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 시리즈 새 영화는 언제 볼 수 있을까?
리들리 스콧 감독에게 <에이리언> 시리즈는 어떤 의미일까. 평생의 숙원 사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할리우드에 불어온 과거 유명 시리즈의 부활, 리메이크 붐으로 인한 비즈니스였을까. 뭐가 됐든 분명한 점이 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안내한 괴물이 사는 우주로의 여행은 아직 종착지에 도착하지 않았다.
1979년 개봉한 <에이리언> 이후 시리즈는 4편까지 이어졌다. 제임스 카메론이 연출한 2편은 1편의 호러 분위기가 아닌 액션 블록버스터로 진화하며 크게 흥행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3편은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로 수익을 많이 얻지 못했지만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장 피에르 주네 감독 연출의 4편은 다소 아쉬운 영화다. 이렇게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우주의 괴생명체, 에이리언, 제노모프(Xenomorph)는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30여년 만에 스콧 감독이 스스로 부활시킨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의 프리퀄이다. 리플리(시고니 위버)가 만났던 우주 괴물의 기원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 이는 <에이리언: 커버넌트>(이하 <커버넌트>)로 이어졌다. <커버넌트>에서 관객들은 에이리언의 탄생을 목격했다. 그럼에도 아직 듣고 싶은 이야기는 남았다. <커버넌트>와 <에이리언> 1편 사이에 한 편의 영화가 필요해 보였다. <에이리언: 어웨이크닝>(가제, 이하 <어웨이크닝>)이라는 영화가 그렇게 기획됐다.
지금 <어웨이크닝>은 표류 중이다. 아마도 나오지 못할 것 같다. <커버넌트>의 성적은 지지부진했으며 시리즈를 제작하던 20세기 폭스가 월트 디즈니와 합병한 것도 <어웨이크닝>의 미래를 더 어둡게 만들었다. 이런 와중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최근 스콧 감독은 ‘포브스’와 만났다. 이 인터뷰에서 그는 “새 <에이리언> 영화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단, 여기에 단서가 붙는다. “어쩌면 <프로메테우스>의 세계로 돌아가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진행 중이라는 새 <에이리언> 영화가 <어웨이크닝>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덧붙여 스콧 감독은 “에이리언, 페이스허거, 체스트버스터 등이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포브스’ 기자의 질문에 “그것은 나에게 늘 근본적인 질문”이라고 답했다.
스콧 감독의 발언이 어떤 의미일지 좀 더 살펴보자. 먼저, ‘포브스’와의 인터뷰가 어떤 작품 때문에 진행됐는지를 알아야 한다. 국내에는 서비스되지 않는 HBO 맥스에서 방영 중인 <레이즈드 바이 울브스>(Raised by Wolves)라는 TV시리즈에 관한 인터뷰 자리였다. 스콧 감독은 이 드라마의 1, 2편을 직접 연출했다. 그의 아들 루크 스콧은 3, 4편을 연출했다. <레이즈드 바이 울브스>는 케플러-22b라는 행성에서 새로운 인류 문명을 만들어가는 마더(아만다 콜린)와 파더(아부바크르 살림)라는 두 안드로이드의 이야기다.
재밌는 건 <레이즈드 바이 울브스>가 <프로메테우스>의 세계와 매우 유사해 보인다는 점이다. 예고편만 봐도 이를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전체적인 비주얼, 사운드 및 음악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프로메테우스>와 <커버넌트>로 이어지는 영화의 주인공이 사실상 안드로이드 데이빗(마이클 패스벤더)였다는 점에서 <레이즈드 바이 울브스>가 같은 세계관 속에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우리가 아는 에이리언은 아니지만 <레이즈드 바이 울브스>에는 에이리언과 비슷한 형태의 외계 생명체가 등장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볼 때 새 <에이리언> 영화는 어떤 모습일까 유추해볼 수 있다. <프로메테우스>와 <커버넌트>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니라면 <레이즈드 바이 울브스>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HBO 맥스가 국내에 서비스가 되기를 기대해보자. 아니면 HBO의 작품을 국내에 독점 공개해온 왓챠가 들여올 수 있지 않을까 라고 ‘희망희로’를 돌려볼 수도 있다. 물론 볼 사람들은 이미 어둠의 경로로 다 보고 있을 듯하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새 <에이리언> 영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봤다. 언제 이 영화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콧 감독의 스케쥴에서 아담 드라이버, 조디 코머, 맷 데이먼, 벤 애플렉 등이 출연하는 <더 라스트 듀얼>의 연출이 먼저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현재 촬영이 중단된 상태다. 그 밖에 스콧 감독은 <글래디에이터 2>, 그렉 루카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퀸 앤 컨트리>의 연출도 맡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여든이 넘은 노장이고 다른 프로젝트가 먼저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럼에도 기원해본다. 시리즈의 마침표를 근사하게 찍어주시길. 혹여나 그것이 일생의 숙원 사업이 아니라고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