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럭키 몬스터> 박성준, "용돈 쥐여준 박성웅 선배님 절대 잊지 못할 것"

조회수 2020. 12. 5.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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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

"안녕하세요. '모두가 다 아는 배우' 박성준입니다." 10년 뒤 박성준이란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천만 배우도, 연기파 배우도 아닌 '모두가 다 아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답한 이 배우. 영화 <럭키 몬스터>에서 도맹수(김도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또 다른 자아, '럭키 몬스터'를 연기한 배우 박성준이다. '모두가 다 아는 배우'가 되고 싶단 그의 말에 어쩐지 다른 배우들의 면면이 스쳤다. <청룡영화제>에서 <한공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유명하지도 않은 제가..."라며 눈물을 쏟던 천우희, <범죄도시>로 연기 생활 20년 만에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고 감격스러운 눈물을 흘리던 진선규. 아마도 배우 박성준 역시 이런 순간을 꿈꾸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알아주는 이 하나 없던 컴컴한 무명의 시절을 지나 제 이름 석 자를 대중에게 알리는 눈부신 성취의 순간은 신인 혹은 무명 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순간일 테니까.

박성준은 그 순간에 닿기 위해 치열하게 달리는 중이다. <우와한 녀>(2013)를 시작으로 <블랙>(2017) <최강 배달꾼>(2017) <보좌관 시즌 2>(2019) <정직한 후보>(2020) 등 필모그래피에 새겨진 작품만 27편. 작품과 캐릭터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제 입지를 쌓아가고 있는 그는 <럭키 몬스터>를 통해 처음으로 장편영화의 주연을 맡게 됐다. 배우 인생 첫 인터뷰라는 그는 인터뷰 내내 어딘가 경직돼 있으면서도 모든 질문마다 진솔하고 진중한 답을 이어갔다. 신인 배우 박성준과의 대화를 생생히 전한다.


<럭키 몬스터>를 통해 처음으로 장편 영화 주연을 맡게 됐다.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하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처음 영화를 본 곳은 감독님 편집실이었다. 함께 연기한 도윤이 형이랑 같이 가서 영화를 봤다. 그때 영화를 봤을 때 저희 모두 시나리오보다 잘 나왔다고 말했다. (웃음) 모든 선배님들도 전부 다. 분명히 호불호가 안 갈릴 수는 없는 영화지만,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은 분명 좋아하실 요소가 많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제 입장에선 첫 주연인 것도 감사하고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개봉하게 된 것도 감사하다. 많은 관객분들이 봐주시면 더욱 좋겠지만, 정말 솔직한 마음으로는 개봉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럭키 몬스터>로 배우 인생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는데. 그때 당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나.

아산에서 <보좌관 시즌 2>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는데 감독님에게 전화가 왔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럭키 몬스터> 팀이 가게 되었다고! 그때 편의점에 있었는데 소리를 질렀다. 너무 좋아서. (웃음) 영화제에 가본 적도 없는데, 레드카펫을 밟게 된다고 하니 정말 황홀한 기분이었다. 그날 부산으로 가는 길이 4시간 정도 걸렸는데, 가는 내내 잠도 안 올 만큼 떨렸다. 부산에 도착해서 레드 카펫을 밟는 그 순간은 정말 천국에 있는 기분이더라. 레드카펫에 계신 관객분들이 제가 누군지도 모르실 텐데 나올 때마다, 걸을 때마다 호응을 많이 해주셔서 마치 그 순간은 제가 '뭐가 된 듯한' 느낌이더라. (웃음) 그 짜릿함이 너무 좋아서 즐기기로 마음을 먹고 최대한 멋있게 걸으려고 노력했다.

<럭키 몬스터>엔 어떤 과정을 통해서 함께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오디션을 본 건가?

'필름 메이커스'라는 독립영화 커뮤니티를 통해 <럭키 몬스터> 오디션을 보게 됐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만드는 영화를 굉장히 하고 싶었는데, KAFA에서 제작하는 영화가 있다고 해서 바로 지원을 하게 됐다. 1차, 2차 영상 오디션을 거쳤고, 3차 오디션에서 감독님 실물을 처음 뵀다. 사실, (에피소드가 있다면) 원래 3차 오디션 당시에 전체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을 뵀어야 했는데, 조금 전달이 잘못돼서 시나리오를 아예 못 본 상태로 감독님을 만나게 됐다. 근데 그 상황을 감독님이 양해해주셔서 오디션장 앞에서 시나리오를 한 시간 정도 보고,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영화를 연출한 봉준영 감독은 박성준이란 신인 배우에게 어떤 매력을 느꼈다고 하던가. 따로 이 부분에 대해서 얘기해준 적이 있나?

처음 감독님을 뵀을 때 감독님의 첫 마디가 "생각보다 옷을 잘 입으시네요", "힙(Hip)하시네요"였다. (웃음) 아 그래서 "예,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웃음) 그때 막 옷도 꾸미려고 꾸민 건 아니었는데, 감독님이 보실 땐 외적으로 힙해보였나보다. 또 제가 평상시에 대화할 땐 차분한 편인데, 종종 개구지고 악동 같은 모습도 보인다고 말씀을 해주시더라. 아마 그런 점 때문에 캐스팅해주시지 않았나 싶다.

어떤 복장으로 오디션을 봤길래...! (웃음)

그냥 청바지에 후리스, 워커, 목도리? 어머니가 하고 다니시던 목도리가 좋아 보여서 걸치고 갔다. (웃음)

<럭키 몬스터>에서 시각적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인물이 '럭키 몬스터'다. 분명 내면의 소리인데 제일 튀는 보라색 후드티, 노란색 선글라스 등을 걸치고 있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럭키 몬스터'의 의상 스타일링이 완성된 건가.

처음엔 감독님이 제게 "타투가 있냐"고 물어보셨다. 저는 겁이 많아서 타투를 못 하는데... (웃음) 또 감독님이 어떤 래퍼의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이 래퍼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셨다고 하더라. 아마도 그런 이미지들을 조합해 제작팀에서 의상을 준비해주신 것 같다. 또 당시에 제가 머리가 좀 길었던 터라 헤어스타일 같은 경우에는 조금 멋스럽게 꾸며주시지 않을까 했는데 영화를 보신 것처럼 <바람의 파이터> 양동근 선배님 스타일, 더벅머리로 만들어 주셨다. (웃음)

첫 장편 영화 주연작이다 보니 현장에서 부담이 많이 됐을 것 같다. 아무래도 이런 장편 영화 현장은 처음이니까.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다. 근데... 제가 자유롭지 못했다. 그 이유는, 전체 리딩을 할 때 제가 감독님께 피드백을 되게 많이 받았다. 연기할 때마다, 대사를 할 때마다 감독님이 피드백을 주셨다. 또... 아무래도 저는 첫 주연작이기도 하고 모두 저보다 선배님들이시고, 제가 나이도 제일 어리고 하다 보니까 약간 주눅이 든 상태로 현장에 가게 되더라. 근데 감독님이 리딩 때와는 다르게 현장에선 크게 어떤 피드백이 없이, 한두 번에 다 오케이를 해주셨다. 아무 말이 없으셔서 오히려 더 불안했는데, 감독님이 "잘하고 있어서 아무 말을 안 하는 거니까 그냥 해라"라고 하셔서 편안하게 촬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전체 리딩 당시, 봉준영 감독이 여러 차례 지적했던 부분이 어떤 건지 궁금하다. 봉준영 감독이 '럭키 몬스터'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일 것 같은데.

대사의 톤이다. 럭키 몬스터의 대사 톤에 중점적으로 피드백을 주셨다. 제가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시나리오가 조금 뭔가 어둡고, 음습하고 그래서 럭키 몬스터의 톤을 굉장히 낮게 잡았다. 럭키 몬스터 자체가 무게감이 있는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서. 근데 오히려 감독님은 럭키 몬스터를 그냥 개구쟁이처럼 생각을 하셨더라. 그래서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 감독님이랑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됐다.

'럭키 몬스터'는 굉장히 추상적인 캐릭터다. 캐릭터의 레퍼런스를 찾기도 쉽지 않고, 연기의 톤을 맞춰가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따로 참고한 영화나 캐릭터가 있는지 궁금하다.

참고한 영화나 캐릭터는 딱히 없다. 대신 감독님과 도윤이 형께서 럭키 몬스터 캐릭터를 만드는 데 있어서 '만약 도맹수(김도윤)가 고등학생이라면? 같은 고등학생인데 (찌질한) 도맹수와는 다르게 굉장히 잘 노는 고등학생이라면?' 이런 생각들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을 주셨다. 그래서 제가 지금은 그렇지 않은데, 저도 고등학생 때는 굉장히 '파이팅 있게' 놀았기 때문에, (일동 웃음) 저의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리면서 (럭키 몬스터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럭키 몬스터> 시사가 끝난 후 '감독의 똘끼가 느껴지는 작품'이라는 리뷰가 많더라. 그만큼 일반적인 상업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연출법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 장면은 내가 봐도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있나.

와 너무 많은데. (일동 웃음) 그 중에 하나를 꼽자면 저는 도맹수가 퐁퐁(트램펄린)을 타는 부분에서 그렇게 웃음이 나더라.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장면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거 보면서 '정말 특이한 영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독특하긴 하지만, <럭키 몬스터>가 특이함으로 끝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봉준영 감독이 실제로도 특이한가. 평상시는 어떤 사람인가.

촬영 중반까지는 정말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끝나고 보니) 굉장히 'Normal!' 보통 사람이다. (웃음) 처음에는 이런 독특한 시나리오를 쓰셨다고 하니까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길래 이런 내용을 쓸까 했다. (웃음) 저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고 감독님을 본 거다. 근데 대화를 하다 보니 그냥 평범한 보통 사람이더라.

"돈이 자유를 넘어서 거의 초능력 수준의 가치로 자리 잡은" 물질만능주의의 폐해를 그리고 싶었다는 봉준영 감독의 제작 의도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돈의 무서움이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신인 배우, 사회 초년생으로서 영화의 메시지가 더욱 가슴 깊이 느껴졌을 것 같은데. 돈이 주는 공포를 경험한 적이 있나.

돈은 항상 무서운 것 같다. (웃음) 지금도 무섭고... 제가 20대 초반에 연기할 때 대사 한 마디 있는 단역을 정말 많이 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작품에 출연을 했는데, 연기를 시작할 때는 '연기가 좋아서' 시작을 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나선 촬영을 나가지 않으면 '월세를 낼 돈이 없어서' 나가게 되더라. 그때부터는 나 자신이 돈을 벌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게 느껴졌다. 그런 상태로 꽤 오래 연기를 했는데, 어느 순간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돈은 정말 필요한 거지만, 돈 때문에 제 삶의 중심이 흔들리는 걸 느끼고 나선 돈이라는 게... 정말 인간한테 무서운 도구라는 걸 느낀 것 같다.

소속사도 없는 상태에서 연기해서 밥벌이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것 같다. 그 결심이 후회되거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

사실 (결심이) 안 흔들렸다고 하면 거짓말인 것 같고, 계속해서 흔들렸던 것 같다. 지금도 흔들리고 있는 중일 수도 있고. 그래도 그때마다 버틸 수 있는 건 회사도 없이 혼자 촬영장을 다녔던 20대 초, 중반 시절의 기억 덕분이다. 그런 (열정 넘쳤던) 세월들이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돼 주었다.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 아르바이트를 쉰 적이 없는데, 지금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안 하고 있다. (웃음)

1년 전까지만 해도 아르바이트를 2개나 병행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때 이후로 지금 회사를 만났고, 여러 작품들에 들어가게 돼서 처음으로 몇 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를 안 하게 됐다. 그래서 좋은데, 지금도 돈은 무섭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또 내 손에서 없어질 수 있는 거니까.

복권 1등 당첨의 어마어마한 공포(?)를 그리고 있는 영화인데, 이런 질문 해도 될지 모르겠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복권에 당첨되는 상상을 많이 하진 않았나. 당첨되면 뭘 하고 싶나.

너무 많이 한다. 진짜 자주 한다. (웃음) 당첨되면 요즘 시대엔 정말 뭔가 큰 걸 사야 할 것 같다. 사회를 알다 보니 현실적으로 투자를 하지 않을까? (웃음)

계속해서 배우 생활을 이어온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럴 때마다 가장 힘이 돼주는 존재가 있었나.

요즘엔 가족인 것 같다. 제가 단역을 많이 하고 그럴 땐 가족한테 일 이야기를 잘 안 했었다. 제 기준으로, 그리고 사회적인 기준으로도 제 역할이 굉장히 작은 역할이고, 남들한테 자랑할만한 게 아닌데 (부모님은 그 역할만으로도) 굉장히 좋아해 주셨다. 너무 좋아해 주시는데, 그 느낌이 저한텐 좀 힘들었다. 사실 뚜껑을 열어 보면 정말 작은 역할, TV로 보면 잠깐 지나가는 역할이니까. 그랬던 때가 있었는데 요즘엔 조금씩 비중 있는 역할들을 맡게 돼서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는 편이다. 오늘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제 연기 인생에서 처음이라 (웃음)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셨다.

인터뷰 오기 전에 직접 만든 비메오 계정을 둘러봤다. 출연한 영화, 드라마들을 필모그래피 형식으로 편집해 뒀던데, 꽤 많은 작품에 출연했더라. <우와한 녀> <최강 배달꾼> <다시 만난 세계> <마더> 등등. 단역부터 조연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았는데, 혹시 가장 애정이 남는 작품이 있나.

단편 영화를 통해서 연기 시작을 하게 됐지만, 제게 가장 좋은 기운을 줬던 작품은 KBS 일일 드라마 <별도 달도 따줄게>인 것 같다. 정말 카메라 앞에 처음 나가본 작품이라서 '레디 액션'도 몰랐다. 레디~에 연기를 시작해서 NG가 나기도 했다. 그래도 제 나름대로는 정말 준비도 많이 해갔다. 여자 주인공한테 시비를 거는 '도서관남' 단역 역할이었는데, 다행히도 제 연기를 좋게 봐주셔서 감독님이 다다음회에 같은 역할로 저를 또 불러 주셨다. 그때 정말 감사한 경험을 한 것 같다. 여러 가지로 저에게 가장 의미 있는 첫 작품이다.

여러 굵직한 작품에서 대선배 연기자들과 마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연기자 선배가 있는지 궁금하다. 나중에 내가 유명해지더라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은 선배와의 에피소드랄까.

김철규 감독님의 <우와한 녀>를 통해서 드라마 조연 데뷔를 했다. 그때 당연히 소속사도 없었을 때다. 혼자 촬영장을 다니면서 조연 역할을 소화했는데, 첫 전체 리딩부터 마지막 회식 때까지 3개월 내내 주눅이 들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이 유명한 배우들과 밥을 먹고 있어도 되는 존재인가? 그런 생각들이 어린 나이에 되게 많이 들었다. 그래서 고기도 열심히 굽고, (웃음) 열심히 (선배님들을) 보필해드리려고 노력했다. 마지막 종방연이 끝나고 2차 회식 자리에서 몇몇 선배님이 제게 용돈을 쥐여주셨다. "고생했다"고 하면서 용돈을 주셨는데, 그 돈이 저한테는 너무 좋은 의미로 다가왔었다. 아마 선배님들은 제집이 인천이니까 택시 타고 가라는 의미로 주셨던 것 같은데, 새벽에 회식 자리가 끝나고 신사역 망고식스에서 첫차가 운행할 때까지 기다렸었다. 대신에 그 돈으로 신발을 샀다. (웃음) 이 신발을 신고 열심히 프로필 돌리고 촬영장에 가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때 용돈을 주신 분이 박성웅 선배님이다.

배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혹시 작품에서 꼭 만나보고 싶은 배우도 있는지 궁금하다.

이희준 선배님. 이희준, 진선규 선배님이 함께 계시는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라는 극단이 있는데, 그 극단에 있는 형한테 이희준 선배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희준 선배님이랑 같이 연기 훈련을 하게 될 때가 있었는데, 너무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고, 그때 그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고 하더라. 저도 이희준 선배님이 출연한 영화 작품들 또 연출하셨던 단편 영화까지 다 챙겨본 사람으로서 꼭 언젠가 한번 만나보고 싶다.

좋아하는 영화감독은?

-허진호 감독님을 굉장히 좋아한다. 허진호 감독님의 따뜻한 영화 톤을 굉장히 좋아한다. 허진호 감독님 영화에 꼭 출연하고 싶다. 불러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오디션을 꼭 보고 싶다.

허진호 감독 작품 중에서 어떤 작품을 가장 좋아하나.

<8월의 크리스마스>. (웃음) 이 작품 때문에 한석규 감독님을 좋아하게 됐다. 주변에선 (제 이미지랑)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제가 (의외로) 차분하고 따뜻한 감성을 좋아한다. (웃음)

그런 것 같다. 실제로 만나보니, 여러 작품에서 보여준 '깨방정' 이미지와는 다르게 굉장히 차분하고 진지해 보인다. (웃음) 지금까지는 뭔가 업된 캐릭터들을 많이 맡아왔는데, 진중한 캐릭터에 대한 욕심은 없나.

정말 하고 싶다. <보좌관 2>에선 나름 차가운 역할을 맡긴 했지만, 크게 보여줄 게 없어서 아쉬웠었다. 독립 영화에서는 다양한 역할을 많이 하고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주인공 옆에서 까불거리는 역할들만 해왔다. 지금 제가 촬영하고 있는 작품이 처음으로 까불까불하지 않고, 애 같지 않고 진중한, 남자다운 느낌이 있는 역할이다. 그래서 아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 작품이 <런온>인가? 이병헌 감독의 <드림>에도 출연한다고 하던데 <드림>에서는 무슨 역할인가.

<런온> 맞다. (웃음) <런온>에서는 단거리 육상 국가대표 선수를 맡았다. 육상 신기록 보유자이면서 국가 대표 1등 선수다. 함께 출연하는 임시완 배우님이 2등 선수고, 둘이 친구 사이다. <드림>에서는 놀이터 '양아치 1' 역이다. (웃음)

배우 박성준 인스타그램에서 찾아 볼 수 있었던 배우 동료들과의 단체 사진 (@nujabes7479)

한 달 뒤면 이제 30대가 된다. 30대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우선, 마흔 살이 되기 전에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싶다. (웃음) 배우로서는, 제가 친한 배우 형들이 8명 정도가 있는데 1년에 한 번씩 모여서 단체 사진을 찍고 각자 내년 목표를 이야기한다. 그때 말한 올해 목표는 상업 영화에 조연으로 캐스팅이 됐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20대처럼 계속해서 열심히 할 거다. (웃음)

10년 뒤, 배우 박성준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었으면 좋겠나.

안녕하세요. '모두가 다 아는 배우' 박성준입니다. 10년 뒤에 그렇게 되면 너무 행복하겠다. (웃음)

혹시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제가 독립 영화, 단편 영화들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냥 제가 대한민국에서 연기하는 정말 많은 사람 중의 한 명으로서 작은 소리를 내자면, 독립 영화와 단편 영화가 조금 더 많은 대중들이 접할 수 있도록 그런 시스템이랄까, 계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사진 제공 KA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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