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공개와 함께 소환된 영화들
11월 27일, 마침내 <콜>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지난 3월 개봉을 앞두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개봉일을 연기한 <콜>은 OTT 서비스 넷플릭스 공개로 선회했다. <콜>이 공개되면서 원작 <더 콜러>와 비슷한 설정의 <프리퀀시>도 누리꾼들 사이에서 다시 소환되고 있는 상황. <콜>과 <더 콜러>는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프리퀀시>는 왜 갑자기 소환됐는지 살펴봤다.
<더 콜러>와 <콜>
<콜>은 2011년 푸에르토리코 영화 <더 콜러>를 각색한 작품이다. 리메이크답게 기본 설정은 비슷하다. 한 여성이 자신의 집에 살았던 20여 년 전 사람에게 전화를 받는 것. 그 과정에서 과거가 바뀌고 그 여파로 현재까지 바뀌면서 상황이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된다. 이렇게 한 줄 요약으로 보면 거의 동일해 보이지만, 의외로 두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른 부분이 적지 않다.
1. 통화하는 두 사람의 관계
2. 과거냐 현재냐
3. 썸 타는 돌싱 OR 엄마와 냉랭한 딸
두 영화의 차이 중 하나는 주인공의 가족관계. <더 콜러>의 메리는 남편과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 전남편은 접근 금지 명령 처분을 받고도 메리를 찾아와 불안하게 하고, 연인이 되는 존 또한 첫 만남에선 무례하기 짝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지하철을 이용할 때도 관음증적인 시선을 느끼는 등 <더 콜러>는 메리를 통해 홀로 남은 여성이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을 종종 드러낸다.
<콜>의 서연은 메리와 달리 연인 관계가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 반대로 메리에게선 거의 보이지 않는 가정과 부모가 만든 환경이 서연이란 캐릭터의 핵심 중 하나. 메리나 서연 모두 갑자기 혼자 남게 된 인물인 건 동일하지만, 각자의 환경이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에 영화에서 중점적으로 그리는 부분이 상이하다. 주인공의 가정 환경이 그린 <콜>은 <더 콜러>가 전하는 홀로 남은 사람의 불안감을 다소 덜어내고 대신 관계가 무너지고 급격히 변화하는 시간의 영향을 부각하고자 영화 전체를 시각화하는 데 전념한다.
<콜>과 함께 소환되고 있는 영화들은?
<콜>이 화제를 모으면서 <더 콜러>처럼 다시 언급되는 영화들도 있다. 가장 최근 작품은 드라마 <시그널>. 2000년의 이재한 형사(조진웅)와 2015년의 박해영 경위(이제훈)가 무전기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사건을 해결하는 드라마로 2016년 방영 당시 신드롬을 일으킨 장본인. 드라마를 안 봤어도 "이재한 형사님"하고 외치는 이제훈의 다급한 목소리는 유명했다. 작중 현재의 정보로 과거를 바꾼다는 내용은 동일하지만,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두 사람이 적대적인 관계로 거듭나진 않는다.
<시그널>보다 오래됐지만 더 많이 언급되는 영화는 <프리퀀시>. 1999년의 존 설리반(제임스 카비젤)이 아버지의 낡은 라디오를 사용하다가 1969년의 아버지 프랭크(데니스 퀘이드)와 무선 통신을 하게 되는 설정. 이 영화는 '끈 이론' 등을 언급하며 두 사람이 시간을 초월해 연락할 수 있게 된 계기에 과학적인 근거를 덧붙인다는 것이 특징. <콜>에서처럼 과거를 바꿨다가 점차 점입가경으로 빠져드는 1969년의 풍경이 흥미롭다.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는 전혀 다르지만, <동감> 또한 함께 언급되고 있다. <동감>은 2000년의 지인(유지태)과 1979년 윤소은(김하늘)이 무선통신으로 교감하는 멜로 영화. 두 사람이 같은 시간대에 머무는 것은 아닌 멜로 영화가 드물어서 <시월애>와 세트로 묶이는 경우도 많다. <콜>과는 정서적으로 전혀 다른 영화지만 이런 유의 한국 영화는 <동감>이 워낙 대표적이라 <콜>을 보고 이 영화를 떠올리는 관객들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