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잔칫날> 소주연, "코 푸는 연기도 자연스럽게 하는 방법 있죠"

조회수 2020. 12. 4.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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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심규한 기자
소주연 (사진 트리플픽쳐스).

핏빛 장르물의 세계, 올해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4관왕을 수상한 <잔칫날>은 그 이력에 기대 엄청나게 기괴한 영화는 아님을 미리 밝힌다. 하지만, 비루한 일상에 찾아온 불행을 극복하려는 몸부림 속에서 예상할 수 없이 벌어지는 아이러니하고도 애달픈 상황은 어떤 장르물보다 잔인하며 서늘하다. 아버지의 장례비를 마련하기 위해 팔순 잔치의 MC를 맡아 울고 싶은데 웃어야 하는 오빠 경만(하준) 대신 홀로 장례식장에 남아 죽음의 예식에 필요한 온갖 결정과 참견에 어쩔 줄 몰라하는 동생 경미(소주연)는 냉혹하고 이기적인 세상의 무게를 고스란히 떠안으며 현실의 서글픔을 더한다.


드라마 <하찮아도 괜찮아>의 1년 차 직장인 김지안부터 <회사가기 싫어>의 이유진 대리까지 시대와 호응하는 젊은이를 현실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소주연은 이번에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내밀한 감정의 진폭을 생생하게 묘사해냈다. <잔칫날> 개봉을 앞둔 지난 11월 24일, 씨네플레이가 제일 먼저 소주연 배우를 만나 들은 이야기를 전한다.


소주연 (사진 트리플픽쳐스).

-데뷔 3년밖에 안 되었는데 쌓인 필모가 대단하다. 뮤직비디오, 드라마와 영화까지 일 욕심이 상당하다.

 =아직 많이 했다고는 생각 안 들었는데 주위에서 그런 말을 많이 하셔서. (웃음) 배우라는 직업이 작품을 많이 만나고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인데 이런 말을 많이 들으니 내가 꾸준히 연기를 하고 있고 또 할 기회를 누리고 있구나 하며 행복해하고 있다.


-여러 곳에서 소주연 배우를 찾는 이유가 뭐라 생각하나. 

=아직 오디션을 보고 있다. 내가 작품을 선택한다기보다 작품이 감독님들이 나를 선택해주는 거다. 주어진 작품과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 화는 <속닥속닥>(2018) 이후 두 번째 장편이다. <잔칫날>의 경미 역에 끌린 이유가 있나.

=<잔칫날>도 오디션을 보고 합류했다. 디테일이 탄탄하고 마음을 강하게 움직인 시나리오였다. 오디션 때 처음으로 경미역을 연기하며 감독님 앞에서 울었다. 진심으로 마음이 동했다. 마음이 움직일 정도로 이 역할을 하고 싶었나 보다.

<잔칫날> 소주연, 하준.

-촬영 중 대부분의 시간을 장례식장에서 보내야만 했다. 슬픔의 감정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나.

=당시에 두 작품을 동시에 찍고 있었다. <잔칫날> 현장에서 배역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줬고 덕분에 감정과 리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내가 컷과 동시에 역할을 빨리 털어버리는 스타일이라 바로 다른 촬영장에 가도 잘 적응을 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두 작품이 서로 분위기가 환기되며 마음은 행복했던 것 같다. (<잔칫날>과 동시에 찍은 작품은 드라마 <회사가기 싫어>다 – 편집자)


-장례식장 풍경의 디테일이 눈에 띈다. 슬픔의 당사자와 그 외의 사람들의 태도가 확연하게 대비된다. 극중 경미는 이런 경험이 처음인 것처럼 보인다. 소주연 배우에게도 낯선 풍경이었을 텐데 어땠나.

=나도 낯선 곳이다. 실제로 장례식장은 몇 번 가본 게 전부다. 경미는 장례라는 것을 처음 겪는 것 같았다. 나도 장례를 경험한 적이 없으니 그냥 경미처럼 모르는 상태로 역할에 임했다. 감독님이 실제 영화 속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셨다고 들었다. 감독님께 전적으로 의지하고 연기했다.


-경미는 자리를 비운 상주 경만을 대신해 온갖 선택을 요구당한다. 그럴 때마다 당황과 분노, 슬픔이 동시에 느껴진다. 어떻게 이 상황을 이해했나.

=감독님과 대본 리딩을 많이 했는데 그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때 감정들을 기억하고 현장에 들어가 나를 맡겼다. 장례 막바지에 고모들에게 쏟아부은 말들은 연기가 아니라 정말로 어이없고 화가 나서 나오는 감정이었다. (웃음) 이번 영화는 머리를 덜 쓰고 감정을 믿고 연기했는데 그게 역할과 잘 맞아서 다행이었던 것 같다.

<회사가기 싫어>.
<하찮아도 괜찮아>.

-장례의 이것저것을 간섭하고 참견하는 다양한 군상들에 둘러싸여 어쩔 줄 몰라하는 경미를 보면서 <하찮아도 괜찮아>의 지안과 <회사가기 싫어>의 유진이 떠올랐다.

=생각을 안 하고 있었는데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경미는 어리고 사회생활을 하지 않은 대학생으로 나온다. 또 엄마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아빠가 아프니까 떠났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맞는 가족의 첫 죽음이다 보니 그 일이 결코 가볍지 않았을 거다. 기댈 수 있는 사람이 경만 밖에 없는데 그런 경만이 돈 벌러 떠났고 혼자 남겨져 있으니 당당하게 이렇다 저렇다 할 입장이 아니었을 거다. 실제 내가 그 상황이라도 그랬을 것 같다. 경미는 부족하거나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딱 그 또래의 아이다. 그런 평범함에서 본다면 <하찮아도 괜찮아>와 <회사가기 싫어> 속의 내 역할과 겹쳐 보이는 점도 있을 것 같다.


-오빠가 부재한 상태에서 어떤 결정을 해야 할 순간에 경미는 항상 주저한다. 다르게 본다면 오빠가 없으면 내가 결정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오빠 친구들이 카드 사오라고 했을 때 그걸 들고 가며 오빠 경만에게 구구절절 이유를 말하는 장면이 있다. 고작 만원인데. 남매는 돈에 대한 스트레스가 정말 크다. 이게 남매를 어떤 상황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게 한 것 같다.

<잔칫날>의 하준.

-그렇게 애타게 찾던 오빠다. (일동 웃음) 하준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하준 배우와 촬영이 많이 겹치지는 않았다. 내가 촬영이 먼저 끝났기도 했고. 영화 촬영할 때보다 오빠(하준)와 지금 더 자주 만나는 것 같다. 진짜 친오빠처럼 촬영 기간 내내 챙겨줬다. 그래서 지금도 진짜 남매처럼 서로서로 막 대하며 (일동 웃음)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 오빠 얼굴을 보면 이상하게 집중이 잘 된다. 후시녹음하러 갔을 때 다시 한번 그 감정을 불러오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하준 배우 연기를 보여달라고 했다. 오빠 연기를 보는데 정말 엄청 눈물이 나는 거다. 열심히 울면서 후시녹음을 마쳤다. (웃음)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다.

=부천에서 영화를 처음 봤다. 생각보다 너무 잘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반응이 궁금해서 인터넷과 SNS에 관객들이 쓴 글을 막 찾아봤다. 다들 따뜻한 말씀을 해줘서 행복하더라. (웃음)

소주연 (사진 트리플픽쳐스).

-표정이 밝고 호감이 가는 이미지다. 미워 보이지 않는 얼굴이라 해야 하나. 그런데 최근 특별출연한 <산후조리원>의 알렉스 최는 아주 얄밉던데. (웃음) 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가 있나.

=예전 인터뷰에서 로맨스가 장르인 작품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지금 촬영하고 있는 작품이 바로 로맨스가 장르인 거라 기분 좋게 촬영하고 있다. (카카오TV에서 방영 될 <도시남녀의 사랑법>을 촬영 중이다. – 편집자)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 다 해보고 싶다. 어떤 역할이든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웃음)


-웹드라마 <하찮아도 괜찮아>로 주목받고, <낭만닥터 김사부2>로 인지도를 넓혔다. 캐릭터를 현실적인 인물로 잘 표현해 낸다.

=그런 평이 너무 좋다. 더 그래야지 하고 노력하게 만드는 말이다. 실제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고 싶다는 게 목표다. 예를 들어서 코를 풀면 다 그 휴지를 한번 쓱 보고 버리지 않나? (일동 웃음) 난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 (일동 웃음)

소주연 (사진 트리플픽쳐스).

-카카오TV에서 방송 예정인 <도시남녀의 사랑법>과 <아름다웠던 우리에게>에 출연한다 들었다. 어떤 역할인가.

=<아름다웠던 우리에게>는 얼마 전에 촬영이 끝났다. 중국 원작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밝고 당찬 신소리를 연기한다. 고등학생 때부터 30대까지를 보여주는데 풋풋하고 설렘 유발하는 드라마다. 지금 촬영 중인 작품은 <도시남녀의 사랑법>이다. 총 세 커플이 나오는데 나와 김민석 커플은 오래된 연인으로 나온다.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며 미니멀한 삶을 추구하는 캐릭터인데 실제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기도 해서 재미있게 연기하고 있다.


​-<잔칫날>을 보러 오실 관객들께 드릴 말씀이 있다면. 

=얼마 전에 GV를 하면서 관객분들을 봤는데 답답한 마스크를 끼고도 우리 영화를 즐겨주시는 것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자리하기 어려우셨을텐데도 와주셔서 감사했고 특히 보신 분들의 반응이 좋아 고마웠다. 잔잔한 감동은 물론이고 재미도 충분하다. 영화 중반부에서 후반부로 넘어갈 때 엄청 스펙터클하다고 생각이 든다. (웃음) 이런 점도 놓치지 마시고 관심 있게 봐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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