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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곡성>, <반도>를 지나 첫 주연으로, <럭키 몬스터> 김도윤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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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사진 제공 / KAFA

인생에 남은 건 사채 빚과 팔리지 않는 녹즙기, 그리고 아내 리아(장진희)뿐인 남자 도맹수(김도윤). 제 맘대로 풀리지 않는 삶에 어느 날 로또 1등이라는 엄청난 행운이 찾아온다. 오로지 도맹수만 들리는, 도맹수만을 위한 DJ ‘럭키 몬스터’의 다이다이 방송 덕분이다. 맹수는 사채업자를 피하기 위해 아내에게 위장 이혼을 제안하고, 그렇게 아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잘 풀려가는 것인지 판단조차 제대로 설 수 없을 정도로 한순간에 뒤바뀌어버린 삶. 맹수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럭키 몬스터의 목소리가 내면의 욕망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인간의 유악함을 보여줬던 ‘양이삼 부제’(<곡성>)를 지나, 돈을 위해 탈출했던 반도로 다시 들어간 ‘구철민’(<반도>)까지. 자꾸만 굽어가는 캐릭터의 어깨에도 존재감만큼은 단단히 빛났던 배우 김도윤이 영화 <럭키 몬스터>로 돌아왔다. 첫 장편 주연작임이 믿기지 않을 만큼 영화와 드라마를 오고 가며 배우로서 제 영역을 확장해온 김도윤. 첫인사에 전날 직접 준비한 작은 선물을 전해오며 작게 웃던 그는 스크린 속 모습과는 또 다른, 따뜻하고도 소박한 매력을 보여주며 기자의 흥미를 단숨에 끌어당겼다. 11월의 끝, 배우 김도윤과 나눴던 대화를 전한다. 


-<반도> 이후 4개월 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주로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육아를 했다. 밖으로 나가기까지 애매한 시기라 거의 집에 있었다. 시나리오를 가끔 읽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아기, 장난감과 시간을 보냈다. 


-<럭키 몬스터>가 첫 주연작이다. 워낙 전작들에서 임팩트 있는 역할들을 해서 그런 건지 첫 주연작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그런가. 장편에서 주연을 맡은 건 <럭키 몬스터>가 처음이다. 마지막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웃음). 


-이 영화가 배우 본인에게도 남다른 작품일 거 같은데. 개봉하는 기분이 어떤가. 

=맨 처음 시나리오부터 제작하는 단계에서도 감독님이랑 항상 얘기했던 게 “이 영화를 일반 관객이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는 거였다. 실제 반응들을 볼 시간들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긴장되고 설레는, 그런 복잡 미묘한 마음이다. 또 시국이 어렵다 보니 그런 부분에 대한 아쉬움도 있는 반면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할 수 있다는 점이 감사하기도 하다. 


-<럭키 몬스터>는 시나리오부터 연출까지 과감한 영화다. 신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점에서도 모험에 가까운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일단 이렇게 이상한데 매력 있는 시나리오를 근래에 못 본 거 같았다(웃음).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영상화가 됐을 때 도대체 어떻게 구현이 될까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그 궁금함이 일반 관객들이 봤을 때 매력으로 다가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바로 하겠다고 했다.

출처<럭키 몬스터>

-<곡성>, <반도>처럼 연약하고 어리바리하거나, 어딘가에 쫓겨 허덕이는 찌질한 인간 군상을 주로 연기해왔다. 답답하지만 안쓰러운 인물이랄까. <럭키 몬스터> ‘도맹수’는 그간 연기해온 인물들의 총 집합체이자 한발 더 나아간 캐릭터다. 다른 점이 있다면 손에 돈과 도끼가 쥐어졌고, 자신이 당해 온 복수를 위해 무자비하게 휘두른다는 거다. 그간 연기해온 캐릭터들과는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른 지점이다.

= 내가 맡아온 역들은 다 찌질함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인데 그중에서 ‘도맹수’라는 인물은 찌질함의 끝을 달리다가 그 끝의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어떻게 보면 영화가 도맹수의 성장 드라마일 수 있는데 잘못된 성장 드라마인 거다. 어떻게든 성장을 했는데 그 성장이 사회적으로 옳은 성장인지, 그릇된 성장인지는 모른다. 


-항상 위축되어 있고 소심한 맹수가 돌변해 타인의 숨통을 틀어쥐기까지 그 심리 변화의 간극이 상당히 큰 편이다. 꼭 영화가 관객을 설득할 의무는 없다지만, 도맹수가 충동적으로 저지르게 되는 일련의 행위와 심리를 관객들로 하여금 어느 정도 납득시켜야 하지 않나. 영화에 내레이션의 비중이 꽤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라고 짐작되는데. 캐릭터를 준비하며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말씀하신 부분들이 나에게도 숙제이자 고민이었다. 사실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10분 안에 영화를 볼지 말지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앞 장면들에 도맹수의 캐릭터성을 활용해서 코미디적인 점을 많이 시도했다. 빵 터지는 웃음까진 아니더라도 보는데 편하게, 혹은 인물에 대한 호감까진 아니더라도 영화에 대한 호감이 올라갈 수 있게 구상을 했다. 다만 코미디가 묻어나는 장면들이 완급 조절을 잘못하면 관객들이 튕겨 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 부분들을 감독님이랑 어떻게 잘 조절해서 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연기의 경우엔… 선을 잘 타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선을 말하는 건가. 

=리얼톤의 베이스를 둔 거 같지만 리얼하게만 깔고 가면 안 될 거 같고, 장르적인 혹은 표현적인 연기도 필요한 역할인데 과장되면 안 될 거 같고. 그 사이의 선을 잘 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상적인 연기와는 다른 톤으로 과장되게 접근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 이 수위를 넘지 않고 잘 조절하고 가는 것, 마찬가지로 관객들이 영화에 대해서, 도맹수에 대해서 몰입은 할 수 없지만 흥미는 갖게끔 끌고 가는 것들이 숙제였던 거 같다. 


- 관객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과는 별개로 맹수의 심리를 따라가는데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 솔직하게 공감하기가… 애매했다. 공감이 안 되는 인물은 아닌데, 그렇다고 딱히 공감하고 싶은 인물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배역에 대해 어떤 연민으로 접근하는 편인데, 도맹수 같은 경우 촬영 전에는 연민이 잘 생기지 않았다. 맹수가 하는 일련의 행위들도 그렇고 여러 면에서 이 인물에게 개인적으로 연민을 가지기가 조금 힘들었다. 그러다 이 세계에서 도맹수는 성역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나니 많은 게 정리됐다. 막 안타깝다가도 반대로 ‘이런 남자랑 사는 여자는 얼마나 힘들까?’(웃음) 이런 생각도 들고.

출처<럭키 몬스터>

출처사진 제공 / KAFA

- 맹수는 아내 리아에게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보인다. 리아 역시 무능력한 남편에게 지쳤음에도 맹수가 위장이혼을 제안하기까지 그를 떠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던 이야기가 궁금한데.

= 영화상에 간략하게 같은 고아원 출신이다 정도로만 소개가 됐는데 개인적으로는 일반 남녀의 사이로 보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부모 자식 간의 관계와 가깝다고 해야 할까. 고아로 자랐기 때문에 리아가 맹수한테는 어떻게 보면 엄마일 수도 있고. 맹수는 자식이 엄마한테 집착하는 듯한 행동들을 한다. 약간 아동 같은 행동? 예를 들면, 트램펄린을 탄다든지. 그런 점에서 맹수는 정신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어른 같다. 반대로 리아도 맹수한테는 자식일 수 있고.


-부모 자식 간의 관계로 생각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래서 영화 시작점부터 맹수가 리아의 외도를 의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맹수와 리아가 남녀 간의 관계가 아니고 부모 자식이라는, 그런 가족 같은 관계이기 때문에 그 의심을 묻고 있는 거고. 왜 부모 자식 간에는 어떤 잘못을 해도 용서하고 안고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아니라고 말하면 다 믿고 싶고. 물론 남녀라는 이성적인 관계가 이들 사이에도 있지만 그런 부분이 더 크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럭키 몬스터> 촬영 현장

- <럭키 몬스터>는 저예산으로 찍은 독립 영화다. 촬영하면서 한계가 분명히 있었을 것 같다.

=일단 예산의 압박이 당연히 있으니까 스케줄이 타이트하거나 힘들었던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사전에 감독님과 얘기를 해보면 뭔가 더 구현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을 텐데 예산상의 문제 때문에 포기했던 것들, 이런 것도 좀 아쉽다. 미술 같은 건 다 자본과 관계가 있으니까. 빈자리를 상대적으로 배우의 연기로 채우려다 보니 연기에 포커스가 갈 수밖에 없었는데 관객들의 시선을 홀로 견뎌야 한다는 압박감 같은 것들도 있었다. 이건 주연으로서의 압박감이 아니라 그냥 이 작품에 출연한 배우로서의 압박감이었다. 이건 나 말고 다른 배우들도 똑같이 느꼈을 수도 있다. 그래도 1억이라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이런 장르의 작품을 완성시켰다는 거에 만족한다. 


-촬영 중 기억에 남는 비하인드 같은 게 있나. 

=저예산임에도 불구하고 김밥을 먹지는 않았다는 거?(웃음) 어려운 환경에서도 근처 식당에서 따뜻한 밥을 먹었다(웃음). 


-함께 촬영한 장진희, 박성준 등 배우들 간의 호흡도 좋아 보인다. 

=배우들 다 처음 만난 사이인데 촬영 전부터 친해졌다. 혼자 찍는 장면도 꽤 많았는데 누가 오면 아이디어나 말도 안 되는 의견이 막 생겨났다. 정리가 안 될 정도였다(웃음). 진짜 배우들이 다 같이 만들어 간 영화나 다름없다. 그런 걸 원하기도 했고. 


-현장에서 애드리브가 많았을 거 같다. 

=영화에 애드리브가 엄~청 많이 들어갔다. 기본 대본 외에 애드리브로 가는 장면들이 꽤 있다. 스토리 버전이 여러 개인 게 아니라 연기 버전을 여러 개로 찍은 거다. 지금 우리가 판단할 수 없으니 최대한 많은 연기 버전을 확보해놓고 '감독님이 편집하시라' 하는(웃음). <럭키 몬스터>는 감독님의 영화이니까!

출처<럭키 몬스터>

-오직 도맹수에게만 들리는 라디오 방송이 있는 것처럼, 김도윤 배우에게만 들리는 라디오 방송이 있다면?

=이거는 누가 어떤 얘기를 해도 좋지 않을 거 같다. 정말 로또 번호를 알려주면 모를까(웃음). 내가 듣고 싶어서 들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갑자기 틀어지는 거니까. 24시간 내가 원하지 않는데 들린다고 생각하면 위로의 말이든 어떤 얘기든 힘들 거 같다. 


-실제로 로또 1등, 50억에 당첨된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말할 건가. 

=가족들한테는 다 얘기할 거 같다. 와이프한테도 얘기하고, 부모님까진 얘기할 거 같다. 그리고 어디 가서 절대 얘기하시지 말라고 해야지(웃음). 


-그럼 50억은 어디에 쓸 건가. 

=세금 떼면 35억? 그것만 있어도 어휴, 마음이 따뜻해질 거 같다(웃음). 좋은 집으로 이사도 가고 싶다. 하하.

출처사진 제공 / KAFA

-연극을 하다 <하울링>(2012)으로 서른이 넘어 늦게 데뷔했다. 30대 초에는 데뷔를, 40대의 시작엔 첫 주연작이 개봉했다. 마라톤으로 비유해보자면 초반에서 중반에 막 접어든 셈인데. 앞으로 다가올 4, 50대에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서서히 올라가서 서서히 내려오는…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니까. 그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4, 50대에는 계속 연기를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다른 건 꾸며낸 말일 거 같고 오래 연기하고 싶다는 게 제일 솔직하고 정확한 바람이다. 


-인터뷰를 찾아보니 <곡성> 이후 슬럼프를 겪었다고. 지금은 많이 극복한 거 같다. 

=오해다! 기사가 <곡성> 때문에 슬럼프가 생겼다는 뉘앙스로 났는데 그 얘기가 아니었다. <곡성>을 찍고 나서 드라마에도 출연했어야 했었고, 그 과정에서 내 연기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 환경들이 낯설다 보니 촬영 속도를 못 쫓아가겠더라. 기존에 비해 일하는 환경이 수월해질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가 겹쳐서 슬럼프가 왔었다. 기사가 <곡성> 때문에 슬럼프가 왔다는 것처럼 되어서… 나홍진 감독님이 벌떡 일어날 얘기를(웃음). 이번 기회에 오해를 꼭 풀고 싶다(웃음). 


-차기작이 연상호 감독의 <지옥>이다. 연상호 감독과 <염력>(통편집됐지만), <방법>, <반도>에 이어 4번째 호흡이다. <지옥>에서는 화살촉 일원으로 출연해 광기 어린 연기를 펼칠 예정이라고. 이번엔 생존을 기대해 봐도 좋을까(웃음). 

= 연상호 감독님은 내게 스승 같은 분이시다. 항상 “배역에 맞으니까 쓰는 거지 안 맞으면 어떻게 써” 말씀하신다. 캐릭터에 어울리는 모습이 있다고 생각하시니까 나를 쓰시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짠해서 챙겨주시는 거일지도 모른다(웃음). 하하, 농담이고. 감독님이 나와 하는 작업들이 편하신 거 같다. 나 역시 감독님과 작업할 때 편한 마음이다. <지옥>은 아직 말씀드리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스포일러인가 보다. 그럼 머리를 계속 기르고 있는데, <지옥> 때문에 기르고 있는 건가. 

=그렇다. 나는 내가 머리를 묶고 다닐지 상상도 못 했다(웃음). 머리숱이 많아서 감당이 안 된다. <지옥> 기대해 달라(웃음). 


-<럭키 몬스터>를 보실 관객분들에게 마지막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저희 영화가 이상한 영화이긴 한데 어려운 영화는 아니다. 되게 직관적이고 어이가 없으면서도 재미가 있다. 마음을 조금만 열고 그냥 느껴지는 대로 감상하시면 ‘아, 이런 영화도 있구나’, ‘내가 한국 영화의 다양성에 기여를 했구나’ 하실 만한(웃음), 그런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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