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넷플릭스 최장기간 1위 <엄브렐러 아카데미>, 58세 중년의 내면을 연기한 2003년생 배우와 <기생충> 덕후 한국계 배우

조회수 2020. 9. 1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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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이지연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2

지금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학원(?), 엄브렐러 아카데미. 7월 3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TV 시리즈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2는 새 기록을 쓰고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공개 이후 15일 연속으로 미국 넷플릭스 데일리 톱10 1위를 기록했다. 올 2월 넷플릭스가 데일리 톱10 시스템을 들인 후, 넷플릭스에 올라온 극 콘텐츠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1위를 유지한 것이다.

(왼쪽부터) 저스틴 H. 민, 톰 호퍼, 에이단 갤러거, 데이비드 카스타네다

다크호스 코믹스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한날한시에 태어나 억만장자 레지널드 하그리브스(칼럼 피오레)에게 입양된 7명의 초능력 형제가 종말을 막기 위해 위협에 맞서는 이야기다. 이 시리즈를 본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구글링해봤을 배우가 있다. 13세의 몸에 갇힌 58세 시공간 초월 능력자 넘버 파이브 역의 에이단 갤러거다. 겉모습은 소년이지만 내면은 58세인 캐릭터를 구현하는 데에는 캐스팅 자체가 관건이었다. 인정이라고는 없는 레지널드 하그리브스의 아들 혹은 피실험자로 지낸 유년 시절, 갑자기 찾아온 종말,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45년간 고립, 그리고 ‘커미션’ 소속 살인 요원 생활. 제작자는 이 모든 것을 겪어 인간미라는 것을 키우려야 키울 수 없었던 파이브를 연기할만한 배우, 그것도 어린 배우를 찾아야 했다. 에이단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지금 이 순간 가장 핫한 2003년생 배우에 등극했다.

<엄브렐러 아카데미> 촬영 현장. (왼쪽부터) 에이단 갤러거, 저스틴 H. 민, 톰 호퍼

에이단 갤러거 만큼 이목을 끄는 배우가 또 있다. 익숙한 비주얼, 그림체(?)의 배우, 넘버 식스/벤 하그리브스 역을 맡은 저스틴 H. 민이다. 벤은 시간상으로 시즌 1 시작도 전에 이미 죽었다. 망자를 소환할 수 있는 넘버 포/클라우스 하그리브스(로버트 시한)의 능력 내에서만 존재가 가능하기 때문에 벤이 클라우스 이외의 캐릭터와 독대하는 장면은 드물다. 앵글 밖에서나마 에이단과 저스틴의 투 숏을 볼 수 있었는데 이마저도 귀하다. <엄브렐러 아카데미> 한국 팬들 사이에서는 인기 순위 1,2위를 다퉜던 파이브와 식스의 본체, 에이단 갤러거와 저스틴 H. 민에 대한 소소한 사실들을 알아보자.


에이단 갤러거

Aidan Gallagher

<모던 패밀리> 단역으로 데뷔

<모던 패밀리> 시즌 4. 맨 오른쪽이 에이단 갤러거

에이단은 2013년 <모던 패밀리> 시즌 4의 단역으로 10세에 데뷔했다. 미첼(제시 테일러 퍼거슨)과 캠(에릭 스톤스트릿)의 딸 릴리(오드리 앤더슨 에몬스)의 학교 친구 가운데 한 명으로 나왔다. 스치듯 지나갔지만 무언가 통달한듯한 애어른 표정이 벌써 파이브를 연상시키는 것 같기도.

<니키, 리키, 디키 & 도운>(Nicky, Ricky, Dicky & Dawn)의 니키 하퍼

미국 어린이 채널 니켈로디언 TV 시리즈 <니키, 리키, 디키 & 도운>(Nicky, Ricky, Dicky & Dawn)에서 리키도 디키도 아닌 니키 하퍼 역을 맡아 4년간 활약했다. 에이단은 니키 역할로 니켈로디언 키즈 초이스 어워드 최고의 TV 남자 배우 부문에 두 해 연속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이 시리즈 덕분에 파이브로 에이단에 입덕했던 팬들은 아가 에이단 사진을 모으며 행복해했다는 소문이….

<엄브렐러 아카데미> 원작 코믹스의 오랜 팬

<엄브렐러 아카데미>

그리고 2019년 2월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파이브로 돌아왔다. 파이브=에이단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의 환상적 캐스팅이었다. 에이단의 캐릭터 소화력이 유독 돋보였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는 ‘콜라이더’와의 인터뷰에서 9살 때 원작 그래픽 노블을 접한 이야기를 전했다. “코믹북을 좋아하던 그는 어린 시절(?) 동네 코믹북 스토어에 종종 놀러 갔는데, 가게 주인이 추천해준 <엄브렐러 아카데미> 코믹북을 읽자마자 지금껏 봐왔던 코믹북과는 다른 것을 느끼고는 바로 푹 빠져버렸다”고 한다. “파이브 같은 독특한 배역을 맡기를 소망해왔기에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도 덧붙였다. 제작자 스티브 블랙먼은 “320명 가량의 또래 배우들이 오디션에 참여했지만 누구보다 에이단이 파이브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가 파이브 역을 맡은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부캐는 58세 전직 살인요원인데 본캐는 15세라

<엄브렐러 아카데미>

파이브는 전직 살인 요원으로 꽤나 많은 싸움에 연루되지만, 시즌1 촬영 당시 15세였던 에이단은 미국 청소년 근로 계약에 따라 총격 액션신 촬영장 내에 있을 수 없었다고 한다. 시즌1 차차(메리 J. 블라이즈)・헤이즐(캐머런 브리턴)과 파이브의 총싸움 장면은 에이단의 대역 배우가 연기했다.

인생 몇 회차? 실제로 파이브 아니신지 혹시…

앞서 말했듯이 에이단 갤러거는 2003년생이다. 하지만 03년생같지 않아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인생 도대체 몇 회차냐고 소문 무성한 에이단. 아직 한국 나이로 18세이기에 과거 사진이라 하기도 뭐한 어릴 적 사진들에 아재미가 서려 있다. 손은 머리 뒤로하고 오직 두 발로 보트를 운전하는 포즈, 스테이크 한두 번 썰어본 것 같지 않은 저 당당함. 지난해 시즌 2 촬영 중 저스틴이 본인의 인스타그램 게정에 올린 생일 축하 영상 속 에이단의 얼굴은, 한 팬의 코멘트를 빌리자면 ‘아무리 봐도 어르신이 감동한 거 숨기는 얼굴’ 같다. 실제 58세 아닌지 의심은 나날이 커지는 중이다.

에이단스 아미(Aidan's Army)

이유는 모르겠으나 에이단의 팬덤 이름은 아미다. 에이단스 아미(Aidan's Army). 

최연소 UN 환경 친선대사, 환경운동가

현 UN 사무총장 안토니우 쿠테흐스(왼쪽)와 에이단 갤러거

에이단은 2018년 6월 14세의 나이로 최연소 UN 환경 친선 대사에 임명됐다. 그가 갑자기 환경 친선 대사로 임명된 것은 아니다. 에이단은 꾸준히 환경 문제에 관해 관심을 가져왔다. 어렸을 때부터 서핑을 즐기며 바다를 사랑하게 됐고, 자연히 바다와 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본인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도 관련 글을 종종 올리고 있다. 국제 바다 보존 협회, 물지키미 연합 등의 기관에서 청소년 대사로 활동하는가 하면 2014년부터는 직접 채식을 실천하고 있다. 기후 변화와 관련된 UN 리포트를 읽고 나서 스스로 본보기가 되려 결정한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직접 밝힌 바 있다. 지구를 걱정하는 마음은 <엄브렐러 아카데미> 안에서나 밖에서나 깊은 듯하다.

배우 겸 가수 겸 유튜버

에이단은 배우이기도 하지만 뮤지션이다. 직접 곡을 써서 내기도 했다. 에드 시런과 찰리 푸스의 음악에서 많이 영감을 얻는다고. 그가 주로 사용하는 악기는 기타와 피아노인데 기타를 조금 더 많이 켜는 듯하다. 가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으로 연주를 들려주기도 한다. 가장 최신곡은 지난 7월 4일 발매된 ‘포스 오브 줄라이(4th of July)'다. 뮤직비디오도 있다. 에이단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는데 이 채널에는 그의 음악 작업 관련 영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행 브이로그, <엄브렐러 아카데미> 촬영 현장 등 다양한 콘텐츠를 올린다. 최근에는 파스타 쿡방, <엄브렐러 아카데미> 굿즈 언박싱 영상도 올렸다. 100만 유튜버 에이단, 요즘 유튜버들이 올릴만한 콘텐츠들 차곡차곡 섭렵하고 있다.

한국어 패치 장착

2019년 10월 1일,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2 촬영장에서

트위터 자동 번역을 돌린 것이 아니다. 에이단이 업로드한 트윗 그 자체다. 지난해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2 촬영 기간 저스틴에게 한국어를 조금 배운 것인지, 아니면 혼자 번역기를 돌려본 것인지 이 시기 한국어 트윗을 두 번이나 올렸다. 10월 1일은 우산학원 7형제의 생일이다. (촬영지인 토론토보다 13시간 빠른 한국 시각 기준이라 트윗 업로드 시간은 10월 2일으로 되어있지만, 어쨌든.) 아카데미 식구의 생일 자축 글을 남겼던 것이다. 바로 몇 시간 후 새 트윗을 올렸는데 킬링 포인트는 저스틴의 멘션이다. ‘이게 뭐야.’ 이 두번의 트윗 외에도 본인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토론토는 최고의 한국 음식을 제공합니다!'라고 글자를 큼지막하게 써 올렸린 적이 있는데, 이때 즈음 에이단은 한창 한국어를 쓰는 데 재미 들렸었나보다.


저스틴 H. 민

Justin H. Min

한국계 미국인

<엄브렐러 아카데미>

재미교포 2세로 한국계 미국인이다. 한국 이름은 민홍기. (성은 민인데 팬들 사이에서 김저민으로 불리는 중.) 한국어를 그렇게 잘 구사하는 편은 아니지만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지난 격리 기간에 6주간 한국어 코스를 수강했다고 한다. 소셜 미디어에서도 종종 한글을 쓴다. 저스틴은 불과 일주일 전 짧은 한국어로 한국 트윗판을 뒤집어 놓았는데. 한 한국 팬의 트윗에 ‘알라뷰투, 베네’라고 직접 멘션을 남긴 것. 저스틴의 답장에 <엄브렐러 아카데미> 한국 팬들이 다 함께 기뻐하며 멘션 소식을 여기저기 퍼 나른 덕인지 ‘알라뷰투’가 트위터 내 실검 유사 기능인 ‘실트’(실시간 트렌드, 트위터에서 실시간으로 많이 트윗 되고 있는 단어 순위)에도 올랐다.

배우 겸 사진가

저스트 H. 민은 사진가이기도 하다. 이제는 업이라기보다는 취미에 가깝지만 말이다.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 포토 저널리즘을 공부하려 했다. 아이비리그 대학인 코넬대학교 문리대 졸업 직후에는 저널리스트가 되려 했다. 실제로 뉴욕의 몇몇 로컬 매거진에 글을 기고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의 글은 가령 동네 랍스타 페스티벌에 관한 것이었으며, 자신만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5년에서 8년 정도의 시간을 업계 내에서 버텨야 한다는 현실을 깨닫고 본가가 있는 LA로 돌아왔다. 제대로 된 글을 쓰기까지 8번의 랍스터 페스티벌 글을 더 쓸 수 있을지에 대해 스스로 장담할 수 없었다고. 저널리스트가 아니면 무엇을 할 것인가 장단점을 따져보는 프로/콘 리스트(pros and cons list)를 직접 만들며 고민한 끝에, 연기하겠다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한다.

엄브렐라 아카데미>의 벤 하그리브스, 그 전에

어느 날 우연히 벤 역이 그를 찾아온 것은 아니다. 저스틴은 2012년 단편영화로 데뷔해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해왔다. TV 시리즈 <페이킹 잇>, <CSI: 사이버>, <퓨어 지니어스> 등에 출연했고, 콜린 파렐, 조디 터너 스미스과 함께한 A24 제작 영화 <애프터 양>(After Yang)은 후반 작업 중이다.

존재가 스포? 저스틴이 가명을 써야만 했던 이유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2 필터로 셀피 영상 남긴 저스틴 H. 민

저스틴이 연기한 유령 벤 하그리브스는 원작 코믹스에는 없던 설정이었다. 코믹스 속 벤은 어린 나이에 죽고 그 후 극에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저스틴의 벤은 항상 클라우스 옆에 있다. 시즌 1 공개 전까지 벤 캐릭터는 극비였으므로 저스틴은 시리즈 공개 전 홍보 행사에 얼굴을 비출 수 없었다. 촬영을 위해 토론토로 갈 때 가족에게는 한 학기 동안 유학을 한다고 말하고 떠났었다고. 역할을 숨기기 위해 제이크, 밀러, 제리, 레베카 등의 가명을 쓰기도 했다.

어린 벤 하그리브스 에단 황과 최단 거리 유지

어린 벤 역할을 맡은 에단 황과 가까이 지냈다. 벤은 어린 시절 이미 죽은 캐릭터다. 클라우스 옆에서 함께 자란 유령 벤과, 죽은 시점의 어린 벤 캐릭터를 일관되게 표현하기 위해 둘은 사석에서도 만나며 대화를 많이 했다. 제2의 가족처럼 지냈다고. 참고로 에단 황은 한국계 캐나다인 배우다.

랜치소스에 진심이다

저스틴 H. 민 인스타그램(@justinmin)

한번 좋아하기로 마음먹으면 좀 확실하게 좋아하는 편인지, 저스틴은 랜치 소스에 너무나 진심이다. 랜치 소스가 그려진 크리스마스 니트, 스웨트셔츠・팬츠를 입은 사람은 본 적이 있는지. 대용량 랜치 소스에도 진심으로 행복해한다. 랜치 소스 못지않게 아보카도도 좋아한다고 한다. 먹는 것으로 모자라 아보카도 키링, 아보카도 슬리퍼도 구비했다.

<기생충>에도 진심이다

저스틴 H. 민 인스타그램(@justinmin)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이 감격스러운 것은 알겠는데, 저스틴은 감격을 넘어 <기생충>에 과몰입했다. 티셔츠에 적힌 글자가 보이는지.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Jessica only child Illinois Chicago…)라고 적혀있다. 어디서 어떻게 제작됐는지부터가 궁금한 제시카송 레터링 티셔츠를 입은 모습이 몇 번 포착됐다. <기생충> 이외에도 한국 콘텐츠를 종종 보는 것 같다. 최근에는 <이태원 클라쓰>를 봤다고 직접 언급했다.

알고 보니 에릭남 친구?

지난 4월 격리기간에 영화감독 필립 왕이 고교 동문과의 줌 채팅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렸다. 저스틴을 비롯해 매니 자신토, 해리 슘 주니어, 존 추 등의 영화인들이 채팅에 참여했는데 이들 사이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가수 에릭남이다. 갑자기 이들을 한 화면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도 못했다.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시즌 3 제작 여부가 공식 확정되는 않았으나 이 성적대로라면 제작 될 가능성이 크다. 시즌1, 2를 복습하며 시즌3의 제작 확정 소식과 공개일을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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