>이 끝난 후 ‘(성소수자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관객이 많았다” “<더 프롬>은 당신이 틀렸다고 말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듣고, 공감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더 프롬>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밝혔다.

할리우드 스타들 총출동!

출처: <더 프롬>

<더 프롬>이 올해 연말 가장 화려한 영화인 이유 중 하나, 이름만 들어도 벅찬 배우들이 한곳에 모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재기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후반부엔 누구보다 진심으로 에마의 앞날을 응원하는 베테랑 배우 디디는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 메릴 스트립이 연기했다. <맘마미아!> 시리즈, <숲속으로> 이후 만나볼 수 있는 그녀의 세 번째 뮤지컬 영화. 세월에 흐려지지 않는 그녀의 시원시원한 보컬은 관객의 자동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출처: <더 프롬>

뮤지컬 ‘시카고’의 록시 하트 역을 꿈꾸는 만년 코러스, 앤지는 니콜 키드먼이 연기한다. 실제로 영화 <시카고>(2002)의 록시 하트 역을 제안받은 바 있는 니콜 키드먼과의 접점이 인상 깊은 캐릭터다. <트롤> 시리즈, <캣츠>로 뮤지컬 영화에서 선명한 재능을 뽐낸 제임스 코든은 에마와 같은 상처를 공유한 뮤지컬 스타 배리를 연기한다. 디디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호킨스는 키건 마이클 키가 연기한다. 오랜만에 코미디 장르를 벗어난 캐릭터로 무게감을 더하는 그의 색다른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빅스타 떡잎 돋보이는 신인 배우들

출처: <더 프롬>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더 프롬>의 중심인물 에마 역에 캐스팅된 조 엘런 펠먼은 2019년 연기를 시작한 생 신인 배우이다. <더 프롬>의 촬영이 시작된 게 2019년이었으니 거의 이 작품과 함께 연기를 시작한 셈이다.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면 조 엘런 펠먼에게 <더 프롬>이 남다른 인생작이었다는 것. 뮤지컬 <더 프롬>은 인디애나주 근처인 신시내티 출신, 레즈비언 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조 엘런 펠먼의 마음을 뒤흔들기 충분했다. 조 엘런 펠먼은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에마 역의 오디션을 보기 몇 달 전 뮤지컬 <더 프롬>을 보고 ‘아, 이게 내가 배우가 되고 싶었던 이유였구나’라고 생각했다”는 에피소드를 밝힌 바 있다.

출처: <더 프롬>

에마의 프롬 파트너, 알리사를 연기한 아리아나 데보스의 이름 역시 주목할만하다. 첫 등장 장면에서 그녀의 청량한 음색에 반한 시청자가 많았을 것.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가 캐스팅될뻔한 알리사 역을 꿰찬 아리아나 데보스는 뮤지컬계에서 이미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고 있는 신인 배우다. 뮤지컬 <해밀턴>의 앙상블로 참여한 이후 곧바로 <더 프롬>에 합류했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선택을 받아 그의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아니타 역에 캐스팅됐다. 아니타는 1957년 개봉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같은 역을 연기한 리타 모레노에게 라틴계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긴 캐릭터다. 명감독 아래에서 아이코닉한 캐릭터를 재해석할 신인 배우의 앞날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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