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출연 배우 이름이 들어간 영화가 있다?

조회수 2020. 9. 1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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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기자 BRS

영화 속 주인공이나 캐릭터 이름이 영화 제목에 들어간 경우는 꽤 많아도 영화에 출연한 배우의 실명을 제목에 그대로 쓰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오! 문희>는 그 흔하지 않은 케이스 중 하나인데, 영화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정세교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부터 배우 나문희를 염두에 두고 써 그녀의 이름을 제목에 붙였다고. 영화 <오! 문희>와 함께 실제 출연 배우 이름을 제목에 반영한 작품들을 모아보았다. <아이 앰 히스 레저>, <우디 앨런: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 등의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리스트에 포함하지 않았다.


존 말코비치 되기
Being John Malkovich | 1999
판타지

“내가 과연 나일까? 말코비치가 말코비치일까?” 꼭두각시 인형 예술가 크레이그(존 쿠삭)는 인형 놀리는 재주는 뛰어나지만 사실상 실업자나 다름없는 신세다. 밥벌이를 위해 ‘레스터 기업’의 사무원으로 취직하게 된 크레이그는 어느 날 사무실에서 캐비닛 뒤의 이상한 문을 발견한다. 알고 보니 그 문 뒤의 터널은 배우 존 말코비치의 뇌로 이어지는 통로였고, 그는 이를 이용해 돈을 벌 궁리를 한다.

영화의 각본을 맡은 찰리 카우프먼은 영화의 제목에 대해 “언제부터인가 제목이 그렇게 정해졌고, 존 말코비치를 대신할 다른 배우를 떠올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어떤 제작자들은 <톰 크루즈 되기>로 고쳐보라는 제안도 했다고. 하지만 그는 끝내 존 말코비치를 고집했고, 처음엔 출연을 고사했던 존 말코비치 또한 마음을 돌려 출연하게 된다. 덕분에 관객들은 존 말코비치가 그 스스로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명장면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이대근, 이댁은
Mr. Lee Vs. Mr. Lee | 2007
코미디, 드라마

악극단 딴따라 일에 젊은 시절을 바쳐 가정과 자식에 소홀했던 이대근(이대근)은 아내의 제삿날을 맞아 3년간 연락을 끊고 지내던 온 가족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다. 하지만 장남은 아버지를 상대로 물건을 팔기 위해 혈안이고, 기독교인 딸은 절은 할 수 없다며 버티고, 막내아들은 시간이 다 되도록 나타날 기미가 안 보인다. 어느덧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어딘가 묘하게 이상한 이 댁의 비밀이 공개된다.

영화의 주연이자 제목의 주인공인 배우 이대근은 감독이 자신에게 연락했을 때, 자신의 이름을 이용한다고 생각해 “지금 장난하느냐?”고 되물었다고. 하지만 시나리오를 다 읽은 후 그는 영화의 테마에 매료되었고, 감독에게 사과 후 출연까지 이른다. 사실 그의 이름이 들어간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은 아닌데, 그가 한창 잘나가던 1979년 개봉한 영화 <대근이가 왔소>가 첫 번째로, <이대근, 이댁은>은 그의 이름이 들어간 두 번째 작품이 된다.


장 클로드 반담
JCVD | 2008
코미디, 범죄, 드라마

잘나가던 할리우드 액션스타에서 한물간 배우가 되어버린 장 클로드 반담은 여러 가지로 궁지에 내몰린 상황이다. 그는 고향인 벨기에로 돌아가 돈이 필요해 은행에 현금을 인출하러 간다. 하지만 이럴 수가 그 은행은 하필이면 은행 강도들이 진을 치고 있는 곳이었다. 얼떨결에 강도 일당에 연루된 장 클로드 반담. 그가 출연해온 액션 영화에서라면 한주먹 거리도 안 될 이들이지만 현실은 영화와 같지 않다.

벨기에 출신 배우 장 클로드 반담이 출연한 첫 벨기에 영화로,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와 같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배우 장 클로드 반담은 극중 자기 자신을 연기한다. 다만 이 작품은 자전적 색이 짙은 블랙 코미디로, 왕년의 인기스타에서 B급 배우가 되어버린 장 클로드 반담 자신의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힘내세요, 병헌씨
Cheer Up Mr. Lee | 2012
코미디, 드라마

영화감독을 꿈꾸는 병헌(홍완표)과 아직 데뷔하지 못한 PD 범수(양현민), 역시 데뷔하지 못한 촬영기사 승보(허준석)와 대표작 하나 없는 배우 영현(김영현)은 화려한 영화계 입성을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 방송팀에서 신인감독의 영화 준비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 위해 병헌을 밀착 취재하지만 나태함의 표본과도 같은 그의 모습에 제작진은 취재 의미마저 상실하고 만다.

이병헌 감독이 상업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제작된 <힘내세요, 병헌씨>는 특이하게도 배우가 아닌 감독 자신의 이름을 제목에 넣은 작품이다. 영화의 제목이 캐릭터의 이름으로만 남을 줄 알았던 순간, 영화의 말미에 그는 출연자로 이름을 올린다. 극중 단편영화 촬영 현장에서 녹화 버튼을 제대로 누를 줄 몰라 감독에게 혼나는 어리바리한 연출부로 말이다.



오! 문희
Oh! My Gran | 2020
코미디

평화로운 어느 농촌 마을에서 뺑소니 사고가 일어난다. 피해자는 두원(이희준)의 딸 보미(이진주).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는 두원의 엄마 문희(나문희)뿐이다. 문제는 안 그래도 깜빡하길 잘하는 문희의 기억력이 사고를 목격한 후 한층 더 가물가물해졌다는 것. 하지만 예기치 못한 순간 그녀가 뜻밖의 단서를 기억해내고, 문희와 두원은 뺑소니범을 직접 찾아 나선다.

앞서 언급했듯 영화를 연출하고 각색한 감독과 작가는 처음부터 배우 나문희를 점 찍어두고 시나리오 작업을 해 영화 제목에 그녀의 이름을 넣었다. 또한 감독은 “‘오문희’는 충청도 사투리로 ‘어머니’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말하며, “배우 나문희는 많은 사람의 어머니이고, 우리들의 오문희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나문희는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하며 제목을 바꾸길 원했으나, 감독의 설득 끝에 승낙했다고. 이어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그녀는 “제목에 내 이름이라니, 황송했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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