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명이 촬영 없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유

조회수 2020. 9. 19.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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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심규한 기자

<미생>의 김대리가 우리 회사에도 있었으면 하는 좋은 선배의 전형이었다면, <특종: 량첸살인기>와 <해빙>에서의 김대명은 환했던 얼굴색을 섬뜩하게 뒤집었다. 최근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양석형의 푸근한 온기가 아직 사라지기도 전인데 이번엔 <돌멩이>를 통해 여덟 살 어린 아이의 지능을 가진 청년 석구로 변신한다. 김대명이 만들어 낸 석구는 지적장애인의 외양을 단순히 복원하는 것을 넘어 깊은 심정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디테일이 있다. 김대명의 선택은 언제나 물음표가 떠올랐지만 그가 연기한 작품 속 캐릭터를 만나면 의문은 이내 감탄사로 바뀌곤 했다.

출처: 드라마 <미생>의 김대리
출처: <해빙>의 성근

온기와 냉기, 평범함과 독특함을 오가며 다양한 선택을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몇 년째 한결같은 대답을 내놨다. “김대명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관객들이 궁금해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이다. 같은 대답을 오래 내놓을 수 있는 것은 그가 지금까지 이 목표를 굳건히 따르며 살아왔다는 증거다. “평소 연기 외에 몰두하는 것이 없다”는 말에 이어 연기를 하지 않는 시간은 연기를 준비하는 시간이란 설명을 더했다. 감정을 온전히 비워둬야 그 공간에 또 다른 캐릭터의 감정을 채운다는 것이다. 작품에 몰입하기 위해 “가급적 현장에 머물며 촬영 기간 내내 연기 호흡을 이어가려 한다”는 말과도 이어지는 부분이다. 모든 것을 다해 자신을 채우고 버리는 일을 마다하지 않기에 그의 연기에서 진심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장마로 곳곳의 도로가 통제되어 가까스로 인터뷰 시간에 맞춰 뛰어 들어온 기자가 난감해하자 “멀리까지 와줘서 고맙다”는 말과 “식사도 못 하셨겠다”는 말로 되레 걱정해주던 따뜻한 마음이 당신께도 전해지길 바라며 그와의 만남을 옮긴다.


출처: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양석형 (사진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양석형

-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양석형 선생님으로 시청자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제 영화 <돌멩이>와 <국제수사>가 연이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 정말 기쁘다. 그런데 요즘 관객분들이 극장을 찾기 쉽지 않은 시기라 한 분 한 분 마음 내주시고 찾아와 주신다면 특별히 더 감사할 것 같다. 무엇보다 지금 상황이 하루빨리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크다. 


​- <돌멩이>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뭔가.

=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 읽었을 때 마음에 크게 와닿는 게 있었다. 여덟 살의 지능을 가진 석구와 그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은지(전채은),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주변의 인물 중 나는 과연 어디쯤 서 있는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영화를 본 관객들께도 같은 질문을 하고 싶어서다.

출처: <돌멩이>의 석구

- 애드리브 들어갈 자리도 미리 생각해 둘 정도로 대본 연구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

= 요즘은 애드리브를 그냥 대사를 좀 더 재미있게 하는 것으로 이해하시는 것 같더라. 사실 애드리브는 영화에서 인물의 성격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사는 똑같이 하더라도 물을 먼저 마실 것인가 아니면 대사를 마치고 물을 마실 것인가 이런 거다. 같은 장면이지만 행위의 순서에 따라 의미가 달라 보이기도 하니까. 이런 노력들은 장면들을 더 설득력 있게 만들어 준다. 결국 디테일을 위한 노력이다.


- 석구의 대사가 많지 않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디테일을 위해 노력한 장면이 있나.

= 대본에 웬만한 디테일은 다 있었다. 언급한 대로 석구는 대사로 애드리브를 채울 수 있는 역할은 아니다. 단지 상황을 설정하는 것과 행동으로 디테일을 표현할 수 있었는데 여기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 박카스를 마시는 장면이 있다. 대본에는 석구가 일어나서 박카스를 마신다라고 되어 있는데, 나는 여기에 이야기를 좀 더 붙여 어린 마음이라면 이 한 병이 너무 소중하니까 아껴 마시지 않았을까 했고, 그래서 병뚜껑에 조금씩 따라 마시는 것을 생각해봤다.

- 촬영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은 게 있다면.

= 촬영 기간 내내 서울에 올라오지 않고 현장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보니 상황이나 감정에 동화하기 쉬워지더라. 정서적으로 느낀 것들이 영화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좋은 경험을 했다.


- 다른 현장도 그랬나. 

= 시간이 있으면 오래 있으려 하는 편이다. 그게 쉽지는 않지만 결국 내 연기에 도움이 된다. 스태프들은 귀찮아할 수 있겠지만 (웃음) 최대한 방해가 안 되게 촬영 기간 동안 연기 호흡을 계속 이어가려 한다. 내가 연기를 잘하기 위해 도움받을 방법은 대본과 현장밖에 없더라.

- 작업 들어가면 촬영기간 내내 감정을 유지하려 하겠다.

= 그렇다고 해서 악역을 할 때 악한 감정을 계속 가지고 있고 그러진 않는다. (웃음). 감정의 유지라기보다는 그냥 감정의 상태를 무(無)에 가깝게 한다. <마음의 소리>라는 작품을 너무 사랑하는데 코미디 연기를 할 때 조금이라도 힘들거나 화나는 일이 감정에 묻어 있으면 연기가 너무 어렵더라. 감정의 어택을 받지 않으려 제로 베이스에 두려고 하는 거다. 누가 뭐라 얘기하면 “아 그렇구나”,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이렇게. (웃음) 이게 정말 중요하더라.


- 2017년 사람엔터테인먼트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함께한 다양성영화 신인배우 발굴 오디션에서 눈에 띈 은지 역에 전채은 배우는 연기가 처음이다.

= 오디션에 합격한 배우들에 대한 기사를 접한 적이 있는데 특히 전채은 배우가 눈에 띄었다. 그중에 제일 어린 친구이기도 했고. 나중에 따로 들어보니까 채은이 가장 높은 점수였다고 하더라. 게다가 연기학원 같은 곳도 다녀 본 적도 없고,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뮤지컬로 무대에 오른 것이 전부라고 했다. 이 배우가 너무 궁금해서 연기에 의지가 있다면 오디션을 한번 보러오라고 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작진께 드렸다. 그렇게 해서 채은 양 오디션을 보게 되었고, 함께 대사도 주고받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재능이 넘치고 똑똑한 배우라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연기에 대한 감각을 타고난 것 같더라. 어린아이, 아역 이런 생각이 아니라 동등한 배우로서 함께 연기해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돌멩이> 전채은와 김대명

- 송윤아 배우와는 첫 촬영이고 김의성 배우와는 <골든슬럼버> <내부자들> 등에서 인연이 있다. 두 배우와 연기는 어땠나.

= 어떻게 보면 뻔한 대답이라 할 수 있겠지만 두 분 다 너무 존경하는 선배님들이고 꼭 한번 같이 연기를 해보고 싶었던 분들이다. 역할을 통해 만나는 것도 배우 입장에서 궁금했었는데 촬영 외적인 부분에서도 인간적으로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었다. 내가 이분들과 감히 잘 맞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건방진 것 같아 다른 표현을 찾았으면 좋겠는데 얼른 떠오르지 않아 송구하다. (웃음)


-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호흡을 맞춘 안은진 배우도 <해빙>에 함께 출연한 조진웅 배우도 한결같이 김대명 배우의 배려심에 대해 이야기하더라.​

= 무엇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모르겠다. 하긴 내가 알면 이상한 거 아닐까? (웃음) 치열하고 또 힘들고 괴롭지만 결과물이 정말 좋은 현장과 행복하고 너무 아름다워 심장이 막 뛰는 순간들이 넘치는데 결과물이 조금 아쉬운 현장이 있다면 나는 후자가 조금 더 좋은 것 같다. 결과물에 대한 욕심은 항상 있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서 누구에게라도 이야기하고픈 현장이 행복하고 즐거웠던 현장인 것 같다.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해빙>도 서로에 대해 좋은 이야기가 많았으니 행복한 현장이었던 것 아닐까? 근데 오해하면 안 될 것 같다. 두 작품은 결과물도 정말 훌륭했다. (웃음)

- 배역을 결정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여기나.

= 이 선택이 욕심일지, 아니면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관객분들이 김대명이 연기하는 저 배역은 어떤 모습일지, 또 저 연기를 어떻게 할지 궁금해했으면 좋겠다. “김대명이면 아마 저렇게 하겠지” 하고 미리 짐작할 수 있다면 재미없지 않나.


- 김대명 배우가 보통의 얼굴을 잘 연기한다 생각하고 있다. 근방에 있는 사람처럼 친숙한데 또 그런 사람이 다른 마음을 가진 연기를 할 때 더 섬뜩하게 느껴지더라.

= 아직 부족한 게 많은데 좋게 평가해줘서 고맙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그게 정말 내가 꿈꾸는 연기의 지향점이다. 쉽게 말해 내 주위에 있는 평범한 사람을 잘 연기하자는 거다. 살인마나 누가 봐도 악한 인물들은 마치 네모난 틀처럼 정형화된 모습이 있어서 표현하기 좀 더 수월한데, 내 사촌 형이나 이웃의 세탁소 아저씨, 회사 다니는 삼촌처럼 주변에 흔히 보이는 인물들을 연기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


-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 연기를 시작했다. 계기가 있나.

= 어렸을 때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해 시인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고3 때인가 우연히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면서 문득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석규 선배님이 신구 선생님께 TV 리모컨 사용법을 가르쳐드리는 장면 있지 않나? 그 장면 속의 감정을 알겠더라. 막연히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나도 저런 감정을 표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다가왔다. 살면서 처음 느끼는 신기한 감정이었고 그걸 좇아오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덕혜옹주> 때 허진호 감독님께 이 말씀을 드리면서 감사하다 했던 게 기억난다. (웃음)

- 연기 외에 지금 몰두하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

= (잠시 고민하며) 연기 외에 몰두하는 것은 없다. 사람들이 재미없게 산다고 얘기하더라. (웃음). 그런데 연기를 하지 않는 시간도 결과적으로 연기를 준비하는 시간이더라. 최대한 감정을 제로 베이스에 두고 크게 동요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려 한다. 나중에 연기를 하게 되었을 때 빈 곳을 캐릭터의 감정으로 채워 다 뽑아 쓸 수 있게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편이다.


- 고행 아닌가. (웃음)

=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힘들지 않다. (웃음) 이게 말로 표현하니까 거창해 보이는 거지 그냥 책보고 영화보며 집에 있는 거다. 그러다 가끔 혼자 여행 가기도 하고. 단지 적극적으로 취미 생활 같은 것을 안 하는 거다.


- 차기작이 궁금하다.

=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를 잘 마무리하는 게 가장 우선하는 목표다. 그다음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한꺼번에 두 가지를 못하는 편이다. 둘 다 잘 할 수 있는 용기가 없는 것이기도 하고. 내가 잘 못 하면 양쪽에 피해를 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중에 어쩔 수 없이 겹쳐서 하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웃음) 어쨌든 한 가지를 잘 마무리하고 또 다른 것을 잘하고 싶다는 것은 변함없다.

사진 · 씨네21 백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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