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규환> 정수정에게 뇌 구조가 궁금하다고 물었더니 ...

조회수 2020. 11. 17.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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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

어떤 문장으로 이 글을 시작해야 할지 참 오래 고민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떤 수식어로 정수정이란 사람을 설명해야 할지 이리저리 각을 재봐도 온전히 그를 담아낼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서였다. 어쩌면 정수정이란 배우를 편리한 표현 속에 가두고 싶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의식하지 않았더라도, 그는 매 순간 스스로를 둘러싼 틀을 깨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냉미녀'라는 타이틀을 가진 그가 <볼수록 애교만점>과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을 통해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을 때도 그랬고,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 제 진가를 드러낼 때도 그의 이름 앞엔 늘 '의외성'이란 단어가 따라다녔다. 평범해 보일 수도 있는 행보가 유독 정수정에게만 특별하게 조명됐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크리스탈은 이런 거 안 하지 않을까'라는 세상의 편견을 넘어 선택한 작품마다 그는 '의외의' 욕심과 성장의 면모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의외성은 스크린 데뷔작으로까지 이어졌다. 영화 <애비규환>을 통해서다. 첫 주연작인 <애비규환>을 통해 정수정은 고등학생 남자친구 호훈(신재휘)과의 뜨거운 사랑 덕분에(?) 덜컥 5개월 임신부가 된 '토일'로 분했다. 러닝 타임 내내 임신한 배를 받치기 위해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아빠를 찾아나선 정수정의 모습은 새롭다기보단 놀라웠다. 무대 위 '크리스탈'의 흔적을 완전히 지운 듯한 맨 얼굴과 헐렁한 옷차림은 물론, 영화 속에서 그의 모습은 크리스탈도 아닌, 정수정도 아닌 그냥 토일 그 자체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제작보고회 당시, 첫 스크린 데뷔작으로 임신부 캐릭터를 대체 어떻게, 왜 골랐냐는 질문에 "대본을 보니 너무 재밌어서 안 할 이유가 없었다"는 쿨한 답을 내놓은 정수정은 <애비규환>을 통해 '아이돌', '냉미녀', '도도한'과 같은 세상의 편견을 또 한 꺼풀 벗겨내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애비규환>의 개봉을 앞두고 삼청동 카페에서 정수정을 만났다. 씨네플레이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특유의 '스웨그' 넘치는 답변들을 내놓으며 때때마다 웃음을 자아냈다. 정수정을 영어로 표현한다면 'Why Not'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틀에 박힌 무언가를 보여주기보단 매 순간 오픈 마인드로 답변을 내놓던 정수정. 숨김없이 털털하고 솔직한 태도의 정수정은 사실 차가운 게 아니라 시원한(cool) 사람이었다. 보통의 27살처럼 발랄했던, 그래서 마치 재밌는 수다를 떨고 온 듯한 기분을 들게 한 정수정과의 인터뷰를 전한다.


영화계에서 20대 주연 배우가 흔치 않은데! 이렇게 만나게 돼서 정말 기쁘다.

= (나도) 좋다(웃음).

<애비규환>이 스크린 데뷔작이다. 여러모로 압박이 심했을 것 같은데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또래 배우들이 아닌 선배님들과 합을 맞추는 장면들이 많아서 심적인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은데.

= 부담감이라기보다는...? 음, 어쨌든 토일이(정수정)가 엄마(장혜진), 아빠(최덕문)랑 붙는 장면이 많으니까 대부분의 신들을 선배님들과 함께 촬영했다. <애비규환>이 첫 주연작인데 저는 연기 경력도 얼마 안 되고 하니까 처음에는 막 못하면 혼날 것 같고, 긴장도 되고, 어떻게 날 봐주실까, 내 연기를 어떻게 평가하실까 이런 걱정이 많았다.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었고! 근데 현장에서 제가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게끔 선배님들이 신경 써주셨다. 엄마, 아빠뿐만 아니라 함께 연기한 선배님들 모두 다 말이다.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 제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셔서 자연스레 선배님들이랑 친해질 수 있었다.

호훈 역을 연기한 신인배우 신재휘와도 친하게 지냈을 것 같다.

= 맞다. (웃음) 재휘는 그냥 실제로도 딱 호훈이 같다 (웃음).

보기에도 그래 보였다 (웃음). 특히 신재휘 배우의 대사 중에서 "미안해용", 영화를 보면서 이 부분에서 제일 많이 웃었다. 배우랑 대사가 너무 잘 붙어서 (웃음). 실제 정수정이었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 것 같나. (영화를 보고 나서 이해할 수 있는 질문이다.)

= 죽빵을 날릴 거다! (웃음). 진짜 어디서, 너무 열 받을 것 같다. 호훈이가 연기를 되게 잘 해줘서 이미 대사를 주고받을 때부터 열 받았다 (웃음). 아니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미안해용?" 내 생각은 안 하는 거지 않나!

지금까지 정수정이 대중에게 선보인 캐릭터들과 토일은 확실히 결이 다르다. 토일은 <상속자들>의 '이보나', <하백의 신부 2017>의 '무라'가 보여준 통통튀고 만화적인 느낌보단 현실적이고,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지호'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당차고 똑 부러진다. 이런 지점들을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연기적으로 참고한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는지 궁금하다.

= 음, <레이디 버드>. 사실 <레이디 버드>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영화라서 <애비규환> 시나리오를 만나기도 전에 2번 이상 본 영화다. 근데 최하나 감독님도 저와의 만났을 때 <레이디 버드> 이야기를 꺼내셨다. <레이디 버드>도 <애비규환>처럼 엄마와 딸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보니 곳곳에서 많은 팁을 얻었다. 특히 저 스스로 엄마와의 관계를 많이 생각하게 된 작품이라, 그런 고민들을 캐릭터 속에 녹아들게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시얼샤 로넌을 좋아하겠다.

= 너~무 좋아한다. 정말 시얼샤 로넌 나오는 영화 다 봤다. 진짜 (웃음).

엄마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딸은 엄마와의 관계가 유독 특별하지 않나. 분명 아빠를 찾는 영화인데 영화를 보는 내내 엄마 생각이 더 많이 나는 작품이더라. 친아빠와 새아빠, 예비아빠가 얽힌 영화지만 결국은 엄마와 딸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애비규환>을 촬영하면서 유독 엄마가 생각났던 순간이나 장면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임신부 역할이다보니 모성애랄까, 엄마에 대한 감회가 더욱 새로웠을 것 같은데.

= 엄마랑 촬영하는 신들에서는 매번 엄마가 생각났다. 특히 영화 속에서 엄마로 만나게 된 혜진 선배님이랑은 실제 엄마와 딸처럼 대화를 나눴다. 혜진 선배님 역시 실제로 누군가의 엄마이기도 하고, 딸이기도 하니까 자연스럽게 얘기를 많이 하게 됐다. 혜진 선배님이랑 너무 잘 지내는 모습을 보더니 저희 엄마가 "너는 제2의 엄마가 생겼네"라고 하시더라. "재밌다. 너~?"라고 (웃음).

실제로 장혜진 배우와는 동네 주민이기도 하고 워낙 친해서 촬영당시 종종 같은 차를 타고 다녔다고 들었는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관계이다보니 두 분이서 주로 무슨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을지 궁금하더라.

= 엄마랑은 그냥 정말 수다! 이 얘기 저 얘기 많이 했다. 맛집 얘기도 하고, 아니면 현장에서는 진짜 그 촬영 장면에 대해서 얘기하거나 제 미래에 대해서도 많이 얘기했다. "수정아, 너는 이랬으면 좋겠고~ 어떻게 성장했으면 좋겠고~"라고 하시면서 진심으로 저를 위한 말들을 많이 해주셨다. 장혜진 선배님과는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고, 성향도 정말 비슷하다.

장혜진 배우한테는 직접 샴푸를 선물하는 등 굉장히 살가웠다고 들었는데, 실제 딸로서 정수정은 어떤가. 살가운 편인가, 츤데레인 편인가 (웃음).

= 반반? 사실 표현을 거의 못하는 편에 가깝다. (대놓고 말고) 좀 다르게 표현하려고 한다.

<애비규환>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 상처를 주고받고, 또 그 안에서 성장을 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다. 혹시 가족에게 상처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다. 반대로 상처를 준 경험이 있다거나.

= 저는 정말 상처를 받은 적은 없는 것 같다. 일단 저희 집에서 제가 막내이다 보니 가족 모두가 저를 그냥 '애기 수정이'로 대해줬다. 다들 '우쭈쭈' 해주는 분위기에서 자랐다. 언니랑 싸우긴 해도 상처를 받는 스타일은 아니라 (웃음). 또 언니랑 나이 차이도 있다 보니 언니가 저에겐 되~게 '언니'로 느껴져서 제가 많이 지는 편이다. (제시카와 정수정의 나이 차이는 5살이다.)

보기에도 언니보다 약할 것 같다 (웃음).

= 언니한테 제가 꼼짝 못 한다 (웃음).

여러 인터뷰들을 통해 의외로(?) 결혼이나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에도 가족과 가정의 의미에 대해서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유효한가.

= 너~무 유효하다. 근데 막 '안 할 거야!', '할 거야!' 이런 건 아니고, 하면 하는 거지 뭐! (웃음)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도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 등장해서 재미를 더하는데, 스스로 꿈꿔온 혹은 이루고 싶은 가정의 형태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 제가 생각하는, 꿈꾸는 가정의 형태는 되게 평범하다. 음, 제가 평범하지는 않은 삶을 살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저희 집은 되게 평범한데 제 직업이 평범하지가 않아서인 것 같다. 출근-퇴근 시간도 들쑥날쑥하고, 일적으로도 몇 개월은 일하고 몇 개월은 쉬고 이러다 보니까 지루하더라도 평범하고, 안정적인 그런 가정을 꾸리고 싶다. '나인 투 파이브' 시간에 맞춰서 일하는 남편과 규칙적인 생활 패턴으로 살아가는 것도 해보고 싶더라.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웃음).

토요일과 일요일 사이에서 태어나서 지어진 이름, 토일이라는 캐릭터 명도 정말 재밌었다. 토일이라는 이름이 영화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고. 그래서 재미 삼아 궁금해졌다. 만약 가정을 꾸려 아이를 낳는다면 짓고 싶은 이름이 있나.

= 저는 없다 (웃음). 왜냐하면 너~무 예쁘게 짓고 싶어서 고민만 할 것 같다 (웃음). 무엇의 이름도 맘에 들지 않을 것 같다.

'수정'이란 이름은 무슨 뜻인가?

= 한글 이름이다. 그래서 (나중에 아기 이름을 지을 때) 한글 이름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제가 '수정'이란 이름도 있고, '크리스탈'이라는 이름도 있으니까 한글과 영어 이름이 이어질 수 있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 번 선택한 일에 대해선 후회가 없고, 결단력이 굉장히 뚜렷하다고 들었다. 토일의 성격과 매우 비슷한 점이 많을 것 같다. 영화 속에서 토일은 엄마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실제 정수정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가장 많이 준 건 무엇인가. 토일처럼 엄마인가.

= 맞다. 그런 성격을 가지게 된 데에는 엄마랑 언니의 영향이 크다. 특히 엄마! 엄마랑 언니랑 셋이 있으면 제가 이런 얘기를 하기도 한다. "언니랑 나랑 합친 거보다 엄마가 더 세" (웃음). 엄마가 되게 독립적이어서 그런 부분을 닮은 것 같다. 차도녀랄까? (웃음)

어머니가 신여성이시다.

= 맞다. 신여성 느낌이 난다. 그래서 제가 종종 엄마한테 "엄마 20대 때 되게 멋있었을 것 같아" 이런 얘기를 하면 엄마가 "응~ 맞아~(웃음)" 이러신다. 물론 언니한테도 영향을 많이 받긴 받았다.

언니랑도 성격이 비슷해 보인다.

= 언니랑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뭐랄까, 삶을 대하는 태도가 비슷하다. 아마도 제가 영향을 많이 받아서 비슷해진 것 같긴 하다 (웃음). 왜냐면 언니의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기 때문에 저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 같다. 물론 개인적인 성향이나 취향은 또 되게 다르다 (웃음).

MBTI 검사해봤는지 궁금하다. 인터넷엔 '크리스탈 MBTI 유형'이라고 돌아다니던데.

= 그거 진짜 다 물어보셨는데, 안 해봤다 (웃음).

<애비규환>은 틀을 깨는 영화라서 좋았다. 재혼 가정, 혼전 임신 등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물론, '이혼가정은 불행할 것'이라는 편견을 유쾌하게 전환시킨다. 정수정 개인은 어떤지 궁금하다. 스스로 틀을 깨는 걸 좋아하는 편인지, 지키는 걸 좋아하는 편인지 궁금하다. 다방면으로 말이다.

= 사실 저는 틀을 깨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생활 속에서는) 좀 안정적인 걸 좋아한다. 막 수건 바뀌는 것도 안 좋아하고, 맨날 가던 곳만 간다. 샴푸도 초등학생 때부터 쓰던 거다 (웃음). 뭔가 생활 안에서는 좀 그런 편이다. 근데 또 신기하게도 작품을 고를 때는 다른 것 같다. (제가) 좀... 이상하다! (웃음). 캐릭터를 선택할 때는 새로운 모습이 좋고, 끌리고 재밌다. 그래야 스스로가 재밌게 하니까.

그럼 작품을 선택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이 '새로움'인 건가? 때때마다 의외성이 두드러지는 작품 선택을 통해 연기 변신해왔는데, 스스로가 의도적으로 그려놓은 큰 그림인지 궁금하더라. <써치>, <애비규환>만 보더라도 새로운 얼굴이니까.

= 전~혀 아니다. 그냥 그때그때 끌리는 작품을 했다. 사실 저는 코믹 요소가 있는 작품도 좋아하고, 최근에 연기했던 작품들에선 강한 여성을 대변했는데, 그것 또한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끌려서 선택한 거다. 뭔가 제가 계획을 해놓고 막 어떤 배우가 돼야지! 어떤 필모그래피를 쌓아야지! 했던 건 없는 것 같다. 물론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웃음)

현실성이 넘치는 독립 영화들을 좋아한다고 하던데. 영화 취향은 어떤지 궁금하다.

= <소공녀>도 좋아하고, <파수꾼>도 좋아한다. (깊은 고민을 하더니) 근데 사실 이렇게 물어보면 잘 생각이 안 난다.

그럼 딱히 '인생 영화'는 없겠다. 요즘 '인생 영화'라는 표현을 많이 쓰지 않냐.

= ('인생 영화'라는 표현을 몰랐다는 그는 놀라며) 저 '인생 영화'라는 말 몰랐다! 사실 그런 거 결정 못 한다. 한국 영화뿐만이 아니고 외국 영화도 마찬가지다.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은데... 왜 그러는 거죠! (일동 웃음)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감독님은 있는지.

= <와일드>의 장 마크 발레 감독님! <빅 리틀 라이즈>랑 <데몰리션> 연출하셨던 (웃음).

장 마크 발레 감독님이 러브콜을 준다면?

= (당연히) 가야죠! (웃음)

'빅.리.라'(<빅 리틀 라이즈>)도 재밌게 본건가! (반가움)

= 진짜 좋아한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그렇고, 지금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그렇고 '가수 크리스탈'이나 '배우 정수정'보단 인간 정수정에 대해 더 궁금한 게 많아진다.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궁금해졌는데 평상시엔 어떤 생각을 가장 많이 하고 사나. 뇌 구조가 궁금하다. (웃음)

= (잠시 고민하더니) 요즘엔 <애비규환> 그리고... 뭐 먹지? (웃음) 왜냐하면 요즘에 <애비규환> 스케줄이 많으니까! 그리고 스케줄 끝나고 주로 '뭘 먹지?' 생각한다. 오늘 열심히 일했는데 (웃음). 최하나 감독님이랑 제작사 대표님한테도 저희 무대인사 어디로 가냐고 물어본 다음에 근처 맛집을 찾는다.

그럼 요즘 정수정을 가장 괴롭게 하는 건 뭔가. 스트레스랄까?

= 사실, 음 저는... 크게 스트레스받는 부분은 없는 것 같다. 영화 홍보도 사실 몸이 피곤한 거지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아니라서.

영화 흥행에 대한 압박도 덜한 편인가 그럼? 첫 주연작이다 보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 흥행에 대한 압박도 크지 않다. 사실 드라마도 시청률이 잘 나오면 좋고 안 나오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특히 저는 영화가 처음이다 보니까 주변 사람들한테 계속 물어본다. 몇만 명이 들어야 하는 건지, 하루에 몇 명이 드는 게 좋은 건지. 대답을 들으면 그렇게 됐으면 정말 좋겠고, (만약 그렇게 되면) 파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 '안 되면 어떡하지!' 이런 스트레스는 안 받는다.

괴로워하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스타일은 아닌가 보다.

= 전 재밌게 해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몰아세우고 그러면 힘들어서 못 할 것 같다. 즐기면서 해야 뭐든 좋게 나올 것 같고, 스스로 채찍질하면 너무 힘들 것 같다 (웃음).

근데 또 최악의 경우를 생각할 만큼 걱정이 많은 스타일이라고 하던데.

= 작품을 촬영하기 전에는 정말 많다! 내가 잘 할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진~짜 많다.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하면서) 욕먹을 각오하고 달려드는 거다. (웃음)

역시 연약해 보이면서도 누구보다 단단하다. 그런 반전매력 때문에 인간 정수정이 궁금해졌던 것 같다 (웃음). 자신만의 멘탈 관리 비법이 있는 건가.

= 스트레스를 진짜 안 받으려고 노력한다. 부정적인 걸 많이 안 보려고 하는 것 같다. 음, 나한테 안 좋은 기운을 주는 모든 걸 차단해 버린다 (웃음). 예전부터 그랬던 것 같다. 저는 그런 점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서, 다들 저처럼 그랬으면 좋겠다 (웃음).

<애비규환>이 공개된 이후로 줄곧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수정의 연기 성장에 대한 좋은 평가들이 많은데, 정작 본인은 그런 반응들에 무딘 스타일이라고 들었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습관도 멘탈 관리 비법 중 하나인가.

= 음, 무디다는 건 뭐랄까. 제가 가수 활동을 했을 때도 주위에선 "다들 엄청 크리스탈을 좋아해", "너 진짜 인기 많아"라고 말을 해줬는데 잘 몰랐었다. 제가 원래 어떤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가 많아도 왜 그게 인기가 많은지 잘 모르겠는 경우가 많다. 기준도 잘 모르겠고 (웃음). 아무래도 뭔가 (예민하게) 반응을 찾아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물론 저에 대한 반응들에 대해서 사실 의심도 좀 하는 편이라서. (제 연기가) 좋다고 하면 진짜 좋아서 좋다고 하는 걸까 생각하고 그러는 편이다.

많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행복'이라는 언어를 자주 꺼내왔다. 미래나 꿈에 대한 질문을 할 때마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하던데, 대체 정수정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항상 생각하는 건데 진짜 행복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소한 걸 모아놓기만 해도 굉장히 큰 게 행복인 건데, 그걸 모르고 놓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너무 안타깝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그걸 느끼면서 살려고 노력한다. 그냥! 맛있는 거 먹는 게 행복이지 않을까. (웃음) 가장 근래엔 생일 때가 가장 행복했다. 너무나도 많은 분들이 주위에서 축하를 해줘서, 굉장히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고 스스로 인복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행복하더라. 생일날 진~짜 행복함을 느꼈던 것 같다.

인터넷에 '크리스탈 명언'이라고 돌아다니는 거 혹시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 인터뷰에서 "어른이 된다는 건?"이라는 질문에 "어른이 되나요, 사람이?"라고 답을 해서 화제가 됐었다.

= 허! 전혀 (그 답변을) 기억 못 하고 있었다 (웃음).

당시 정수정의 나이는 24살이었는데, 27살의 정수정이라면 똑같은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할 것 같은가.

= 음, 근데 그때도 지금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제가 어렸을 때 24살, 그러니까 20대 중후반은 너~무 어른일 것 같았다. 근데 막상 돼보니까 아니었다. 그때도, 지금도 저는 아직 너무 10대 같고 소녀 같다. 그리고 사람들도 그러지 않나. 우리 엄마들도 다 소녀라고. 그런 것처럼 모르겠다. 어른이라는 건 그냥 Adult? (웃음). 20살 넘은 성인이 어른인 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생각이다. (웃음).

<애비규환>이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로 기억됐으면 좋겠는지.

= 그냥 보시면서 피식피식 웃으면서 공감하셨으면 좋겠다. 어떤 연령대가 보더라도 어느 정도의 연결 고리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저도 그랬고! 그래서 그냥 재밌게, 다시 한번 가족에 대해서 생각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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