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21세기 가장 위대한 배우 25명' 리스트 중 낯선 배우 7

조회수 2020. 12. 23. 08: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

<뉴욕 타임즈>가 '21세기 가장 위대한 배우 25명'이라는 리스트를 발표했다. 우리에게도 아주 친숙한 할리우드의 명배우들이 대거 포진된 가운데, 두 한국 배우 송강호와 김민희가 포함돼 화제를 모았다. 25명의 배우들 중 한국 대중에게 상대적으로 낯선 배우 7명을 소개한다.

1. 덴젤 워싱턴
2. 이자벨 위페르
3. 다니엘 데이 루이스
4. 키아누 리브스
5. 니콜 키드먼

6. 송강호
7. 토니 세르빌로
8. 자오 타오
9. 비올라 데이비스
10. 시얼샤 로넌

11. 줄리안 무어
12. 호아킨 피닉스
13. 틸다 스위튼
14. 오스카 아이삭
15. 마이클 B. 조던

16. 김민희
17. 앨프리 우다드
18. 윌렘 대포
19. 웨스 스투디
20. 롭 모건

​21. 카트린 드뇌브
22. 멜리사 맥카시
23. 매허샬라 알리
24. 소냐 브라가
25.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소냐 브라가
Sônia Braga

출처: 거미 여인의 키스

소냐 브라가는 스크린과 TV를 오가며 70년대 브라질을 대표하는 섹스심벌로 떠올랐다. 80년대 들어서 영화 작업에 집중해오던 브라가는 윌리엄 허트가 당시 온갖 남우주연상을 휩쓴 <거미 여인의 키스>(1985)에 출연해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국제적으로 얼굴을 알린 후, 브라질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로버트 레드포드의 <반항의 계절>(1988),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후계자>(1990), HBO 영화 <버닝 시즌>(1994)에 출연해 활동 반경을 넓혀갔다. 과거의 스타였던 소냐 브라가가 다시금 귀중한 배우로 회자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브라질의 시네아스트 클레버 멘돈사 필류와의 작업 때문이다. <네이버링 사운즈>(2012)를 통해 남다른 영화적 비전을 만방에 알린 멘돈사는 <아쿠아리우스>(2016)에 브라가를 캐스팅 해, 아쿠아리우스라는 낡은 아파트에 사는 중년 여성 클라라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음악 저널리스트인 클라라는 재개발을 진행 중인 건설사의 설득을 거절해 혼자서 집을 지키고, 건설사는 집요하게 클라라를 괴롭힌다. 브라가는 건설자본의 공격에 꿋꿋이 제 삶의 영역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한 여성의 의지와 불안을 구현하는 경지를 보여줬다. 작년 공개된 멘돈사의 최신작 <바쿠라우>(2019)에선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을 원로로 출연해 절대적인 아우라를 발산했다.

출처: 아쿠아리우스 / 바쿠라우

롭 모건
Rob Morgan

출처: 데어데블 / 치욕의 대지

넷플릭스의 열혈 시청자라면 롭 모건의 이름은 알지 못할지언정 그의 얼굴을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이다. <데어데블>, <루크 케이지>, <제시카 존스> 등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마블의 시리즈에서 빠짐 없이 등장하는 빌런 터크 배럿 역을 맡은 이가 바로 롭 모건이다. 6개의 마블X넷플릭스 시리즈에 모두 참여한 유일한 배우인 그는 <기묘한 이야기>에서 호퍼 서장의 부하 파웰 경관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워낙 유명한 넷플릭스 드라마에 참여해왔지만 사실 모건의 진가는 영화에서 제대로 드러난다. 마블 시리즈와 <기묘한 이야기>의 살짝 우스운 캐릭터와 달리, 영화 속 모건은 웃음기는커녕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건조한 얼굴로 살아가는 사내였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치욕의 대지>(2017)와 <라스트 블랙 맨 인 샌프란시스코>(2019)에선 각각 미시시피 델타 지역 흑인 공동체의 전도사 노릇을 하는 소작농, 마약 때문에 집을 잃은 주인공의 아버지를 연기했다. 마이클 B. 조던, 제이미 폭스 주연의 법정 영화 <저스트 머시>에선 죽음을 앞둔 사형수의 회한과 두려움을 말 없이 끄집어냈다. <뉴욕 타임즈>의 추천사는 감옥에 간 엄마와 떨어져 사는 소녀에게 로데오를 가르쳐주는 나이든 카우보이를 연기한 첫 주연작 <불라이더>(2019)를 소개하는 데에 집중했다.

출처: 불라이더

웨스 스투디
Wes Studi

출처: 라스트 모히칸

오클라호마 체로키 부족 출신의 웨스 스투디는 케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춤을>(1990)에서 포니 족, 마이클 만의 <라스트 모히칸>(1992)에서 모호크 족, <제로니모>(1993)에서 키리카화 족을 연기하면서 할리우드의 원주민 전문배우로 자리잡았다. 스투디가 맡은 캐릭터들은 대개 주인공들이 대치해야 할 적이었지만, 악역보다는 그들이 처할 딜레마를 부풀리는 존재에 가까웠다. 스투디의 우직한 얼굴은 제 생명과 터전을 지키기 위한 의지를 존엄을 담아 드러낼 수 있는 최적의 그릇이었다. 프레임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현대의 서부극에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는 배우가 된 스투디는, 서로 완전히 다른 두 거장이 만든 전쟁영화, 테렌스 맬릭의 <뉴 월드>(2005)와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2009)의 대립 구도를 가능케 했다. 한편 주연으로 이름을 올린 <몬태나>(2017)는 옐로우 호크 추장이 그의 인디언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을 인디언과의 전투에서 전우들을 잃은 장교와 함께 하는 여정을 담았다. 대립이 아닌 화해를 그리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선 스투디의 변화를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다.

출처: 아바타 / 몬태나

앨프리 우더드
Alfre Woodard

출처: 노예 12년 / 루크 케이지

지난 40여년 간 영화와 TV 드라마를 넘나들며 방대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한 앨프리 우더드. 에미상 후보에 18번 올라 4번 수상하고, 흑인 인권을 위해 등 베테랑 흑인여성 배우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우더드가 강력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들은, 고난을 힘들게 통과해야 하는 흑인(이자) 여성이 아닌 기묘한 위치의 권력자였다. <노예 12년>(2012)의 쇼 부인은 신분 상승을 위해 사랑하지 않는 백인의 부인이 되어 어쩌면 자신과 같은 처지일 수 있었던 흑인 여성들을 노예로 부린다. TV 애니메이션 <블랙 팬서>(2010)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에 이어 다시 한번 마블과 작업한 <루크 케이지> 속 블랙 머라이어는 할렘가의 지역구의원으로서 사람들을 위해 애쓰는 척하면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빌런이다. 오랜만에 원톱 주연으로 활약한 <클레멘시>(2019)에선 사형 제도가 잘못되었음을 느끼는 교도소장을 연기했다. 자신이 지금 서 있는 현실이 모순이라는 걸 직시하고 있는 사람의 태도를 섬세하게 드러내 보이는 우더드의 명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출처: 클레멘시

비올라 데이비스
Viola Davis

출처: 다우트

연극 무대에서 경력을 시작한 비올라 데이비스는 <표적>(1998)과 <트래픽>(2000)의 스티븐 소더버그, <파 프롬 헤븐>(2002)의 토드 헤인즈 등 명장들과 작업하며 점차 스크린의 관객에게도 얼굴을 알렸다. <다우트>(2008)에서 성추행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소년의 어머니를 연기해 "메릴 스트립의 10분을 훔쳤다"는 극찬을 받으며 단숨에 저력을 각인시켰고, 인종을 뛰어넘는 여성들의 연대를 그린 <헬프>(2011)를 통해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뉴욕타임즈>가 특히 주목한 데이비스의 출연작은 그에게 처음 오스카 트로피를 안긴 <펜스>(2016)다. 감독 자격으로 신인 시절 데이비스를 <앤트원 피셔>(2002)에 캐스팅 했던 (이번 리스트 1위의 주인공) 덴젤 워싱턴이 동명의 유명 연극을 영화화 해 부부로 호흡까지 맞춘 작품이다. 피부색 때문에 메이저리그로 진출하지 못했다 믿고 자신의 실패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는 전직 야구선수의 아내를 연기했다. <뉴욕 타임즈> 기획에 직접 추천사를 쓴 워싱턴은 데이비스를 "한 세대에 한번 나올 법한 재능"이라고 극찬했다. 오는 12월 18일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2020)에서 데이비스의 연기가 어마어마하다는 소문이 벌써부터 자자하다.

출처: 펜스 /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자오 타오
Zhao Tao

출처: 스틸 라이프

자오 타오는 동시대 중국을 대표하는 감독 지아 장커의 페르소나다. 프랑스 영화 <리와 시인>(2011)을 제외하면, 지난 20년간의 필모그래피의 거의 대부분이 지아 장커와의 협업으로 채워져 있다. 지아의 두 번째 영화 <플랫폼>(2000)부터 시작된 감독/배우의 연은 <세계>(2004), <스틸 라이프>(2006), <24시티>(2008) 등으로 이어졌고, 지아가 세계적인 거장으로 성장하는 동안 두 사람은 부부가 됐다. 중국 인민의 삶을 그려내는 데에 초점이 맞춰 있었던 지아의 영화 세계에서 대부분 주인공을 연기했던 자오 타오는 곧 중국 인민을 대표하는 얼굴이었다. 자오의 캐릭터들은 누군가의 연인이나 아내였지만, 그들은 늘 혼자서 중국의 거리를 떠돌아다녔다. <천주정>(2013), <애쉬>(2018) 등 최근 몇 년 사이 지아의 영화는 서민의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당대 중국을 '은유'하는 장르적 세계 안에서 진행돼 왔는데, 자오 역시 종전의 순박하고 건조한 얼굴을 지우고 액션/로맨스의 주인공과 같은 면모를 보여주면서 그 변화에 조응했다.

출처: 천주정 / 애쉬

토니 세르빌로
Toni Servillo

출처: 일 디보

오페라/연극 연출가 출신의 토니 세르빌로 역시 한 감독과의 연이 두드러진다. 이탈리아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다. 소렌티노는 첫 장편 <엑스트라 맨>(2001)부터 현재 촬영 중인 신작에 이르기까지, 필모그래피 대부분을 세르빌로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로 채워 왔다. 도통 감정이 읽히지 않는 표정의 세르빌로는 총리와 장관을 두루 거친 거물 정치인 줄리오 안드레오티와 그 유명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등 실존 인물, 호텔리어에게 반한 중년 마피아와 40년 전 쓴 책 한 권으로 평생을 화려하게 살아온 소설가 같은 가공의 캐릭터까지 두루 소화했다. 그는 이탈리아의 오스카에 해당하는 다비드 디 도나텔로상 남우주연상을 무려 4번이나 수상했는데, 그 중 3개(<사랑의 결과>, <일 디보>, <그레이트 뷰티>)가 소렌티노와의 작업이었다. <뉴욕 타임즈>의 소개글 역시 마틴 스콜세지와 로버트 드 니로, 존 포드와 존 웨인 등 감독/배우의 파트너십을 언급하며, 이탈리아의 두 정치인을 단 한 배우가 소화해내는 경지에 대해서 찬사를 보냈다.

출처: 그레이트 뷰티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