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매체에서 오스카 시상식 작품상 후보로 거론한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주연의 <미나리>는 어떤 영화?

조회수 2020. 11. 7.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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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미나리>

<미나리>가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에 첫 공개됐다.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한편 ‘버라이어티’는 2021년 오스카(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에 대한 예측 기사를 시리즈로 내보내고 있다. 여기에 <미나리>가 호명됐다. 작품상 후보에 오를 만하다는 게 ‘버라이어티’의 주장이다. 2020년 <기생충>에 이어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미나리>가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있을까. 아직 우리는 이 영화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미나리>에 대해 좀더 알아보자.


(왼쪽부터) 정이삭 감독, 앨런 S. 킴, 스티븐 연, 노엘 조, 한예리, 윤여정.
1. 한국인 이민자 감독의 영화
<미나리>의 연출자는 정이삭 감독. 미국식으로 쓰면 리 아이삭 정이다. 네이버 영화에 등록된 짧은 프로필을 보자.

-미국 아칸소 출생. 시나리오, 연출, 제작, 편집, 촬영 작업을 모두 병행하고 있다. 예일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던 중, 마지막 학기에 영화로 전공을 바꾼 그는 제니 런드, 사무엘 앤더슨과 함께 뉴욕에서 아몬드트리필름이라는 영화사를 창립하였다. 작품으로는 <하이웨이>(2004), <섹스와 커피>(2005), <코요테>(2005) 등이 있으며, <문유랑가보>는 그의 장편데뷔작이다.

아마도 이 소개는 2007년 부산영화제 프로그램북에 실린 내용인 듯하다. <문유랑가보>가 2007년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됐기 때문이다. 업데이트가 필요해 보인다. 이후 그는 2012년 <아비가일>로 부산을 다시 찾았다. <미나리>는 부산영화제에 소개된 그의 세 번째 영화가 됐다.

2.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
정이삭 감독의 출생지가 아칸소라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IMDb에 등록된 <미나리>의 줄거리에 아칸소가 등장한다. “1980년대, 한국인 가족이 아칸소로 이주해 농장을 시작한다.”(A Korean family moves to Arkansas to start a farm in the 1980s.) 즉 스티븐 연이 연기한 제이콥은 정이삭 감독의 아버지에 해당하는 인물이 된다. 그밖에 <미나리>는 모니카(한예리)와 순자(윤여정), 데이빗(앨런 S. 킴), 앤(노엘 조) 등이 출연한다. 정이삭 감독에 해당할 법한 소년 데이빗은 제이콥과 모니카의 아들이자 순자의 외손자다. 앤은 그의 누나다.

3. <미나리>가 정말 오스카 작품상 후보가 될 수 있을까
작품상 후보에 <미나리>가 오르지 말라는 법은 없다. ‘버라이어티’의 기사를 좀 더 살펴보자. 10월 29일(현지시각) 기준으로 ‘버라이어티’가 후보로 예측한 10개 영화 가운데 <미나리>가 이름을 올렸다. 그밖에 ‘버라이어티’는 남우주연상 후보에 스티븐 연, 각본상, 음악상 등에 <미나리>가 후보에 오를 만하다고 예측했다. 단, <미나리>는 아직 미국 내에서 정식 개봉을 하지 않은 상태다. 미국 내 1개 이상의 극장에서 7일 연속 상영을 해야 오스카 후보에 오를 자격이 주어진다. <미나리>는 아마 연말에 개봉하지 않을까 추측된다. <미나리>의 배급사는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문라이트>, <레이디 버드>, <유전> 등으로 유명한 A24이다. A24는 <미나리>의 오스카 레이스와 코로나19 상황 등을 감안한 전략적인 개봉 시점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미나리>의 제작은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것으로 유명한 플랜 B 엔터테인먼트다.

<버닝>에 출연한 스티븐 연
4. 스티븐 연의 남우주연상?
<미나리>의 작품상 후보보다 ‘버라이어티’가 더 주목한 부문이 스티븐 연의 남우주연상 수상인 듯하다. 스티븐 연은 <워킹 데드> TV시리즈를 통해 인지도가 높은 배우이기도 하다. 또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이창동 감독의 <버닝>과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옥자> 등 국내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의 폭을 넓혔다. 무엇보다 미국 이민자의 자녀라는 정체성에 딱 들어맞는 한국인들이 만들었지만 명백히 미국영화인 <미나리>의 출연은 다양성 이슈를 염두에 둬야 하는 오스카의 시대 흐름에도 부합한다. 만약 스티븐 연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다면 오스카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로 기록에 남게 된다.

5. 진짜 그 미나리가 등장할까


<미나리>에 진짜 우리가 흔히 먹는 미나리가 등장할까. 안타깝게도 부산영화제에서 <미나리>를 보지 못했다면? 알 수 없다. 이 영화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A24가 공개한 공식 예고편을 보는 것이다. 아직 한국어 자막이 있는 버전의 예고편 영상은 없는 듯하다. 다만 대사의 절반 정도는 한국어여서 어느 정도 내용 파악은 쉽게 할 수 있다. 예고편에서는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고난과 비애가 느껴진다. 제이콥과 아내 모니카는 캘리포니아에서 10년간 병아리감별사 일을 했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아칸소로 이사를 결심하지만 녹록지 않다. 한편, 미국에서 태어난 데이빗은 한국에서 온 할머니와 같이 살게 되면서 작은 갈등을 빚는다. 이를테면 예고편에서 데이빗은 순자에게 “한국 냄새가 난다”는 말을 한다. 그렇다고 <미나리>가 아주 우울한 영화는 아니다. 올해 2월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선댄스영화제 상영 후 나온 <미나리>의 리뷰에는 눈물과 웃음이 키워드로 등장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손자와 외할머니의 문화 충돌, 예고편에 등장한 화투를 치는 장면 등은 분명 웃음 포인트일 것이고, 스티븐 연이 연기한 아버지 제이콥과 한예리가 연기한 모니카의 고난은 눈물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미나리>가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를지, 스티븐 연이 오스카 역사에서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아시아인이 될지 아직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미나리>는 한국인 이민자의 삶을 다룬 잘 만든 영화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윤여정을 비롯한 스티븐 연, 한예리, 그리고 두 아역 배우들까지의 연기도 빼어났다. 정이삭 감독의 연출도 훌륭해 보인다. <미나리>를 빨리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참고로 제93회 오스카 시상식은 2021년 4월 25일에 열린다. 코로나19 여파로 예년에 비해 두 달가량 늦게 개최된다. 후보작 발표는 3월 15일에 이뤄진다. <미나리>의 국내 개봉은 2021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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