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해리포터 '두들리'에서 살 빼고 넷플릭스 공무원이 된 이 남자

조회수 2020. 11. 28. 08: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
이랬던 두들리가...
출처: (왼쪽부터) <퀸스 겜빗>,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이렇게 컸습니다...

해리 포터의 인생에 최종 빌런은 볼드모트였다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진정한 빌런은 뚱뚱한 사촌 ‘두들리’였다. 적어도 볼드모트는 해리 포터의 몫을 얌체처럼 빼앗거나 질투 어린 눈으로 사사건건 방해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부푼 배처럼 탐욕이 그득했던 더즐리 가문의 아들, 두들리의 영악하고도 멍청한 면을 완성시킨 해리 멜링은 오랜 시간 전세계 팬들로부터 ‘두들리’라는 이름으로 미움을 받아야 했다.


그랬던 그가 최근 2년 사이 ‘두들리’가 아닌 ‘해리 멜링’이란 이름을 관객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네 편의 넷플릭스 작품을 통해서다. 필모를 보다 보면 ‘얘가 해리 멜링이었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가 출연한 작품 속 캐릭터를 정리해봤다.


<카우보이의 노래> 中 <밥줄> │ 예술가 역

<해리 포터> 시리즈가 막을 내리고 해리 멜링은 <우먼 비웨어 우먼>, <더 스쿨 포 스캔들>. <리어왕> 등 연극 무대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단편 영화와 연극 영역에서 활동하며 약 6년간 연기력을 다진 그는 드라마 <삼총사>와 영화 <잃어버린 도시 Z> 조연으로 출연하며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다지 비중 있는 배역은 아니었지만 커리어를 다시 새로 써 내려가기로 결심한 그는 <해리 포터>의 영광에 기대지 않고 차곡차곡 제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갔다.


그런 해리 멜링에게 손을 내민 건 코엔 형제 감독이었다. 황량하고 건조하지만 특유의 블랙유머로 자조적인 웃음을 짓게 하는 코엔 형제의 작품은 해리 멜링에게도 도전과 같은 작품이었을 것.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발표된 <카우보이의 노래> 중 3번째 에피소드 <밥줄>에서 해리 멜링은 팔 다리가 없는 예술가로 등장한다. 나이 든 노년의 극단장(리암 니슨)과 작은 마차를 타고 유랑하며 발길이 닿는 곳에서 매일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나 창세기를 낭독하며 돈을 번다. 온전하지 않은 신체와 또렷한 발성 시선을 끌며 사람들을 모았지만 겨울이 혹독해질수록 관객도, 극단장도 그를 외면한다. 예술가가 인간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건 오로지 무대 위 뿐이다.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채 자신의 자리가 대체될 위기에 놓인 그. 욕망과 심술로 가득 찬 ‘두들리’와는 달리 <밥줄>에서 해리 멜링은 불안하고도 공허한 내면을 창백한 얼굴과 눈빛만으로 탁월하게 표현해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드 가드> │메릭 역

불멸의 삶을 사는 존재들로 이루어진 비밀 정예 부대 ‘올드 가드’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올드 가드>. 해리 멜링은 인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인간 수명 연장을 위한 생체 연구를 진행 중인 천재 과학자이자 제약회사 CEO 메릭 역으로 등장해 악독한 빌런으로 활약했다. 영화가 국내외에서 대성공을 거둔 만큼 해리 멜링의 출연이 화제에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왜냐고? 뚱뚱한 두들리의 모습은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사실 살이 빠진 건 <올드 가드>가 공개되기 훨씬 이전 일이었다. <카우보이의 노래>에서도 꽤나 비쩍 마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아쉽게도 화제가 안 됐을 뿐. 해리 멜링은 체중 감량에 대해 “18살 연기학교를 다닐 때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살을 빼야 한다는 욕구가 있었던 게 아니었다”라며 “살이 빠지고 아무도 나를 두들리로 더 이상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뚱보 아역 배우의 이미지를 버리고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언급했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로이 래퍼티 역

톰 홀랜드, 빌 스카스가드, 로버트 패틴슨 등 멀티캐스팅으로 공개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안토니오 캠포스 감독의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영화가 다루는 시대가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만큼 개별적으로 보이는 에피소드와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중 해리 멜링은 이야기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로이 래퍼티 역으로 등장, 잘못된 신앙심으로 불행의 길에 접어든 광신도를 연기했다.


타 작품들에 비하면 소설처럼 잔잔한 템포와 자극적인 이미지로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지만 해리 멜링의 호연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를 보시길. 주님의 은총과 뜻으로 거미 공포증을 극복했다며 자신의 얼굴에 거미를 쏟아 붓는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강렬할 테니 말이다. 주어진 전능한 힘을 확인하고자 헌신하는 아내를 희생양으로 삼은 그를 신은 구원할 것인가. 여담으로 교회 시퀀스에서 쓰인 거미들은 CG가 아닌 진짜라고. 해리 멜링은 “거미는 모두 진짜다. (감독님에게) 다 괜찮으니까 뱀으로만 바꾸지 말라고 했다”라며 웃픈 일화를 전했다. 


<퀸스 갬빗> │ 해리 벨틱 역

해리 포터를 끈질기게 괴롭혔던 두들리 탓일까. 해리 멜링에게서 좀처럼 순수하게 선한 얼굴을 찾아보기란 어려웠다. 어린 시절 쉽게 자리해 굳어진 이미지는 꽤 오랫동안 그를 따라붙었다. 조금만 인상을 찌푸려도 심술궂게 느껴지고, 행여나 웃기라도 하면 뭔가 놓친 께름칙한 기분이랄까. 그 이미지를 해리 멜링은 자신의 연기로 단박에 깨트리는 데 성공한다. 드라마 <퀸스 갬빗>이다.


엄마를 잃고 고아가 된 천재 소녀 ‘베스 하먼(안야 테일러 조이)’이 세계 체스 대회를 재패하는 이야기를 그린 <퀸스 갬빗>. 해리 멜링은 베스 하먼이 처음으로 참가한 정식 대회에서 마주하게 된 켄터키주 챔피언 ‘해리 벨틱’ 역을 맡았다. 결승전에 지각한 것도 모자라 이상한 하품으로 하먼의 집중력을 흩뜨렸던 그는 그다지 좋지 않았던 첫인상을 뒤집고 하먼을 진정으로 위하며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동료로 함께 성장한다. 체스에 미친 인물들 중에서도 가장 현실과 밀접해 있어 묘하게 안타까움을 유발하는, 여러모로 마음이 쓰이는 캐릭터. 촬영 전까지 체스 게임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는 해리는 수석 체스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체스 선수들이 경기 때 하는 특유의 동작이나 움직임을 익혔다고 한다. 


+) 짧은 캐스팅 일화! <퀸스 갬빗>을 연출한 스콧 프랭크 감독은 코엔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 속 해리 멜링의 연기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고. 후에 스카이프를 통해 만난 두 사람. 해리는 시나리오를 읽어보지도 않고 그저 스콧이 말해준 간단한 캐릭터 설명만 들은 뒤 푹 빠져 출연을 확정 지었다고 한다.

마지막은 돼지 꼬리 두들리로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