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극찬 받을 수밖에 없는 이 감독의 작품 세계

조회수 2020. 11. 26.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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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출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출처: <걸후드>

올해 초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통해 국내에 선명한 팬덤을 구축한 셀린 시아마 감독. 그 열풍 덕분에 올해 국내 관객은 분기별로 셀린 시아마 감독의 전작들을 만날 수 있었다. <걸후드>(2014)는 <톰보이>(2011)와 <워터 릴리스>(2007)에 이어 마지막으로 국내 극장가에 상륙한 그의 세 번째 연출작이다. <워터 릴리스> <톰보이>와 함께 셀린 시아마 감독만의 색을 확고히 다진 ‘성장기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걸후드>의 개봉을 맞아 스크린의 역사에 남을 인상 깊은 여성 캐릭터들을 정성스레 새겨나가고 있는 셀린 시아마 감독, 그리고 그의 성장기 3부작을 되짚어봤다.


셀린 시아마 감독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 파티 현장, 봉준호 감독의 품에 안긴 셀린 시아마 감독

워터 릴리스

셀린 시아마 감독이 영화에 관심을 지니기 시작한 건 10대 시절부터다. 대학원에서 불문학 석사를 마친 후 프랑스 최고의 영화 학교인 라 페미스(La Fémis)에 입학했고, 그곳에서 첫 작품인 <워터 릴리스>의 각본을 썼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학교를 마친 지 1년 만에 고향에서 <워터 릴리스>의 촬영에 들어섰다. 이 작품은 2007년 칸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출처: <워터 릴리스>
출처: <워터 릴리스>
출처: <워터 릴리스>

싱크로나이즈드 선수 플로리안(아델 에넬)을 보고 단숨에 사랑에 빠진 마리(폴린 아콰르). 하지만 프롤리안은 모든 또래 남자아이들의 선망을 받는 친구다. 플로리안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 마리는 남몰래 그를 향한 절절 끓는 마음의 열병을 앓는다. 한편 마리의 절친 안나(루이즈 블라쉬르)는 수영부 남학생 프랑수아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과감한 터치가 돋보이는 데뷔작 <워터 릴리스>는 사랑에 빠진 세 소녀의 역동적인 감정선을 따라간다. 생애 처음으로 사랑을 경험한 이들이 저만의 방식으로 감정의 벽에 부딪치며 겪는 성장통.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비롯된 미묘한 긴장감은 스크린 밖 관객마저도 숨죽일 수밖에 없는 몰입감을 부여한다. 영화를 보는 그 공간 자체가 수영장 물속이 되는 듯한 마법 같은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 물 밖에선 절도 있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물 안에선 누구보다 격렬하게 헤엄치며 버티고 있는 싱크로나이즈드 선수들의 움직임은 타인의 시선에 재단되거나, 재단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10대들의 상황과 똑 닮아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 엘로이즈를 연기한 프랑스 대표 배우, 아델 에넬의 신인 시절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신선하다.


톰보이

<톰보이>는 셀린 시아마 감독이 <워터 릴리스>를 연출한 후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소년인 척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간단하면서고 매력 있고 자유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3주 만에 이 작품의 대본을 썼고, 3주 만에 캐스팅을 완료했으며, 20일 만에 촬영을 완료했다. <톰보이>는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퀴어 영화에 수여되는 테디상을 받았다.

파란색을 좋아하고, 끝내주는 축구 실력을 지닌 로레(조 허란). 그는 새로 이사 온 동네에서 충동적으로 자신을 소녀 로레가 아닌, 소년 미카엘로 소개한다. 얼떨결에 소년이 된 로레는 또래 남자아이들처럼 축구 경기 중 웃통을 벗어 던지기도 하고, 자신의 수영복을 남성용 수영복으로 재단하기도 한다.


<워터 릴리스>를 통해 10대 소녀들의 꿈틀대는 욕망에 집중했던 셀린 시아마 감독은 더 자유롭고 역동적인 에너지로 가득 찬 작품을 만들길 원했다.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바로, 정체성에 얽매이지 않은 시기의 어린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톰보이>의 청량한 풍경이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어린아이들은 오히려 모든 것에 열려있기 때문에 정체성을 가지고 놀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극적인 스토리를 앞세우기보다, 암묵적인 성 역할이나 고정관념에 맞서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로레의 얼굴을 담아내는 데 집중한 셀린 시아마 감독의 섬세함이 빛을 발한 작품. <톰보이>의 가장 큰 미덕은 아역 배우들의 눈부신 연기다. 그중에서도 관객을 가장 큰 소용돌이에 몰아넣는 톰보이, 미카엘을 연기한 조 허란의 눈빛은 그 어떤 대사보다도 짙은 여운을 남긴다.


걸후드

세상이 정해놓은 규칙을 따르기보단 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소녀들. 평단과 관객은 <워터 릴리스> <톰보이>로 이어지는 시아마의 성장통 세계관에 열광했다. <걸후드>는 그에 대한 셀린 시아마 감독의 보답 같은 작품이다. 감독이 직접 “마지막 성장 영화”라고 이야기한 <걸후드>는 <워터 릴리스> <톰보이>를 포함한 시아마의 성장기 3부작의 막을 닫는 위치에 서 있다. <걸후드>는 제31회 선댄스영화제, 제40회 세자르영화제, 제39회 토론토영화제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를 돌며 주목을 받았다.

홀로 생계를 이끄는 엄마를 대신해 두 동생을 돌보고,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오빠의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16살 소녀 마리엠(카리자 투레). 집과 학교, 어디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그에게 자유분방한 세 친구 레이디(아사 실라), 아디아투(린지 카리모), 필리(마리투 투레)가 손을 내민다. 그들에게서 빅이라는 이름을 얻은 마리엠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며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해나가기 시작한다.


“여성들의 우정, 유대감, 분노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셀린 시아마 감독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전작들과 달리, <걸후드>는 사회적 압력에 억눌린 소녀들이 “자신만의 온전한 우주를 만들어내는”(<문라이트> 배리 젠킨스 감독) 과정을 조명한 영화다. 어느 공간에서도 제 뜻을 쉽게 펼칠 수 없었던 마리엠이 자신을 옭아매던 세계를 부수고 한발 한 발 내딛는 과정은 관객에게 쾌감과 용기를 전하기 충분하다. 좌절하거나 무너지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든 성장하고야 마는 시아마 월드 여성 캐릭터 계보의 확립. 마리엠을 연기한 카리자 투레는 연기 경험이 전무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이 있는 열연을 선보이며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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