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까지 바꿨다? 주인공보다 인기 많았던 '서브 남주' 8

조회수 2020. 12. 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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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유정아

'사약길 걷는다'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이뤄질 수 없는 드라마 속 '서브' 러브 라인에 빠진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 불행한(!) 미래가 예정된 '서브 남주'의 매력에 홀린 시청자들이 많아지며 생긴 현상이다. 최근, 제대로 된 사약 맛집으로 화제 중인 드라마가 있다. 곧 종영을 앞둔 <스타트업>. 과거와 미래 서사가 얽혀 복잡다단하게 꼬여있는 삼각관계 속 특히나 '서브 남주' 김선호를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앓기 시작하면 약도 없는 불치병, 가만히 놔두다간 끊임없이 덧난다는 그 '서브병'은 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임에도 시청자들 마음 사로잡은 '서브병'계 레전드 캐릭터는 누구일까.


안재욱
1997년 <별은 내 가슴에> '강민' 역

<별은 내 가슴에>의 강민을 연기한 안재욱은 서브 남주 계의 시조새라고 할 수 있겠다. 본래 고아인 여주인공과 부잣집 도련님의 사랑을 그린 <별은 내 가슴에> '캔디렐라(캔디 + 신데렐라)' 서사의 메인 커플은 단연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차인표와 최진실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든 장본인은 다름 아닌 서브 남주 안재욱. 허세기 가득하던 메인 남주 이준희 캐릭터와는 달리 솔직하고 담백하게 감정을 표현한 ‘신세대’ 강민에게 시청자들은 매료되었다. 실제로 안재욱은 러브 라인의 최종 결말까지 뒤집으며 전국을 '안재욱 신드롬'으로 물들였다. 당시 안재욱은 갑작스러운 대중의 관심이 부담스러워 외국에 숨어 있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원빈
2000년 <가을동화> '한태석' 역

명대사가 워낙 유명한 탓일까. <가을동화>의 메인 남주 캐릭터를 원빈으로 기억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가을동화>의 메인 서사는 송승헌의 몫이었다. 송승헌-송혜교 러브라인 속을 대차게 파고드는 재벌 2세 한태석 역은 자칫하면 시청자들에게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원빈이기에 모든 게 용서됐다. 남들한테는 불친절하지만, 내 여자에게만큼은 '얼마든지' 희생을 감수하는 한태석은 준서(송승헌) 만큼이나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동건
2004년 <파리의 연인> '윤수혁' 역

역시 드라마의 명대사는 서브 남주의 몫인 걸까. <가을동화>의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어'에 이어 <파리의 연인> 이동건은 '내 안에 너 있다'라는 희대의(!) 명대사를 탄생시켰다. 극 초반부 까칠한 행동을 일삼던 한기주(박신양)와는 달리 여주인공(김정은)의 뒤를 지켜주던 윤수혁(이동건)은 시청자들 사이 '수혁앓이'를 탄생시켰을 정도. 일명 '서브캐 맛집'이라 불리는 김은숙 작가 필모그래피의 출발점이 된 캐릭터기도 하다.


김지석
2012년 <로맨스가 필요해 2012> '신지훈' 역

많은 시청자들의 '인생 로맨스 드라마'로 꼽히는 <로맨스가 필요해 2012>. <연애의 발견> 한여름(정유미) 이전엔 <로맨스가 필요해 2012>의 주열매(정유미)가 있었다. 윤석현(이진욱)을 향해 엉엉 눈물을 흘리던 주열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왜 주열매는 신지훈(김지석)을 선택하지 않을까 많은 시청자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그만큼 신지훈은 서브 남주였지만 주열매에겐, 아니 시청자에겐 최고의 캐릭터였다. 다정하게 열매의 마음을 보살피던 지훈의 나긋한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할 만큼 김지석은 신지훈이란 캐릭터를 완벽하게 그렸다.


유연석 & 류준열 - '칠봉이' 역 & '정환' 역

<응답하라> 시리즈는 '남편 찾기'라는 서사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메인 남주 못지않은 서브 남주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응답하라>의 서브 남주는 메인 남주 만큼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다. 가장 화제가 됐던 서브 남주로는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 <응답하라 1988>의 정환을 꼽을 수 있다. 장난끼 가득하던 쓰레기(정우)와는 정반대로 다정한 서울 말씨를 하며 매번 나정(고아라)을 심쿵하게 하던 칠봉이(유연석). 전국에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열풍을 일으켰을 만큼 '츤데레'의 매력적인 점만 쏙쏙 꼽은 정환이(류준열). 두 사람은 메인 남주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의 사랑을 받으며 마지막 회까지 극의 긴장감을 높였지만 결론적으론 아쉬운 결말을 맞이하게 됐다. 물론, 여러 일각에선 두 사람을 '서브 남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특히 정환이는 중후반부까지 러브 라인의 메인 서사를 담당했으니 말이다. '어남류'였던 이들에게 <응답하라 1988>은 다시 꺼내 보기 힘든 작품이 되기도 했다.  


김우빈
2013년 <상속자들> '최영도' 역

얼마나 짠내나는 캐릭터면 최영도가 아니라 최'염'도로 불릴까. 은상이(박신혜)를 향한 사랑의 감정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숨김없이 보여주던 영도(김우빈)는 전에 없던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비뚤어진 방식, 예를 들어 은상이의 주변 사람들을 괴롭혀 관심을 끌고, 마음을 사려는 영도의 모습은 당시 '호불호'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나 분명한건 최영도는, 아니 김우빈은 잠잠했던 '서브남주' 열풍을 다시금 불러일으켰다는 거다. 여주인공의 대나무숲이 되어주는, 다정다감한 서브 남주의 전형성에서 벗어난 최영도는 새로운 서브 남주 캐릭터의 방향을 제시했다.


유연석
2018년 <미스터 션샤인> '구동매' 역

<파리의 연인> <상속자들>에 이어 또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다. 김은숙 작가는 메인 남주만큼이나 서브 남주에게 공을 들인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특히나 유연석이 연기한 구동매는 애잔한 서브 남주 캐릭터로는 단연 1위가 아닐까. 냉혈한 면모를 뽐내는 일련의 사건들과는 달리, 고애신(김태리)을 바라보는 동매(유연석)의 눈빛은 누구보다 아련했다. 결국은 닿을 수도, 이뤄질 수도 없기에 애신을 향한 동매의 순애보적인 사랑은 많은 시청자들을 울게 했다. <응답하라 1994> 칠봉이에 이어 다시 한번 서브 남주계의 획을 그은 배우 유연석. <미스터 션샤인>은 차가움과 따뜻함을 오가는 유연석의 다면적인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기도 하다.  


장승조
2018년 <남자친구> '정우석' 역

<남자친구>의 풋풋한 감정이 박보검의 몫이었다면, '으른들'의 농익은 감정을 보여준 장본인은 우석 역의 장승조였다. 자신의 부모님에게 고통받던 수현(송혜교)을 놓아주려고 일부러 바람을 피우며 이혼을 감행한 우석은, 이혼을 한 후에도 자신만의 방식대로 수현을 돕는다. 감춰야만 하는 사랑의 감정이기에 우석은 꾹꾹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만 곳곳에 묻어나는 애절한 얼굴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무조건적으로 직진을 감행하는 진혁(박보검) 보다도 우석에게 마음을 빼앗긴 이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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